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전편) 인간형 정령 인연스토리 평가글 : https://arca.live/b/eversoul/102423685


지난번에 이어서 이번에는 짐승형 정령의 인연스토리를 평가해봄.


어제 쓴 인간형 글이 반응이 좋아서 어제 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꾸벅꾸벅 졸면서 커피 두잔 마시고 완성했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니 양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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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카



-내용 요약 : 아이돌 오디션에 참가하기로 한 미카를 위해 구원자가 프로듀서가 되기로 한다. 미카는 라이벌 시하를 이기고 싶어하지만 시하의 실력은 미카보다 확실히 위였고, 방송국은 시청률을 위해 미카를 시하의 호적수로 경쟁구도를 만들며 몰아세운다. 게다가 미카의 극성팬이 시하에게 흉기가 든 악의적인 편지를 보낸 사건을 계기로 미카가 죄책감과 압박감에 빠진 채 결승전이 시작되는데...

-별점 : ★★★☆☆

-평가 : 역시 초창기 캐릭터라서 그런지 연애 관련 내용은 별로 없음. 게다가 아이돌 캐릭터라 그런지 구원자도 미카를 이성으로서 좋아한다는 묘사는 없고 어디까지나 프로듀서라는 입장에서 해야할 일을 할 뿐 깊게 개입하지 않음. 때문에 미연시라는 테마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다른 연애요소 부족한 캐릭터들에 비해서는 좀 더 높은 평가를 줄 수 있을 것 같음. 왜냐면 미카 스토리 자체는 확실히 내용전개와 결말 모두 높은 수준으로 잘 만들었기 때문임.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카의 스토리는 성장물로 본다면 의외로 잘 만들어졌단 뜻임. 라이벌을 이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와중에 시련을 겪지만 계속 다시 일어나고 결국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어냈음에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는 신인 아이돌이라는 주제는 정석적인 성장형 주인공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음. 그러면서도 현실에서도 실제로 벌어지는 연예계의 어두운 모습(악성팬, 지나친 자극성, 악의적인 편집 등)이 시련 과정으로 나오면서 미카에게 더 공감할 수 있게됨. 정리하자면, 미카의 인연스토리는 연애 요소는 없지만 스토리 자체는 꽤 잘 만들어진 성장물이라고 할 수 있음.


2) 시하


-내용 요약 : 구원자는 시하의 부탁을 받고 그녀의 프로듀서가 되고 아이돌 경쟁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방송국의 악의적인 편집으로 평판이 나빠지고 그저 노래가 좋을 뿐이라 꿈을 품은 시하는 그저 참고 노력만을 한다. 하지만 대중들은 시하를 그저 뛰어나고 오만한 천재 정도로만 생각하고 시하는 자신이 왜 노래를 하는건지 의문을 가지던 중 결승전이 시작되는데...

-별점 : ★★☆☆☆

-평가 : 위에서 미카가 연애요소가 없음에도 나름 호평을 받았지만, 시하는 같은 아이돌 이야기인데더 미카보단 낮은 점수를 주게 되었음. 왜냐면 유저 입장에서는 시하에게 이입하는게 힘들기 때문임. 부족한 면이 많은 성장형 주인공인 미카는 그 부족함 덕에 오히려 유저들이 감정이입을 하기 쉽지만, 모든 면에서 완성되어있는 천재형 주인공인 시하는 단점이 없다보니 일반인들 입장에서 크게 와닿지가 않음. 내용 자체는 천재라는 이유로 노력을 무시당하는 시하가 노래 그 자체를 꿈으로 삼아 노력하는 내용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미카가 시하보다 악조건에서 더 힘들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걸 감안하면 임팩트가 떨어지는 것 같음. 또한 미카의 스토리와 비교했을때, 미카는 부족한 재능, 시하를 향한 열등감과 죄책감을 느끼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스토리 전개 중에 상세하게 묘사되기에 보는 사람들이 더 미카의 힘든 상황을 이해하기 쉬움. 하지만 시하는 그런 갈등을 그냥 난 프로니까 참아야 한다는 식으로 퉁치고 넘어가다보니 별로 와닫지가 않음. 정리하자면 시하 인연스토리는 미카랑 비교했을때 성장물이라기에는 주인공이 천재형이라 성장의 여지가 적고 담담한 전개가 많아서 심심한 느낌임.



