시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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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비명과 함께 세계를 뒤편에서 주무르던 지배자가 초라한 최후를 맞이했다.


"안, 돼...! 안...!"


영혼을 흡수당하고 껍데기만 남은 루아의 육신은 완만한 언덕 너머로 굴러떨어졌다.


외우주 별의 편린 덕에 형태는 유지하겠지만, 숨도 심장도 뛰지 않고 영혼이 없는 육체를 살았다 볼 수 있을까.


경악스런 광경에 모두 혼란스러워하던 찰나, 지오는 뒤틀린 미소와 함께 차원문을 열고 사라졌다.


의식을 막기 위해 시급을 다투는 상황, 그녀의 죽음 이후는 아무도 신경을 써 줄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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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저녁,
한 모험가 소년이 지친 기색으로 언덕을 지나고 있었다.


슬슬 지치던 그는 휴식 중인 인영을 보고는, 함께 쉴 요량으로 다가갔다.
자세가 조금 부자연스럽긴 했지만, 멀찍이서 보아도 도적 같은 인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언덕에 기대어 휴식하던 나그네로 보이던 사람은 젊은 여성의 시체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소년은 죽었음을 직감했음에도, 외상도 없이 너무 깨끗해 보이는 시신의 상태에 경동맥에 손을 올렸다. 미약한 체온은 느껴졌지만, 박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죽었어...?"


그제서야 시체의 외모가 소년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촌동네에서 나고 자란 자신은 본 적도 없는 미모의 청발 여인.
귀한 복식과 하이얀 피부는 독특한 머리색과 합쳐 청아하고도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게 했다.
예쁜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듯 치켜 뜬 눈만 아니라면.


그렇지만 죽었음에도 자신이 보아 온 어떤 여자들보다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소년은 본능적인 충동을 느꼈다.


자신의 초라한 첫사랑과 비교하기에도 실례가 되는 여인.


한창 혈기왕성할 나이에 마을을 떠나 여자와는 관계없는 모험가의 삶을 살아온 그였기에, 미약한 도덕적 가치관으로는 하반신이 뇌를 지배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드는 눈을 감기고, 죽었는지 확인만 하는 거라며 몇 번이고 자신에게 다짐하면서, 떨리는 검지로 조심스레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가 댔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여성의 입술. 따스하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세상 이런 감촉이 존재했던가.


옆집 마법사 누나의 펄럭이는 로브 사이 언뜻 보인 속옷에도 사흘 밤낮 잠을 못 이루던 소년은,
이 순간 세간의 도덕을 생각하길 그만뒀다.


눈을 꼭 감고 홀린 듯이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뇌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기분. 자신 인생에 다시없을, 고귀하고 예쁜 아가씨의 입술을 훔치는 경험에 머리가 어느 때보다 타올랐다.


무아지경 속, 문득 아직 혀를 넣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든 그는,
곧이어 턱을 잡아 그녀의 입을 벌리고, 저항하지 못하는 새빨갛고 아담한 혀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누가 키스가 단순한 타액의 교환이랬던가.
폭주하는 신경에 몸을 맡긴다.


아무리 해도 갈구하게 되는 마약과 같은 키스.
한 손으로는 고개를 기울여 그녀의 혀가 좀 더 내밀어지게,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파랗고 긴 머리카락을 움켜잡고는,
세상에 그녀와 자신만 남은 것처럼 몰입했다.


얼마나 타액을 일방적으로 교환했을까,
문득 정신이 든 그는 순간적으로 그녀의 시신을 놓았다.


털썩.


미숙한 입맞춤에 타액 범벅이 된 분홍빛 입술.
죄책감에 시선을 아래로 돌리자 그곳에는 잡념을 씻겨내는 하얀 천국이 있었다.


고급스런 검은 옷이 부분부분 찢긴 채, 애초에 반도 가리지 못했던 가슴팍을 더욱 드러낸다.


비록 그 옷이 조금 찢겨져 있다고 해도, 내가 손을 대도 될까 의심할 정도의 완벽한 아름다움.


아까의 미약한 죄책감은 온데간데없이, 조금 전보다도 더 떨리는 손으로 그는 자신이 놓은 시체의 가슴팍에 조심스럽게 손을 옮겼다.


자신의 딸꾹질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는 홀린 듯 얇은 상의의 가운데 -이럴 용도로 만든 것은 아니었겠지만- 마름모꼴 구멍들에 손을 넣고 좌우로 찢었다.


화악 하며 여자 특유의 젖냄새를 풍김과 동시에,
여신이 조형했을까 싶은 완벽한 물방울 모양. 희디흰 언덕의 첨단에 수줍게 달려있는 아담한 핑크빛 유실.
속옷의 부재로 풀려 나온 가슴은 비로소 처음 외간 남자의 시선을 받게 되었다.


