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24년 10월.

9월에 열렸던 아크레보에서 2등을 차지해 45점 가량의 포인트를 얻은 김에

태국에 열리는 TGU에서 1등을 해서 145점의 안정권 (+ 가능하다면 온라인 실버 토너먼트의 포인트까지) 얻어

올해 아크 월드 투어에 참가하려는 야심을 품었음.

태국에서 열리는 TGU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SEA MAJOR 둘 중에 어느 쪽을 고를 지 고민했는데

한 달 간격 밖에 안되니 일본 쪽에서도 참가자가 좀 더 적을 거라 판단 + 첫 태국 여행을 즐기자는 마인드로

나도 조금 무리해서 TGU를 준비함.




한국에는 오후 5시에 출발

태국까지는 약 5시간 20~40분의 비행 시간이 예정되었고

일본 가는 거리에 2배는 되는 거리다 보니 목베개도 사고 준비를 나름 해갔다.

그런데 직접 타보니 목이 중요한 게 아니었고

중요한건 5시간 동안 시트에 깔고 뭉개져 있던 내 궁뎅이였음.

그나마 2시간 30분 가량은 자느라 몰랐는데 나머지 시간 동안은 짓눌린 엉덩이의 통증을

어떻게 감당하냐는 것이라 쉬미 간 보는 마스터 마냥 좌우로 몸을 흔들어 압력을 분산시킴.

저가 항공은 비행 시간이 5시간이 되어도 기내식도 없고 물도 유료라서 그 점도 좀 힘들었다.



한국과 태국과의 시차는 2시간 가량이고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9시 20분 경. 입국 심사는 별 다른 문제 없이 무난히 통과함

태국에 도착하니 과연 더운 나라답게 슬슬 찬 바람 부는 한국과는 달리

아직도 에어컨 밖으로 나가면 습하고 더운게 확 느껴졌음.




혹시나 입국심사에 시간이 지체 될 까봐 콜택시를 11시에 신청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남는 시간이 있어서 저녁을 미리 해결하고자 공항 맥도날드에 갔다.

무난한 패스트푸드 픽을 한 이유는 택시 타고 호텔 가는 길에 뭐 잘못 먹고 탈 날까봐 걱정되어서 선택함.

외국 맥도날드는 우리나라의 라지 사이즈 말고 XL사이즈 사이드가 따로 있어서

감튀는 만족스럽게 쳐먹을 수 있었는데 콜라는 그냥 L사이즈 시킬 걸 매번 후회함.



예약해둔 콜택시를 타기 위해 전달 받은 장소로 이동하면 저렇게

각 대행사 별로 예약된 예약자 이름이 적혀있는데.

그 중에 하나를 집으면 현지 담당자가 당사자임을 확인하고

내 사진을 찍어 택시 기사님께 전달한 뒤 게이트 바깥에서 해당 택시 차 번호 확인하고

탑승하면 된다고 안내해주심.



대충 이런 식이다.

밖으로 나가면 어마무시하게 많은 차들과 예약 고객들이 보이고

혹시라도 날 못 보고 지나치진 않으실까 싶어서 히치하이커 마냥 들어올린 채 멀뚱히 서있었다.

태국에서는 라인 앱을 쓰기 때문에 미리 라인 아이디를 파놓으니 간간히 기사님 메세지가 태국어로 전송되었고

나도 그걸 번역해서 대강 알아듣고 태국어로 재번역해서 보내다보니 기사님을 놓치는 일은 없었다.




별 5점 받는 택시기사 특) 운전 중에 말 안 검.


그런데 도중에 아내 분으로 생각되는 분에게 전화가 걸려서

도중에는 의도치않게 현지 태국어 대화를 듣게 되었다. 내용은 전혀 모르지만

대충 현지 어감이라도 익힐 겸 말 없이 듣기만 함.





이번 여행 숙소는 방콕에서도 대회장에서도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는 미라클 그랜드 컨벤션 호텔.