3) 순이


-내용 요약 : 바다거북의 산란기가 되자 순이와 구원자는 바다거북들을 지키기 위해 모래사장을 여러 위협요소로부터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중 순이는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물을 무서워했던 자신이 어쩌다 바다의 수호자가 되었는지 궁금해하고 구원자는 순이가 자신의 의무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알게된다. 그런데 바다거북들이 알을 낳은 모래사장에 게이트가 생겨 마물들이 튀어나오고 구원자와 순이가 맞서지만 전황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별점 : ★☆☆☆☆

-평가 : 솔직히 순이 에피소드는 연애요소 없는건 둘째치고 내용 전개 자체가 중구난방적인 면이 많고 딱히 와닿는 부분이 없었다는 점이 감점요인임. 일단 시작은 바다거북 도와주려 모래사장 청소하는 건데 중간에 순이가 자기 정체성과 거북과의 관련을 고민하더니 후반에는 바다거북 지키려 마물과 싸우는 내용이 됨. 그런데 이런 상황들이 잘 연결되는게 아니라 그냥 이거하다 저거하다 다시 이거하는 식으로 이어지다보니 별로 집중이 안됨. 보면서 느낀건 그냥 순이가 바다랑 거북이 좋아하는구나, 무서움 극복하려 노력했구나 정도지 순이를 대해 호감을 가지게 되거나 감동을 가질만한 요소가 딱히 없음. 순이가 바다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도 순이가 왜 저렇게 바다와 거북에 집착하는지 제대로 설명을 안해주고 암시 정도로 대충 넘어가니 이해가 안되고 그냥 상황 맞춰서 해야할일 하는 것으로만 보여서 그냥 별 감상이 안듬. 연애요소도 전무하다보니 캐릭터 자체에 대한 애정이나 팬심이 유발되지도 않음. 순이나 구원자 둘다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서로 돕는 동료이자 전우 정도지 연애물에서 나올만한 요소는 전무하고 그냥 작지만 어른같은 순이가 구원자를 잘 돌봐줬다 정도의 감상만 나옴. 짧고 굵게 요약하자면, 순이 에피소드는 '유저들에게 순이가 어떻게 비춰지길 원하는건지 모르겠고, 캐릭터의 마음가짐이나 성향은 알지언정 히로인으로서 매력은 느껴지지 않고, 작중 상황이 흥미나 감동을 유발하지 못했다' 같음.



4) 홍란


-내용 요약 : 홍란은 친구로 지내던 토끼들과 싸우고 가출하는데, 그 이유는 토끼들이 (홍란 기준으론) 별로 위협도 안되는것에 겁먹고 귀찮게 해서. 그렇게 아케나인에 온 홍란은 유리아, 클레르, 구원자와 함께 지내게 되는데, 홍란은 워낙 강하다보니 세상과 타인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성격인지라 당혹스러운 상황이 종종 생기고 홍란도 토끼들을 못만나서 외로워하지만 유리아와 클레르가 홍란과 어울려줘서 잘 지낸다. 그러나 유리아, 클레르, 구원자가 바빠지며 홍란과 못 놀아주자 홍란은 향수병이 생겨 토끼들을 그리워하는데...

