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비스 한 때 트로이카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항구도시로서 명성을 떨치고 칼라르 공화국으로 가는 직항노선으로서 트로이카의 역사를 함께 해왔다.

적어도 50년 전까지는

게이트 현상으로 인해 끝없는 침공을 받고 트로이카의 썩어버린 절반의 땅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곳에서 그 중에서도 분명 고장나고 버려졌다 생각되었던 등대에서 불이 켜지기 시작하더니 50년 만에 다시 주변 바다를 비추기 시작한다.


이 소식은 정령연합군과 트로이카 왕국 정부에게도 전달되었고 정령연합군에 파견된 트로이카 왕국 특명전권대사는 나르비스 항구 등대의 점등은 트로이카 왕국의 공식입장과 무관함을 역설하였다.


본래라면 트로이카 측에서 이에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함이 맞으나 왕국 내부의 혼란스러운 정국으로 인해 움직이기 힘들다는 왕국의 공식입장에 따라 정령연합군은 왕국 정부의 동의를 얻어 에델가드를 나르비스에 파견하기로 결정하였다.


정령들 중에서도 이러한 이상현상이나 저주에 저항력이 다른 종족들에 비해 높다는 이유로 천사형 대원 5명이 나르비스에 파견되었다.


에델가드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를 꼽으라 하면 정의의 빛을 비추는 천사 아드리안을 꼽으리라 그러나 그 천사의 과업은 아케나인이라는 머나먼 땅에 있었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파견된 5명의 분대원들이 본 광경은 폐허만이 아니었다. 마치 영사기 처럼 그들에게 나르비스의 수 많은 인부들과 뱃사람들이 어지러이 움직이는 모습과 폐허로 부서져 가는 지금의 나르비스의 모습이 계속 교차되고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대원들이 실수로 밟은 것들 중에선 제이드 상단의 이름이 적힌 사무실 간판도 그 중 하나였다.


약간의 도약을 통해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자 모든 불빛이 꺼져버린 도시 속에서 유일하게 등대만이 지금도 불빛을 비추며 돌고 있었다.


그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고 항구에 도착하게 되자 또 다시 과거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비춰지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게이트가 불길하게 빛나고 있을 때 수 많은 난민들이 항구에 있는 난민선 앞에 서서 비참히 절규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타기 위해 들러붙는 모습이었다. 본 항구의 배들은 각각 트로이카, 솔레이, 칼라르로 가는 배들이었고 이들 역시 노력은 하였으나 모두를 태울 수는 없었다.


다시 원래의 나르비스 폐허로 모습이 바뀌자 에델가드들은 불안감에 떨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상현상의 원인은 등대에 있으리라 믿고 다시 들어가기 시작했다.

등대 안으로 들어왔을 때 네명의 에델가드들은 밖에서 본 것과 다르게 내부는 생각보다 넓다며 의아해하고 있었다.


그렇다 4명 등대안으로 들어온 순간 한명이 없어진 것이다. 자랑스러운 에델가드에서 탈영병이 나왔다는 사실에 분개한 분대장은 나중에 반드시 잡아서 총살해버리겠다며 짜증을 냈지만 일단은 눈 앞에 있는 임무가 먼저였다.

분대장과 대원 한명이 앞을 남은 두명이 뒤를 주시하며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허나 등명기를 코앞에 두었을 때는 에델가드 대원은 분대장과 함께 선두를 맡은 대원 둘 만이 남았다.


마침내 등명기에 도착하자 등대를 비추는 불빛은 전구가 아니었다.


수 백에서 수 천개의 호박색 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무언가가 이 등대 불빛의 정체였으며 동력원이었다.


홀로 남게 된 분대장은 이것들이 단순한 호박색 광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정령들이 만약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이와같은 형태로 돌아가 언젠가 부활의 날을 기다리며 끝없는 잠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잠들어있는 것이 아니었다.


분대장은 가지고 있는 에버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등명기의 역할을 하는 정령석에 손을 댄 분대장에게 수천 아니면 수만의 사념들이 한꺼번의 분대장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비명, 절규, 오열, 분노 등의 부정적인 사념들로


여기서 분대장의 용기는 고갈되고 말았다. 임무고 나발이고 당장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함을 깨닫고 황급히 바닥까지 내려갔지만 이상하게 문은 전혀 열리지 않았다. 미친듯이 열어달라며 문을 두드리지만 분대장도 알고 있었다 이 곳에 남아있는 이는 오직 자신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또 다른 사실이 자신에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등대의 벽에 얼굴들이 떠오르기 시작한것이다. 고통스러워 보이거나 혹은 비명을 지르는 듯한 얼굴들이 등대의 벽을 빽빽하게 채워갔으며 분대장이 에버폰으로 필사적으로 등대의 내부를 찍으면서 마지막으로 본 등대 벽의 얼굴들은 아까전에 사라졌던 4명의 에델가드 대원들의 것이었다.



이후 분대장의 사진자료는 어떻게해서든 정령연합군에게 전달이 되었으나 일부 상층부를 제외하고는 기밀문서로 지정되어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못하였다. 다만 실종된 5명의 에델가드들의 수색 및 구출을 위한 추가투입을 무기한 보류하기로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