보통 여행 숙소는 무조건 대회장이랑 가까운 걸 선호하는데. 대회장과 공식으로 연계된 방은

비싼 방만 남았고. 여기 호텔에서 대회장까지 걸어서 30분이라면 나쁘지 않은 거리라 생각한데다

구글 기준 4성 호텔로 여러 프로모션이 겹쳐서 1박에 7만원이란 좋은 가격이라 선택함.

(스포 : 대회장 갈 때는 그냥 무조건 택시 탔음. ㅅㄱ)

일반적으로 일본에 갈 때면 무난한 비즈니스 호텔이 1박에 10만원 조금 넘는 수준인데.

이만한 방에 혼자 쓰다보니 굉장히 쾌적하게 지낼 수 있었음.

쌈뽕하게 마련된 룸서비스 메뉴도 기깔나고 (사용은 안했지만) 냉장고 안에 든 호텔 브랜드 생수 (매일 2병 무료)도 인상적이었는데

단점 몇 가지가 있다면

- 욕조가 없음. 개인적으로 욕조에 몸 담그고 푹 쉬는 걸 선호하다보니 아쉬울 따름.

- 카드키 빼면 모든 전력이 차단되는데 거기에 냉장고도 포함되어서 나갔다 오면 보관한 음료수가 시원하지 않음.

- 지내는 동안 바퀴벌레 2마리 발견했지만. 뭐, 솔직히 동남아 여행지에서 벌레 안보는거 기대하는건 좀 그래.

정도 빼고는 여지껏 여행 다니던 중에 가장 좋은 숙소에 묵었다고 체감했다.

특히 퀸 사이즈 침대를 혼자 독차지하는 사치가 기분 좋았음.



아 근데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철로 건너고 육교 건너야 있는건 갈 때마다 부담됐음.

어쨌거나 첫 태국 여행이라 밤 치안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고

날이 덥다 보니 오고 가면 금새 땀이 났지만. 그나마 편의점이 상당히 규모 큰 편의점이었던게 위안거리.

적당히 필요한 음료와 과자 몇 개 집어오고 수면 패턴을 위해 바로 잤다.








씻고 자고 일어나서 호텔 조식 첫 끼. (대충 17000원 가량 했던걸로 기억함)

오전 6시~10시까지 운영해서 넉넉하게 일어나 식사.

의외로 맛있었던건 시즈닝 된 감자. 더 많이 먹어뒀어야 했을 정도로 아쉬웠던건 팬케이크.


TGU 1일차지만 길티기어 종목은 2일차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관광을 다닐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혼자 왔고, 막상 태국에 도착해서 뭐 할지 모르는 와중에 비까지 내려서 그냥 하루종일

호텔에서 컨디션 조절이나 하자는 생각을 했다가.




TGU 길티 종목 참가하는 일본 쪽 선수들 일행에 꼽사리 껴서 같이 관광 다니는 계획을 세움.

바로 일본 쪽 선수 중 LEO 씨에게 연락해서 나도 꼽사리 낄 수 있냐고 여쭤보니 흔쾌히 허락해주심.

그래서 거기 편의점에서 우산 하나만 사달라고 하고 나는 태국판 카카오택시인 그랩 앱으로 콜택시 불러서

방콕 도심으로 출발했다. 택시비는 편도 만 원 정도. 

(스포 : 우산 13000원 가량 했는데 그 날 이후로 단 한 번도 비 안내림. ㅅㅂ 기상 예보는 3일 내내 온댔는데)



택시 타고 가던 중에 본 마리화나 취급 카페.

2022년부터 태국은 대마가 합법이라 이런 가게도 있다고 들었는데.

라스베가스 때도 그렇지만 이런 가게가 버젓이 있는건 볼 때마다 신기하다.

몇몇 가게에서는 금연 구역 표지판처럼 마리화나 금지 표지판을 붙여놓기도 하고.

웃긴건 대부분 마리화나 금지 표지판보다 두리안 금지 표지판이 더 많이 보였다.

좆리화나 < 킹리안 ㄷㄷㄷ




도착한 곳은 방콕 최대의 쇼핑몰 아이콘시암.

