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린 true 엔딩에서 이어집니다.)


동굴에서 공허의 보석을 에일린과 합심하여 깨트린 이후 나와 에일린은 한층 더 은밀하고 사적인 관계가 되었다.


협력관계를 통해 서로의 진심을 알았던 것일까 이후에 공무가 끝난다면 에일린과 약속을 잡아 그녀의 집과 나의 방주에 찾아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다른 무언가를 하기도 한다.

너무 늦는다면 양해를 구해서 거기서 자고 간다던지 하지만 그건 상상에 맡기겠다.


허나 그 일을 벌이고 도주한 범죄조직원 놈들의 행위는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 사안만으로도 중대한 범죄행위였으며 잘못했다가는 솔레이 국민들이 죽었을 거란 생각을 한다면 더욱더 화가 뻗쳤다.

이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벌을 줘야할 것이라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우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밤을 함께 보내고 있는데 에일린이 나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 범죄조직원 놈들, 지금쯤이면 자기들 계획 실패했다고 또 다른 테러 계획을 세우고 있을거 같아."


맞는 말이다. 나 역시 이를 느꼈다. 공허의 보석을 찾았다고 내 집무실을 찾아온 것부터 수상했는데...

이번 일 이후로 또 뭔가 계획을 하지 않는게 이상할 따름. 그들을 찾아서 책임과 벌을 동시에 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때마침 타이밍 좋게 에일린이 이를 언급할 줄이야.


"이번 동굴 사건 이후로 그 녀석들은 더 거대하게 음모를 꾸미고 움직일 거야. 우리가 받을 뻔한 피해를 생각하면... 그놈들은 단죄를 해야겠지"


"하지만.. 우리 둘이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까 ? 녀석들은 거대 규모일게 뻔한데.. 우리 둘이서 갔다가는 죽을지도 몰라. 특히... 너가 죽는다면 나는 굉장히 슬퍼하고 이성을 잃을지도 몰라.."


에일린은 당시 동굴에서 내가 범죄조직원으로부터 피해를 입을 뻔한 것을 생각하며 말했다.

다행히 간발의 차로 피했지만 이후 우리 2명으로 여러 조직원들을 맞선다면 아무리 내가 구원자라도 죽는 것은 불보듯 뻔할 것이다.


"걱정하지마. 내가 잘 알고 있는 정령 1명이 있어. 그 사람과 협력하여 놈들을 없앨 방법을 계획해볼게. 비밀리에 말이야."


나는 그런 에일린을 안심시켰다. 그 장면이 그녀에게 트라우마가 된 만큼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꼭 안아주었다.


다음날 나는 에버폰으로 그 정령과 연락을 했고 대면 약속을 잡았다.


"안녕하세요 ? 저번에 에버톡으로 메시지 관련해서 자세하게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 오후 14시에 제 조수와 함께 집무실로 찾아가도 괜찮겠습니까 ?"


"물론입니다. 그 때 뵈어서 이야기 더 자세히 풀어드리도록 하죠."


14시. 마침내 그 정령이 조수와 함께 왔다. 그들이 오자 나는 에일린과 함께 인사를 나누었다.


"어서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갑습니다, 구원자님. 제 이름은 이쥬인 시게오. 구원자님께 의뢰를 받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인사를 나눈 정령의 이름은 "이쥬인 시게오". 

법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는 녀석들을 심연 뒤에서 숨어 사냥하여 고문하는 "고문 소믈리에"이다.


"여타 정령들에게 많은 의뢰를 받아왔지만, 구원자님으로부터의 의뢰라 더 특별하고 살 떨립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영광인걸요, 하하. 아무쪼록 반가워요, 루카와 씨."


인사를 건네는 그의 조수는 "루카와 타쿠오". 그에게서 많은 고문법을 배워 차후 그를 뒤이어 고문 소믈리에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럼 이야기를 진행해보죠. 간략히 에버톡으로 보긴 했었습니다만.. 자세히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에일린 그 자료 가져와줘. 그리고 이 둘에게 홍차를 내어줘."

