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산행 하다가 생각나서 쓰는 창작글

*the-bit-more-know-zero 라는 게임이 모티브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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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미리암. 칼라르 암즈 코퍼레이션의 전투원이자 게이트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정령연합군으로 파견된 감찰관이다. 최근 게이트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중이었기에 나를 비롯한 감찰관 다수가 전국각지로 파견되어 지형 정찰 및 게이트 현상 발생 전파 탐지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운 나쁘게도 게이트 상황이 터져서 간혹 부상을 입는 경우가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럴 때마다 구원자가 많이 걱정해주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괜찮다고 웃으면서 말해준다. 구원자는 모두에게 상냥하니까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온화한 성품에는 가끔 나도 감화되는 느낌이다.


오늘도 게이트 현상 조사를 위해 구원자와 동료 르네를 데리고 어느 숲에 왔다. 좌표를 전달받긴 했지만 정작 해당 숲의 이름이 정해진 것이 아니었던지라 그냥 이름 모를 숲이라고 하였다. 들은 바에 따르면 이곳이 게이트 상황에 유리한 하나의 조커와 같은 곳이라고 하였기에 반드시 지형 정찰 및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특히나 이곳은 마물들의 구역이기도 하기에 혼자서 갔다가는 수많은 물량의 마물들에 당하여 정령석이 되기 일쑤라고 하니 인원들 대동이 필수였다. 또한 주간이 마물들의 활동 시간이기도 하기에 그들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야간에 오게 되었다.


"여기가 그 이름 모를 숲이군... 정말 이름이 아무것도 붙여지지 않은건가 ?"

"그렇다고 하네. 페이렌 숲지기인 하루와 니콜에게 물어봤는데 해당 숲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구역 밖인 곳이라고 하여 모른다고 하더라."


구원자와 르네의 대화가 들려왔다. 지형 정찰 때문에 그런지 관련 메뉴얼을 우선적으로 정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나도 끼워줬음 하는데... 그렇게 나도 대화에 참여하려고 말을 꺼냈다.


"길이 총 3개네."

"맞아 구원자, 여기서 이제 지형 정찰을 시작할거야. 다만 우리 3명 가지고 분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같이 이동할 것인지를 정해야할 거야. 개인적으로 나는 같이 이동했으면 좋겠는데... 구원자 혼자 이동했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


유리하다고 한다면 같이 가는 것이 좋은 선택지였다. 게이트가 구원자 쪽에서 열려 그가 납치될 상황도 고려해야했으니까 말이다. 사심이긴 하지만 조금 더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가 내 기원을 알아줄 구원자인 것에 호기심도 들었으니 함께 지형 정찰도 해보고 대책도 같이 세워보면서 알아보고 싶었다. 또한 '구원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어깨가 항상 무거운 그였기에 더욱더 그를 지켜주고 싶기도 하였다.

 

"아무래도 그게 제일 좋겠어. 자칫하다간 구원자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경호가 붙어주는 것이 역시 좋겠지."


르네 역시 나의 주장에 동의하였다. 구원자도 잠깐 생각을 하다가 나에게 말하였다.


"알겠어. 그렇다면 이번 정찰에는 같이 움직이자. 일단 뭐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단독으로 행동했다가 위험이 닥칠 때 지원가기가 어려우니까. 그럼 이제 우리는 먼저 가운데 길로 가보자. 거기서 뭔가 힌트를 얻을만한 사항도 있을 것이고 정찰하면서 특이사항을 즉각 메모해놓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


구원자도 내 의견에 동의해주었다. 내심 구원자가 이렇게 이야기 해주니 마음이 조금은 놓인다. 그렇게 모두가 함께 이동하기로 결정한 후 우리는 제일 먼저 가운데 길로 들어가보기로 하였다. 야간인만큼 길이 어두웠고 달빛이 길을 비추는 가로등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서로의 에버폰의 손전등 기능을 이용하여 앞을 밝히고 이동하였다. 


"내가 앞장설게. 구원자는 가운데에서 내 뒤를 따라와. 너가 위험에 처해서는 안되니까. 르네, 구원자의 뒤를 부탁할게."

"물론이지 ! 맡겨만줘, 뒤치기를 하는 녀석들이 있다면 이 의수로 다 때려눕힐거니까."

"고마워, 미리암. 은근히 용기 있네."

"....! 그런 말을 할줄이야.. 아,아무튼 이동해보자."


