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 대륙에서 강대국에서 손꼽히는 나라라고 하면 전통적인 군사강국인 타브리아와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칼라르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그외에도 역시나 고도의 기술을 가진 아우렐리아 정도 솔레이에겐 유리아 여왕의 축복아래에 오랜시간 동안 안정된 시대를 누려왔지만 50여년 전 나타났던 게이트 현상으로 한번 고통을 겪자 솔레이 왕국의 반응 역시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다른 세 나라에 비해 내세울 만한게 없었던 그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등장한다.

방주 메타트론, 고대 인류가 만들어낸 9척의 방주 중 하나 그곳에 남겨져 있는 수 많은 자료들은 솔레이의 학자들의 군침을 삼키면서 노리는 물건이었으며 앞으로 다가올 재앙을 대비하기 위한 기회이기도 하였다. 결국 방주의 주인 메피스토펠레스의 허가 아래에 방주의 많은 자원들은 학자들의 유용한 연구자산이 되었다. 방주의 정령이 허락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 까지 말이다.





자신의 주군에게 잠깐의 휴가를 얻어낸 흑기사의 관심사는 그 자신을 기준으로 수 백미터는 멀리 떨어져 있는 솔레이 시골 근교의 연구시설을 향하고 있었다. 명목상으론 생물학과 농업관련 연구를 목적으로 한 장소로 알려져 있으나 그런 것 치고는 이를 경비하는 병력들이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흑기사가 모종의 경로를 통해 알아낸 정보가 해당 건물에 있다는 것 뿐 진위여부가 알려지지는 않았으니 이제 찾아내면 될 뿐이었다.



연구소에 있는 경비병들은 엘나스와 아케나인에 있는 병사들과 복장들이 거의 비슷했지만 대신 무장은 수입산 돌격소총이었으며 철모대신 솔레이의 국장이 새겨진 베레모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들이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며 경비하다보면 가끔씩 주변을 떠도는 마물들이 해당시설에 접근하는 경우가 있어도 대부분 몸통에 총알이 박히고 나면 알아서 도망치거나 아니면 그 자리에서 시체가 되는 일이 허다했다. 그것만 빼면 대부분은 평화롭다못해 지루할 지경이었다.

망원경으로 둘러보다가 마물들 특유의 문장이 가슴에 새겨진 검은 갑주의 기사를 보기 전까지는

경비병이 무전기를 들고 외친다.
"비상! 비상! 전방에 흑기사 발견 지원요청! 지원요청! 반복한다 전방에..."

연구소내 중앙통제실은 방금 들어온 무전을 반신반의하며 입구상황을 확인하니 그곳엔 방금전 보고대로 흑기사가 서 있었으며 그 주변엔 흑기사에게 덤볐다가 죽은 경비병들이 그 다음엔 연구소 주위로 마물들이 끝 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당장 막아야한다, 이 곳이 뚫리면 폐하께 누를 끼치게 된다 책상이든 의자든 뭐든 좋으니 가져와서 막아야한다!"

경비병들이 나름대로 급조한 바리케이드로 막고 기관총을 설치하여 농성했지만 공격하는 마물들을 막다가 총알이 떨어짐으로서 이들의 육신과 솔레이의 군인이로서 자랑스런 명예가 뜯어먹히는 것으로 끝을 맞이한다던가

마물하나를 운좋게 처리했으나 불행히도 그 마물이 죽으면서 흩뿌린 초록색 체액에 전신이 녹아버린다던가

혹은 흑기사에게 아무리 총을 쏴도 유효타 조차들어가지 앉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사격하다가 흑기사의 칼에 토막이 나는 이들도 있었다.

결국 연구실의 모든 방어선이 뚫리고 지하 깊숙한 곳의 철문마저 시설에서 가장 지위가 높아보이는 이의 것으로 뽑아온 손을 갖다대면서 육중한 소음과 함께 열린 공간에는

수십여구의 시체들이 벽면에 있는 유리상자에 보관되어 있었다.

해당 공간 구석에 있는 서랍에서 흑기사가 직접 서류더미를 뒤적이자 흑기사가 원하던 것 들이 나왔다.

<방주 메타트론 탑승자 목록>
<탑승자 부검기록>

흑기사가 뒤져본 리스트에서 비교적 앞줄에 찾던 인물의 이름 역시 존재했다.

주군의 혈육에 대한 자료 흑기사는 이걸 주군께 바치면 어떤 여파를 불러오게 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 살인자가 방주의 인간들을 모조리 죽인것도 모자라서

그 모든 결말이 결정나기 전에 흑기사는 이 시설을 모조리 파괴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