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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KT 위즈는 내 계정 닉네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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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KT 위즈. 정령들을 구원하고자 현재 아케나인에서 영주를 맡고 있는 유일한 인간이다.

최근 게이트 상황이 잦아졌으나 그건 늘 있는 일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아우렐리아 도시연맹 쪽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계속적으로 관측되고 있었다. 이 전에 지난 정령연합군 회의에서 라리마의 정령연합군 탈퇴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었다.


'이제 곧 저는 제가 짜놓았던 계획을 실현할 예정입니다. 아 그런데 정령연합군은 관여 안하셔도 됩니다. 굳이 정령연합군을 끌어들인다면 계획에 차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니까.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라리마가 말한 그 계획이 뭔지 영 수상하단 말이지. 정령연합군이 관여 안해도 된다는 것일거면 뭔가 혼자서 큰일을 하겠다는 건데...

그러다가 사건이 하나 터졌었다. 타브리아에서 헤이즐에게 암살자가 들이닥쳤었는데 다행히 헤이즐의 왕실 문 앞에서 체포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암살자를 보냈던 곳이 아우렐리아였던 것이다.


게다가 심지어는 트로이카에 천사형 정령을 무려 10기나 보내서 일부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전보까지 들어왔다.

다행히 천사형 정령들을 진압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트로이카의 무수한 병사들과 민간인들이 죽었다고... 이쯤 되면 이제 아우렐리아는 정령연합군을 탈퇴하는 것이 기정사실이 된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솔레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특히 내가 구원자로 있는 만큼 더더욱. 즉 나도 타겟이 된다는 말이다.


그런 생각을 계속해서 하는 요즘에도 나는 평소와 같이 영주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칼라르 쪽의 군사적 지원 관련 협약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무실 쪽의 창문이 하나 깨지면서 수상한 정령 한 기가 내 집무실로 들이닥쳤다.


"뭐...뭐야 ? 왜 갑자기 창문이...! "

"당신이...구원자구나 ? 예상 범위에 있을거라고는 예측하고 있었는데 역시 라리마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였네 !"


그 수상한 정령을 보니 과거 이집트의 파라오를 연상하게 만드는 복장을 하고 있었고 옆에는 투탕카멘으로 보이는 무기가 허공을 떠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라리마님 이라고 했었지. 그렇다면 라리마는 지금 이 정령에게 나를 죽이라고 보낸 것이 확실하다.


"너는 누구지 ? 아우렐리아에서 보낸 암살자인가 ?"

"오... 역시 구원자라 그런가 눈치가 빠르네. 하지만 영주의 성 주변에 병사들은 왜 이렇게 다 약체인걸까 ?"

"설마 경비병들을 전부 죽인건가...!"

"정답 ! 구원자를 만나러 왔다고 하였는데 경비병 한 명이 내 허리춤에 뭘 차고 있냐고 갑자기 딴소리를 하길래 그 소리를 못하도록 전부 허수아비로 만들어줬지. 자 이젠 당신 차례야. 라리마님께서 나에게 내려주신 명령인만큼 나는 당신의 목을 가져가겠어."


그렇게 그 여성은 허리춤에 달린 단도를 빼서 나에게 다가오는데 갑자기 집무실 문 밖에서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검은매 기사단의 병사들이었다. 아무래도 집무실 창문이 깨진 것과 영주의 성 경비병들의 시신을 보고 바로 뛰어 들어온 것이 분명하였다.


"구원자님 !! 무사하신가요 ?! 잠깐 저 정령은..."

"...뭐야, 아직 잔챙이들이 남아있던건가 ? 이거야 원, 금방 끝날 수 있는 임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지연되겠네. 당신은 거기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단도를 나에게 던졌다. 워낙 빠른 속도로 날아온 터라 제대로 피하지 못하였다 !

몸을 뒤늦게 틀었을 때 단도는 이미 내 배에 와있었다. 그대로 단도는 내 복부를 뚫었다. 


"크아아악 !"

