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환경을 경험하고 자신의 능력을 깨닫다


내가 간병 업계를 경험한 것은 어쩌면 그저 시간낭비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 게임을 그만두고 마작에 열중했다가, 그것마저 그만두고 간병 일을 시작한 덕분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간병은 좋아했지만 스스로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처음엔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다른 사람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취해왔기 때문에 다소 불편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나만의 노력을 하기 이전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먼저 배워야 했다. 게다가 그것은 지금까지의 인생에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간병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다. 2008년의 어느 날 나는 오랜만에 게임을 하게 되었다. 마침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격투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의 신작이 발표되었기에, 함께 오락실에 가자는 친구의 권유를 받은 것이다.


오락실에 가는 것도 거의 3년 만이었다. 물론 신작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서도 예비지식이 없었다. 별로 내키지도 않았지만 권유를 딱 잘라 거절하기도 곤란했다. 이제 난 게이머가 아니라 간병사였으니까.


의욕이 없었으니 압박감도 없었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고, 연습은 물론 지식도 없다. 공백기도 길었고. 따라서 실력이나 결과를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몹시 가벼운 기분으로 게임을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아마 그 나름대로 열심히 게임을 하던 게이머들에게 도무지 질래야 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질래야 질 수가 없다는 수준이 아니라, 다소 어폐가 있겠지만 같은 사람끼리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능력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때 내게 게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재발견을 경험했다. 잘할 수 있는 것, 특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게임과 처음 만나고 17년 이상이 지나, 나는 처음으로 게임을 하는 것에 가치를 찾아냈다. 이 감각은 조금은 전달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물론 스물세 살의 나도 진지하게 게임에 열중했었다. 단지 그 시절의 내게 게임이란 철저하게 파고들거나 혹은 아예 접거나의 양자택일밖에 없다는 가치관뿐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을 관둔 시점에서 지금껏 익혀 온 게임의 지식과 스킬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알 수 없게 되었다. 마작에서 얻은 것도, 승부에서 얻은 것도, 분명 언젠가 쓸 일이 있으리라 여겼지만 구체적으로 활용할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던 것이다. 나는 원래 승부를 벌이는 것이 좋았고, 즐기는 게 특기인 인간이었다. 그렇다면 그것이 일이든 취미든 거기서 성장해나가는 행복을 발견해나가면 그만 아니겠는가.


나는 내가 불편한 환경에 직면하고서야, 처음으로 마음이 가벼워진 것이다.






네 씹 재능충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