-별점 : ☆☆☆☆☆

-평가 : 캐서린과 마찬가지로 별 0개를 주게 되었는데, 캐서린과 달리 트루엔딩에서 커플 되는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음. 하지만 홍란은 오히려 이 커플엔딩이 문제가 된 거임. 정확히 말하자면, 홍란이 구원자에게 반할 이유를 하나도 제시 안하고 억지 커플을 만들어서 개연성이 박살남. 다른 스토리들도 연애요소 부족해서 왜 반하는건지 모르겠다고 비판 할 수 있지만, 홍란의 문제점은 연애요소가 부족을 넘어 '전무'함. 처음부터 끝까지 구원자가 도움된게 없고 그냥 홍란 따라다니며 붙어있는 병풍임. 홍란이랑 놀아주고 전투지원 한것도 구원자가 아니라 유리아랑 클레르가 했고 구원자는 중간에 구름 빗기 해보려다가 추워서 포기한거밖에 없음. 이렇게 홍란과 구원자가 접점 자체가 없는데 트루엔딩에서 홍란이 뜬금없이 '구원자님 없을때 쓸쓸했는데...' 라고 생각하고 결말에서 갑자기 구원자를 끌어안고 "구원자님이 너무 좋아서 나중에 떠나면 슬퍼요"라고 함. 구원자가 "그럼 나랑 같이 나중에 과거로 돌아가자!"고 질러버리자 홍란이 구원자에게 키스하는거로 마무리됨. 둘다 갑자기 막판에 급발진해서 저러는 이유를 모르겠음. 왜 계기도 이유도 없이 사랑에 빠졌는지 이해도 공감도 안되다보니, 그냥 연애요소 안넣으니까 아쉬워서 막판에 어거지로 대충 커플엔딩 끼워넣은 것으로밖에 안보임. 게다가 홍란의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입장에서 홍란이라는 캐릭터에 호감을 느끼거나 공감가지도 않았는데, 스토리상 홍란은 어려움이나 갈등 요소가 없음. 진짜 힘들 이유가 하나도 없는게 스스로도 '나는 워낙 강해서 세상에 신경쓸일 없다보니 남들 이해 잘 못해준다'는 식으로 말하고 다님. 즉, 자기가 남한테 관심 없으면서 외롭다고 땡깡부리는 것 뿐임. 쓸쓸하다는데 생각해보면 그냥 가온으로 가면 되는데 토끼들한테 삐져서 안가는거고, 애초에 토끼들이랑 싸운것도 자기가 토끼들 배려 안해서임. 위 상황을 전부 합쳐서 홍란 인연스토리를 요약하자면 '토끼들이랑 싸우고 가출한 홍란이 안돌아가고 버티다 유리아, 클레르, 구원자 만나서 놀다가 다들 바빠서 못놀아주자 외로워함. 그러다 토끼들이 찾아와주자 기분이 풀렸는데 갑자기 구원자 없으면 슬플것같다는 생각을 하곤 냅다 사랑고백을 날리고 그걸 구원자가 받아주면서 끝'. 그야말로 모든 서사의 근거를 '그냥'으로 퉁침. 이렇게 보면 홍란은 캐릭터 디자인만큼은 유리아 수준으로 잘 나왔는데 서사를 말아먹어서 그 매력이 반감된거임. 외모 예쁘고 개성있게 잘나왔고 느긋한 푼수 성격 귀여운거 빼면 딱히 매력을 끌만한 스토리가 없는 상태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반하는 것으로 결말 내는건 진짜 무리수였다고 생각함.



5) 루테


-내용 요약 : 루테는 탈리아에게 운명의 귀인을 만날거라는 예언을 들은 날 흥분해서 뛰어다니다 넘어질뻔하지만 구원자 덕에 다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루테는 운명의 귀인이 구원자라고 확신하고 곧바로 연애를 하자고 들이대고 루테의 페이스에 말린 구원자는 그녀와 동거하게 된다. 하지만 루테의 과한 추진력 때문에 구원자는 여러 의미로 난처한 상황을 겪던중 탈리아가 운명의 귀인이 꼭 반려라는 보장은 없다고 하고 루테는 실의에 빠지는데...

-별점 : ★★★★☆

-평가 :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클레르와 마찬가지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러브코미디임. 스토리 전체를 통틀어서도 진지하고 어두운 내용은 딱히 없고 그냥 루테의 급발진에 휘말리면서 여러가지 의미로 구르는 구원자를 보고 웃으면 됨. 작중 보여주는 루테의 행동은 좀 성급하고 미숙한 면이 있지만, 그게 남들에게 딱히 민폐를 끼치는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구원자만 그렇고 그런 의미로 당황시키는 정도라 불편하게 느껴지진 않고 러브코미디에서 나올법한 여러가지 클리셰(동거, 좀 그런 쪽으로 부담스러운 옷, 침실 급습 등)이 잘 나오다보니 보는 입장에서 확실히 루테가 귀엽고 매력적이다는 생각은 들었음. 정리하자면 루테 인연스토리는 딱히 특출난 개성이나 감동코드는 없지만 캐릭터빨 하나는 제대로 살려냈다고 할 수 있음. 게다가 코스튬으로 주고 작중에서도 등장하는 루테의 잠옷도 초창기 캐릭터들의 호불호갈리는 코스튬과 달리 노출과 귀여움 모두 잘 살려낸 디자인이라 시너지 효과가 있음. 단, 너무 가볍기만 한 분위기가 별로라면 취향에 안맞을 수도 있어서 별 1개를 깎게 되었음.



