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오토하. 

가온에서 의상을 직접 디자인 하고 제작하는 디자이너이다.

 

아케나인에 왔을 때 나는 처음으로 구원자, 달링을 만났다. 

처음 만난 날 그는 나의 에버폰을 찾아주는 도움을 주었는데, 그 때 나는 그에게서 ‘운명의 붉은 실’을 보았었다.

그래서인지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고 계속 그를 바라보았다.

 

허나 이전의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또다른 오토하라고는 하지만 아케나인 연속 실종 및 살해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낙인이 나에게 붙게 되었다.

그 결과 시민들에게도 큰 상처를 안겼지만 무엇보다도 달링에게 큰 상처를 입혀서 너무나 미안한 마음일 뿐이다.

자신이 저지른 것이 아님에도 나를 위해서 내가 스스로를 무서워하지 않게 곁에 있어주고 나를 필요로 해주며 사건에 대한 속죄를 같이하고 있어주어서 고맙고 내 안의 움튼 그에 대한 사랑의 감정도 싹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와 함께 지내는 동안 무사히 지나면 그에게 무릎배게를 해주고 쓰다듬어 준다던지 그와 함께 서로 포옹하고 입을 맞추면서 그와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기도 하던지 때로는 서로 같이 울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공감하기도 한다.

그런 평화로운 나날이 언제나 함께 하고 있기에 나로써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달링과 한 약속이었고 그는 그 약속을 잘 지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가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되었다. 

초반에는 공무가 너무 많아 며칠 동안 밤을 새서 그런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를 노리는 다른 정령들이 암살을 시도했다거나 또는 그럴 리가 없겠지만 다른 여성 정령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흔히 말하는 ‘양다리’를 걸친다던지...

며칠 새 그가 보이지 않으니 무서움과 동시에 그에 대한 원망이 공존하고 있었다.

 

문득 며칠 전 그의 표정에 어두움이 떠오른 적이 있었는데 그에게 물었으나 그는 공무가 평소보다 배로 많았다고 하기에 일상 다반사이다 생각하였지만 그래도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렇구나... 힘들면 언제든지 나에게 의지해도 돼. 이야기 했잖아? 나도 일이 풀리지 않는다면 달링에게 울면서 매달리고 싶다고. 달링도 나에게 좀 더 감정적으로 의지해도 되니까.. 나는 달링을 사랑하니까. 좀 더.. 나를 믿어주고 솔직하게 털어놔줬으면 좋겠어.“

 

그런 말을 들은 달링의 표정이 한결 나아지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들었지만 갑자기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이 너무 이상하기에 찾으러 가봐야 하나 생각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의상실 운영을 위해 출근을 하는데 광장을 가로질러 가던 도중 시민들이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보니 벽에 붙어있는 벽보가 하나 있었는데 사람들의 인파를 뚫고 가서 보니 나는 충격을 금할 수가 없었다.

 

‘어...? 실종이라고...? 달링...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거야 ?’

 

벽보에는 달링이 실종되었다는 내용이며 며칠 동안 보이지 않아 업무에 지장이 생기고 있으니 그를 발견하면 아케나인 성 관계자들에게 연락 및 그에게 조속히 성으로 복귀해달라는 말을 전해달라는 것이다.

 

뭔가 이상하기에 일단 이 벽보를 사진으로 찍어두고 의상실에 도착하여 일단은 정상 운영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벽보에서 본 달링의 실종 관련 내용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가 스트레스가 많아서 떠날 수는 있다고 쳐도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하여 실종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달링.. 무사한거 맞지...? 아무 일 없이 나에게 돌아와줘... 같이 속죄하기로 같이 함께하기로 했는데...’

 

요 몇시간 그렇게 생각하며 들어온 의뢰를 처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소리에 쳐다봤는데 툭하면 여기에 찾아오는 아키였다. 그런데 평소같으면 항상 로멘스 소설 공유로 싱글벙글 하는 그녀의 표정이 이번에는 굉장히 심각한 표정이었다.

 

”오토하...! 그거 들었어 ? 구원자님 실종된거 !!“

 

”어 ? 안 그래도 오늘 벽보에 붙어있는거 봤었는데.. 왜 ? 설마 달링이 실종된게 그냥 실종된게 아닌 거야 ?“

 

”사실... 지금 누군가가 성에서 진술했다고 하는데 구원자님 누군가에게 납치된거래...!!“

 

”뭐라고...?“

 

갑작스러운 아키의 말에 나는 할말을 잃었다. 설마가 사람 아니 정령을 잡는다더니 정말 잡아버렸다.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서 아키에게 물어봤다.

 

”자세히 이야기 해봐. 누군가에게 납치된건지 어디서 납치된건지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 해줘.“

 

”나도 지금 들은 내용이라 확실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왠 노란 머리의 여성 정령이 그를 공격한 것을 봤었대. 그 정령이 영상 촬영한게 있어가지고 그걸 지금 성 관계자 분들에게 넘겼다고 하는데 사실일거야.“

 

”그럼 그 녀석은 달링을 데리고 어디로 갔는데 ?“

 

”일단 구원자님을 기절시키고 아케나인 광장 뒤편으로 사라지는거 까지 영상을 담았다 그랬어. 다만 어디로 갔는지는 불명이래...“

 

노란 머리 정령...? 유례 없는 강수이다. 나말고 그를 노리는 정령이 있었던 건가 ?

