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오스 아키라 (大須晶) @ohsuAK 




제 2장 : 라이벌은 '적이 아니다' [환경의 법칙]



6
초보자는
'게임의 본질'을 알고 있다

[Point]
게임은 소중한 것. 나는 그 답을 초보자인 미사키씨에게서 배웠다.
'이기면 된다'가 아닌 다른 시점으로 바라보았던 것은 큰 깨달음이었다



초보자에게 질문받고 감탄했던

예전에 저는 게임의 최신 정보를 누구보다도 빨리 이해하고, 그것을 독점하면서 이겨왔습니다.
그렇기에 게임센터에 가도, 동료와 적극적으로 공략 정보를 교환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친근하게 얘기는 나누지만, 서로 중요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았던 거죠. 중요한 내용은 자세히 얘기하지 않았던 겁니다.
저 뿐만 아니라 대회에 나가는 플레이어 대부분이 어딘지 드라이한 그런 관계로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서 노력하기보다, 모두와 함께 노력하는 환경이 더 강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실감은 매년 더 강해집니다. 생각이 변한 이유는 슬럼프에서 부활하려고 시행착오를 겪던 때,
많은 사람에게 받았던 어드바이스가 제게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떤 이벤트에서 초보자인 분들과 팀을 짰을 때, '앗' 소리가 나는 체험을 했습니다.

그 이벤트는 프로게이머와 초보자가 팀을 구성하여 싸우는 대회로, 초보자는 다른 팀의 초보자와 싸우는 룰이었습니다.
저와 팀을 짰던 미사키씨는 격투게임을 처음 접해본 초보자 중의 초보자.
대회 당일까지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때까지 각각 연습하는 준비기간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그분에게 '점프 공격 작전'을 전수해 드리려고 했습니다.
이것은 점프 공격에서 이어지는 네 개의 기술로 구성되는 연계입니다.
저 나름대로 초보자끼리의 대전을 고려해 준비한 작전이었지만, 예상은 갑자기 빗나갔습니다.
굉장히 열심히 연습을 했지만, 미사키씨의 실력이 늘지 않았던 겁니다.

미사키씨는 격투게임을 아예 해 본 적이 없는 분이었는데, 저는 그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운전으로 말하자면 아직 학원에 있을 상대에게 갑자기 레이스에 쓰는 운전 기술을 가르쳐 준 꼴이었던 겁니다.
저는 그걸 반성하면서, 2개의 기술로 구성된 '앉아 중킥 캔슬 파동권'이라는 기본 중의 기본 연계부터 가르쳐드리기로 했습니다.

그 연습을 하던 중에, 저는 커다란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V'에는 과거의 대전을 열람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ID를 검색하면 누구의 대전이라도 시청할 수 있는 우수한 기능으로, 프로게이머인 저도 매우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기능에 무척 감명을 받았는지, 매일 열심히 리플레이를 시청하고 스스로 생각하고선 질문을 해 왔습니다.

'상대가 이렇게 움직이니까, 이렇게 반응하려고 하는데. 이게 맞는건가?'
'아무리 해도 영상처럼 제대로 공격할 수 없어. 들어가는 타이밍을 공부해도 실패하고. 뭐가 부족한거지?'

여기에는 '음' 하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점프 공격 작전'.
처음에 가르쳐 드리려고 했던 바로 이 '점프 공격 작전'은 상대와의 '수 싸움'을 전제로 한 작전이 아니었습니다.

수 싸움이란,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를 생각하는 것.
일반적으로 점프 공격으로 큰 대미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안이한 타이밍에 공격을 들어가면 대공 공격 (상대의 점프를 격추하는 것)에 간단하게 당하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쪽의 지상 공격을 상대에게 의식시키고, 점프에 분배될 의식을 흩트려 나가는 것이죠.
가라테나 복싱에서도 보디를 의식시키고 안면을 공격하곤 합니다. 그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그에 비해 저의 점프 공격 작전은 상대의 의식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맞히면 큰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점프 공격 연계만을 반복하는 것. 반격을 당하던 말던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상대는 초보자. 언젠가 대공을 실패하거나, 위축되어 가드한다.
그렇기에 상대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공격만을 꿋꿋이 밀고 나가면 먼저 쓰러지는 것은 상대일 확률이 높다.
완전히 의도적으로 수 싸움을 배제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예를 들자면, 안면에 라이트 훅을 맞히는 연습만을 하는 것입니다.
이 훅을 상대로 카운터를 내거나, 가드하고 반격하는 건 초보자에겐 무리다.
그렇게 단정하고, 맞히면 상대를 쓰러트릴 수 있는 공격만을 반복하며 그게 언젠가 맞기만을 노린다.