6) 플린


-내용 요약 : 평소에 폭탄을 만들어대며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플린. 그런데 폭탄실험을 하다보니 당연히 사고를 많이 겪었고 그 과정에서 죽었다 살아나는걸 반복하다보니 기억손상도 심했다. 이를 보다못한 구원자는 플린의 폭탄광 욕구를 완화시키기 위해 불꽃놀이용 장비를 만들걸 제안하고 플린은 불만을 가지지만 위험한 사고까지 겪어도 열심히 자신을 돕는 구원자에게 조금씩 마음이 간다. 그렇게 불꽃놀이 장비를 공개할 행사일이 다가오는데...

-별점 : ★★★☆☆

-평가 : 플린 에피소드는 연애 요소가 다른 최신 추가 캐릭터들보다는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초창기 캐릭터보다는 확실히 있는것같음. 무엇보다 구원자가 임팩트있는 활약까진 아니더라도 히로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돕는 모습을 보이는것이 가산점을 줬음. 작중 플린이 참아오던 폭발욕을 터트리고 사고를 내는바람에 구원자가 폭발사고에 휘말리는 일이 벌어지는데, 이로 인해 폭탄만 집착하던 플린의 사고방식이 흔들리고, 이후 폭발욕구를 어떻게든 이성으로 버티는 모습이 나오는 등, 주인공과 히로인 둘 다 서로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연시로서의 최소한의 자격은 갖췄다고 생각함. 그리고 지금까지는 단순한 폭탄광으로 보이던 플린이 피곤해서 잠들거나 구원자를 조금씩 이성으로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건 확실히 갭 모에를 자극하는 요소임. 사고를 계기로 플린이 스스로를 돌아보게되고 폭탄 대신에 사랑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찾아가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히로인의 성장과정을 볼 수 있음. 사족을 달자면, 엔딩 CG의 경우 노멀엔딩의 CG가 트루엔딩의 CG보다 나은것 같은데, 사고뭉치인 폭탄광일 뿐이었던 플린이 구원자 무릎에 앉아서 버킷리스트를 써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동일인물이 맞나 하는 기특함을 줌.



7) 소연


-내용 요약 : 대성만두에서 일하는 소연은 요즘 경쟁업체의 등장으로 가게 매출이 줄어든걸 걱정하던 중, 구원자의 실수로 배달용 자전거를 부숴먹는다. 미안함을 느낀 구원자는 그녀를 도와 가게 경영을 돕게 되는데, 소연이 대성만두에 가진 감정이 단순한 소속감이 아니라 가족이나 다름없다는걸 깨닫는다. 시행착오 끝에 대성만두를 살릴 계획을 완성한 소연과 구원자는 가게를 오픈하는데...

-별점 : ★★★☆☆

-평가 : 사실 소연 에피소드는 구원자와 소연의 관계보다는, 소연과 대성만두 식구들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있음. 그렇다보니 구원자와 깊게 공감하는것은 소연이 가족을 소개할때와, 옷갈아입을때 실수로 마주친것 정도밖에 없는것같음. 그 외에는 소연과 구원자가 만두를 시식해보거나 가게의 노선 문제로 갈등하는 등의 접점이 있긴 해도 둘이 딱히 가까워질만한 중대한 계기는 보지 못해서 아쉬움. 그렇다보니 소연 에피소드는 소연의 가족애에 관련된 내용으로 보이지 구원자와 크게 관련된 내용은 아닌것같음. 그래도 구원자에게 애정을 가지는 과정이 홍란처럼 막판에 뜬금없이 이어지는건 아니고 나름 내용이 있음. 소연의 자전거를 부숴먹은 미안함으로 엮이게 되지만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고, 그 과정에서 소연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그녀의 걱정에 공감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소소하고 일상적인 접촉을 반복하며 정이 든다는 뻔하지만 자주 쓰일법한 줄거리임. 다만 아쉬운 점을 추가하자면, 초반부에 적대세력으로 나온 경쟁업체인 언더테이커 만두가게가 후반에선 직접 안나오고 그냥 이겼다 정도로 넘어간게 아쉬움. 차라리 팀 언더테이커가 직접 패배를 인정하고 소연이 가게를 확실히 지켜냈다는걸 체감하고 안도감과 기쁨이 터져나오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더 큰 보상이 되었을지도 모름.