"구원자님 ! 너... 구원자님을 해치려는 자,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


그것을 본 병사들이 놀라면서 즉시 그녀에게 일제히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반대편 허리춤에서 단도와 몇 개의 비수를 꺼내더니 모두 병사들에게 던졌다.

그녀가 던진 무기들은 모두 나를 호위하러 온 검은 매 기사단 병사들에게 명중하였다.


"으아아아악 !"


공격을 받은 병사들이 바람에 날리는 갈대처럼 우수수 쓰러졌다. 가히 놀랄만한 공격 속도였다.

병사들을 간단히 처리한 그녀는 이윽고 싸늘하게 웃으며 시선을 나에게로 돌렸다.


"장난감들의 향연인가. 너희들은 내 옷깃도 못 건드리지. 아, 그런데 2분을 허비해버렸네. 이 책임까지 합해서 구원자, 당신을 지금 여기서 끝내겠어"

"크윽... 이렇게 간단히 죽지는 않을거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여기서 죽는다고 할지라도 라리마도 아우렐리아도 결코 이 죄가 덮어지지는 않을거야 !"

"그게 당신의 묘비명이 될거야."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단검을 꺼내 양손에 쥐고 맹렬한 기세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도 질세라 허리춤에 있는 지팡이를 뽑아서 그녀의 공격을 몇 번 받아내었으나, 아까 전 복부의 치명상으로 속도가 나오지 않았으며 인간의 스펙을 뛰어넘는 정령에게 내가 이길 수 있을 가능성은 만무하였다.


검을 몇 번이나 튕겨내기도 했지만 그녀의 공격이 워낙 눈에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옷이 찢어지고 몸 이곳저곳에 크고 작은 상처들 상관없이 너덜너덜해지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윽..."

"하하하 ! 이제 한계인건가 ? 하지만 어떡하지 ? 나는 아직 체력이 반도 안 깎였는데, 역시 구원자는 인간, 특히나 천사와 악마 정령들 을 가릴 것 없이 포함하여 아주 강한 아우렐리아 정령들에게 당신이 이길 확률은 그야말로 0이지. 허나 이렇게 고군분투 한 것은 칭찬해주지. 단 그것이 구원자로써 마지막 칭송이 될거야."

"..이러고도...니들이...영웅이 될...거...같아...?"

"응 ? 그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 ? 그건 아무래도 좋아. 지금의 나는 라리마님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암살자니까. 아 내 소개가 너무 많이 늦었네. 죽기 전에 내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죽는 것이 예의겠지. 나는 타샤. 아우렐리아에서 최고에 버금가는 암살자이지."


여자의 이름은 타샤. 타샤라면... 저번에 들은 적이 있었다. 저번에 트로이카에서 천사형 정령들의 테러가 있을 당시 수상에게 암살자를 파견했었다는데 그 암살자 이름이 타샤였었다. 설마 트로이카 수상 암살에 실패하니 라리마가 타겟을 나로 바꾼 것이 사실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만신창이가 된 나였기에..누군가가 오지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이제 내 소개도 마쳤으니, 그 목을 나에게 주길 바라, 짧은 만남이었지만 더는 안 봤으면 좋겠네, 잘 가 구원자 !"

'윽... 제발 누군가가...'

"구원자 !"


그렇게 타샤가 단도를 내 목에 내리치려 하는 순간 집무실 문 쪽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나도 타샤도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구원자 ! 오늘도 점심밥 얻어먹으러 왔어~ 점심밥 사줄 거...어 ?"

"으윽 !"


에일린이었다. 그녀는 스페이드 길드장으로 저번 공허의 보석 찾는데 협조를 해준 이후로 가끔 '밤의 비서'라나 뭐라나 나를 도와주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그녀가 찾아왔다.

상황 파악 못하고 웃으며 딴소리부터 하는 것은 여전하다. 요즘 길드 밥벌이가 안되어서 나에게 밥 사달라고 조른 적이 많았었지. 그런데 지금의 상황을 보고 에일린은 정신을 차린 듯 하다.

이윽고 그녀가 표정을 무섭게 바꾸며 타샤에게 을씨년스럽게 보며 말하였다.


