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 너머로 이어진 길은 저택으로 이어진 길보다 덜 우호적이었다. 동작 감지조명들이 빈틈없이 빼곡하게 이어져 있었다.


니나 윌리엄스는 동작 감지 조명들을 주의 깊게 살피며 혹시 모를 다른 움직임을 살폈다. 조용했다. 의뢰인이 준 정보대로 별도의 경보장치는 없는 것 같았다.


“천만 달러 치곤 너무 허술한데. 모리무라 타쿠로.”


니나로선 오랜만에 돌아온 본업이었다. 셀럽으로서 벌어들이는 금액도 나쁘지 않지만, 고용되어 목표물을 제거하는 일에 비할 바는 아니다. 무엇보다 특기를 맘껏 발휘할 수 있다는 데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시시해.”


니나는 기업의 의뢰를 선호했다. 마피아나 조직의 의뢰는 너무 개인적이고 협소하다. 반면 기업은 액수도 크고 의뢰가 미치는 여파도 크다. 성공 뒤에 느끼는 충족감에서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의뢰, 사업 경쟁자인 일본인 부호를 제거해달라는 요청에 건 기대가 제법 컸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굴지의 부호면서 세간엔 알려지지 않은 막후의 실력자. 


천만 달러의 목. 짜릿한 충족감을 기대했다. 


그런 녀석이 이 정도로 허술할 줄 누가 알았을까? 

경호원 하나 없이 뻔한 위치의 CCTV를 지나 동작 감지조명. 웬만한 야쿠자들도 이보단 대비가 충실했다.


니나 윌리엄스를 고작 이런 일에 고용하다니. 자존심이 상해 살짝 부아가 치밀 정도였다. 뭐, 아무래도 좋아. 천만 달러면 상한 기분 달랠 정도는 되겠지. 


문득 허술한 녀석을 지금껏 제거하지 못해서 자신에게까지 차례가 돌아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지 못한 무언가가 있나?’


푸른 눈동자가 어둑한 밤공기를 가르고 저택 주변을 훑었다. 여전히 걸리는 건 없었다. 무수한 실전으로 단련된 니나의 육감은 예민한 정도를 넘어 예지에 가깝다. 이 정도로 숙고하는데 보이지 않는다면 없는 게 맞다.


누구의 인생에나 한 번씩 찾아오는 행운이라는 놈이 이번엔 니나를 택한 모양이었다. 


검은 슈트로 감싼 육감적인 몸이 땅을 박찼다. 동작 감지조명이 미처 깜빡이기도 전에 암살자의 몸은 저택 안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완벽한 적막이 저택을 감싸고 있었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자 그림자가 드리운 긴 복도가 나왔다. 복도는 다시 텅 빈 홀로 이어지고 홀 반대편 끝에서 희뿌연 빛이 새어 나왔다.


주먹에 힘을 주고 천천히 빛이 인도하는 곳으로 다가갔다. 크고 둥근 방은 높은 천장과 윤기 흐르는 마호가니 바닥 사이에서 원형을 띄고 있었다. 


정중앙 테이블엔 포도주잔. 목표는 테이블 옆 소파에 있었다. 니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모리무라 타쿠로.... 정말 초현실적으로 못생겼군.”


사진으로 얼굴을 익혀뒀지만, 실물을 보니 미화된 결과물이었다. 모리무라의 외모는 이쪽 세계 사람인 니나마저 뒷걸음치게 할 만큼 추악했다. 


그 막대한 자산을 갖고도 양지에 나오지 않는 이유가 짐작되고도 남았다. 세상에 저토록 소름끼치는 외모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추하다든지, 구역질이 난다든지 하는 말은 모리무라의 인상을 제대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뜨뜻미지근한 표현이었다.


작은 키는 아니나 그 이상으로 배가 튀어나와서 산란기 두꺼비를 연상시켰다. 목과 턱밑도 모자라 눈에도 살이 쪘는지 눈알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거무튀튀한 저 얼굴이 도화지라면 화가는 자격을 박탈해야 마땅했다. 제멋대로 생긴, 멍청하게 헤 벌어진 입과 흙빛 입술. 눈에도 살이 쪘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눈동자.


그런 몰골을 하고 히죽히죽 웃어대는 꼬락서니를 보니 소름이 끼쳤다. 임산부에게 저 얼굴을 보여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총이든 뭐든 무기를 가져올 것 그랬다. 손으로 목을 졸랐다간 무언가 나쁜 게 옮을 것 같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이미 엎지른 물. 그렇다면 빨리 끝내고 가는 수밖에.


