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만화가 되겠다고 설치고

관련학과도 가고 그랬었는데 사실 그 때까지도 제대로 된 만화 한 편을 완성해 본 적이 없었음.

그림 끼적거리는 게 다였던거야.

그러다 나이차니 군대 갔다와보니 난 그냥 입만 살은 그림쟁이 1이더라.

인생이 이뤄놓은 게 없더라구.

그러니 제대로 된 원고 제작할 줄도 모르고, 포트폴리오가 없으니 만화회사 지원도 못 했지..

그래도 그림은 열심히 그렸던지라 커미션으로 간간히 먹고 살았는데 우울했다. 방구석에서 그림만 깨작거리고 힘들었다하는 자신이 한심해 보이더라.

우울증과 불면증도 쎄게 오고 검사 같은 걸 받으니 위험수치도 높게 나오더라.

사실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모르겠다..라기보단

그냥 열심히 사는 게 답이었다.

약 먹고 만화학원 등록해서 그제서야 그림이 아닌 만화 한 편을 제작해나가고 다음 화도 진행 해보고..그렇게 다음으로 걸어나가는 걸 계속 해나갔다.

그 와중에 퐞격도 알게 되서 열심히 했지. 인생 처음으로 열심히 한 격겜이었어.

살면서 사람 운은 좋은 편이었는데, 퐞격인들도 다들 착했지. 무엇보다 격겜이란 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성취감이 크잖아?

격겜 하면서 고난을 극복해나가는 방식이나 인생의 고난을 극복해나가는 방식이나 별반 다르지 않더라.

그래서그런지 퐞격은 힘든 시절 함께 해 준 게임이라 더 애착이 가고...

아무튼 그런 식으로 격겜 하면서 어찌어찌 좋아하는 만화 그리면서 먹고 살 수 있게 됐다.

꾸역꾸역 주간연재 하는 건 진짜 이게 사람 사는 삶인가? 싶다가도 뒤돌아보니 쌓여있는 연재회차들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트위터에서 되도않는 표절시비 걸려서 억울한 욕도 무지막지 먹어보기도 하고..



그래도 격겜..정확힌 퐞격덕에 힘든 시절 잘 견딜 수 있었다. 

새벽에 일하다 격챈글들 보고 센치해져서 써 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