"너... 뭐하는 녀석이야 ? 구원자가 만신창이가 된 것은 너가 한 짓임을 명확하게 증명하고 있네. 그리고 그 단도를 가지고 구원자에게 뭘하려고 하는거지 ?"

'뭐지... 인기척도 없었는데, 대체 정체가 뭘까, 이 녀석은.'


에일린의 등장에 타샤가 몸을 잠깐 뺐고, 에일린이 다가오며 나에게 상태를 물어봤다.


"구원자, 많이 아파 ?"

"에일린... 어떻게 여길... 뭐하러..."

"당연히 점심밥 얻어먹으러 왔지~ 요즘 길드 애들 밥벌이 안되서 고생 중이라고 했잖아. 그리고 사준 값은 내가 갚겠다고 했고."

"지금 상황에... 점심밥 이야기를... 하는... 니 머릿 속이... 궁금하네.."

"칭찬으로 알고 있을게 ? 그나저나 이 상처... 참 많이도 다쳤네. 차라리 도움을 요청하지 그랬어. 손가락 살짝 ! (툭) 아파 ?"

"아악...! 살짝만 닿아도 아프니... 손가락 치워...!"

"구원자님 !!"


또 누군가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클레르와 린지였다. 아무래도 영주의 성에서 벌어진 상황들이 모두 상부에 보고가 된 모양이다.

그렇기에 유리아가 전 기사단에게 구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라고 했겠지. 이제서야 오다니... 그래도 안심해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에일린..?"

"뭐야... 기사단이 전원 왔네 ? 구원자가 이 지경이 되고도 늑장을 부리는 것은 아니지 않아 ?"

"윽... 할말이 없군... 그래도 너, 저 여자와 한 패는 아니지 ?"

"뭐~? 넌 나를 그렇게 보는거야 ? 실망인걸, 린지 ? 뭐 아무래도 좋아. 구원자 데리고 멀리 도망가. 저 녀석, 구원자 암살 명령 받고 온 것 같으니까."

"에일린.. 당신은 어쩌려고 그러는 거죠 ?"

"나 ? 당연히 저 녀석을 처리해야지. 그간 점심밥 얻어먹은 것도 그렇고 많은 도움도 받았으니 이젠 좀 은혜를 슬 갚을 때가 온 것 같아서. 참 구원자 ? 무사히 가 있어. 얘 처리하고 나면 나중에 나 뷔페 한번 쏴줘야 한다 ? 약속했다 ?"


이런 상황에서도 뷔페를 언급하며 약속했다니... 뭐 그런 점이 에일린이기도 하지. 이번 만큼은 그녀에게 맡기기로 했다.

나중에 에일린한테는 그 빚을 갚을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다.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에일린 역시 미소로 화답했다.

그렇게 나는 클레르와 린지의 부축을 받아 영주의 성 밖에 있는 마차를 타고 현장에서 벗어났다.


"그럼 이제... 당신과 나 이렇게 두 명 뿐이네. 어때 ? 계획에 제동이 걸린 그 느낌은 ?"

"하... 쉽게 해치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구원자를 호위하려고 하는 놈들이 많네 ? 뭐 상관없어. 당신만 처리하고 나면 구원자 이동 경로 파악은 쉽게 할 수 있으니까. 그럼... 실력을 한번 볼까 ?"

"꺄하하 !! 나라고 아주 우습게 보는구나 ? 좋아~ 당신의 운을 내가 한번 시험해주겠어."


그렇게 말하며 에일린과 타샤는 서로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순간 집무실 내 공기가 차가워졌다.

허나 서로 바라보는 눈빛은 오히려 강렬하여 마치 먹이를 사이에 둔 맹수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듯 하였다.

그리고 타샤가 먼저 선제 공격을 가하였다.


"이제부터는 살육전이다. 너는 굉장히 빨리 끝내줄게."

"오, 생각보다 빠른 편이구나 ? 체력 안배는 염두해두고 하는 거지 ?"


타샤의 단도 공격을 에일린은 요리조리 피하였다. 그리고 에일린 역시 지지않고 타샤에게 공격을 휘둘렀다.


