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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일행은 명색이 주인공에 천사라는 자들이 여자애보다 반응속도가 딸림을 만천하에 보이고 마는데...!


지금까지 '어째서 하늘이 푸른 걸까' 시리즈를 본 독자들이면 이런 생각을 할 법하다.

'뭐야? 산달폰 이놈 그냥 중2병 개찐따 악역 1이잖아?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거지?'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하지만 산달폰의 이미지 메이킹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혼자서 자그마치 세 개의 시나리오 이벤트를 잡아먹는 산달폰의 장대한 이미지 메이킹의 과정을 부디 즐겨주기 바란다.



조금 시간을 돌려보자. 아우규스테에서의 '하위 천사' 습격이 막 시작되었을 무렵이다.



그러니까 어느새 잊혀버린 불쌍한 '유리'가 무려 '하위 천사'도 아닌 '중위 천사'를 토벌하는 것에 성공하기 전 이야기다.

우리라도 그를 기억하여 주자.



로제타는 다른 모든 일행과 떨어져 '루마시 군도'에서 재액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곧 고대의 역사에 대하여 쓰여 있는 석판을 찾아낼 수 있었다.

과연 그녀는 자기 혼자만 뭔가를 아는 데에 특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유그드라실이 그녀의 곁에 있긴 했지만, 순진하기 그지없는 그녀가 뭘 알겠는가?

"원시 성정수는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하여 반란을 일으키고...실패하여...판데모니엄에 갇혔다...

후후, 자신의 창조물들에게 반란을 당하다니...이런 굴욕적인 역사를 '별의 민족'들이 숨기지 않을 리가 없었네."

로제타가 재밌다는 듯 말하던 중, 유그드라실은 어디서 미약한 신음소리를 들어 로제타를 인도한다.


치료하고 보니 그는 '4대 천사'의 일원, 흙을 관장하는 '우리엘'이었다.

맨 처음으로 산달폰에게 습격당했던 그는 목숨만 부지하고 있다가 로제타와 유그드라실에 의해 발견되었던 것이다.

겨우 살 만해진 그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그대로 흑막의 이름부터 정황까지 로제타에게 말한다.

"산달폰 그 녀석은 천사장의 직속이다...그렇다 해도, 자세한 걸 알고 있는 건 아니야.

그냥 들었던 이야기에 따르면, 녀석은 아무래도 묘한 역할을 홀로 맡고 있어, 그거에 대한 불만이 심했나 보더군.

그래서, 놈은 반란에 참여하여 봉인되었다. 하지만 이번 부활을 계기로 하여 반란을 다시 시작해서,

그놈 입맛대로 세계를 만들 생각이다."

자세히 알고 있는 거 맞네 뭐.


여튼 우리엘은 이어서 자신이 날개를 뺏겼음을 한탄하다가,

유그드라실의 속성이 퐞격 RPG에서 여러분 모두가 알아내었듯 마침 흙인 것을 알아내는데...


한편 그랑 사이퍼에서는,



'하위 천사'들을 모두 정리하고 일행에게로 향하고 있는 카타리나, 라캄, 이오 등이 갑자기 쏟아지는 '초록빛'에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이번에는 루리아.

산달폰에게 '땅의 섬' 루마시 군도로 끌려와 정신을 잃은 루리아는 갑자기 웬 남정네의 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꿈 속에서, 산달폰은 루시펠에게 자신의 역할이 없음을 불평하고 있었다.

천사장 '루시펠'은 그걸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산달폰을 다독이지만, 그는 곧바로 그의 창조주에게 다가가 묻는다.



그러나 '별의 민족' 창조주의 답변은 매정했다.

산달폰은 천사장 루시펠의 예비로써 만들어진 천사로,

루시펠이 궐위나 사고로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루시펠이 회복할 때까지 그 역할을 대신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루시펠은 창조주의 예상보다 더 완벽한 천사여서, 산달폰은 곧 아무 쓸모가 없어졌다.

그 말을, 창조주는 산달폰이 몰래 듣는 것도 알지 못하고 내뱉었다.

'거짓말...그렇다면 나의 존재 의의는 도대체...?'

산달폰은 홀로 되뇌었다.


꿈은 거기까지였다.

루리아가 눈을 뜨며 그랑 지타가 구해러 올 것임을 의심치 않는 사이에...



그녀를 감시하던 산달폰 몰래 로제타가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를 안심시킨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유리'가 중위 천사를 토벌하고,



유리와 같이 잊혀졌던 '파라'가 아우규스테의 잡몹들을 완전히 처치한 이후에,



루마시 군도에 도착한 주인공 일행은 드디어 루리아를 데리고 나타난 산달폰과 마주할 수 있었다.

"여기에 왔다는 건 신병의 교환에 응한다는 걸로 봐도 될까?" 산달폰은 웃으며 물었다.