8) 하루


-내용 요약 : 하루는 부모님의 기일을 맞아 구원자와 고향 설산에 오게 되는데 놀랍게도 돌아가셨던 부모님과 재회한다. 처음에는 기뻐했지만 일주일 후면 다시 이별해야해서 슬퍼하는 하루. 게다가 하루의 아버지는 구원자를 탐탁찮게 여기는데, 구원자가 하루와 맺어지면 수명 문제로 하루가 결국 불행해질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결국 하루는 구원자를 지나치게 견제하는 아버지에게 화를 내고 가출하지만 구원자의 도움으로 부모님과 진심으로 대화하고 화해하게 되며, 하루와 구원자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걸 고백한다. 마침내 이별의 날이 오고 하루의 부모님은 구원자와 하루의 관계를 허락할지...

-별점 : ★★★★☆

-평가 : 하루 인연스토리는 정말 감동적이었고 스토리 진행이든, 연출이든 모든 면에서 문제가 전혀 없었음. CG로 보는 하루의 모습과 작중 서툴게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도 정말 좋았지만, 그래도 1점을 깎은 이유는 이 스토리의 장르가 '수명물'이라는 호불호 진짜 심한 장르이기 때문임. 사실 하루 스토리는 필멸자와 불멸자의 슬픈 사랑이라는 수명물의 클리셰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고 작중 내에서도 하루 아버지의 말을 빌려서 '지금은 행복하더라도 결국은 하루가 영원히 혼자 남는 운명이 기다릴것'이라고 암시됨. 하루는 그런 슬픔조차도 추억으로 극복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추억 회상이 끝난 후에는 자기 혼자 뿐이라는 잔인한 현실만 있을 뿐임. 슬프게도 이는 어느 한쪽이 잘못을 해서 벌어진 것도 아니고, 어찌 할 수도 없는 세상의 섭리라 그저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것밖에 할 수 없고, 그렇기에 스토리에 주인공으로 이입한 유저들 입장에서도 뭐라고 따지는건 불가능하더라도 하루를 향해 순수한 애정보다는 미안함과 불쌍함을 함께 느낄 수밖에 없음. 게다가 트루엔딩에서조차도 이 수명문제 해결은 불가능했는데, 하루 트루엔딩의 마지막 멘트도 '내 영원속에 너의 찰나를 품고 살아갈게' 라는 의미다보니 결국 모든 엔딩을 통틀어서도 미래의 하루가 외톨이가 된다는 운명을 벗어날 수 없음. 때문에 내가 보기에는 배드엔딩보다 트루엔딩이 오히려 더 슬펐음. 만약 수명은 극복 못했지만 추억을 쌓고 간직한다는 수명물 엔딩은 노멀엔딩에 밀어주고, 트루엔딩에서는 구원자가 수명문제를 극복할 방법을 찾는데 성공한다는 암시를 주는 식으로 제대로 된 해피엔딩을 줬다면 하루 에피소드는 별 5개를 줬을거임. (솔직히 내가 별 1개 깎은건 개인적인 취향문제도 있는게 나는 작품을 볼때도, 쓸때도 수명으로 사별하는 결말 피하고 개연성을 좀 깨서라도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산다는 진정한 해피엔딩을 선호함)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이렇게 유저들이 하루에 대해서 진심으로 애틋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스토리가 잘 짜여지고 몰입감이 좋아졌다는 뜻임. 그래서 모든 정령들을 통틀어서도 하루 에피소드는 고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함.



9) 타샤


-내용 요약 : 암살자 타샤는 라리마의 명대로 구원자를 살해하려하지만 사고로 암살자 시절의 기억이 사라진다. 다른 정령들은 라리마가 타샤를 구원자에게 접근시키려 수를 쓴게 아닌지 걱정하지만 구원자는 기억도 없고 집도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타샤를 돕기로 한다. 그러나 타샤는 자신이 암살자였다는 말을 듣고 정신이 점점 불안정해지다 결국 정신을 놓고 구원자를 살해할뻔하며 피폐해진다. 구원자는 타샤를 해방하기 위해 라리마를 찾아가 담판을 지으려하지만 진실은 가혹했으니, 기억을 잃기 전 라리마는 타샤가 구원자 암살 임무를 거부하고 자신의 해방을 부탁하자 이를 수락한다. 즉, 타샤의 구원자 암살 시도는 라리마의 명 때문이 아니라 타샤의 무의식에 새겨진 암살자의 본능 때문에 벌어진것.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이 전부 자신의 죄업 때문이라는걸 깨달은 타샤는 완전히 무너져내리고 라리마는 기억을 완전히 봉인하고 과거를 묻어버릴지, 기억을 해방하고 과거와 대면할지 양자택일을 제안하는데...

