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써보고 싶었던 평범한 일상물.

*임의대로 창작하는 거라 매몰되지는 말길 바람.

*로제...금방 돌아와줄거지...? 어쩌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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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은 휴일. 나는 방주에만 방콕하고 있던 생활을 조금 개선해보고자 밖에 나가서 산책도 좀 다녀보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혼자서 맛있는 것도 먹어볼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최근 며칠 전 시장에서 크레이프 전문점이 새로 생겼다고 해서 그것도 한번 먹어야겠다 싶어서 잠옷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하였다.


"마스터~ 오늘 어디 나가시나요 ?"


그런 내 모습을 본 것인지 벨레드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언제나 방주를 관리하고 있는 벨레드. 최근 메피스토펠레스의 부재로 인해 대체 오퍼레이터로 온 정령이다. 가끔 그녀를 보고 있자면 메피스토펠레스의 모습과 겹쳐보인다. 그래서인지 마음 한켠이 아파온다. '내가 좀 더 잘했어야했는데...'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해도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기에 일단은 제쳐두고 나에게 물어보는 밸레드에게 답을 했다.


"응, 잠시 다녀올게. 시장에 최근 크레이프 전문점이 생겼다고 해서 그거 사서 먹어보려고. 밸레드 것도 사서 가져올까 ?"

"헉, 저는 무조건 좋죠 ! 마스터가 사주신다니 전 정말 기뻐요 ! 그럼 마스터, 다녀오실 동안 저는 방주를 깨끗이 청소하고 계속 상황 주시하고 있을게요. 조심히 다녀오셔야 해요 ? 이후에 돌아오신다면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그래, 그렇게 할게."


크레이를 사다준다니 금새 눈빛을 반짝이면서 웃는 밸레드. 그런 모습이 귀엽기도 해서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더니 벨레드는 내 손을 잡고 자기 머리 위로 끌어당겼다. 이게 좋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메피한테도 한 때 그래주었던 기억이 난다. 암튼 나는 그렇게 방주 밖으로 나와서 먼저 아케나인 광장으로 향했다.


"언제나 한가롭네. 가끔 친구들과 광장을 거쳐서 공원을 갈 때가 생각이 날 정도로..."


언제나 평화로운 아케나인 광장의 모습. 커플 정령들이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 3인 이상의 가족들이 나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음식을 먹여주는 모습 등 다양한 풍경을 내 눈에 담아본다. 과거에 나도 친구들과 함께 어디 놀러갈 때 광장을 거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지금 보는 풍경과 비슷했다. 그러고보니 친구 녀석들은 잘 지내려나 ? 가끔 주말에 같이 운동장에 야구하러 다녔었는데... 지금 내가 없는 시점에 걔네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야구 경기는 잘 치르고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어 ? 구원자님, 아니세요 ? 광장에는 어쩐 일이세요 ?"


순간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렸더니 성직자 복장을 하고 눈과 머리가 모두 금색인 여자 정령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로제였다. 평소에는 린지와 클로이 이렇게 3명이서 돌아다닐 법한데 오늘은 혼자 나왔는지 린지와 클로이가 없었다. 어쨌든 로제를 보니 반가워서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그녀 역시 악수를 받아주며 나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로제구나 ? 난 오늘 휴일이긴한데 방주에만 있는 것이 좀 그래서 밖으로 나왔어. 때마침 시장 쪽에 크레이프 전문점 생겼다고 하던데 늦었지만 이제서야 가보려고"

"아.. 구원자님도 오늘 그곳에 가시는군요. 저도 사실 가보고 싶었던 곳이긴 한데 하도 훈련 등의 일정으로 가보지 못했어요."

"그렇구나. 그런데 로제는 오늘 혼자야 ? 린지와 클로이는 ?"

"린지와 클로이에게도 사실 같이 가보자고 연락을 하긴 했었는데... 둘이 아주 톡방에서 의견 차이가 참 심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저 혼자 가겠다고 단칼에 잘라 말했었죠... 아휴, 두 사람을 계속 중재해야하니 가끔은 속이 화산처럼 터져나가는 느낌이에요."