그럴 리가 있나요.

"호오, 그러면 설마 실력으로 나를 이긴다는 건가? 그것 참 우습군."

"다 우리에게서 뺏은 날개의 힘을 가지고 잘난 척 하기는...!" 미카엘이 불같이 화낸다.

"이제 완전히 익숙해졌어. 나를 이기려면 그야말로 그 루시펠...아니, 지금의 나를 이길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


산달폰이 한창 자뻑에 취해있는 그때, 루리아가 산달폰에게 꿈에서 봤던 내용으로 정신공격을 가한다.


(루시펠 님의...도움이 되고 싶어...?)


"뭣이...? 네놈, 뭘 본 거야, 내 뭘 본 거냐고!" 산달폰은 확연히 흔들렸다.

"루리아, 계속하세요...!" 옆에서 조용히 있던 가브리엘이 한 마디 거든다.

"이 느낌은...존경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경애하는 사람에게 위로받고 싶어...? 또는, 나를 용서해 주기 바라..."


"그만!"

산달폰은 루리아의 손을 잡아챈다.

"마음이 바뀌었다. 붉은 용은 산 채로 조각낸다.

그 조각들은 너희들의 입에 넣어주지, 이 세계 종말의 최후의 만찬으로 삼아라...!"


산달폰이 격정에 사로잡힌 바로 이때였다.



로제타의 기습으로 루리아는 다시 그랑 지타의 곁으로 돌아온다.

산달폰은 바로 로제타를 공격하지만...



우리엘의 권능을 받은 유그드라실이 절묘한 각도로 방어막을 전개해 산달폰의 공격을 그대로 되돌려 보낸다.

"크...크윽! 이 힘은...우리엘인가!"

"정말로 너 자신이 너를 이긴 꼴이 되었는 걸...?"

산달폰이 휘청이는 가운데, 가브리엘이 웃으며 말한다.


그러나 산달폰은 아직 여유가 있었다.

"크...후, 후후...후후후...어쩔 수 없군. 너희들이 감히 나를 귀찮게 한 죄다!"



산달폰이 삽시간에 하늘로 날아올라 드디어 자신의 모든 날개를 펼친 것이다.

손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도 뿜어져나오는 그 힘...

일행은 드디어 산달폰 놀리기를 끝내고 진지한 태도로 임할 수 있었다.


"이대로 섬째로 날려주마!"

산달폰이 득의양양하여 소리치는 그 때,

어디선가 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랑 사이퍼였다.

나머지 일행들의 합류에 그랑 지타, 뷔, 루리아는 반갑게 손을 흔든다.

그러나 평소라면 섬에 내려서야 할 그랑 사이퍼는 오히려 속도를 더 올리기 시작하는데...



최강의 힘을 가진 천사와, 일개 비공정과의 충돌.

산달폰의 의표를 찌르는 한 수였다지만, 이대로라면 결과는 눈에 보이듯 뻔한 듯했다.


"...그렇지도 않다."

그리고 여기서 최후의 4대 천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천사의 간극을 메꾸는 것은 천사뿐. 하늘이여! 지금이야말로 바람을!"

라파엘의 모든 힘을 담은 권능으로, 그랑 사이퍼는 자신의 한계조차 넘은 속도로 산달폰에게 다다랐다.

"부탁한다, 그랑 사이퍼! 너에게 우리들의 모든 것을 건다!"

라캄의 호기로운 외침과 함께,

"이번에는...라파엘인가...! 크어어억!"

산달폰은 그랑 사이퍼를 온몸으로 받고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일행은 그랑 사이퍼에 올라 산달폰을 마무리짓기 위한 결전으로 향한다.



결전 후...

섬의 끝자락에 쓰러진 산달폰을 두고, 날개를 되찾은 4대 천사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가브리엘, 등의 상처 치유를.)

(우후후, 고마워요. 일단 날개는 복원했지만.)


승산은 미약한 가운데, 산달폰은 죄를 순순히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래...각오는 되어있다...나 자신도 신기해. 왜 이렇게까지 폭력에 의존하게 되었는지...

연구소에, 판데모니움에 감금되어 있는 동안 영혼이 뭉텅이째 잘려나갔던 걸까...

정말로 비참하다...버림말의 숙명에 이런 최악의 형태로 저항하려 하다니..."


"저, 저기!" 산달폰의 독백에 루리아가 언제 그를 공격했냐는 듯이 감싼다.

"'쓸모 없다'...저는 조금 그 심정을 알 거 같아요. 산달폰 씨는, 쭉 루시펠 님의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창조주 씨에게 그런 게 처음부터 막혀 있어서...큰 죄를 지은 건 맞지만, 산달폰 씨도 피해자인지도 몰라요."


주변이 일정부분 그 말에 동조하는 가운데, 산달폰이 감격한 어조로 말한다.