'명중률 * 대미지 = 결과'입니다. 점프 공격에서 이어지는 연계의 명중률이 낮더라도, 맞히면 큰 대미지를 줄 수 있다.
낮은 명중률은 공격의 시행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커버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명중률은 수 싸움에 의해 향상되지만, 굳이 무시했습니다.
또, 본래 점프 공격은 반격당하기 쉽기 때문에 그 리스크를 계산에 넣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상대가 초보자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다고 치고 넘어갔습니다.
남은 준비 기간과 쌍방이 초보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대전의 수 싸움은 몸에 익힐 수 없겠지.
상황을 보면, 가장 기대치가 높은 작전이었습니다.



효율보다도 중요한 것

그런데 미사키씨의 질문은 저의 생각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초보자 나름대로 상대와 수 싸움을 하는 것에 묘미를 느끼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나오지 않을 질문을 하고 있었던겁니다.
제가 세웠던 작전을 연습하고 있을 때와는 눈빛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는 격투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렇게 느꼈습니다.

저는 '수 싸움은 초보자에게 너무 어려우니까'라며 배제하고 있었습니다.
또 단순하게 '초보자라도 이기지 않으면 즐겁지 않겠지'라며 단정짓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단정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저 자신이 초보자 시대에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점프 킥에서 어둠쫓기'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미사키씨에게 가르쳐 드리려고 했던 작전은,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제 어릴 적과 같은 감성을 가지고 계셨다면, 제 작전을 완성할 때 까지 맹특훈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길 수만 있다면 괜찮았을테니까요.

하지만, 그분이 그분 나름대로 격투게임을 이해하고 즐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제 시야가 좁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게다가 만약 그분이 제 작전으로 싸웠다고 하면 상대인 초보자 플레이어는 과연 어떤 기분일까.
초보자의 어설픔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당하면서 '격투게임은 재미있구나'라고 느껴줄까…….

대전상대뿐만이 아닙니다.
초보자와 팀을 짜서 대전한다는 기획에는 '격투게임을 보기만 하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게 해 주자'는 의도가 담겨 있었을겁니다.
합리성만을 추구한 시합을 보고 '격투게임, 나도 한 번 해 볼까?'하는 생각을 가져줄까요?

이게 초보자 나름대로 수 싸움을 체험하는 방식이라면, 받아들이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지상에 의식을 너무 써서 상대의 점프공격을 보고도 반격하지 못했다면,
'아, 하단 강킥을 너무 잘 써서 거기에만 신경을 썼다. 그러고서 점프로 들어온 거구나'라며 보기 좋게 당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좋아, 이번엔 제대로 신경을 쓰자'라는 마음가짐이 듭니다.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겁니다. 보고 있는 사람도 그 쪽이 재미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프로는 '이기기만 할 뿐'으론 충분치 않다

제가 프로게이머로서 해야 하는 일은 이기기만 하는 것 뿐이 아닙니다.
화면을 통해 대전의 즐거움을 전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무엇을 재미있다고 느끼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역시 화면상으로 어떤 '대화'가 있는 시합이 더 흥이 납니다.
격투게임은 싸움이고,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건 상대가 있기 때문에 성립하는 커뮤니케이션이죠.
저는 미사키씨에게 이기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려고는 했지만 게임의 즐거움, 재미를 알려주고 있던 게 아니었습니다.
그 분 스스로가 게임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게임의 본질을 다시 배웠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에게 단순한 미담만은 아닙니다.
저는 언제나 이기고 싶었고, 강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이기지 못하게 되었던 겁니다.
본질적으로 놀이를 즐기는 감각이나 자유가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승리만 일직선으로 생각하는 방법, 자유의 결여는 약함 또한 품고 가게 됩니다.

'커뮤니케이션', '상대와 마주 보기', '내 생각만 하면 대전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기지 못하게 될 때 까지, 저는 이런 것들을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배우는 순서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미사키씨는 처음부터 그걸 알고 계셨던 거죠.



7
동료에게 듣는
'지적'은 보물창고

[Point]
내가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같이 싸우는 라이벌 덕이다.
솔직하게 지적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성장의 폭은 크게 변한다.



비밀주의인가, 오픈주의인가

혼자서 게임 연습을 하고 있을 때, 확 하고 공략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 기본적으로 가장 가까이 열리는 대전회(플레이어끼리 교류를 위해 열리는 연습의 장)에서 바로 실전에 투입해봅니다.
격투게임 대전회는 매일 어느 회장에서 열리고 있으니, 오늘 떠올린 일을 오늘 바로 시험해보는 스피드감이 있습니다.
대전회는 저에게 연습, 시험의 장일 뿐 신기술을 처음 선보이는 장소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굳이 잘 할 필요는 없습니다.