"너만 칼 쓸까 ? 나도 칼 사용자거든 ? 받아라 !"

"크윽 !"


칼날이 맹렬히 맞부딪힌다. 두 정령 모두 무기를 칼 위주로 사용하는 자들이라 그런지 칼 사용에는 능수능란하였다.

허나 스피드 면에서는 타샤가 더 우위였다. 아까보다는 몇 단계 업그레이드한 속도로 타샤는 에일린에게 연속 공격을 가하였다.


"우와...!"

"흐아아아아아 !"

"굉장히 무섭네, 소름 돋아 ! 하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두근거려 !"


하지만 에일린 역시 여기에 지지는 않는다. 타샤의 공격 스피드가 빠르다고 하지만 에일린의 회피 능력은 그 스피드를 무마시킨다.

자신의 능숙한 회피로 타샤의 공격을 모두 피해낸 뒤 순간의 틈을 파고들어 타샤의 후방으로 이동하여 그녀의 허리춤을 잡았다.


"어때 ? 이건 예상 못했지 ?"

"어, 언제 뒤로...?!"

"구원자를 암살하려고 한 그 죄를 내가 바로 심판해줄게 !"


이윽고 에일린은 타샤에게 백드롭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이곳에 순순히 당할 타샤가 아니었다.

타샤는 그 순간을 노려 에일린에게 단도를 휘둘렀다.


"웃기지마 !"

"엇...!"


타샤의 단도가 에일린의 뺨을 스쳤다. 그 뺨에는 긴 흉터가 남게 되었다. 그 순간 에일린은 타샤의 허리춤을 잡고 있던 손을 놓게 되었다. 


'너 솜씨는 제법하는구나 ? 괜히 암살자가 아니야. 멋모르고 주책부리다간 훅가겠어.'

'그래도 상처는 입혔네. 하지만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야. 빠른 연속 공격을 저리도 다 피한 모습... 훈련이 매우 잘 되어있잖아 ?'


서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 타샤가 잠시 무기를 내려놓고 에일린에게 말을 건넸다.


"내 이름은 타샤야. 뭐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우렐리아의 암살자이고. 싸움 중이지만 통성명을 하는게 예의일 것 같아서. 그래도 죽기 전에 내가 누구한테 죽었는지는 알 수 있겠지. 너의 이름은 ?"

"아, 나 ? 나는 스페이드 도둑 길드의 길드장 에일린이야 ! 요즘 벌이가 안되서 구원자에게 의탁하는 꼴이 좀 우습긴 해도 싸움은 정말 내가 1타라고 자부해도 모자라지 않는다고 ?"


그 말을 들은 타샤가 재차 에일린에게 달려들었다. 아무래도 '1타'라는 말에 버튼이 눌린 것이 틀림 없었다.


"1타 좋아하시네. 어차피 구원자는 내 손에 죽는 게 확정인데 뭘 그리 자만하는거야 !"

"곧 나한테 죽을 애가 말이 많네. 닥치고 여기서 쓰러져줘 ! 그래야 내가 성과를 올려서 길드 애들 살리지 !"

"하아압 ! 목표물이 두 명으로 늘었어 !"


그렇게 집무실 내에서 두 정령의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었다. 서로 맹렬히 칼날을 휘두르고 그에 따라서 집무실 내의 책상이 부서지고 꽃병이 깨지는 것은 물론 피해갈 수 없었다.

그렇게 싸우는데 에일린이 칼을 바로 잡고 은신을 사용, 타샤에게 혼란을 주었다.


"뭐야.. 어디로 갔지 ? 이상한 술수 쓰지 말고 당장 나와 !"

"너 스피드는 빠른데, 의외로 회피에 자질이 없네 ?"

"으아앗 !"


타샤의 혼란을 틈타 에일린이 다시 한번 타샤의 뒤로 가서 허리에다가 무릎킥을 꽃아넣은 것이다.

순간 타샤가 휘청이지만 에일린은 그녀가 정신 차릴 틈을 주지 않고 재차 공격을 넣었다.