“인생에 낙이라곤 없을 것 같은 꼬락서니인데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해.” 

 

저택에 침입할 때와 같이 니나의 몸이 바닥을 가볍게 찼다. 니나의 장기는 골법. 단숨에 접근해 신속하게 급소를 타격해 죽이는 방식을 선호한다.


가벼운 바람 소리가 들렸을 때 이미 니나의 손이 모리무라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저항은 전무. 예상 못 한 미인 암살자의 등장에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생에 미련이 없나?


두툼한 목 위에 손가락이 닿았다. 기분 나빠. 빨리 힘을 주어 마무리 해야겠다. 


“앗!”


무언가 눈치챈 니나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목표물의 목과 소매에서 분홍빛 가스가 일제히 분출되어 암살자의 눈을 가렸다.


급히 물러나 입과 코를 막는 니나. 


“이 가스는....”


모리무라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육중한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비릿한 웃음소리와 함께. 


“독가스는 아니니 안심해. 제압용 마비 가스야. 니나 윌리엄스를 상하게 할 순 없지.”


“내가 올 걸 알고 있었나?”


“물론. 천만 달러짜리 의뢰를 한 사람이 나니까. 속인 건 유감으로 생각해. 하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콧대 높은 윌리엄스 양이 날 찾아줄 것 같지가 않아서.”


“무슨 속셈이지?”


대수롭잖은 어투와 달리 가스의 효력은 니나가 알던 것들과 차원이 달랐다. 이미 시야가 흐려지며 지독한 현기증이 몰려왔다. 손발도 굳어 말을 듣지 않았다. 


미시마나 마피아들과 일하며 각종 상황에 대비해 훈련받은 니나조차 이렇게 단시간에 숙련된 격투가를 제압할 수 있는 비살상 가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


“대체.... 정체가.....으읏”


의식이 몽롱해져 말을 잇기 쉽지 않았다. 가죽 슈트로 감싼 육감적인 몸이 맥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모리무라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니나에게 다가갔다. 특수제작한 이 가스는 신체의 통제권을 박탈할 뿐 의식까지 완전히 빼앗지는 않게 설계되었다.


지독한 어지럼증과 마비에 시달리겠지만 앞으로 자신이 당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진 않는다. 쓰러진 니나를 안아 방 한편에 마련된 침대로 데려갔다. 


다른 여자들처럼 바로 작업에 들어가진 않았다. 

니나 윌리엄스를 흔해빠진 여자들과 똑같이 취급할 순 없다. 

작은 눈을 최대한 치켜떠 완벽히 무력해진 여체를 지긋이 살폈다.


니나는 슈트 상의를 다 잠그지 않았다. 모양도 크기도 완벽한 가슴의 윤곽과 사이의 협곡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크고 탄력 있게 솟은 그것이 금방이라도 슈트를 뚫고 나올 것만 같아 자신도 모르게 다리 사이가 부풀어 올랐다.


모리무라는 홀린 듯 니나의 몸을 쓰다듬었다. 

가슴의 형태, 따뜻한 체온, 탄탄한 아랫배. 살아 움직이는 최상의 여체를 만끽했다. 


충분히 음미했다 싶으면 아래를 향했다. 

군살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엉덩이는 가슴만큼 아름다웠다. 가는 허리에서 갑자기 부풀어 오른 팽팽한 엉덩이와 그 엉덩이에서 뻗어내린 다리의 조화는 거장이 진심으로 빚은 예술품에 가까웠다. 


니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과연 니나는 몽롱함 속에서도 의식을 잃지 않았다. 왠만한 여자라면 즉시 기절하거나 공포에 질려 공황에 빠졌을 텐데 아름다운 얼굴에 나타난 감정은 적개심과 혐오뿐. 공포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까지 몰리고도 변함 없이 굳건한 용기와 담대함은 니나가 얼마나 강인하고 자존심 강한 여성인지 증명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니나를 원한 이유. 


단순히 아름다운 여자가 흔하다. 미인이자 냉혹하고 대담하고 강철같은 의지를 갖춘 암살자라는 이면이야말로 니나의 진짜 매력이다. 


그런 여자가 자신만을 바라본다면 그 성취감은 얼마나 대단할까?


슈트의 지퍼를 조금 내렸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 희고 커다란 가슴이 모리무라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누운 상태에서도 형태가 전혀 무너지지 않았다. 