"알았어~ 여기 자료 보여드리면서 말씀 나눠줘."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그동안의 일을 그에게 말했다.


"며칠전 OO범죄조직에서 온 조직원이 '공허의 보석'을 발견했다고 저와 거래를 요청했습니다. 다만 장소가 동굴이었지요."

"'공허의 보석'이라면... 폭발 위력이 크고 정령들을 싸그리 없애버리는 그 위험한 보석 아닌지요 ? 왜 그걸 구원자님께 거래를 요청한 것이죠 ?"


이쥬인 씨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하긴 그런 위험한 물건을 나와 거래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답을 해줘야할 것은 답해줘야 하기에 에일린이 건네준 자료를 그들에게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속개하였다.


"저와 여기 있는 비서 에일린이 찾아야 하는 물건이기도 하였습니다. 초인류 침공 때도 사용된 것이기도 하기에 그것을 악인에게 사용되지 않도록 보관하려는 의도도 있었기에 말이죠. 그러나 범죄조직원 놈들에게 들어갔다고 하여 직접 동굴로 찾아갔을 때 조직원 녀석들이 이것을 동굴에서 폭파하려 했었습니다."


"하긴 인간의 왕이 케이린이라고 하였죠. 그 녀석이 이를 이용해서 에덴을 쑥대밭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은 소문으로도 들었던 것이기에 납득이 어느 정도는 가는군요. 그런데 녀석들이 동굴에서 폭파를 시도하려 했었다는 것은 구원자님께서 직접 찾아가셨을 때 그랬던 것인가요 ?"


"그렇습니다. 녀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제가 가져올 구원은 어디에도 없다'라고 기롱하면서 공허의 보석을 건드리고 도주했습니다. 다행히 에일린과 힘을 모아서 공허의 보석이 폭발하는 것은 막았지만... 자칫 늦었다면 동굴을 넘어서서 솔레이 왕국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었습니다."


"정말 나쁜 놈들이네요. 자기들의 안위를 위해 다수를 위험에 빠뜨리려 했다니...! 그래놓고도 모자라서 도주까지 한거군요."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루카와 씨가 분노하여 말했다. 이쥬인 씨는 이 이야기를 듣고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에일린이 여기서 그들에게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이쥬인 씨... 부디 반성조차 하지 않고 테러를 가하고 도망쳤던 그 범죄조직원 놈들에게 합당한 벌을 내려주세요 !!"


"에일린 씨..."


이쥬인 씨가 잠깐 당황했으나 곧 이 말의 의미를 깨닫고는 침착해지셨다.


"구원자는 그런 저를 돕다가 녀석들에게 죽을 뻔했어요.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한다면 구원자가 만약 죽었다면 저는 정말 두고두고 후회했을 거라구요. 그래놓고 정작 그 놈들은 뻔뻔하게 다수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해놓고 도주하다니요 !!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냔 말입니다 !!!"


"에일린 진정해 ! 직접 찾아오신 분들인데...!"


나는 일단 에일린을 진정시키려고 했었다. 트라우마가 아직까지도 도져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 의뢰가 끝나고 난다면 에일린을 일단 안정을 취하게 하고 이후 정신적으로 치료를 해야하나 생각했는데 이쥬인 씨가 에일린의 손을 잡아주었다.


"알겠습니다. 이번 의뢰 저와 협력해서 같이 하도록 하죠. 구원자님, 구원자님께서는 에덴을 구원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람. 즉 이를 전 인원이 알고 있는 이상 구원자님께 닥치는 위협은 저희도 익히 알고 있고 이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법의 단죄에서 도망치는 놈들을 비롯하여 그런 놈들을 처리하는 것 역시 바로 저희들의 해야할 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구원자 라는 무게를 저희도 알고 있으니까요."