사실 위에서는 어딜 갈 지 막막하단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여기 아이콘시암이었는데. 마침 일행들이 찾아간 곳이 여기라 해서 덩달아 방문할 수 있었다.

1층부터 7층까지는 호화 쇼핑몰 다운 세련된 디자인이었는데.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시장은 되게 재래식 시장 느낌을 풍기면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온갖 식재료와 온갖 요리들과 온갖 태국어로 뒤덮여 있었음.



처음에 이 넓은 쇼핑몰에서 일행 찾기 쉽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마침 일행들도 여기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있던 도중이라 연락을 주고받았던 LEO씨가

돌아다니는 나를 바로 발견해 합류할 수 있었다.





나는 호텔 조식 뷔페로 이미 배를 채워서 뭘 더 시키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일행들이 음식 나눠먹는 사이에 한입만 대열에 끼여서 이것저것 먹었다.

위에 있던 랍스터 버터구이가 가장 맛있었고 아래에 만두 같은 것도

양념에 푹 담가먹으니 화자오 맛 같은게 나서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주는 맛이었다.


일행 중에 칼 씨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나물무침을

츠치야 씨는 두리안을 사서 각자 먹었는데.

둘 다 레몬 밈 마냥 심하게 구겨지는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기타 돌아다니면서 찍은 흥미로운 것들.

마지막은 디저트 땡겨서 뭐 먹을까 돌아보다 산 건데.

따뜻한 코코넛 밀크에 데운 바나나와 타피오카를 넣어서 만듦.

여지껏 먹은 것들이 대부분 차거나 미지근한거라 속 좀 데울 겸 따뜻한 걸로 시킴.

차가운 코코넛 밀크 버전도 있는데. 바나나 먹을거면 따뜻한 걸로 먹어야 한다고 추천받은 것도 있고.

코코넛 밀크가 굉장히 맛있어서 가루 걱정 없는 미숫가루(+우유)의 맛이 나서 되게 맛있었다.










일행들과 1층으로 올라와서 전반적인 플로어 전체를 살펴보고

적당히 카페에서 쉬기도 하고 테라스로 나가서 경치도 구경하고

산뜻하게 오전을 즐김.


여기서 일행들의 공통적인 목표는 푸팟퐁 커리를 먹으러 가는 거였고

커리를 먹고 나면 각자 당일 목표가 달라졌는데

A 일행은 커리 먹고 바로 호텔로 복귀. 컨디션 조절을 위해 방에서 쉬면서 손 풀기

B 일행은 커리 먹고 주변 관광 명소. 특히 태국 사원 위주로 방문해서 산책하기 였다.

개인적으로 일행이 있다면 기왕 태국 왔으니 사원 쪽을 가는 것도 생각해볼 법 했지만.

호텔에서 대회장까지 걸어갈 때 루트를 알아볼 겸, 나도 결국 컨디션을 챙겨야 하는 몸이니.

A 일행을 따라가겠다고 이야기하고 다 같이 커리 먹으러 택시에 올라탐.



일행들과 택시 타고 가던 중에 있었던 일 중 기억나는 게 있다면.


- LEO 씨가 '다크네크로는 한국어에 일본어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는데 태국어도 할 줄 알다니 대단하네~'라고

이야기하니까 그제서야 체감함. 나는 ㅅㅂ 태국에 와서 이제껏 머리로는 한국어로 생각하고 번역하지만

입 밖으로는 일본어와 영어만 (태국어는 인삿말과 감사인사만 할 줄 암) 쓰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한 생활 언어는 중요하다는 걸 한 번 더 체감했다.


-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 가다가 LEO 씨가 '다크네크로, 혹시 한국어로 チンチン(친친)은 뭐라고 불러? 라고 물었다.

왜 그런 질문이 나왔는가, 에 대해서 보다 그 때 당시에는 '상당히 익숙한 단어인데. 뭐였지?' 라고 생각한 나는


 

https://youtu.be/-VILgSsesD0



2000년대 인터넷 하던 사람들이면 모를 수가 없는 그 노래 덕분에 깨달았고

곧바로 '좆이요.'를 박자 LEO 씨는 곁에 있던 츠보이 씨에게 '어이, 좆!'을 바로 박으셨다.