"아아 그렇구나... 그럼 로제, 괜찮다면 같이 갈래 ?"

"오, 저야 좋죠 ! 때마침 구원자님께서도 가신다고 하시니 반갑게 느껴지네요. 하하, 그럼 바로 가요 ! 줄이 더 길게 늘어지기 전에 빨리 가요."


그렇게 로제와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하루. 로제도 그 크레이프 전문점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로제도 최근 게이트 상황에다가 여러 잡무들을 처리하느라 고생길에 올랐었으니 그 가게를 가는 것은 하나의 '그림의 떡'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모처럼 휴일이기도 하고 로제도 그곳으로 간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를 느끼고 우리는 바로 그 크레페 전문점으로 가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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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몇 달이 지났는데도 줄이 이 정도네."

"그러게요... 이 가게의 인기가 식지 않고, 오히려 더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렇게 찾아간 크레이프 전문점. 하지만 줄이 길었었다. 개점한지는 몇 달 된 곳인데 아직까지도 인기가 있다니... 착각을 한 기분이다. 어쨌든 여기서 사가긴 해야하니 일단 로제와 함께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나눠보게 되었다. 


"가끔은 린지와 클로이가 수프 때문에 한번 다툰 적이 있었어요. 양송이 수프와 토마토 수프 때문에..."

"안그래도 린지가 나에게 그 소리 하더라. 토마토 수프보다 양송이 수프가 더 영양가 있고 맛도 있다고. 그러니 자기 말이 맞다고 하더라. 하하하하 !"

"아니 벌써 구원자님한테도 이야기한거에요 ? 린지도 참... 자기 주장을 굽힐 줄을 모른다니까요. 하하.."


나도 로제도 각각 공무 도중에 벌어졌었던 상황들도 이야기를 나눴고 로제의 경우에는 가끔 린지와 클로이와 함께 놀러다니기에 그 중에서 벌어진 일들을 썰로 풀기도 하였다. 가끔 가다가 같이 웃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린지와 클로이 뒷담(...)을 같이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현재 없어서 망정이지 들었다가는 린지와 클로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로제와 함께 '린지-클로이 간 수프 논쟁'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한 때 영지 시찰을 린지와 나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린지가 그 이야기를 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수프에 따른 선호도는 뭐 차이가 있는 것은 그렇다 친다. 사실 나도 양송이 수프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토마토 수프를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문제는 내가 토마토에 알레르기에 있어서 그걸 먹지를 못한다. 에덴에 오기 전 한번 먹었다가 피부가 완전히 뒤집어져서 3달간 지옥과 천국 사이의 경계에 있었던 느낌을 회상하면 몸서리 쳐진다. 하지만 결코 내가 토마토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질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거지..


그러다가 린지에게 '그럼 토마토 파스타도 싫어하는거야 ?' 라고 했을 때 린지가 '토마토 파스타는 좋아하죠.' 했었다. 거기에 내가 '그럼 왜 토마토 수프는 안 좋아하는거야' 라고 했더니 그녀가 '양송이 수프가 더 영양가 있으니까요.' 라고 웃음과 동시에 약간 정색하길래 살짝 겁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결국 그날 점심을 린지와 함께 양송이 수프를 먹었긴 했지만 확실히 양송이 수프에도 감칠맛이 있다. 다음에 또 먹으러 가자고 해야겠다.


뭐 아무튼 그렇게 로제와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새 우리 차례가 되었다. 우리는 메뉴를 보고 한번 놀랐고 시제품을 보고 두번 놀라게 되었다. 놀란 마음에 입을 떡 벌리고 있자니 점원이 우리를 맞이하여주었다.


"어서오세요~ 주문 도와드릴게요. 무엇을 주문하고 싶으신가요 ?"

"안녕하세요. 저는 크레이프 2개 포장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옆에 여성분은 어떻게 하실건가요 ?"

"저도 크레이프 하나 포장해주세요 !"