"이쥬인 씨... 맞아요. 이 구원자라는 무게가 사실 무겁죠.. 그런 초인류를 막는 것도 정령들의 도움이 있어서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이에요. 이쥬인 씨도 그 한 사람이구요.. 그런데 그런 범죄조직원 정령들에게 칼맞는다는 것은 저도 용납할 수 없어요 ! 사적 복수라고 또 살해범이라고 오명을 뒤집어 씌울지언정 저는 여러분들이 사는 세상인 에덴을 구원해주고 싶다는 마음 뿐입니다....! "


"잘 알고 있습니다, 구원자님. 그리고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구원자님 덕분에 에덴이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걸요 ! 설사 구원자님을 해치려는 놈들이 있다고 한다면 언제든지 저희에게 의뢰를 주셔도 되요. 구원자님이 에덴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는데 해치려는 정령들이 있다는 것을 저도 용서할 수 없어요 ! 또한 이번 의뢰를 합동으로 처리하는 만큼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구요 ! 이번 건 같이 잘해봐요 !"


"루카와 씨도... 정말 감사합니다.. 같이 힘을 내서 놈들을 처리해보죠."


이쥬인 씨와 루카와 씨가 모두 격려해주셨다. 그 말을 들으니 한층 마음에 응어리가 지는 듯 하였다.

에일린도 얼굴에 울면서도 웃음을 띠었다. 그녀가 한층 진정이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쓰레기 같은 것들... 네놈들이 제 아무리 정령이라고 해도 네놈들만큼은 구원을 가져다 주지 않을 것이다. 어디까지 도망을 간다고 해도 바로 나에게서는 도망가지 못 할 것이다. 최후의 춤을 출 수 있는 자리를 이쥬인 씨와 마련해주도록 하지.'


정령들에게 큰 피해를 줄뻔했던 것 뿐만 아니라 에일린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것.

이를 감안한다고 해도 그 범죄조직원들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그런 내 눈에서 그들을 향한 증오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고문 준비는 저희가 해두겠습니다. 정보상을 한명 소개해줄테니 그 인원을 찾아가주세요. 제가 미리 연락을 넣어놓을 것이니 만난다면 그가 친철히 정보를 알려줄 겁니다. 그는 모르는 것이 없거든요. 단 모두를 잡아오는 것은 수적으로도 열세이니 고문할 때 녀석들이 정보를 불 것이기에 2명 정도만 잡아오시면 충분할 겁니다."


이쥬인 씨는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정보상에 대한 명함을 내밀어주었다.

'고다이'... 이들이 간다면 바로 에일린을 보내서 접촉하게 해야겠다.


"감사합니다. 이쥬인 씨. 녀석들을 확보한다면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이야기 들어주시고 의뢰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잘해봐요, 우리"


"네, 저도 그런 쓰레기들을 많이 만나봐서 알지만 그런 녀석들은 살아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는 놈들입니다. 부디 포획에 조심하시길. 또 포획하신다면 바로 연락 주시길. 저희가 모시러 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나를 향해 이쥬인 씨는 미소를 지어주셨다. 우리는 그렇게 악수를 나누었고 이날 이야기는 종료되었다.

이후 곧바로 에일린에게 바로 업무를 내렸다.


"에일린, 지금부터 너에게 할 일이 있어. 이 정보상 '고다이'라는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줘. 메모도 해주면 더 좋을 거야. 이쥬인 씨가 먼저 연락을 넣어준다고 하였고, 나도 연락을 넣어서 대리로 너를 보내서 이야기를 진행하게 할 것이다 라고 할테니 다녀와 줄 수 있겠니 ?"


"물론이야.. 이제 녀석들에 대한 복수를 시작할 수 있네. 정보 많이 얻어올테니, 이번 일이 끝나게 된다면 나 많이 예뻐해줄거지 ?"


그렇게 말하는 에일린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2시간 뒤 정보상 고다이 씨와 관련 내용으로 연락하고 난 이후 곧장 에일린을 그에게 보냈다.


(下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