...또 그런 말을. 하지만 뭐 그런 점이 구원자답다. 다른 정령들에게서도 평가가 좋은 그이기에 나로써는 괜히 끼어들면 안되려나 생각했지만 나에게까지 격려를 하였기에 그 격려에 제대로 그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정찰. 돌아다니다가도 특이한 형상이 있다면 에버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메모장에 적기도 하였다. 지나가다가 가끔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총을 들기도 했지만 다행히 바람에 흩날리는 잎들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언제 어디서나 공격이 들어올 요소들은 잔재하였기에 항상 긴장하면서 이동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게 뭔가 이상한데. 보통 이럴 때면 한두마리 쯤은 나오지 않았었나 ?"

"르네 말이 맞아. 보통은 작은 전투가 있긴 했었지. 하지만 이번엔 뭐랄까... 너무 조욯해서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같아."


숲을 정찰하면서 구원자와 르네의 말이 들려온다. 사실은 나도 마찬가지의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저번 베르크 산맥과 항구 정찰 때 항구에서는 작은 전투가 있었지만 베르크 산맥 때 갑작스러운 게이트 등장으로 전투를 하느라 나도 르네도 그 외의 감찰관들이 경상부터 중상까지 다양하게 입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이름 모를 숲은 슬슬 뭔가 나올 때가 되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블러핑인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계속 이동해보자. 뭔가 마물이라던지 나온다면 그 때 전투를 해도 되니까."

'(확실히 여태까지 아무것도 우리를 공격하지 않았어. 뭔가 우리가 안심할 타이밍에 쓸어버리려는 그런 계략인건가)'


그렇게 생각한 그 때였다.


쐐애애애액 !

"어...?!"


무엇인가가 내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종이 한장 차이로 맞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방심했었다면 여지없이 죽었을 것이다. 구원자가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나에게로 왔고, 르네 역시 그 소리에 반응하여 바로 전투 태세에 들어갔다. 


"뭐야...? 습격인건가 ??"

"미리암 ! 괜찮아 ? 무엇인가가 미리암을 공격하려고 했었는데...!"

"아... 나는 괜찮아. 조금 놀랐을 뿐이야. 다행히 구원자는 무사하니까.."

"자, 내 손 잡고 일어나, 미리암."


조금 얼떨떨하긴 했지만 나에게는 어떤 상처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구원자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는데... 갑작스럽게 내 앞쪽에서 마물들이 들이닥쳤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게다가 야간이었기에 몇 마리인지 파악이 어려웠었다.


"꿰에에에엑 !!"

"젠장, 앞에 마물들이...!"


탕 !!!


간신히 마물들의 공격을 피해서 총을 갈겼다. 총 3발을 쐈는데 앞에서 침투해온 마물 3마리의 머리에 탄환들이 제대로 들어갔다. 녀석들이 그렇게 쓰러졌지만 마물들이 자신들의 동료의 죽음을 깨달은 것인지 더욱더 흉포하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미리암, 위험해 ! 일단 내 뒤로...!"

"하아압 ! 받아라, 이 괴물들아 !"


구원자가 내 옷깃을 당겼고 마물들이 휘두르는 워해머를 간신히 피하였다. 르네 역시 녀석들의 공격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가 의수를 낀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마물들이 나가 떨어졌다. 구원자 역시 자신의 지팡이를 가지고 마물들을 물리치는 중이었다.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계속 총을 쏘았다. 여태 조용하나 싶었는데 역시나 이런 상황이 한번은 올 줄 알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물들과 응전을 하는데 갑자기 둔탁한 무엇인가가 내 옆구리를 강타하였다.


"아아악 !!"

"미리암 !"


마물 녀석들이 워해머로 날 가격한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이 너무나 셌었기에 나는 날라갔고 구원자가 그런 나의 손을 잡으려 했으나 내가 날라가는 속도가 더 빨랐기에 실패하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구원자와 르네의 모습은 암흑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재수가 없게도 비탈길로 떨어져서 나는 그대로 한참을 구르게 되었다.


"아악...! 크흐윽...!"


얼마나 비탈길을 굴렀을까. 갑자기 구르는 속도가 줄어들더니 이내 나는 구르는 것을 멈추게 되었다. 하지만 마물들의 공격과 비탈길을 구른 덕택에 몸이 성한 곳이 하나 없었다. 다행히 에버폰은 전투에 들어갈 때 바로 옷 주머니에 넣고 지퍼로 잠가놨으며 총은 구르는 와중에도 꽉 잡고 있었기에 위안이라면 위안거리가 되었다.


뿌드득 !