몸을 살짝 들어올려 슈트를 허리까지 내렸다. 허리 아래로 틈으로 얇은 팬티 한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슈트와 마찬가지로 검은색인 팬티는 속옷 본연의 기능보다는 시각적 기능이 돋보이는 것이었다. 부드러운 비너스와 엉덩이를 두 개로 가르는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자기 몸의 매력을 잘 알고 과시할 줄 아는 세련된 여자다. 한층 맘에 들었다. 


한 손은 니나의 가슴에, 다른 한 손은 여전히 슈트로 가려진 델타 지대에 얹은 채 눈을 감았다. 


팬티와 슈트로 덮여 있음에도 니나의 그곳에서 따스한 열기가 피어올라 얼굴로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절대 서두르진 않았다. 


허벅지 사이 남성은 이미 터질 듯 팽창해 아플 지경이지만 지금은 차분히 음미할 때였다.


손이 하얀 가슴 위 연분홍색 첨단과 둥글고 탄탄한 엉덩이로 이동했다. 무술로 단련된 허벅지가 가늘게 경련을 일으켰다.


다시 눈을 뜨고 니나의 표정을 확인했다. 아아, 저 타는듯한 눈동자.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지금쯤 백번 더 죽었겠지. 


다시 엉덩이를 두 손을 잡았다. 뱀이 스멀스멀 기어가는 느낌에 니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직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풋내기 여자들처럼 눈을 감고 비명을 지를 생각은 없다. 일단은 참고 기다려야 한다. 가스가 효과가 떨어지기 전에 놈을 자극해서 좋을 것 없다. 그리고 효과가 다하면... 절대 곱게 죽이지 않으리라. 


모리무라는 여전히 가슴과 하체에 집중하고 있었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감촉과 팽팽한 야성이 공존하는 몸. 그 벅찬 느낌이 좋다. 


아름다운 젖가슴을 마구 주물렀다. 말랑말랑한 감촉이 손바닥에 부드럽게 와 닿았다. 축구공 크기에 고무공 같은 탄력을 겸비한 가슴이 뭉툭한 손안에서 잔뜩 일그러졌다. 


셀럽과 투사, 두 개의 삶을 살아온 니나의 몸은 두 직업이 가진 매력만을 머금어 완벽한 여체로 빚어졌다. 


“기분이 어때? 나쁘진 않지?”


허리를 숙여 아직 수줍음이 남은 젖꼭지에 입술을 가져갔다. 거친 남자의 입술이 보드라운 그곳에 닿자 니나는 자신도 모르게 떨고 말았다. 차가운 소름과 함께 미약한 신음이 잇새로 흘러나왔다. 


“떨리나? 아무리 그래도 조금은 여자다운 면이 남아있었어.”


애초에 니나의 여성스러움을 되찾고 행복을 알려주려 벌인 일. 무의식중에 흘린 여자다운 신음은 모리무라를 더없이 고무시켰다. 


젖꼭지를 다시 머금었다. 얼굴 전체를 부드러운 그곳에 파묻고 혀와 입술로 분홍색 첨단을 자극했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구석구석 눈에 보이지 않는 땀구멍 하나하나를 일깨워주기 위한 애무. 


뚜렷치 않은 발음으로 욕설과 저주의 말이 쏟아졌지만 모리무라의 진격을 말로 막을 순 없었다. 그의 입술이 닿을 때마다 부드러운 피부의 미세한 솜털들이 곤두섰다. 

분홍빛 첨단은 나란히 단단해져 위를 향했다. 그 모든 반응을 눈에 새겨넣은 다음 윤기흐르는 입술을 향했다. 


"연인의 키스야. 니나."


기이할 정도로 못생긴 얼굴이, 두툼한 입술이 점점 가까워졌다. 동시에 퀴퀴한 냄새가 코끝을 찔러왔다. 냉방 시설 불량한 무술 도장에서 맡을 수 있는 시큼털털한 악취. 수많은 이용자의 땀냄새가 축적되어 발생하는 지독한 냄새가 모리무라 단 한사람의 몸에서 풍겨왔다. 니나의 눈이 커졌다. 암살자도 사람이다. 여자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생리적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몸을 요동치며 어떻게든 넙적한 얼굴을 떨어뜨리려 했다. 하지만 중독된 몸은 쓰러진 자리에서 손가락 마디만큼 움직인 게 고작이었다. 몸부림에 맞춰 흔들리는 가슴을 본 그의 욕구만 더해줄 뿐이었다. 최후의 저항으로 이를 악물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입술만은 허락하기 싫었다.