"아까는 내가 방심했지만 이번에는 너가 방심하는구나 ! 받아라, 구원자에게 직접 전수받은 복부차기 !"

"커어억 !!"


에일린의 발차기가 타샤의 배에 직격했고, 타샤는 충격으로 인해 한참을 날아가더니 집무실 벽에 강하게 부딪혔다.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된 것에 타샤는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다시 털고 일어났다.


"우와...너 그래도 길드장의 체면은 있어서인지 꽤 하는편이네 ? 이 암살자인 나를 이렇게 만들 줄이야.."

"꺄하하, 너 일부러 멀리 날아갔구나 ? 하지만 그게 너에게는 꽤 손해일텐데, 뭐하러 쓸데없는 짓을 하는거야 ?"

'얼른 와라... 너에게 줄 한 방은 이미 다 갖춰놨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만신창이인 타샤에게 칼을 만지작거리며 다가가는 에일린이었지만 타샤 역시 에일린에게 큰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순간 타샤가 비수를 들고 에일린에게 달려들었다 ! 


"으아아아 ! 너의 목도 기념품으로 따주마 !"

"네가 뭘 하던 나에게는 이미 다 보인단다 ?"


타샤가 비수를 에일린에게 날카롭게 휘둘렀다. 그 비수는 정확히 에일린의 목을 겨냥하였고 에일린이 피하였지만 비수의 끝이 에일린의 목을 스쳐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에일린이 자신의 칼을 타샤에게 휘둘렀다.


"오 제법인데 ? 그렇다면 나는 너의 목을 가져가야겠다 "

"내가 이런 것도 못 피할 줄 알고 ?"

"스피드는 빠른데... 너 연속 공격을 잘 피하지는 못하는구나 ?"

"끄아악 !"


에일린의 공격을 쉽게 피하는 타샤였으나 오히려 에일린의 연속 공격에 빌미를 주고 말았다.

그녀가 칼을 휘두름과 동시에 타샤의 목을 손가락을 강하게 찔러넣은 것이다. 급소를 공격하였기에 타샤는 정신이 순식간에 아득해졌다.


'뭐...이런 괴물 같은 녀석이 있는거지..? 역시 길드장이라는 것이 한몫하는건가... 내가 순식간에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데..! 저 녀석의 공격 패턴은 격이 달라. 원패턴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다재다능하게 움직이잖아...!'

"자 이제 끝인가 ? 그러게 건드릴 사람을 건드려야지. 구원자를 해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거든. 자각한다면 이 내가 친히 사형을 지금 여기 구원자의 집무실에서 친히 집행해줄게 !"

'여기서 에일린의 칼에 당하는 순간 패배 확정이야... 그렇다면 라리마님을 뵐 면목이 없어...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야하는데... 어 ? 빈틈이...!'


그렇게 에일린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던 타샤에게 칼을 내리치려는데... 갑자기 타샤가 각성하여 에일린 복부에 단도를 휘둘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에일린의 복부부터 가슴까지 긴 상처가 났다.


"어...? 꺄아아아아악 !!"

"하하... 내가 이렇게 쓰러질 줄 알았어 ? 이젠 내 차례야 !"


치명상으로 인한 출혈 발생으로 에일린이 상처에 손을 갖다대려는 찰나에 타샤는 다시 여러차례 단도를 내질렀다.

상처 지혈로 칼을 떨구었기에 맨손으로 막다가 그만 타샤의 단도에 왼쪽 손의 손가락이 4개나 잘리고 말았다.


"아아악 ! 손가락이...!"

"자 이제 한 손은 못 쓰게 되었네. 그동안 너에게 많이 어울려 주었으니 마지막 일격을 가해주지 !"


그렇게 말하며 타샤는 구두쪽에 숨겨둔 구슬을 하나 쥐고 에일린에게 내질렀다.

하지만 에일린은 단순한 구슬이라 생각하고 이를 막아냈다.


"그냥 구슬만 가지고서는 나를 못 해치울텐데 무슨 생각일까나...?"

