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글이지만 메인 스토리 요소가 들어가있기에 스포주의 요망

*실제 메인스의 케이린이 아닌 현재의 자신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끼는 케이린으로 설정 (꿈 내이기도 하고)

*꿈과 같은 다른 세계선에서 나누어볼 수 있는 인간 대 인간으로써의 대화.

*언젠가 그들이 이런 대화로 서로 이해하고 포용할 날이 올까 싶지만 그럴 날은 전혀 안 올 거 같아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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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오늘도 밀린 공무와 게이트 현상을 정령들과 처리하느라 나는 녹초가 되었다. 

방주에 도착하여 시간을 보니 어느새 새벽 2시 30분이 되었다.

또 다시 출근해야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몇시간 자지는 못할 것 같다.

 

“조금이라도 더 자고 출근해야겠다...”

 

그렇게 간단히 세수하고 불끄고 바로 침상에 누웠다. 언제나처럼 침상의 푹신푹신한 느낌 때문인지 나는 바로 눈을 감고 잠들었다.

 

“으음....”

 

왠지는 몰라도 왠지 이상하리만큼 오한이 느껴져서 눈을 뜨게 되었다.

눈을 떠보니 뭔가 이상했다. 나는 침상에 누워있지 않았다. 이상한 기운에 바닥을 보니 왠 큐브들이 발광하는 거리에 누워있었다.

 

“어...? 여기가 어디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방주 내의 나의 방에 비치된 물건들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어둠에 삼켜져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럴려니 하겠지만 아무리 암순응이 되어있어도 물건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해... 여기서 나가야겠는데...”

 

그리고 나는 잠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평소에 내가 입는 복장으로 누워있었던 것이다.

메피를 비롯한 정령들의 이름도 불렀으나 응답 자체가 없었다. 불안감이 더욱더 커져만 간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허리춤에는 지팡이가 달려있었다는 것이다. 적들이 나오면 일단 이걸로라도 해결을 봐야할 것 같다.

 

일단 몸을 일으켜 일어나서 천천히 걸어보았다. 다행히 큐브가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었기에 지진이 일어난다던가 하여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지팡이를 만지작거리면서 계속 걸어가보았는데, 반대편에 왠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뭐지...? 나말고 누가 또 여기로 떨어진건가 ?”

 

적일거 같아서 허리의 지팡이를 움켜쥐고 조금씩 이동해보았다. 

그 사람의 형체는 나의 움직임을 감지한 것인지 그에 맞춰서 따라 내가 있는 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렇게 점점 격차를 좁혔으나 나는 사람의 형체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케이린 파우스트...?”

“드디어 이곳에 왔구나, 정령들의 구원자여.”

 

반대편에서 오고 있던 사람은 무려 인간의 왕 케이린이었다.

아니 어째서 나와 평행선을 달리는 자가 왜 이 공간에서 나와 마주한 것인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간은 벙쪄있다가 참 적이었지 하고 깨닫고 바로 지팡이를 들려고 했다.

그러나 케이린도 내가 공격하려는 것을 안 것인지, 그녀의 말 한마디에 내 행동이 무력화 되었다.

 

“‘‘멈춰라’”

“큭 제길 ! 몸이 말을...!”

“기다려, 지금 여기서 너와 싸우고 싶지는 않아 !”

 

뭐 ? 나와 안 싸우겠다는건가 ? 

분명 그녀는 나와 완전한 대척점에 있는 그야말로 불구대천 적인데 왜 그러는거지 ?

일단 싸우기를 원치 않는다고는 하니 지팡이를 집어넣었지만 경계심을 가득채운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어쨰서지 ? 당신은 분명 나를 죽이고 싶어할텐데.. 내가 당신에게 방해될텐데...?”

“왜냐하면... 다른 정령놈들이었다면 죽였겠지만, 너는 일단은 인간이다. 그래.. 확실히 아폴리온의 목줄을 채우겠다는 계획을 산산조각 낸 것은 분하나,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을 비롯해서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다. 너도 나에게 하고자 하는 말들이 많지 않겠느냐 ?”

“그럴수야 있겠지만... 혹시 이 공간을 당신이 만들어낸건가 ? 나는 아무것도 눈치챈 것이 없었는데, 나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

“사실 메피스토펠레스 녀석이 운석에 메타트론 호를 충돌하는 동안 내 휘하와 그대의 휘하 정령들 모르게 네놈 머리에다가 술식을 하나 걸어두었다. 언젠가 그대가 잠들고 나서 꿈에서 나와 이렇게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려는 목적이었다. 아폴리온을 납치할 때 등장했던 너에게 관심을 가졌으니 말이다.”