"뭐야, 니나. 수줍어하는 거야? 섭섭한데. 니나를 위해 일주일간 모은 체취라고." 


입을 열 때마다 썩은 계란이 떠오르는 역한 기운이 몰려와 속을 뒤집어 놓았다. 토악질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눌렀다. 


"예이. 너무 부끄러워하네. 뭐, 좋아. 처음이니까. 특별히."


꾹 다문 입술을 홀연히 바라보다 그대로 덮치고 억지로 파고들었다.


"우, 으읍!! 우읍!"


바둥대는 여체를 끌어안으며 부드러운 감촉을 즐겼다. 뜨겁고 물렁한 덩어리가 니나의 입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뜨겁고 축축한 한숨이 뺨을 스쳤다.


경악에 잠긴 니나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 채, 모리무라는 큰 뱀 같은 혀로 니나의 입안 구석구석을 범하기 시작했다. 

 

츄읍, 츄읍


너무나 더럽고 기분 나빠서 몸이 떨렸다. 이놈은 씻지도, 양치도 하지 않은건가. 끈적끈적한 침이 머금은 군내는 단순한 침냄새라기엔 너무 지독했다. 닿기만 해도 병이 옮을 것 같은 더러운 액체. 모리무라의 침은 니나의 입안 점막을 용해시키며 용암처럼 꾸역꾸역 식도로 흘러들었다.  


츄읍, 츄르릅. 쮸우우우웃!


입술을 땜과 동시에 강력한 흡입력으로 니나의 혀를 입술로 물어 잡아뺐다. 여자가 펠라치오를 하듯 새빨간 혀를 허궁에 잡아당겨 입술로 애무했다. 억지로 잡아끌어 쪽쪽 빨면서 마치 코팅을 하듯 침으로 흠뻑 적셨다. 혀를 당겨져 뱉지도 못했다. 


모리무라의 입안에서 니나의 입술을, 식도를 거쳐 위장에 안착했다. 일반적인 딥키스와는 다른, 혀를 제2의 성기로 취급하는 애무. 방은 혀를 애무하는 쩝쩝소리와 억지로 침을 삼키며 들리는 꿀꺽 소리로 가득했다. 


악취에 니나의 의식이 끊어지려 하면 비로소 혀를 놓아주고 입술을 거세게 맞부딪쳐 깨웠다. 그리곤 처음부터 다시. 혀를 집어넣어 입안을 유린하고 점막을 녹이다 마지막엔 혀를 잡아빼 침으로 코팅한다. 모리무라의 침을 한컵쯤 들이마셨다 싶을 때까지 똑같은 과정이 몇번이나 반복했다.


"달콤하지? 앞으로 매일 맛보게 될 거야."


츄릅, 츄웃, 쥬우웃! 

읏! 읏! 읏!


뱃속을 가득 채운 침 때문에 대답할 기력조차 없었다. 혼자 만족한 모리무라는 시선을 마주하고 마지막으로 길게 흡입했다. 한참뒤 물방울 튀기는 소리가 들리고 혀가 자유를 되찾았다. 혀가 얼얼했다. 


이제 모리무라의 시선은 아래를 향했다. 가슴을 지나 명치로, 명치를 지나 배로. 마침내 치골까지 이르렀다. 슈트를 발목까지 끌어내렸다.


지금 팬티를 벗기진 않는다. 팬티를 입힌채 달아오르게 하는것도 효과적이니까. 슬쩍 들여다 본 삼각주는 깔끔하게 제모 되어 있었다. 당장은 아니라도 길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균열만 아슬아슬하게 가린 팬티의 천을 위로 힘껏 잡아 당겼다. 두 다리 사이 가장 깊숙한 곳이 사정없이 조여들었다. 바로 그 순간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격한 움직임이 찾아들었다. 아무리 단련된 무술가, 냉혹한 암살자라도 팬티로 가랑이가 조여오는 자극에 대항하는 건 무리였다. 


젖꼭지를 애무할 때와 마찬가지로 모리무라의 손길은 집요하면서도 완급을 알았다. 팬티를 힘껏 잡아당겨 엉덩이에 먹였다가, 그대로 툭 놓아 아마도 니나의 몸에서 유일하게 수줍은 부위일 균열을 거세게 내려치고, 얇은 천 위로 가볍게 쿡쿡 찌르는가 하면 혀로 핥기도 했다.


“아...으읏....윽....”