"네, 주문 받았습니다 !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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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신 크레이프 나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

"또 와주세요~"


그렇게 7분 정도를 기다렸다가 받은 크레이프. 비주얼을 딱봐도 고놈 참 맛있게 생겼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밸레드의 것도 하나 사두었고 작은 크림 통과 함께 상자로 잘 포장되어 있어서 이후 돌아가면 바로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로제도 마찬가지였는데 크레이프를 받아들더니 바로 군침을 삼키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맛있는 음식이 보이면 군침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렇게 결제를 하고 크레이프 전문점을 떠났다.


"구원자님, 진짜 맛있어 보여서... 지금 한입 먹어도 될까요...?"

"먹어먹어, 나도 진짜 먹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이렇게 먹어보네. 감격스럽다, 진짜..."


그렇게 크레이프를 손에 들고 한입 베어먹으며 로제와 함께 웃으면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다만 걸으면서 먹다가 옷에 묻으면 큰일 났기에 우리는 그 장소를 찾게 되었다. 물론 내가 가방에다가 물티슈를 2개 정도 챙겨오긴 했는데, 선 채로 묻은 것을 치우는 것은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광장을 지나치려는데 로제가 운동장 쪽을 가리키면서 나에게 말했다.


"구원자님, 저기 운동장 쪽에 벤치가 있는데 저기 가서 같이 드시지 않을래요 ? 때마침 벤치가 비어있어요."

"어, 그럼 그러자. 가면서 먹다가 흘리면 수습이 힘들어지니까."


그렇게 운동장 쪽 벤치에 앉은 우리. 크레이프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끔 크레이프는 미리암이 사줘서 같이 먹는 디저트이긴 했었는데 이번에 로제와 함께 먹는 것이기에 뭔가 색다른 경험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로제도 나를 편안히 대해주었기에 즐거운 시간이 되는 것만 같다. 그러다가 운동장 쪽을 보았는데 아이들이 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야,3구 간다 ! 1사 주자 만루야 ! 점수 무적권 따야돼 !"

"막아 ! 공 제발 스트존에 집어넣어 줘 !"


타석에 들어선 아이와 마운드에서 투구 동작을 하는 아이, 그리고 포수와 심판, 내야수,외야수들까지. 내가 주말에 가끔 야구하러 갔을 때의 모습과 겹쳐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런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로제가 그런 나를 보고 말했다.


"구원자님. 혹시 옛날 생각 나신건가요 ?"

"응. 한 때 주말에 내가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야구를 했던 것이 생각나네."

"그 때의 구원자님께서는 야구를 잘 하셨었나요 ?"

"음... 그렇다고 보는 게..맞겠지 ? 그래도 홈런을 4개나 쳤는데. 하하하"


로제 앞에서 한번 허세를 부려봤다. 홈런을 4개나 쳤다는 소리를 들은 로제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던 순간 깡 하고 타자가 공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서 쳐다봤는데 공이 힘없는 땅볼이 되어서 2루수가 잡고 홈에 던지고 그걸 그대로 받은 포수가 1루에 다시 던지는 이른바 더블플레이가 나오게 된 것이다 ! 당연히 투수 쪽 팀은 환호하고, 타자 쪽 팀은 분위기가 일순간 최악으로 변하였다.


"와...아이들 야구 잘하네요. 벌써 2개 아웃을 만들어낸건가요 ?"

"응, 저게 병살타라고 한 타자가 주자와 자신을 모조리 아웃시켰을 때 보통 그런 말을 많이 하지."

"저 아이..많이 침울해보이네요. 점수를 딸 수 있었던 기회였을텐데."

"그러게... 사실 나도 병살을 좀 많이 친 것 생각하면 부끄럽긴 하다..."

"엥 ? 구원자님께서도 그러신 적이 있으신 거에요 ? 아니 홈런 4개 치셨다면서요 ??"

"아,아니 그게... 아니 가끔은 그럴 수도 있는거 아닌가...?"

"아닌 것 같은데요... 구원자님의 야구 실력을 한번 의심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자 어서 해명을..."

"아니아니, 병살타가 심각한 것은 알지만...! 내가 원해서 친건 아니라구 ?!"