 

믿을 수 없다. 메피가 일전불사로 운석을 막아내는 동안 나에게 술식을 걸어두었다니..

그녀는 분명 자신의 휘하 정령들에게 운석을 막아내라고 고함치고 있는 모습을 보았었는데, 기척도 없이 나에게 다가와 술식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나에게 관심을 가졌다니, 뭐 두 인간의 상봉이라 신기한 것인가 싶기도 하였지만 머릿 속은 좀체 내용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일단 이야기를 이어가보기로 했다.

 

“당신이 인간의 왕이고, 내가 구원자라서 말인가 ?”

“그렇지. 너도 그렇지 않은 것이냐 ? 같은 인간이 서로 다른 사명으로 만난 것인데, 아무래도 너로써는 우리의 첫만남부터 그대가 지키려던 자를 눈앞에서 빼앗기는 상황에서 마주했으니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당연한거 아니겠어 ? 유리아 납치를 비롯해서 모든 게이트 현상과 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너가 지시한 것을 고려하면 너를 용서할 건덕지는 남아있지도 않아 !”

“그래... 확실히 그렇겠군. 너에게는 핑계라고 들릴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줄 수 있겠느냐 ? 내 휘하 놈들도 그렇고 네놈을 사역하는 정령들은 들으면 어차피 이해하지는 않겠지만, 그대는 나와 같은 인간이지. 인간의 왕과 구원자의 입장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써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케이린이 나와의 이야기를 원한다. 그녀가 마음에 담아둔 또다른 이야기가 있는 것일까 ? 

지금의 그녀에게서는 확실히 적대감은 있지 않았다. 일단은 마음을 놓고 들어도 될 것 같지만 수틀린다면 바로 지팡이로 공격해서 죽일 것임을 마음먹었다.

그래도 일단 서 있던 여파인지 다리가 너무 아팠다. 케이린에게 제안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물어보기로 했다.

 

“당신이 그렇게 나와 이야기하길 원한다면... 나도 이야기를 들어줄게. 다만 지금 이 공간에서 서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야.”

“물론이다. 애초에 자리를 만든건 나다. 그리고 아까 너에게 말하지 않았느냐, 싸우고 싶지 않다고.”

“그럼... 계속 서있는 것도 다리 아플텐데, 앉아서 이야기 해줄 수 있을까 ? 당신 다리 아픈거 같은데.”

“아,아픈건 아니다 !! 허나... 너의 호의를 받들도록 하지.”

 

왠지모를 말투에서 츤데레가 느껴진 것 같지만 그냥 기분 탓일 것이다.

아무튼 그녀가 먼저 앉고 자기 옆에 앉으라고 톡톡 옆을 쳤다. 그에 반응하여 나 역시 앉았다.

그녀가 잠시 말이 없어 초점 잃은 눈으로 바닥을 보았다. 생각이 정리가 안된건가 싶어서 잠깐 두었지만 그래도 물어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

 

그 물음에 그녀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한참 동안 말이 없었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사명이라는 건... 역시 기분이 나쁘게 느껴지는구나.” 

“그건 어째서지 ?”

“조금 긴 이야기가 되겠지만... 옛날에 나에게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었다. 정령술사를 선택했던 날, 이후부터였을까. 나는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하면서 미래를 함께 이끌자고 했었다.”

“‘선택받은 사람’이라니... 대체 어떤 의미이지 ?”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옛날 나는 어머니로부터 정령술사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만 한다고 들었었지. 이후의 어떤 목소리로 보면 미래를 이끌어 갈 하나의 선도자 내지 개척자 정도라고 이해하고 있었지. 허나 그런 나와 같은 정령술사들이 많았던 것일까 ? 어느 순간부터 나처럼 정령을 사역하여 돌아다니는 녀석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었던 것이었던걸까 ?”

 

그렇게 말하고 케이린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알 수 없겠으나 대강 그녀가 나처럼 정령술사를 맡아오면서 벌어졌던 일련의 안 좋은 사건들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그녀가 어머니를 언급했는데 어머니라면 파우스트 박사일 것이다. 그 박사가 케이린한테 정령술사의 역할을 맡겼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게 정령술사로 역할을 다하고 있었지만, 일부가 미래를 위함의 사명을 망각한 채로 목줄을 채워서 어느 새부터인가 계속 정령을 통제하며 활보해다니더구나.”

“유리아에게 채우고 술식을 걸려했었던 그 목줄을...? 그 목줄을 채우면 해당 정령은 어떻게 되는거지 ?”