차라리 기절해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몽롱한 의식을 어떻게든 부여잡은 것이 실수였다. 모든 자극을 깨어있는 채 받아낸 니나의 몸은 주인의 의사를 배반하고 마구 달아올랐다.


팬티가 흥건해졌다. 모리무라의 침만이 아니었다. 전신이 홍조로 달아오르면서 은밀한 장소에서 맑은 꿀물이 새어 나오는 걸 두 사람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자극은 충분한 것 같군. 자, 니나. 이제부터 여자의 행복을 맛보게 될 거야. 집중해야 해.”


“아, 안 돼! 아, 아윽. 절대로.....”


균열을 완전히 드러내고 아까부터 투명한 액체를 쏟아내는 자신의 남성도 해방했다. 크고 탄탄한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거부 반응을 보이는 주인과 달리 엉덩이는 마구 들썩이며 남자의 그것을 바라고 있었다. 엉덩이에서 잘록한 허리로 이어지는 부분을 단단히 쥐고 단 번에 내리꽂았다.


“꺄악!!”


이 째진 비명이야말로 니나의 삶에서 가장 여성스러운 표현이 아닐까? 동굴은 생각보다 좁았다. 매서운 암표범에게 다가갈 수 있는 남자는 흔치 않았으리라.


불타는 머리를 조금씩 조금씩 밀어 넣으며 천천히 아래위로 움직였다. 니나는 혈관이 타오르고 아랫배가 뜨겁게 굳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근육이 수축하며 잔잔하지만 거대한 전율의 파도가 밀려왔다. 모리무라의 것이 뿌리까지 들어가 둥근 가죽 주머니가 니나의 조개와 입맞춘 순간, 깊고 푸른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철의 여인도 더는 무리였다. 완전히 무기력해진 침묵의 암살자는 잇새로 길고 진한 신음이 흘렸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힘없이 늘어진 혀가 보였다. 


3자가 보면 징그러운 미소를 지은 모리무라는 땀과 침으로 번들거리는 니나의 얼굴을 덮쳤다.


흐트러진 모습도 아름다운 얼굴을 통째로 집어삼키기라도 할 듯 까칠한 입술로 니나의 보드라운 입술을 덮었다. 서글픈 신음이 끊어졌다.


감정의 분출구를 차단한 사이 니나의 가장 예민하고 은밀한 곳은 점차 넓어져 갔다.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무참히 깨부수는 거근은 느리지만 사정없이 동굴을 확장시켰다. 


입술을 뺏긴 니나는 육중한 거구에 깔려 몸부림도 마음껏 칠 수 없었다. 모든 자유를 박탈당하고 강제로 밀려오는 쾌락에 던져진 니나는 덜덜 떠는 고깃덩이 이외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 갔다.


“정신을 집중하고 아랫배에서 뜨거운 걸 느끼는 거야.”


“으읍....으....우우...우읍!! 안 돼 안 에 싸는 건... 그것만은....”


자기 할 말만 하고 다시 틀어막아 버려 니나는 정체불명의 신음만 간신히 흘릴 수 있었다. 


하나 입이 자유로웠어도 별말은 못했으리라. 이미 몸도 머리 속도 얼굴도 모두 젤리처럼 녹아내렸으니까. 


막연히 이제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되리란 사실만 짐작할 뿐이었다.


허리와 무릎에 힘을 준 모리무라가 마지막으로 힘차게 전진했다. 이에 맞서 니나의 다리도 꼿꼿이 서서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힘껏 당겼다. 모리무라의 두툼한 가슴에 맞닿은 젖꼭지는 뾰족하게 서서 남자의 가슴을 찔러댔다.


“간다!”


“우우우읍!!!”


진부한 표현이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뜨거운 액체이 니나의 그곳을 가득 메웠다. 뱃속이 가득 차오르는 느낌과 함께 공포, 좌절, 쾌락, 전율. 온갖 감정이 니나를 에워쌌다.


너무나 혼란스러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모리무라는 니나에게 정리할 틈을 주고 싶지 않았다.


“기분 좋지. 이 뜨겁게 차오르는 느낌을 기억하도록 해. 걱정 안 해도 돼. 몇 번 더 느끼게 해줄 테니.”


한바탕 사정을 끝내고도 움츠러들 줄 모르는 남성이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간신히 자유를 찾아 가쁜 숨을 몰아쉬던 입술도 봉쇄되었다.


외딴 저택에서 벌어진 환락의 밤은 저택의 주인이 10번째 사정을 마칠 때까지 쉬지 않고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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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신청했었던거 폴더에서 찾아서 올려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