-별점 : ★★★★★

-평가 : 장담하건데, 타샤 스토리는 모든 정령들을 통틀어 가장 과소평가된 인연스토리임. 보통 가장 인연스토리 좋다고 여겨지는 유리아랑 비교해도 조금도 꿇리지 않는 퀄리티고, 주제의식과 결말까지 생각하면 오히려 유리아 인연과는 다른 의미로 감동적이고 생각할거리도 많음. 우선 타샤 스토리는 전체적인 면에서 다른 캐릭터들과 차별성이 있음. 밝은 분위기에서 떠들석한 러브코미디라던가, 구원자가 멋지게 활약해서 모두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이라던가, 기존 인연스토리에서 주로 쓰던 방식과 달리 타샤의 이야기는 현실의 어려움에서 주인공과 히로인 모두가 아픔을 겪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음. 과거의 죄업이 응보로 돌아와 몸도 마음도 무너져가는 타샤, 그녀를 위해 라리마와 대면하는 강단을 보이며 끝까지 과거를 외면하지 말것을 설득하고 마음이 꺾이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함께 죄를 갚아주기로 하는 구원자, 이 둘이 보여주는 서사는 아키의 것과는 다른 구원서사를 보여줌. 아키의 이야기에서 구원자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실체가 있는 악의에 맞서 싸우고 결국 아키에게 완벽한 해피엔딩을 선사하지만, 타샤의 이야기에서는 악의의 근원이 타샤 본인에게 있기때문에 그녀의 업보를 끝까지 함께 짊어짐으로써 마음을 지켜준 거임. 사실 타샤의 엔딩은 해피엔딩이 없고 트루엔딩에서조차 결국 자신의 업보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못하고 앞으로도 시련이 계속될거라는 결말을 맞게됨. 이 과정조차 단순히 글 몇줄로 넘어가는게 아니라 트루엔딩 이후에서도 망가져가는 타샤의 비참함을 정말 적나라할 정도로 유저들에게 보여줌. PTSD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없어서 약을 과다복용해 수면장애가 생겨 현실과 꿈을 구별하지 못하고, 고통을 잊으려 술에 빠져 알코올 중독에 걸린채 현실에서 도피하며 죽지못해 사는 타샤의 모습은 그야말로 피폐물이나 다름없음. 이렇게 보면 타샤의 팬들은 이 스토리에 반감이 클 수도 있을텐데, 오히려 이런 새드엔딩이야말로 타샤 인연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임. 타샤가 고통받는건 그녀가 너무 많은 죄를 지어왔기 때문이란걸 잊으면 안됨. 오히려 괜히 해피엔딩이라고 완전히 죄책감에서 해방되서 하하호호 행복하게 사는 엔딩이라면 악역 미화 논란이 있었을거임. 타샤의 슬픈 결말은 그녀가 쌓아온 죄를 감안하면 너무나 당연하고 그렇게 되어야 하는거임. 그리고 결말은 시련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희망을 보여줌. 구원자는 그런 타샤에게 엔딩 이후에서까지 상처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주려는 모습을 보이고, 마지막에 타샤가 최소한 삶과 현실을 부정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것 자체로 어느정도 보답을 받음. 정리하자면, 타샤의 인연스토리는 타샤가 스스로 만든 죄업에서 구원받는 과정을 '비참할 정도로' 잘 묘사했고 그 과정에서 구원자는 자신의 이름('구원'자)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유저들의 공감과 연민을 이끄는데 성공하고 서사의 주제의식을 구축하는 것을 확실하게 성공해냄. 그야말로 모든 인연스토리 중에서도 숨겨진 명작이라 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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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요정형 편을 써야 하는데 평일에는 글 쓸 틈이 없어서 걱정임.


아무튼 긴 글 읽어줘서 감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