"아악, 뼈가 부러진건가...!"


하지만 내 왼쪽 무릎과 오른쪽 종아리뼈 부분에 금이 간 것인지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제길... 이렇게 된다면 전투는 고사하고 도망도 못가게 되는데.. 일단은 간신히 일어나서 상황을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르네와 구원자가 생각나서 이들에게 외쳤다.


"구원자 ! 르네 ! 들리면 대답해 ! 나 고립되었어...!"


하지만 한참을 멀리 날아온 것인지 내 외침은 그들에게 닿지 않았다. 뭔가 전투하는 소리는 희미하게 들려오긴 하지만 알 방도가 없었다. 일단 나라도 몸을 숨길만한데를 찾아야했기에 살금살금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다리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마물들에게 안 들키고 엄폐 장소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젠장 ! 다리 겁나게 아프네... 나와라...뭐라도 제발 나와...!"


그렇게 한참을 절뚝대다가도 안된다 싶으면 기어서라도 이동하였는데 다행히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주머니에 넣어둔 에버폰을 꺼내 손전등을 켜보니 마차가 한대 있었다. 이곳에 왜 마차가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보다도 몸을 숨길 수 있는 장소가 나와주었기에 나는 걱정보다 일단은 마음속으로 환호하였다.


"마차라...유례없는 강수네. 누군가가 여기를 지나가다가 공격받고 버리고 간건가."


하지만 그 마차에도 도달하는 것을 운명이 허락하지 않았는지 마물 일부가 뛰쳐나왔다. 내가 엄폐물을 발견하니 주변의 마물들은 나를 발견하고 무슨 뫼비우스의 띠도 아니고 참 복잡한 상황이 되었다.


"아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전투해야겠네. 다 덤벼라 !!"


그렇게 미친듯이 총을 쏘아 녀석들을 쓰러트렸지만 내 다리가 성하지 않은 탓에 마물의 공격도 몇 번 받았다. 심지어 갈비뼈에 녀석들의 무기가 한번 직격하여 순간 숨이 쉬어지지도 않았지만 빨리 몸을 숨겨야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전투에 임하니 간신히 녀석들의 대형을 뚫고 이동하였다.


"제길.. 마차에 가는 것은 죄가 아니잖아.. 제발 신이 있다면 나를 좀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렇게 간신히 마차에 도달한 나는 마차 문을 열고 의자에 앉아 숨을 골랐다. 하지만 다리를 구부리고 앉으니 통증이 심하였기에 할 수 없이 의자 위로 다리를 뻗어서 앉았다. 에버폰 손전등과 카메라를 이용하여 내 몸의 상처를 살펴봤는데... 참으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다리는 뭐 골절이 아니길 바라겠고... 옷도 참 많이 더러워지고 찢어졌네... 얼굴도 왼쪽 뺨과 이마에 흉터가 졌고... 구원자에게 이런 모습을 어떻게 보여주지..."


구원자를 지켜야할 내가 만신창이가 되어서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순간 스스로가 너무 초라하게 보였고 그를 지켜야하는 임무를 방임했다고 생각하여 눈물이 조금 났으나... 지금으로써는 내가 뭘 어찌할 수 있는게 없었다. 시간을 보니 새벽 1시 45분이었다. 이 상태로 일단은 아침까지 버텨야할 것 같았다.


"일단 에버톡으로 상황을 알려야겠어. 감찰관들도 특히... 구원자가 이 메시지를 봐줄지는 모르겠지만... 안 보내고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렇게 상황을 알리고 잠시 조용히 있었다. 사실 지금 시간과 아까의 일을 생각해보면 이 마차도 안전하지는 않다. 언제고 마물들이 와서 마차를 깨먹을 수도 있는 노릇이니 걱정이 되었지만 이 시점에서는 동료들과 구원자의 답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40분 뒤에 하늘이 그런 나를 도운 것인지 무려 구원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리암 !! 괜찮아 ?! 어디에 있어...!"

"구원자...! 전화 정말 고마워... 하도 다쳐가지고... 특히 다리가 망가진 것 같아, 아까는 간신히 걷기라도 했는데 지금은 걸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미안해... 지휘를 잘해서 르네도 너도 지켰어야 했는데..."

"아니야, 나야말로 미안하지... 괜히 내가 쓸데없이 멍 때리다가 제 타이밍에 공격을 못한 나의 실책이 크지... 지켜주지 못해서 많이 실망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니야, 전혀 실망하지 않아. 나를 언제고 지켜주느라 고생하는 것 다 알고 있어. 그러니 그런 말은 하지 말아줘. 현재 있는 곳에 대해서 이야기 해줄 수 있어 ?"