병살타를 많이 쳤다고 하니 로제가 볼을 부풀리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무래도 병살타가 안좋은 기록인 것을 로제도 알고 있나보다. 물론 난 타자로 출전한 적이 있었기에 가끔 병살치는 경우도 있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은 하는데 문제는 뒷감당에 자신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럴만도 한게 옛날에 내가 친구들과 야구를 한다면 시간상 3회까지만 운영을 했었는데, 기억나는 경기가 있다면 당시 2:1로 지고있었던 상황이었다. 그 때 3회말 마지막 공격 당시, 무려 무사만루라는 그야말로 밥상을 넘어선 진수성찬 아니 타점 뷔페를 먹을 수도 있는 득점권의 기회에서 내가 타석에 들었섰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무조건 '희플이라도 쳐서 점수 따야한다 !'라는 비장한 각오를 안았었는데, 볼카운트가 5개였기에 총 5개의 공을 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초구가 뭐라고 하필 그 초구를 건드리는 바람에 공은 투수 앞으로 가는 땅볼이 되어 3루 주자는 홈에서 낭낭히 아웃되고 나 또한 베이스에 닿기도 전에 벌써 공이 1루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야말로 내가 뷔페를 엎어버리는 병살타를 쳐버린 것이었다. 그렇기에 무사만루가 되었던 득점기회는 순식간에 2사 3루로 바뀌고 말았고 후속 타자도 3구 삼진을 당해버려 그대로 경기가 끝이 나버렸다.


그 때 경기에서 지고 나서 나는 친구들에게 욕을 진짜 많이 먹었는데, 기억나는게 '초구가 그리 맛있어 보이더냐...이 미친 자식아' 였다. 사실 생각해보면 '하 ㅅㅂ...왜 하필 초구를 쳐건드려서 이 난리를 만들었지' 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는 내 자신이 있었다. 그 경기 이후 친구들은 나에게 '초구 집착남'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붙이게 되었다. 그런 별명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서면 가끔 상대편에게서 '야 ! '초구 집착남' 나온다 !!!' 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특히 주자가 있다면 더욱더 그렇다.


아무튼 그런 부끄러운 추억도 회상하면서 로제를 달래주기도 하였다. 앞으로 병살타를 친 것은 이야기 하면 안될 듯 싶다...


"그래도 방망이에 공을 맞춘 것이 좋은 것일까요 ? 저렇게 헛스윙만 하는 것도 왠지 좋지는 않아 보이던데.."

"타자로써는 사실 중요한게 '컨택'이긴 해. 컨택률을 보고 타선을 배치하기도 하니까."

"오... 그렇군요. 사실 전 야구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그래도 가끔 야구팬들이 하는 이야기 들어보면 '병살타,삼진' 얘기 나올 때 엄청 욕을 하시더라고요. 반면 '안타,홈런' 얘기 나오면 엄청 좋아하시고..."

"워낙 그런 장면들이 야구 경기에서 나온다면 팬들로써는 희비가 엇갈리는 요소이기도 하니까. 참 그렇다면 이 기회에 한번 야구팬이 되어보는 것은 어때 ?"

"야구 팬이 된다라...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닌데 혹시 그러면 매일 야구 경기장에 나가서 봐야하는 건가요 ?"

"아니 꼭 그런 것은 아니야. 일이 있다면 경기 과정은 당연히 볼 수 없지. 다만 경기 결과가 경기 이후에 나오니 그것만 보고 이기고 진 것에 따라 희비를 느낄 수 있지."

"오...린지와 클로이에게도 한번 제안해봐야겠어요. 문제는 각각 라이벌 팀을 응원하게 된다면 또 싸우게 될 것 같은데... 상상이 되어서 걱정이 되네요."


한 때 나도 야구 팀을 응원했던 적이 있었던지라 로제에게도 한번 제안해보았다. 로제는 그 말을 듣고 좋은 생각 같아보이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린지와 클로이의 다툼을 생각한다면 다시 짜증 섞인 표정을 짓기도 했다. 가끔 그들의 다투는 모습을 본다면 로제를 도와서 중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야구팬이 되면 연패에 대한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할텐데.. 로제가 그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다. 항상 휴일에는 혼자 지내나 같이 지내나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이 흠이었다. 로제도 그것을 알았는지 에버폰을 보고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하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그래도 평소에는 린지와 클로이와 함께 보내긴 했는데 이번에 구원자님과 같이 시간을 보냈던 날이라서 뭔가 새로운 느낌을 주었어요."