일단 달링이 납치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노랑 머리만 가지고서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블러핑인가 ? 정보가 부족하다..!!

 

”지금 그 정령이 ‘밤의 일족’ 소속이라는 말이 있어. 추측해보건데 그를 끌고 갔다면 무조건 밤의 일족의 저택에 데려갔을텐데 현재 소재가 지금 불분명해서 추적이 어려울 거 같아..“

 

”그 저택... 거기로 가서 녀석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

 

아키의 말로 인해서 밤의 일족에 저택이라는 정보가 추가로 입수가 되었다. 

확실하건 거짓이건 떡밥은 일단 다 물고 봐야한다. 

혹시 모르면 일단 거기로 가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뭐...? 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 아니지 ? 밤의 일족은 워낙 힘이 쎄서 기사단 인원들도 쉽게 체포 못하는 정령들인거 너도 모르지 않을거 아냐 ?!“

 

”그래도 그 녀석들이 달링에게 나쁜 짓이라도 하여서 달링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 때는 이미 늦은게 아닐까 ? 뭐라도 일단 해봐야 해.. 그냥 여기 있는다고 아무것도 해결되지는 않을거야 !“

 

”진정해. 지금 들리는 바로는 구원자님 구출을 위해서 태양 및 검은매 기사단을 일단 2중대 정예로 나눠서 밤의 일족 저택 소재를 파악하는데로 보낸다고 했어. 그러니까...“

 

”그것을 언제까지 기다린다고 !! 소재 파악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잖아 !“

 

”너가 어떻게 거길 가게 ? 간다고는 해도 너 혼자서 물리칠 자신은 있고 ? 밤의 일족에는 처형인 쌍둥이 정령들도 있는데 너가 감당할 수 있어 ?“

 

그 말에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들어보니 밤의 일족이라는 소속에는 강한 녀석들이 있는 모양이다.

허나 지금으로써는 가만히 있어야되나 싶어서 일단은 꼬리를 내려보기로 했다.

 

”하... 알겠어. 일단은 소재 파악하는데로 달링이 구출되기를 빌어볼게.“

”잘 생각했어. 괜히 너 홀로 갔다가는 오히려 구원자님만 크게 상처입을거야. 그러니까... 기사단을 믿고 기다려보자.“

 

아키는 나를 생각해서 위로하였지만 나는 점점 암울해질 뿐이었다.

일단 아키는 돌아갔다. 허나 이대로 방치해두었다간 달링의 신변만 위험해질 뿐이다.

산에 가야 호랑이를 잡는다하지 않는가. 뭐라도 나라도 일단 부딪혀야한다.

 

계획을 세워보려고 일단 평소보다 의상실 운영을 종료하고 팻말에 ‘개인사정으로 5일간 휴무’라고 내걸었다. 

옷을 의뢰한다면 종이에 직접 적어서 문에 걸린 봉투에 담아달라는 멘트도 덤으로 말이다. 

그리고 종달새 숲이던 호숫가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허나 밤의 일족이라는 녀석들 특성상 대놓고 저택을 노출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이틀하고도 몇 시간을 돌아다녀봤는데 날이 이제 슬슬 어둑어둑해지고 있고 체력이 방전되려하였다.

식사도 안하고 무대포로 움직였기에 점점 한계를 맞이하여 돌아가려고 했었다.

 

‘하... 역시 혼자서는 안되나. 기사단이 언제 움직일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달링을 내가 직접 구해야하는데...’

 

스스로를 자책하며 다음을 기약하겠다고 마음 먹고 돌아가려던 찰나,

뭔가 멀리서 대저택의 형태가 눈에 들어왔다.

 

‘신기루이기만 해봐라... 진짜 다 죽일거다..!!’

 

마지막 희망을 가지면서 그 형태로 다가갔는데, 다행히 큰 저택이 나타났다.

게다가 저택 앞에 팻말에 ‘밤의 일족’이라고 적혀져 있는 것이 아닌가 !!

마침내 찾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허나 저기에 달링과 그를 납치한 그 노란 머리의 여성 정령이 있을거라 생각하니 옛날 내가 떼어놓았던 그 살의의 감정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냐 위험해.. 전기톱도 안가지고 왔는데 맨주먹으로 뭘 할 수는 없을거야. 조금만 기다려줘 달링... 미안해, 너무 늦어져서..’

 

일단 에버폰으로 지도를 켜서 지점을 클릭해두고 저장해두었다. 또한 저택의 사진도 5장 정도 촬영하였다. 

설사 저택이 발이 달리진 않으리라 생각하고 다음날 바로 쳐들어가겠다 생각하고서 돌아갔다.

