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죽였다.'


하이드 오토하가 달링을 죽였을 때 나는 이성을 잃고 닥치는 데로 전기톱을 휘둘렀다.

그를 내가 죽였다는 슬픔과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겹쳤던 것 같다.


결국 나는 그녀를 죽였다. 어쩌면 달링에 대한 원수는 갚았다고 할 수는 있겠으나 이미 죽어버린 달링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그저 다량의 피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저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을 뿐이었다.


"크하하 !! 너도 역시 똑같아 ! 내가 사랑받지 못한다면 너도 마찬가지로 사랑받지 못해야 해 !"


자신이 자신에게 죽임을 당하면서도, 자신 또한 정령석으로 변하면서도 그녀는 나를 비웃었다. 

그에게 나와 또 다른 인격에 관련한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 죄에 대한 대가였던 것일까 ? 후회감이 밀려온다.

그와 동시에 기사단이 내가 있는 곳으로 들이닥쳤다. 현장을 본 그들의 표정은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오토하.. 아케나인 연속 살해 사건 및 구원자 살해 혐의로 당신을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신의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필요 없어. 내가 저지른 것도 맞고 모든 죄를 인정할테니, 사형이던 무기 징역이던 알아서 해."


이런 살해 현장이 있는 곳에서 나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수장으로 보이는 자에게 나는 말했다.

어찌되었던 그녀가 죽였다고 해도 그녀는 나다. 그렇다는 것은 결국은 내가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게다가 살해라는 중죄였음에도 이런 미란다 원칙이 나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할리 만무했다.

그에 따른 허망함인건지 한참을 울고 난 이후인건지. 그저 나에게는 아무런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기사단은 나를 포박했고 기사단들의 지휘 아래 나는 그대로 아케나인 성으로 압송되었다.

압송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많은 시민들이 묶인 나를 보면서 극에 달한 분노와 원망함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저 마녀같은 년 ! 감히 영주님을... 구원자님을 죽여..?"

"당장 사형해라 ! 목을 잘라 저잣거리에 메달아버려 !!"


또한 분노의 고함과 함께 나를 향해 돌도 날아들어 나를 맞히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이를 받아들였다.

내가 사랑하는 내 달링을 내가 죽인건데, 스스로도 그를 보호하지 못한 자신을 미워하는데, 이걸 안 맞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그런 시민들을 제지하는 기사단원들도 함께하면서 나는 아케나인 성으로 끌려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다가 잠시 대기하더니 곧이어 나를 지하 감옥으로 이끌고 들어갔다. 그들은 도주할까봐 나를 수감하면서도 목과 다리에 사슬과 함께 구속 술식을 걸어두었다.


"살아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마라. 연속 살해 건도 비롯하여 구원자님에 대한 살해는 절대 종신형으로는 안 봐주니까."


나를 수감에 완료한 수장으로 보이는 기사가 나에게 일갈하며 말했다. 어쩌면 사형 선고일 것 아니 선고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실제로 그럴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변명거리 역시 없었다. 

그가 그 순간에 나타나서 나를 보호하고 죽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내가 그에게 어떠한 사죄의 형태를 해야하였기에.


연속 실종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어도 달링은 나를 감싸주었다. 그가 본 것은 결코 내가 한 짓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고 했기에.

'구원자'이어서였던 걸까 그는 나를 어떻게든 구하기 위해서 갖은 고민을 하였고,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렇지만 이런 끝일줄은 나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그를 구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내가 떼어내었다 해도 내가 죽였다.


달링에게 사랑을 갈구했던 것이 오히려 달링에게 죽음을 불러온 가장 큰 원죄 아니었을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말하자면 나에게도 죄가 있다'라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에게는 죄가 없다. 

그는 나를 이해해주고 나를 보호해주려고 했을 뿐이었을텐데. 아무것도 풀지 못하고 오히려 달링이 죽은 것이 너무나도 나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올 뿐.


그렇게 어느 날 나는 다시 감옥에서 끌려나갔다. 사유는 내가 일으킨 사건에 대해서 법정 재판이 열린다는 것이다.

과정도 결과도 뻔히 보이지만 나는 담담히 받아들이고자 했다. 설사 내가 죽이지 않았어도.. 결국 내가 한 것이기에.