"이게 그냥 구슬로만 보이나 보네 ? 후회하게 될거야"

"뭐야..."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타샤의 손에 움켜쥔 구슬은 사실 폭탄이었던 것이다. 

그 폭발로 인하여 타샤와 에일린은 서로 강하게 날아갔고, 집무실 창문 쪽 벽도 터져버렸다.


"그럼 잘가 !!"

"크아아악 !!"


그대로 에일린과 타샤는 벽에 강하게 부딪혔다. 하지만 타샤는 부딪히기 전 부드럽게 착지하였다.

반면 에일린은 타샤의 공격과 폭발 그리고 벽 충돌 3콤보로 인해 완전히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거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너 때문에 내 오른손이 날라갔네. 어떻게 책임질거야 ?"

"하...아... 구두에 폭탄을 숨겨놓다니... 너 의외로 독종이었네."

"뭐..뭐야, 어떻게...!"


하지만 놀랍게도 에일린이 다시 일어난 것이었다. 그 동안 구원자에게 받았던 은혜를 갚겠다는 일념이 그녀를 일으켰던 것일까.

타샤는 경악하였다. 그렇게 치명상을 주고 폭탄까지 터트렸었는데 오히려 죽지도 않고 다시 일어났으니 귀신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손가락 잘린 내 왼손을 내주었네. 그래도 구원자 앞에서 폭발을 일으키지 못한 것이 차~암 다행이야. 이제 당신, 나에게 쓸 무기도 없지 ?"

"제길...! 폭발 전에 그 손으로 막을 줄이야 !!"


단도도 비수도 모두 사용한 타샤에게 에일린을 막을 수 있는 방도는 없었다. 

그리고 에일린은 그걸 알아채고 바로 남은 힘을 다해서 타샤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타샤 ! 그래도 너 꽤 잘 싸우더라 ! 너에게 달린 장신구와 너의 목은 내가 비싸게 팔게, 잘 가 ! 정의의 칼 공격 !!!"

"꺄아아아악 !!!!"


에일린이 타샤의 목에 칼을 강하게 휘둘렀고 타샤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타샤는 그렇게 무릎을 꿇었다.

쓰러지는 순간 타샤는 생각했다.


'아... 에일린, 그래도 꽤 잘 싸우는 상대였네. 역시 괜히 길드장이 된 것은 아니었어, 싸워서 승산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일 줄이야... 그래도 뭐 상관 없어, 마지막 순간에 저런 강자와 겨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니까.... 라리마님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이 임무는 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네요.'


그리고 타샤는 더이상 미동이 없게 되었다.


그들의 전투 동안 나는 치료를 받으며 피신해있었다가 다시 구급대 일부 인원들과 함께 영주의 성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참혹한 광경을 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바로 뛰어 올라갔다. 에일린이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 나를 지켜주었는데, 죽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였다.

집무실에 도착한 나는 쓰러진 에일린과 이미 숨이 끊어진 타샤의 시신을 보게 되었다.


"에일린 !!"

"아.. 구원자, 왔구나... 나 이겼어... 구원자를 지켜서, 은혜를 갚았어.. 이제 구원자, 나한테 뷔페를 쏘겠지...?"

"구급대가 곧 올거야, 더이상 말하지마. 넌 날 지켜줬어... 정말로 고마워..."

"하하... 울지마 구원자... 치료 받고... 다시 얼굴 보자..."


그리고 곧 바로 도착한 구급대가 에일린과 타샤의 시신을 싣고 옮겼다. 언젠가 에일린이 완치하여 일어나게 된다면 이젠 내가 은혜를 갚아야겠노라 생각했다.

의외로 조커처럼 활약한 에일린. 한편 암살자 타샤의 임무 실패와 동시에 사망 소식까지 전해졌을 때 라리마는 분노하여 칼을 더욱더 갈았다.


'구원자...쉽게 죽지는 않는구나. 그래, 어디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면 계속 발버둥 쳐봐라. 내 계획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라리마의 계획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들. 아우렐리아와 다른 국가들 간의 갈등은 점점 점입가경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