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일단 나는 이번 메인스토리가 불호에 가까움.


원래 에버소울 스토리가 좀 급발진하는 경향이 전체적으로 있지만 이번에는 그 문제점이 극대화된것 같음.


문제점 3가지를 지적하자면 다음과 같음.



1. 여전히 공기인 주인공

주인공 구원자가 지금까지 딱히 활약한게 없고 관찰자 정도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스토리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이나 노력, 희생을 한건 없음. 오히려 주인공다운 희생은 캐서린이 하는것 같음.(결계 유지하려 왕관에 자기 생명력 갈아넣음)

게다가 지금은 그냥 케이린 포로 겸 따까리 신세인데, 타브리아에 땅의 등대 지키려 갔는데 악령 아드리안에게 포착되서 죽을뻔한거 남들이 도와줘서 간신히 살고 등대도 결국 박살남. 이쯤 되면 얘는 대체 뭘 위해 존재하는건지, 진짜 에덴에 필요하긴 한건지 의문임.

정령들 입장에서도 구원자라고 온 놈이 여왕 납치되는거 못막더니, 그 여왕 납치한 놈들과 손잡은 골때리는 상황임. 고위 간부들이야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납득하겠지만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입장에서는 당장 구원자 끌어내리자고 들고일어나도 할말이 없을거임.


2. 각인이 안되는 신규 인물들

이번 챕터에는 타브리아의 황제 헤이즐이 비중있게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명령 내리다가 타샤한테 암살당할뻔하는 조연 수준임. 게다가 아드리안의 경우 주인공은 아드리안과 친하다는 설정인데 정작 아드리안이 메인스토리에서 주인공과 만난건 이번이 처음이라 아드리안 인연스토리 안한 사람은 안타깝다기보단 그냥 쟤는 또 뭐하는 앤가 정도밖에 생각이 안듬.

니케나 블루아카같은 다른 캐릭터 수집 오덕겜을 보면 메인스토리 상에서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거나, 반대로 도움을 받거나, 갈등하지만 극복하는 등의 서사를 통해 자기 존재감을 쌓음. 예를 들어 니케는 새 캐릭 하나 나올때마다 관련 서브 이벤트 스토리를 내서 얘가 뭐하는 캐릭터고 주인공과 어떤 관계인지 알려줌. 블루아카는 스토리 내에서 아리우스 소대가 주인공을 죽을 위기로 몰아넣는 모습을 보여줘 충격을 준 후, 그들 나름대로의 고통을 피폐물 수준으로 보여줌으로써 유저들에게 얘네는 그냥 적이 아니라 구원해야 할 히로인들이다라는 사명감을 줌.

그런데 에버소울에서는 그냥 설정상 친하다는 인물이 갑툭튀하다가 얼마 안지나 공기가 되는걸 반복함. 당장에 메인스토리 초반에 나온 페이렌 숲지기들 지금은 언급도 안됨. 스토리 초반에 미리암이 주인공 경호하는 역할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나온 적이 없잖음. 메피는 그래도 자기희생이라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주인공이 이후 메피에 대해 뭐라 언급도 거의 안하다보니 비중이 낮아짐. 즉, 에버소울에서 메인스토리에 나오는 애들은 죄다 존재감이 반짝 했다가 소멸되고있음.


3. 복선 없이 난데없이 벌어지는 급전개

이번 스토리의 가장 큰 문제는 이것 같음. 스토리 마지막에 아드리안이 부활한 베히모스와 대치하는데 난 처음에 아드리안이 세뇌 풀렸거나, 케이린이 입력해놓은 명령 같은건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드리안이 두명 이라고 함.(...) 아니, 왜 갑자기 아드리안이 둘로 갈라진건지 이해가 안되는게 무슨 복선이나 관련 암시가 있던 것도 아니고 설정상으로만 아는사이던 신캐가 갑자기 둘로 나뉘어진거임?

작년 여름이벤트에서 아드리안이 3명이 되긴 했어도 그건 작중 내에서 비비안이 설명을 해줬고, 아드리안 인연스토리 한 사람들은 아드리안이 번아웃 오고있다는걸 알고 있으니 쉽게 납득할 수 있었음. 그런데 이번 스토리에서는 전개가 타락한 아드리안이 주인공 일행 두들겨패고 있는데 갑자기 지하에서 다른 아드리안이 분신술이라도 쓴 것처럼 갑툭튀하는 황당한 상황임. 정말 납득도, 이해도 안되는 전개임.

차라리 악령 아드리안이 등대 박살내려고 할때 다른 정령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 구원자가 흑기사랑 싸울때 한것처럼 신체강화하고 막으려다가 배에 구멍뚫리고, 그 상태로 아키 인연스토리에서 한 것처럼 정령계약을 아드리안에게 덮어씌워서 세뇌를 풀어버리는 스토리가 나왔다면, 유저들은 '이놈이 이번엔 밥값은 하네' 정도의 호평은 했을거임.


그나마 이번 스토리에서 세계관이 확장된 것은 좋지만, 그 세계관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것 같음. 당장에 이번에 나온 타브리아랑 베헤모스만 해도, 타브리아는 그냥 전투력 강한 나라라는 언급만 나오다 전장에서 치고받는 장면만 나오면서 넘어가고, 베헤모스는 얘가 어떤 존재이고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고 그냥 봉인된 짱짱쎈 거대괴수 정도로밖에 안보임.

솔직히 요즘은 에버소울의 일본 진출이 걱정됨. 오덕문화의 본진이 일본이다보니 일본쪽 오덕게임들은 스토리랑 몰입감을 상당히 중시함. 그런데 지금 이 메인스토리로 일본 유저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걱정됨. 우리나라 오덕겜 중에서 일본에 진출한 건 많지만 실질적으로 흥행 성공한건 니케랑 블루아카 정도임. 라스트오리진처럼 니케랑 블루아카만큼은 아니지만 그 다음 선으로 스토리 좋은 게임조차 큰 흥행을 한건 아니고 코어팬 형성과 현상유지정도밖에 못할 정도로 일본 오덕겜 시장은 눈이 높음.

부디 에버소울 메인스토리가 다음 스토리부터는 제대로 나아가면 좋겠음. 주인공이 주인공답고, 상황에 몰입할 수 있고, 인물들이 애정을 받을 수 있는 게임이 되어야한다는 거임.


추신 : 김철희 PD님, 혹시 이 글 보시고 상처받으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유저로서 이런 상황을 알리긴 해야 할것 같아서 글을 쓰니 이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