"후후... 구원자는 역시 친절하네. 너무 고마울 정도야. 지금은... 나는 어느 마차에 있어. 누군가가 버리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확한 위치를 지도에서 따서 보내야할 것 같아. 숲 어딘가인건 맞는데 딱히 여기가 어디라고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으니까..."

"알겠어. 지도에서 위치 따서 에버톡으로 전송해줘 ! 밸레드를 통해서 위치 조사 후 정보를 받으면 그쪽으로 갈게 ! 무사해줘...!"

"알았어.. 고마워... 구원자. 나...무사히 있도록 노력해볼게."


다행히 구원자와 연락이 닿았고 동료들도 위치 관련 정보를 제공받는다면 그쪽으로 가겠다는 답을 남겨주었다. 구조대를 편성해서 오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왕이면 구원자가 먼저 와서 나를 데리러 갔으면 좋겠는데... 일단 지도를 켜서 내 위치를 살펴보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위치가 제공되는 곳이었다. 첩첩산중이었다면 설명할 방도도 없을테였지만 일단 이 위치를 전송해주었다. 그러고 구조를 기다리면서 숨을 골랐다.


"후...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본의 아니라지만 이탈해서 이 지경이 되어버렸네. 마물도 게이트도 안 열렸으면 좋겠다.."


우리를 괴롭히는 게이트 상황에 대해서 나는 분노를 느꼈다. 자신들이 멸망 당한 원인을 우리에게 지우면서까지 재탈취를 시도한다고 생각하면 더욱더 열받는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구원자는 우리를 필사적으로 지휘하여 어떻게 해서든  간에 희생이 없게끔 하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구원자가 다치니... 나로써는 매우 크게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이왕이면 우리 정령들에게 좀 더 의지해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도 말소리가 커서 주변에 들릴 정도였는지 마차 주변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였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 이제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면서 간신히 탄알집에 총알을 넣고 전투태세를 하지만 기왕이면 그 부스럭 소리가 구원자였으면 좋겠다고 내심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꿰에에엑 !!!"

"제길...! 너네 식사는 내가 아니라 내가 주는 총탄이다 !!"


그 기대를 처참히 부술 정도로 마물들이 몰려와 내가 있는 마차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능이 있는 녀석들인지 마차의 문을 열려고 시도까지 했다. 녀석들이 무기로 마차에 달린 창문도 깨트린 탓에 유리 파편이 나에게 튀어 상처가 더 늘어났다. 그리고 손을 뻗어 나를 붙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 당연히 순순히 잡혀줄 생각이 나에게는 없었기에 발로 간신히 녀석들의 손과 무기들을 걷어차고 총을 쏘면서 사투를 벌였다. 마가끔 녀석들이 내 발을 잡고 잡아당기려는 시도까지 하였지만 나는 그들의 팔에도 총을 쏘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홀로 전투를 하며 힘을 썼는지 상처가 조금 늘었고 땀이 온몸을 적셨다.


"헉...헉.... 제법 머리를 쓰는 녀석들이네. 구원자, 동료들... 누구든 좋으니 제발 나를 구해줘...!"


그런 생각을 하며 에버폰을 키니 어느새 시간이 4시가 다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야간 특성 상 졸음이 오지 않는다는게 이상한 법. 순간 내 머리가 무의식적으로 아래로 떨궈졌다. 그걸 느낀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내 손으로 내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안돼... 자면 안돼, 미리암...! 여기서 취침한다면 저승길이 펼쳐지는거야 !"


그렇게 뺨도 때리고 다리도 꼬집어보며 졸음을 참았지만 아까 2번의 전투가 졸음을 더욱더 가속화시켰는지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마차 주변에서 계속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기에 강제로 정신을 차리게 되는 요인이 되었다. 이윽고 뭔가가 튀어나왔는데...보통 녀석들보다도 몸집이 큰 대형 마물이었다. 녀석은 점점 내가 있는 마차로 걸어오고 있었고, 나는 내뇌회의를 거쳐서 빠르게 결론에 도달해야했다.


"정면 승부는 위험해... 그렇다면 급한대로 숨어야겠어...!"