 

다음날이 되었다. 이제는 결전의 날이다. 다만 내가 저지른 사건을 생각하면 저들을 죽여선 안 되었다. 오로지 겁만 줘서 위치 정보를 파악해내야 했다.

일단 전기톱 2개를 챙겼고 혹시 몰라 독을 묻힌 바늘들도 20개 가량 챙겨서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출발하자. 기사단보다 일단 내가 먼저 도착해야되니 얼른 가야겠어. 조금만 기다려줘 달링.. 오토하가 곧 사랑하는 달링을 구하러 갈테니까 부디 무사해줘..!’

 

그렇게 대장정을 떠났다. 어제 확인해둔 지점으로 가니 다행히 저택은 그대로 있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내 손에 잡힌 전기톱을 만지작거리며 나는 저택의 문을 발로 차서 열었다.

 

”실례 좀 합시다.“

 

기선은 제압해두어야 했기에 목소리를 평소보다 더 낮게 깔고 문을 열었다.

복도는 휑했다. 아직 녀석들이 활동하기 전인가 싶어서 별 의심하지는 않고 들어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저택의 문이 쾅 하고 닫혔다. 허나 뭐 상관없겠지. 달링을 구출한 이후에 다시 열면 되니까.

 

”달링 !!!!!“

 

달링을 불러보았다. 허나 달링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마 다른 방에 감금되어서 말을 못하게 될 확률이 높을텐데 일단 복도를 조금씩 걸어갔다.

허나 걸어가던 와중에도 주변이 아무래도 이상했다. 

보통 같으면 침입자라고 바로 뛰쳐나올 녀석들일텐데 왜 아무도 안 나오는거지 ?

 

하고 생각한 그 순간-

 

”여기는 밤의 일족 저택이다. 너 뭐하는 녀석이냐 ?“

 

상당히 공포가 담긴 목소리가 내 뒤에서 들려왔다. 

순간 거기에 움츠러 들었지만 그래도 뒤를 돌아보았는데, 왠 보라색 피부에 화려한 모자를 쓴 여성 정령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당신은 뭐야 ? 여기 주인이야 ? 밤의 일족 저택이라더니 당신이 여기있는 거 보면 맞겠네.“

 

”발칙하게 여기를 기어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너 제정신이 아니구나 ? 원래 침입자면 죽여버리는 것이 원칙이야. 여기에 너가 원하는 것은 없어. 썩 저택에서 나가.“

 

”후훗. 나에게 명령하는거야 ? 난 달링을 찾으러 왔어. 안그래도 달링이 여기에 잡혀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왔는데 말이지. 어디 있는지 불어. 안 불면 너 공범으로 여기고 해치워줄게.“

 

”어머나, 달링이라니, 겁도 없어라. 여기에 나 혼자만 사는건 아닌거 알텐데 ? 여기에 처형인까지 불러서 너를 심판하고 재앙을 안겨줘야겠구나 ?“

 

이 여자... 상당히 위압감 있다. 허나 내가 밀리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밀린다면 내 목숨 보전은 물론이고 달링은 그대로 죽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달링의 위치와 그 노랑 머리 녀석 정보만 말하면 될 일을 왜 일을 복잡하게 만들까 ? 보아하니까 너, 달링을 힘들게 하고 있는데 안그래도 예뻐보이는 너를 잡아가서 모델로 삼아야겠다.“

 

”기회를 기어코 걷어차는구나. 넌 결코 여기서 살아남지 못할거야. 멜브 쌍둥이 처형인들아 ? 너희들 할 일이 있다.“

 

그와 동시에 내 앞에 왠 똑같이 생긴 정령 둘이 망치와 도끼를 각각 들며 나타났다.

뒤에 보라 녀석 앞에는 쌍둥이. 순식간에 사면초가가 되었다.

 

”비올레트한테 경고를 받고도 안 나가다니 너 배짱 한번 좋구나 ? 처형인인 우리가 온 이상 넌 아무것도 못할거야. 브라이스, 처형 준비해.“

 

”예의를 갖추고 말이라도 했으면 우리가 들어주기라도 했을텐데... 나는 예의를 중시하는데 당신은 아무래도 그렇지 못해보이네. 멜피스, 나는 준비가 되었어. 각오해. 아름다운 양갈래 머리의 당신.“

 

결국 전투 상황까지 왔다.

뭐 어쩔 수 없나. 정보를 얻으려면 이 녀석들과 전투를 해야할 수 밖에.

그렇게 생각한 나는 전기톱을 뽑아 가동시켰다.

 

”그래 원한다면 어디 들어와. 달링에게는 너희들 겁 좀 주느라 늦었다고 둘러대야겠네. 자 그럼 덤벼라 !!“

 

(中-1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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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 변경 (구원자 > 오토하)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지는 중...아마 中-1까지는 갈지도 ? 전투가 밤의 일족 인원들 > 가넷 순으로 이어갈 듯.


*벌써 연말이네. 시간이 참 빠르다.. 해 넘겨서 완결 지어볼지도..


*항상 글 읽어주어서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