바로 '아이디어를 검증' 하자마자 투입한다면 실전에서 통할 확률은 당연히 올라갑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에 시간을 잔뜩 들이진 않습니다. 그만큼 몇번이고 대전을 반복합니다.
실전 도중에 사용해보지 않는다면 알지 못하는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라이벌과 직접 경쟁하는 격투게임에서는 기술을 반복하는 것이 곧 상대의 패를 들여다보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대전을 많이 하면 할수록 정보를 라이벌과 공유하는 셈이 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연습이나 대전회에 얼굴을 별로 비추지 않고 갑자기 실전 대회에서 선보이는 '비밀주의'인 플레이어도 있습니다.
그들은 인풋, 즉 기술을 배우는 단계에 시간을 잔뜩 들입니다.

확실히 아무도 모르는 기술은 매우 강력합니다.
격투게임은 기술의 아이디어에 따라서는 강력한 초견살(처음 경험한 사람이 거의 확실히 대응 못하는 기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습으로 선보이지 않는 점은 그 나름대로 합당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디메리트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슬럼프에 빠지기 전의 저도 스스로 얻은 게임의 최신 정보를 남에게 알려주는 것은 디메리트가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온라인에만 치중하고 대전회에 가지 않던 시기가 꽤 길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정보를 공유하면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메리트가 있고, 결과적으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집단'에 비해 확실히 유리해지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 어떤 천재라도 혼자서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의 수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여럿이서 달려들어 모두 같이 생각하는 쪽이 효율이 좋다는 건 자명합니다.

사실, 제가 평소에 같이 연습하고 있는 멤버는 한 해를 통틀어 치뤄지는 프로 투어 대회 8강에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입상합니다.
그것도 혼자만이 아니라, 과반수를 넘을 때도 있습니다.



상대의 무던한 감상이 새로운 발견의 계기가 된다

실제로 스스로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시험해 보면, 생각한대로 잘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완전히 헛발질하는 경우도 있고, 간단한 대응방법이 나오는 경우도 일상다반사입니다.
이런 식으로 제 얕은 생각에 늘 지적을 당하지만, 저는 그 지적이야말로 '보물창고'라고 생각합니다.
대전 상대의 무던한 감상이나 어드바이스가 새로운 발견의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한 번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방송을 통해 e스포츠나 프로게이머를 가깝게 느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코멘트란에는 시청자가 주는 코멘트가 실시간으로 지나갑니다.
시청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격투게임을 함께 즐기는 거죠.
가끔씩은 시청자와 대전을 하기도 합니다.

방송중에 플레이에 대한 어드바이스나 게임 지식을에 대한 코멘트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프로이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거나 약간 빗나간 내용일 때도 있지만,
언제나 '어라?'하는 생각이 드는 코멘트가 지나갈 때가 있습니다.

언젠가, 제가 쓰는 캐릭터인 고우키의 연속기에 대해 어드바이스를 받았습니다. '도발'이라는 기술을 사용한 것입니다.
이 '도발' 자체는 입력도 어렵고 발동속도도 늦어서 실전에서 사용할 기회는 없다고 해도 좋습니다.
애초에 '도발'은 제작사가 장난삼아 설정한 기술입니다.
저도 안중에 없던 기술이고, 코멘트를 주신 분도 어디까지나 장난으로 '이런 것도 있다구'라며 알려줬던겁니다.

방송중에 그 기술을 시험해보고 '헤에, 재미있네'라고 시청자와 주고받으며 즐겼습니다만,
그 후에 특정한 조건이 겹치면 약간의 트릭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쓸 만한 구석은 매우 한정되어 있지만, 알아둬서 손해볼 것은 없습니다.
연습해서 시험해보니 이것 나름대로 효과는 확실한 기술이었습니다.
대회에서 사용한 적도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과의 정보 공유는 어느샌가 제 속에서 만들어진 '보통은 이렇게 되겠지'라는 사고의 틀을 완전히 부수어줍니다.



8
온라인이 아닌
'얼굴을 마주보고' 연습한다

[Point]
나는 매일 전철에 올라 도쿄 각지의 대전회에 참가한다.
온라인에서는 얻을 수 없는 수확이 있다.
그 사실이 '초 귀차니스트'인 나를 움직이고 있다.