-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다가

츠보이 씨가 '저 나름 한국어 잘 알거든요?' 라고 하자마자 LEO 씨가 바로 나에게

'다크네크로, 츠보이 등 뒤에다 단어 하나만 적어줘. 너(츠보이) 이거 맞추면 내가 저녁 산다.'로 이어졌다.

등 뒤에다 단어를 적었는데 받침이 들어가자마자 혼란스러워 하는 츠보이 씨의 표정이 기억에 남았다.

쓸 때마다 '이거 한 글자씩 맞아요?'라고도 했다.

그래도 나도 눈치가 있으니. '우리 모두와 관련 있는 단어' / '네 글자임' 이라는 힌트를 주었지만

꼼꼼이 생각하던 츠보이 씨도 결국 포기하였고 내가 '답은 길티기어 였습니다' 라고 하자

'에?? 아니아니 기루티기어는 다섯 글자인데요??' 라며 잠시 논란이 있었다.





어쨌거나 아이콘시암 만큼이나 존나 큰 쇼핑몰 중 하나인 시암파라곤에 위치한

푸팟퐁 커리 전문점에 왔다. 듣기로는 처음으로 푸팟퐁 커리를 전문으로 다루는 식당이라는데

사실여부는 넘어가고 상당히 맛있게 먹었다. 이번 태국 여행 중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요리였음.







식당에는 중식당처럼 커다란 테이블 중앙에 회전하는 유리 쟁반이 따로 놓여져있어.

게살만 발라진 버전 / 게껍질까지 먹을 수 있는 버전의 푸팟퐁 커리와

곁들여 먹을 밥과 나물 무언가까지 더해서 알차게 먹었다.




맛에 감격해 CM 모델 급 표정 연기를 선사하는 츠치야 씨도 인상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나를 포함한 A 일행은 콜택시를 기다리는데.

뭔가 꼬인게 있는지 대기 지점에서 택시가 오질 않고 뭔가 메세지를 보내는데 태국어고

전화가 걸렸는데 영어로 이야기 하는데다 주변이 시끄러워서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일행은 이내 나에게 스마트폰이 넘겨졌다.

나는 빠르게 두뇌회전을 해서 전체 문장을 해석하기 보다는 가장 중요한 핵심 단어만 포착해서

문맥을 이해하기로 했고

'쇼핑몰' '교통 체증' '바깥' '다른 방향' 만 캐치하고서

대충 대기 지점이 너무 혼잡해서 다른 쪽에 주차해놨으니 그 쪽으로 이동해달라는 이야기로 파악해서

일행들을 이끌고 겨우 택시에 올라탈 수 있었다.


빠른 복귀를 위해 고속도로 이용료까지 붙어서 택시비가 꽤 나온 걸로 아는데.

내 활약을 인정해준 일행들이 내 택시비까지 다 내줬다.



내가 묵는 호텔이 아닌 일행들 호텔에서 내려서 겸사겸사 대회장에 들러

명찰표를 미리 받고 안에는 어떤 느낌이 보러 왔다.

이 건물이 TGU 2024가 열렸던 nt grand ballroom 컨벤션 센터.



대회장 로비에 태국 마사지 받는 부스도 있더라.

주력은 발 마사지고 주문에 따라 어께나 머리 쪽도 해주는 모양.

가격은 15분에 200바트고 30분/45분 코스도 있음 ㄷㄷ





목걸이 받고 입장한 TGU 현장은 이런 느낌. 초입에 '프로와 대전하기' 이벤트 부스가 있고

전반적으로 비좁단 느낌은 없이 무난하게 오고 갈 수 있었다.




이번 TGU 메인 일러스트도 감상하고



미리 와서 캐주얼 매치를 하고 있던 호주의 메탈릭케이크 선수와

같은 나고리 유저로서의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 블리츠크리츠 선수도 만나서 같이 사진 찍었다.