"나도 마찬가지야. 가끔 로제와 클로이,린지와 함께 같이 보낸 적은 있지만 로제하고만 같이 시간을 보낸 적은 거의 없어서 나도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한 느낌을 받았어."

"후훗, 저와 똑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으시군요. 비록 놀이공원이라던지 어디로 여행을 떠나는 등 거창한 것이 아니라 크레이프 사서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만 나누는 단순한 일상을 보낸 거지만 사실 저로써는 이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구원자님은 어떠신가요 ?"

"나도 로제와 같은 생각이야. 사실 나는 놀이공원 같이 활발한 곳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지라.. 누군가와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게 나에게는 더욱 뜻깊다고 생각이 들어."


사실 나는 놀이공원 같은 데를 꺼리는 편이었다. 시끄러운 곳에 잘 적응하지 못한 것도 있고, 그 쪽으로 학교에서 가는 것으로 추진하면 놀이기구도 잘 안타고 그냥 카페가서 나의 성향에 맞는 소수의 인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런 경향을 나만 갖고 있는 것인가 싶었는데 로제에게도 그런 경향이 있는 거구나. 한편으로는 다행인가 싶었다. 어쩌면 다음에도 로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고 그렇게 내가 제안을 해보려는데 뜻밖에도 로제가 먼저 제안을 해주었다. 


"그렇군요. 그럼 혹시...음...."

"음 ? 왜 그래 ?"

"다음에도 시간이 되신다면... 저와 함께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 시간을 보내도 될까요 ? 가끔 구원자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시간 여건이 받쳐주지 않아서 많이 아쉬워서요."

"나야 좋지. 시간 날때 에버톡으로 한번 이야기 해줘. 그러면 그 때는 카페에 가서 커피와 다른 디저트 먹으면서 이야기 나눠보자. 괜찮지 ?"


그 말을 하자 로제는 환하게 웃었다. 그 웃는 모습이 마치 안동 하회탈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도 같이 따라 웃게 되었다. 이후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광장으로 향했고, 거기에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구원자님, 오늘 즐거웠어요. 정말 진심으로요. 덕분에 구원자님에 대해서 더 알게된 느낌이 들었어요. 크레이프도 맛있었고 그 가운데에서도 대화를 나눈 것이 저를 편안하게 했던 것 같아요."

"나도 즐거웠어, 로제. 우연한 만남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크레이프도 같이 사고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네. 편하게 느꼈다니 다행이다."

"네. 다음에는 클로이와 린지도 함께 불러서 시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다음에도 저하고만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더욱더 좋겠구요. 가능할까요 ?"

"나로써는 환영이야. 시간 된다면 언제든지 연락 줘. 카페라도 찾아서 거기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고마워요. 구원자님. 그럼 가시는 길 조심히 들어가시구요. 다음에도 또 뵈요, 후훗."

"로제도 조심히 들어가. 오늘 즐거웠어 !"


내가 손을 흔들어주자 로제도 웃으면서 꾸벅 하고 인사한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했어도 이렇게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나도 그렇고 상대방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도 그녀와 만나서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벨레드에게도 줄 크레이프가 있으니 돌아가면 벨레드에게도 얼른 줘야겠다. 그렇게 나는 벨레드와 연락을 했다.


"벨레드 이제 돌아갈게."

"어, 이제 돌아오시는군요 !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좌표를 송신해드릴테니 그 쪽으로 와주세요~"

"고마워, 벨레드에게 줄 크레이프도 샀으니 가서 전해줄게. 손씻고 대기하고 있어."

"헉, 정말 사오신거군요 ! 벨레드는 마스터에게 감동했어요~! 그럼 이제 벨레드는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드릴게요 !"

"하하하... 고마워. 곧 보자."


그렇게 오늘 로제와 함께 한 순간을 하나의 추억으로 담아가며 나는 벨레드가 송신해준 좌표로 걸어갔다.

조만간 그녀와 한번 더 아니 앞으로도 몇 번 더 이런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