변호인이 판사직권으로 선임되었으나 그 죄의 무게가 너무 컸기에 있으나마나였다.

예상대로 흐름은 사형 쪽으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판사가 나를 향해서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있으면 말하라고 했지만 하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이후 판결로 사형이 선고되었고, 나는 바로 기사단들에 의해 포박되어 사형장으로 가게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사형장에 있는 단두대에 내 머리를 고정시켰고, 나는 그대로 칼날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행 신호가 나기 전 나는 생각했다.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라고 우습게 느껴질지라도 설사 여기서 내 생명이 끝난다고 할지라도 저 세상에서 내가 그와 만난다면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생각했다.


'달링.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해 ? 달링은 내가 에버폰을 잃어버렸을 때 내 에버폰을 찾아주었지. 거기서 당신의 상냥함을 느꼈어. 그리고... 아케나인 연속 실종 사건 때 달링은 비록 내가 회피하고 싶었던 감정을 떼버려 또 다른 오토하가 저지른 것이었음에도 아니 설사 그것이 내가 저질렀었다 할지라도 달링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었어. 그 은혜에 대해서 너무나도 고마워서 어떻게든 갚고 싶었는데.. 아아 결국 나의 실책으로 당신이 죽게 되었어. 이것이 당신에게는 정말로 우습고 나사빠지는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나는 당신을 정말로 사랑했어. 저 세상에서 당신과 만난다면 나는 당신에게 제대로 고백하고 싶고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해서 정말로 당신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싶어. 이것만큼은 정말 진심이라고 하고 싶어. 정말로 고마워. 나를 이해해줘서 그리고 나를 보호해주어서. 그리고 미안해. 당신을 지켜주지 못해서.. 사랑해, 나의 진심어린 달링.'


또한 지금 내가 엎드려있는 이 단두대 판이 구원자의 몸이었다면. 그와 사랑하였던 때로 돌아간다면 서로 이렇게 포옹하면서 감정을 나눌 수 있었을텐데.

그에게 모든 죄를 털어놓고 설사 그에게 죄를 문책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는 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이었을테고,

또한 그와 함께 속죄하고, 내가 부정했던 그녀를 다시 받아들일 수 있었기에.


이후 집행 신호가 남과 동시에 단두대 위의 칼날이 매섭게 떨어졌다.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내 눈에서는 한 줄기의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그 물방울은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은 나의 처지를 대변해주듯 그러나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바닥으로 떨어졌다. 

부디 이 눈물이 그에게 닿을 수 있을까. 그가 지금 이 모습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저 세상에서 그와 다시 재회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이윽고 떨어져 내려오는 서슬퍼런 칼날이 내 목에 닿기 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달링에게 은혜를 원수로 갚은 내 모습이 너무나도 볼품없고 추악했기에, 이 정도는 당연한 처사였을 것이다.

다만 단 한가지 또 생각나는게 있다면... 이대로 끝나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할 수 있다면, 나에게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하이드 오토하와 대치할 때 아니 처음 달링과 만난 날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그에 대한 감정도 솔직하게 고백하고 싶었기에...

절대로 이와 같은 상황을 다시는 만들지 않으리라.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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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오토하를 보자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생각나서 또 다른 인격의 오토하를 '하이드 오토하'라고 지칭


*오토하 배드엔딩이 임팩트가 굉장히 쎄서 아직까지 머리에 잔상이 남아 그 이후의 일을 상상하여 픽션처럼 작성


*오토하 인연스는 정말 한폭의 드라마라고 생각 됨. 배드엔딩 이후로 법정에서의 판결은 정황상 사형이 나올 것이라 판단. 그리고 주인공이 하이드 오토하에게 죽임을 당했을 때 이성을 잃고 날뛴 모습을 감안한다면 정황상 오토하가 하이드 오토하를 죽인 것으로 사료됨.


*오토하를 아껴주고 싶음. 트루엔딩 때를 감안한다면 배드엔딩이 정말 상처로 다가와서 그런지 오토하라는 캐릭터가 너무 안쓰러움.


*다음에는 오토하와 가넷이 밤의 일족 저택에서 대결하는 창작글도 구상 중. (가넷이 구원자 납치했을 때 시점으로)


*항상 글 잘 봐줘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음. (+ 내용 일부 추가 및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