대회장 답사를 끝나고 30분 걸어서 호텔로 돌아갔는데.

미리 조사해두긴 했지만 방콕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횡단보도 건너기가 굉장히 부담됐다.

기본적으로 신호등은 대부분 노란불에서 바뀌지 않아서 '알아서 눈치껏 건너시오' 상태인데

자동차+오토바이가 왕창 지나다니는 동네라 건널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조금이나마 밝은 날에 지나가면 다행인데 어두워질 시간이면 확실히 위험하겠단 생각이 들었음








저녁은 호텔 디너 뷔페에서 해결 (3만원)

4성 호텔 퀄리티에 걸맞는 양질의 요리들이 많아서 맛있게 먹었다.

특히 이런 뷔페에서 뽕 뽑는데 최적은 해산물이라 굴도 새우도 많이 먹었다.

다행히 탈은 안 남.


이렇게 식사 마치고 적당히 시간 보내다가 내일을 위해 취침.








다음 날 C조 경기 시작이 오후 2시 30분부터 시작이지만

헝그리 정신을 위해 아침/점심은 칼로리 바 2개로 퉁침.

그래도 시간이 굉장히 여유로워서 대회장 로비에 하나 있던 굿즈 부스에 방문함.

굿즈 부스 말고는 코스프레 홍보 부스와 레트로 교류 부스 정도.

그림체가 아기자기한게 마음에 들어서 스티커 세트 종류별로 다 달라고 했고

위에 티셔츠 중에서도 길티기어 티셔츠를 샀다. XXL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XL로만 산 게 안타까울 따름



경기는 1라운드는 상대 노쇼로 부전승

2라운드는 태국의 WHH 선수

3라운드는 일본의 포치 더 도그 선수

4라운드는 일본의 LOX 선수와 붙었는데.


무난하게 관리한 컨디션과 더불어

아크레보에서 고보우의 아바에게 털린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해둔 VS 아바 전에 대한 대책들이

마침 지오바나에서 아바로 메인을 바꾼 LOX 씨에게 통해서

좋은 성적을 들고 TOP 12 승자조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이상적인 좋은 플레이를 많이 보여줬었는데

이 날 길티기어에 배정된 방송 경기 일정이 하나도 없던 탓에

보여줄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다.






경기 일정 끝마치자마자 바로 호텔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아까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방에는 욕조가 없었지만 6층 피트니스 룸에 야외 수영장이 있어서

미리 챙겨온 수영복 가지고 한 2시간 동안 물장구치며 놀았다.

마감 시간 전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어서 혼자서 수영장 전세 낸 것 마냥 마음 편히 이용 할 수 있었다.

더운 나라다보니. 이러고 있어도 '아 그나마 좀 시원하네' 라고 생각 될 만큼 무난했음.


겸사겸사 호텔에 있는 태국 마사지도 받으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예약이 꽉 차서 이용 할 수 없다고 통보 받았다.

이건 진짜 받았어야 했는데. 그런 아쉬움이 지금 글 쓰는 이 시점에도 많이 남는다.


저녁도 대충 때우고 결정적인 TOP 12를 위해 이른 취침.





자다 깼는데 유난히 목이 칼칼하다.

일단 입 벌리고 자는 와중에 에어컨 바람을 너무 쐬다보니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다시 잤다.





대망의 TOP 12.

해설을 담당하신 저스틴 웡 선수에게 여유 있을 때 말 걸어보고 싶었지만.

이래저래 대회 끝날 시간에 나는 공항으로 가야해서 말을 걸을 틈이 없었던건 아쉬웠다.


이것저것 준비하고 만날 가능성이 높은 상대 캐릭터 대처법도 정리하고

이번엔 길티기어 종목도 방송으로 나가는 만큼 차분히 마음을 다스리며 경기에 임했는데




1경기 LEO 전 / 마지막 회심의 블러드 레이지 이후 막장 심리 자체가 굴려지지 못한 채 포킹 당해서 2:3 패배

2경기 POKA 전 / 스케이프 고트(분신 깔기) 대처가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서 하단을 너무 내준 나머지 1:3 패배


아무런 임팩트 없이 공동 5등 마무리.