어째서 온라인 전성기 시대에 실제 대전회에 나가는가

현재의 격투게임은 게임 센터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동료와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대전하는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곧바로' 대전상대와 의견을 나누거나 '그 장소에서' 관전하고 있는 플레이어에게서 어드바이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또한 대회에선 온라인이 아니라 서로 마주보거나 나란히 앉은 상태에서 싸웁니다.
실제로 대전상대의 숨결을 느끼면서 연습하는 게 실전에 가까운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도 합리적입니다.
이동이나 모이거나 하는 등의 수고는 들지만 그걸 상회하는 메리트가 있는 겁니다.

시즌에 들어가면 매일같이 저 같은 프로게이머나 그에 준하는 레벨의 플레이어가
도쿄의 긴자, 아케보노바시, 나카노의 회장에 모여 대전회로 실력을 갈고 닦습니다.
이 장소는 인터넷, 또는 게이머끼리의 LINE방에서 공지되고, 오고 싶을 때에는 언제든지 올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거의 매일 참가합니다.

서로 얻을 게 있다면 그걸로 좋고, 실력적으로 조금 부족한 분이 참가하셔도 딱히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참가할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기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시는 분은 소수입니다.
'여기 참가한다면 분명 실력이 늘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젊은 플레이어들이 몇명이나 있습니다.

'좀 더 강해진 다음에 가자'
'아직 거기 가기엔 너무 일러'

사양하거나 기가 죽거나. 그런 분위기를 느끼는 분들도 꽤나 있습니다.

만약 제가 같은 입장이었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볼겁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 왔고,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으니까요.
물론 예전의 저였다면 깊게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뛰어들고서, 참가하기엔 실력이 너무 부족한데…… 라며 거절당하는 일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 해도 참가했을거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실패한다면 고치면 될 문제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실력차나 승패를 별로 신경쓰지 않고 참가하시는 젊은 분들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참가하고 싶어도 지리적인 이유로 그러지 못하시는 플레이어들도 계십니다.
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것, 거기에 선수층이 두꺼운 나라인 일본에 살고 있다는 행운을 잘 이용해야겠죠.



호텔이나 이동시간도 소중한 정보 교환의 장이다

물론 프로게이머 동료들끼리도 꽤나 바쁘기 때문에
저 스스로도 해외에서 대회가 계속될 때에는 일본의 대전회에는 참가할 수 없습니다.
정보 교환이나, 얼굴을 맞대고 연습하는 시간을 되도록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 저는 두 가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자신이 이동하는 비행기편을 모두에게 공개하여 '동료와 같이 이동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해외 경험이 적은 플레이어가 안심하고 이동할 수 있게 시작한 것입니다만, 결과적으로 저에게 메리트가 돌아옵니다.

대회 장소에 따라서는 비행, 이동시간이 10시간을 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10시간씩 같은 공간에 있으면 평소엔 하지 않는 게임 공략을 긴 시간동안 의논하게 됩니다. (당연히 개인적인 이야기도 합니다만!)
이건 제게 귀중한 정보원이 됩니다.

또 하나는 '저의 호텔 방을 연습장으로 제공한다'는 겁니다.
해외에서는 평소와는 환경이 다른 채로 대회 이전까지 얼마나 시합에 맞춘 대책, 연습이 가능한가가 중요해집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는 실전 환경과 거의 같은 게이밍 모니터를 예전부터 지참하고 제 호텔 방에 설치하고 있습니다.
24인치 액정이라서 꽤 크고 무거운 화물이기 때문에 모두가 들고 올 수 는 없으니, 제가 동료를 대표해서 챙겨 다닙니다.
대전을 하는 것 뿐이라면 노트북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만, 대회는 'PC판'으로 치뤄지지 않아서
반응속도나 화면 크기가 달라 세세한 부분에서 실전과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사진 : 오스 아키라 (大須晶) @ohsuAK 


현지에 도착하면 새로운 게임 동료들이 전부 제 방에모여 연습을 시작합니다.
모이는 건 대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략 10~15명 정도.
다양한 캐릭터를 쓰는 플레이어들이 모이므로 다음날 대전할 상대의 대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해외의 톱 플레이어나 관동권 이외에 살고 있어 평소 대전회에선 만날 수 없는 일본 플레이어와도 대전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입니다.

저는 제 방에서 뒹굴거릴 시간이 없어지고 모니터도 무겁지만, 그걸 뛰어넘는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24시간 언제나 누구와도 대전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실제 현장의 가치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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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세계 제일의 프로게이머가 하는 노력 2.0 - 1



너무 길어서 짤리네

이번 건 두 개로 나눠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