그렇게 나는 마차 바닥에 누웠고 내 옷에 달린 망토를 이용해 나를 가렸다. 순간 누웠던 탓에 마음이 놓였는지 눈을 감았는데 바로 자려고 하는 나를 고개를 강하게 저어서 잠을 달아나게 하려고 시도해봤다. 그러던 도중 녀석이 도착하였는지 마차를 이리저리 툭툭 건드려보기도 하였고 마차 안을 노려보기도 하였다. 녀석의 눈 특성상 빨간 눈이었기에 싸늘한 시선에 눌려서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필사적으로 내 손으로 내 입을 강하게 틀어막아 녀석의 눈치를 채지 않게끔 하였다. 하지만 녀석의 눈도 예리했는지 마차 바닥에 놓여진 망토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그걸 걷어올렸고 나는 될대로 되라 식으로 녀석의 눈을 총으로 갈겼다.


"봐서 뭐 어쩔건데,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

"끼야야야야 !!"


눈에 총을 맞은 녀석이 고통을 호소하면서 멀리 도망갔다. 내가 매운 맛을 뵈주었으니 오지 않겠지 하고 마음을 놓았으나 녀석은 끈질기게 마차로 와서 나를 괴롭혔다. 마차의 문을 박살내서 나를 끌어내보려고 하기도 하였고 때로는 예상치 못하게 마차 위로 와서 나를 꺼내려고 하기도 한 것을 마차 위의 발소리를 듣고 총을 쏴서 내쫓아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오는 간격을 점점더 빨리하며 계속 마차 주변에 얼쩡거리면서 졸음과 함께 2파전을 만들어버렸다. 일단 시간을 보니 6시 30분. 조금만 더 버티면 구조가 올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나는 녀석과 계속 싸웠다.


"위치 파악은 아직인가...? 이제 나도 한계인데..."


그 때였다. 에버톡이 띠링 하고 와서 보았는데 구원자가 보낸 메시지였다. 내용은 위치 파악을 했고 구원자를 비롯한 지원 병력이 현재 자드키엘 방주를 타고 내 마차가 있는 곳으로 상공에서 접근 중이라고 하였다. 메시지를 본 순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커졌고 그렇게 녀석과 한참을 싸운 결과 간신히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이제.. 아무것도 오지 않겠지. 게이트는 열리지 않았고.. 이 주변은 그냥 마물들을 위한 구역이라고 정리해야겠어."


그렇게 에버폰으로 여태까지의 상황을 메모하고 있던 도중 그림자가 크게 드리워지길래 뭔가 하고 빼꼼 하며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자드키엘 방주가 도착하였다. 다행히 구원자가 지원 병력을 이끌고 나타나 주었구나 생각하면서 순간 안도와 함께 힘이 풀리며 눈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미리암 ! 괜찮아 ??"

"많이 다쳤군, 미리암... 미안하다. 신경을 써줬어야 했는데 동료로써 면목이 없군."

"구원자...! 르네도...! 괜찮아, 구하러 올 것이라고 생각했었어. 많이 늦었긴 했지만... 그래도 정말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네~ 사담은 방주에 오셔서 많이 하셔도 되니 일단 여러분들을 방주로 이동시킬게요 !"


오퍼레이터 밸레드의 음성과 함께 우리는 다시 방주로 왔다. 순간 이제 정말 끝났다 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나중에 깨어보니 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왼쪽 다리가 부러지고 갈비뼈도 일부 부러지고 얼굴도 흉터가 많이 지는 등 중상이어서 완치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많이 다치긴 했어도 책임지고 구해주러 온 구원자에게 감사함이 크니까. 이후 구원자가 병문안을 왔다.


"미리암. 부상은 어때 ?"

"나는 괜찮아. 보다시피 붕대 투성이라 미라가 될 뻔했지만... 그래도 고마워, 구원자."

"앞으로는 다치지 않게 내가 더 신경쓸게. 괜히 미리암만 희생시키게 해서 너무 미안해지니까.."

"그렇게 자책하지 말아줘... 그래도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니, 이후 휴가를 받는다면 우리 둘이서 칼라르로 여행가자. 구원자가 밥 사는 전제하야."


그렇게 웃으면서 대화를 마무리 짓는 우리. 언젠가 이런 일련의 상황이 끝난다면 정말로 구원자와 둘이서 여행을 가보고 싶다.

그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고 싶고, 많은 맛집도 탐방해보는 것이 나의 소원이니까. 그 정도는 운명도 하늘도 허락해주겠지.


그러나 그 때의 나는 몰랐다. 

그 때 벌였던 마물과의 전투가 이후에 아케나인에서 조직 vs 조직 간의 전쟁이라는 더 심각한 상황으로 번질 것이라는 사실을...


-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