그 모든 것을 눈에 담자마자, 소년의 사고가 정지했다.


언덕 사이 골에 코를 박았다.
숨을 빨아들이자 전보다 격하게 풍겨나오는 여자 냄새, 주인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은은하게 자기 주장을 하는 향수의 냄새가 페로몬마냥 섞여 소년의 후각을 마비시켰다.


연인마냥 두 손을 하나씩 깍지 껴 잡고, 얇은 망사 너머 길고 가녀린 손가락 감촉까지 즐기며,
여태껏 그 어떤 권력자도 넘보지 못했던 그녀의 가슴을 온 얼굴로 유린했다.


이보다 부드러운 감촉이 있을까.
오늘 처음 본, 이름 모를 귀한 아가씨의 가슴팍에 이토록 얼굴을 묻을 수 있을 순간이 있을까.


너무나 강렬한 자극으로 질식할 듯 가빠오는 숨에 현기증이 날 즈음, 뇌리를 스치며 드는 생각이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남녀의 교접.


떠올리자마자 단단하다 못해 아플 정도로 하반신이 발기했다.


깍지를 풀고 그녀를 빠르게 눕혔다.
방해되는 허리의 큼지막한 장식옷은 칼로 빠르게 잘라냈다.
제국 수도의 장인이 제작했을 명품이겠지만 이 순간에는 하찮은 수건만도 못했다.


고급진 프릴 속치마 한겹. 그 위에 무늬가 들어간 한 겹의 주름치마.


그 아래 시원하게 뻗은 하얀 맨다리의 종착점을 탐구하기 위해, 조심스레 드레스를 움켜잡고 위로 살짝 젖혔다.


절제되었지만 화려한 자수와 장식이 들어간, 언뜻 보아도 최고의 의상 제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을,
최고급의, 하얀 피부와 대비되는 검은색 속옷.


그 가운데 살짝 패인 두 언덕 사이 고랑이 마침표를 찍었다.


속옷의 주인과 하나되어 작품에 이른 풍경에, 멍하니 소년은 한동안 이를 젖히고만 바라보았다.


잠깐이나마 두뇌의 타버린 쾌락중추가 살짝 정화됨을 느끼며, 얼굴을 치마 속으로 가져갔다.


치마 속에 갇혀 한층 더해진 농후한 살 냄새.
그리고 보드라운 허벅지의 감촉 사이, 속옷에 코를 박아야 얕게 느껴지는 와인 향의 샅내.
무엇이 되든 허용할 수밖에 없어진 여성의 포근한 몸.


오늘 처음 여자를 알게 되는 소년에게는 어느 쪽이든 너무나도 강렬한 자극들이었다.


가슴을 만질 때 느낀, 이보다 황홀한 경험이 있을까 했던 생각이 바보같게 느껴지며 그는 속옷을 살짝 젖혔다.


앙 다문 일자의 둔덕 사이 살짝 보이는 핑크빛 속살. 머리 색깔과 같은 하늘색 털은 위에만 소담스레 조금 남아있었다.


도저히 시체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 찬란한 생기와, 죽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산뜻한 향기.


이를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버드 키스.
얼마 되지 않는 그곳을 전부 자신의 영역으로 표시하며, 살짝씩 쪼았다.


그러고는 아까 그녀의 혀와 입 안을 유린했듯이, 비로소 소년의 혀는 오늘 처음 본 연인을 애무하며 콩알을 굴리고는, 더 깊은 구멍의 입구까지도 조심히 갈구했다.


그러기를 몇 분, 마치 물이 나오는 것만 같은 착각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그는 지금이 때임을 알았다.


붉고 화끈해진 얼굴을 치마 속에서 뺐다.
그러고는, 무수히 많은 순간을 인내하여 더욱 뜨거워진 자신의 양물을 꺼내려, 몇 번이고 실수해가며 허리춤을 풀었다.


팬티를 벗기고 그녀의 매끈한 양 다리를 겹쳐 잡아 쭉 위로 들쳐올렸다. 아까 전과는 살짝 다른, 그러나 여전히 숨이 멎을 듯한 하얀 도화지 사이의 균열.


이미 몸을 수없이 유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여성이 생전 얼마나 고귀했든, 어떤 삶을 살았든, 지금 이 순간은 오롯이 초라한 모험가인 나의 것이라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이 쾌락이 영원하기를.


소년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바라며 어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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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보다 황홀한 순간이 있을까.


죽어도 좋다.


아아, 나는 앞으로 그 어떤 여성과의 관계에서도,
죽는 날까지 항상 이 순간을 떠올리게 되겠구나.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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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월 오너 인증(속도는 거북이라 쪽팔려서 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