“목줄을 채우고 술식을 부린다면 정령들은 반항 자체를 못하게 된다. 전문적인 용어로 하자면 정령술사와 생각이 ‘동기화’ 된다고 할 수 있겠지. 아무튼 그리하는 녀석들이 많아서인지 자신의 사욕을 위해서 점점 같은 인류의 터전을 빼앗은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었다.”

 

‘자신의 사욕을 위해서’

이 말을 들으니 문득 잊혀진 영웅의 유적에서 오벨리스크에 새겨진 파우스트 박사의 전언인 ‘인류는 과욕을 부려서 지구를 떠났다. 그들의 죄는 절대 용서받지 못하리라“ 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그것이 말하는 내용이 어쩌면 방금 케이린이 말한 것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이 트리거가 되어서 아폴리온이 인류를 모두를 멸망시켰다는 이야기가 된다.

케이린은 계속 이야기하였다.

 

”그러다보니 점차 정령술사인 나에게도 ’정령들이고 정령술사들이고 다 죽어버려라‘ 라던지 ’너희들 때문에 내 도시가 다 불타버렸으니 책임져라‘ 등 여러 폭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었다.“

”맞다고는 못해도 내 추측 상으로는 정령술사들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당신도 거기에 참여했었던 적이 있었던건가 ?“

”없다고는 할 수 없구나. 변명으로 들릴 수는 있겠지만 한 때 한 정령술사가 다른 자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았다. 허나 그를 말리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하게 전투가 발생했고 결국 그 자의 집이 불타버리는 상황이 생겼지. 정령들을 부리는 녀석들은 자신이 강하다고 자만하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었다. 지금은 나도 인간의 왕이라고 하니 그런 면이 있다만..“

”인간의 왕... 당신은 인류를 재건하고 싶은 마음은 진심인거야 ?“
”미래를 선도하는 입장이고 인류를 재건하려면 일전에 살았던 지구가 환경에 적합하였으니까. 아폴리온 녀석이 운석을 떨어뜨려 벌인 참극에 대해서 나는 그녀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구에는 에덴이라는 정령들이 만든 세계가 있었기에 그들의 세계를 없애야했으니.“

”반은 진심이 아닌 셈이네.“

”선택받은 자로써 그 역할은 다 해야했으니 반은 어쩔 수 없이 해야했었다. 앞서 언급한 폭언들을 떠올리면서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인류의 재건을 계획했었지. 정령들에게는 침략자라 할지라도 인류에게는 개척자가 될 거였으니. 그건.. 구원자 네놈도 마찬가지 아닌가 ?“

”무슨 말이지 ?“

”그대도 여기에 처음 왔을 때 ’구원자‘라는 직위를 들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구원자‘라는 것이 뭔지 몰랐을지라도 여러 차례 내 쪽에서 일으킨 게이트 상황을 비롯해서 실제로 나와 첫 대면 때 그 직위가 가진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알았겠지.“

”확실히, 구원자 라는 것을 들었을 당시에는 갑자기 나를 구원자로 칭한 것이 당황스러웠었어. 그들의 기원을 되찾는다는 것도 알쏭달쏭 했었고. 아케나인 영주로 취임했을 당시에도 돌이킬 수 없다면서 게이트가 터지고 당신을 마주했을 때 그 때서야 깨달았던거지. 내 사명은 당신을 막고 이들을 지켜내야한다는 것을 말이야.“

 

그말을 들은 케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을 하는 끄덕임인지는 알 수 없겠으나 나는 내가 느꼈던 것을 전달하였다.

’구원자’... 솔직히 말하면 어리둥절했었다.

어디선가 들려온 갑작스러운 메피스토펠레스의 구원 요청, 유리아와 다른 정령들을 비롯한 모든 정령들로부터 칭송받아오는 ’구원자‘.

솔직히 나도 어떤 것이 맞는지는 지금도 알 수가 없다. 다만 게이트 현상 그리고 케이린 파우스트와 흑기사 등과의 전투를 비롯해 진화한 인류에서부터 정령을 구하라 라는 것은 명확하였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도 그녀처럼 폭언을 들은 것은 많았다. ’아케나인 영주와 아케나인 성당 수녀 간 이간질 사건‘이 그 대표적이었다. 그것 때문에 한동안은 구원자이지만 정령들을 굉장히 혐오스러워하는 아이러니에 빠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이들의 구원 요청에 답해야했다. 그렇기에 나는 내 생각을 다시 정리해 그녀에게 말하였다.


- (下)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