2등이나 3등이라도 했으면 포인트 모인게 아쉬워서 싱가포르 SEA MAJOR 도 욕심내봤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싱가포르 대회는 무조건 1등 하지 않으면 다른 기회가 없기 때문에 (다른 대회는 너무 머니까)

금전적 부담도 커서 마음을 접었다.

이래저래 욕심 없던 아크레보에서는 좋은 성적 거두고

욕심 생기던 TGU에서 목표치 (3등 이내)에 도달하지 못한 게 심적으로 너무 아쉬웠음.




관전 중 에피소드 중에 기억나는 게 있다면 최종 결승인 LEO vs POKA 전에

POKA 선수와 같은 팀인 DRX의 샤넬,무릎 두 분이 와서 열성적으로 응원하셨었다.

태국 여행 중에 유일하게 한국어 대화를 나눴던 때였는데.

무릎 아저씨는 무덤덤하게 '오~' 하는 가벼운 감탄사 위주였지만

샤넬 아저씨는 '그렇지! 거기서 총! 땅땅! 그래! 그거야!' 같은 완전 '그 게임 잘 모르는 삼촌' 리액션이라 웃겼다.




여러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하면서도 마음 속에 남아있는 아쉬움이 잘 풀리진 않았지만.

그나마 손에 쥐어진 메달의 무게를 느끼며 콜택시 불러서 공항으로 돌아갔다.


여기까지는 정말 즐거운데.


귀국하는 동안이 정말 지옥같이 힘들었다.

이 부분은 중요한 내용이 아니니 접는 글 처리
우선 출발 시간은 밤 10시지만. 혹시 모를 교통 체증을 대비해

미리 오후 5시부터 준비해 있었다.

거기까지느 좋은데. 태국 편은 온라인/셀프 체크인이 없어서

2시간 기다리고 오픈 된 카운터에서 무작위로 좌석을 지정받았는데

그게 11A 창가 자리였다.

그리고 창가 자리가 어땠냐면

바로 옆이 오픈되지 않은 어중간한 자리.

여기까지도 수긍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 때 당시 내 몸 상태였다.

앞서 마지막 날에 자다 깰 정도로 무언가 몸에 불편함을 호소했었는데

지금에서와서 생각하면 지독한 독감에 걸려 몸살 기운을 느낀 것 같았다.

밤 10시에 출발하는 늦은 비행기라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는 무조건 자야 했는데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콧물과 그로 인한 호흡 곤란 증세.

안 쪽 자리다보니 복도 쪽으로 나가기도 어려운 위치에다 창문이 바로 옆에 놓여있지 않은

딱 막힌 자리라 폐쇄 공포증 같은 공황 장애를 일으키기 쉬운 환경이었다.

결국 5시간 20분 가량의 비행 동안 한 숨도 자지 못하고 온갖 답답함을 느끼며 내린 뒤

그 새 차가워진 한국 날씨에 면역력 저하 된 몸뚱아리 컨디션이 개박살이 나면서

하루종일 약 먹고 자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결국 다음 날 근무일은 휴무 변경으로 하루 더 쉬었다.

그렇게 요양하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증세가 남아있고 여지껏 빌빌대다가

겨우 가라앉히고 글을 쓰고 있다.

이래저래 저가 항공사 이용하는 와중이면 이후로 장거리 여행 때는

무조건 복도 자리로 달라고 해야겠다.


아무튼 귀국길이 많이 고생이긴 했지만.

그래도 태국에서 지낸 모든 순간들은 엄청 즐거웠다.

비록 좋은 성적을 거두고 오겠다는 각오는 이루지 못했지만.

어차피 아크 월드투어는 매 년 도전할테고.

좋았던 점, 나빴던 점 전부 통틀어서 이번 원정 경험은 내 인생에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줬으니

상당히 보람찬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중에 태국 또 가야지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