"고맙다...그렇게 말해 주어서. 그랑(지타), 마지막으로 나와 악수 한 번 해줄 수 있나?

붉은 용과 푸른 소녀를 묶고 4대 천사에게까지 인정받은 그대에게, 나도 나름의 경의를 표하고 싶어."


그랑 지타는 그 말에 그와 손을 마주잡았고,

"가녀린 손가락이다..."

산달폰의 최후의 한 수가 등장했다.



산달폰은 그대로 그랑 지타를 휘둘러 섬 밖으로 던져버렸다.

"네놈, 무슨 짓을!" 미카엘이 외치고,

"잡을 수 있을까...!" 우리엘이 즉시 섬 밖으로 날아간다.

라파엘과 가브리엘이 산달폰을 구속한다.

그리고, 뷔와 루리아는...



그랑 지타를 구하러 둘이 동시에 '위대한 존재'를 발현시킨다...산달폰은 꿇혀앉혀진 상태에서도 광소한다.

"크하하하! 위대한 존재를 불렀군! 이제 잔크 틴젤에서의 포효가 다시 울려퍼진다!

판데모니움의 봉인은 풀리고, 모든 원시 성정수들이 풀려날 것이다!!!!"


그리고, 떨어지는 그랑 지타에게 보이는 환상.



'위대한 존재'.

그는 그랑 지타에게 마음으로 묻는다.

'특이점이여...붉은 용과 푸른 소녀와 함께 여행할수록, 그대는 지금 같은 수많은 고난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는 하늘의 끝을 향하는가?'

'그렇다.'

'두 존재의 교차는 곧 허무로 귀결되리라...그때 그대는 선택할 수 있는가? 친구, 또는 영혼의 공유자를..."

'둘 모두 구한다.'

'그대가 그렇게까지 단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째서 파멸로 향하는 여행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우리는 하나가 아니니까.'

'너무나도 미약한 의지와 힘...하지만, 그렇기에, 가능성은 존재하는가...'


그 말을 끝으로, 그랑 지타의 의식은 한 번 끊어졌다.

그리고...



눈을 뜬 그랑 지타는, 자신이 아우규스테 섬으로 돌아온 것을 알았다.

동료들과 4대 천사들이 안도하는 가운데,

산달폰의 절규가 홀로 메아리친다.

"어째서...어째서다! 포효는 울렸다! 그런데 왜 판데모니엄의 봉인이 풀리지 않는 거지! 뭔가...뭔가 다른 조건이 필요한 건가...!"


그리고 그 답은, 아득한 빛과 함께 홀연히 나타났다.



"미카엘, 가브리엘, 우리엘, 라파엘...수고했다. 그대들의 노력에 감사한다."

루시펠의 등장이었다.

"루시펠..."

"산달폰..."

4대 천사가 일제히 부복하는 가운데, 산달폰과 루시펠 두 천사의 눈빛이 교차한다.

"이미 현현하고 있었는가...판데모니움이 열리지 않는 것도..."

"그래. 내가 봉인의 틈을 억제하고 있었다."

"크흐흐...크흐흐흐...그런가, 처음부터 전부...내 일따윈 안중에도 없이 판데모니움을 감시하고...

흐흐흐흐...흐하하하하!!! 네놈에게 나는! 얼굴을 마주할 가치도 없었다는 건가!"

"그렇지 않다. 나는 일단 내 역할에..."

산달폰의 고통에 찬 외침이 루시펠의 말을 끊는다.


"그래 너는! 언제나 냉정하게 모든 일을 처리해! 무가치한 자의 고통 따윈 모르고!!

역할이 주어지지 않은 자는...뺏을 수밖에 없잖아!!!!"

"...."

"누구라도...단 한 명이라도 좋았어...누가 날 필요로 해줬다면, 날 필요로 한다고 말해줬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던 너는 알 수나 있을까! 설사 증오되더라도! 나는! 나는..."

루시펠은 과거를 회상하듯 눈을 감는다.



산달폰은 루시펠을 노려다보았다.

"크흐...유치하다고 비웃고 싶으면 비웃어라..."


하지만 루시펠의 말은 달랐다.

"일을 마치고...연구소에 들렀을 때 항상 나의 마음은 편했다.

역할이 없으면 상하 관계도 비존재. 나에겐 네 때묻지 않은 말이 안식처였던 거다..."


(...큿!?)


"미안하다. 나는 너의 열등감에 어리광부리고 있었다..."

"그만둬라...그런 서툰 연기가 통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하지만 산달폰은 마음 속으로 이미 루시펠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말았다.

"이제 와서는 늦었다! 나를 미워해라! 벌해라! 너에게 용서받는다면...내 지난 2천 년은...!"

거의 울 거 같은 산달폰을 상대로, 루시펠의 어조는 차분할 따름이었다.

"나도 같은 죄를 지었다. 같이 처벌을 받자..."

루시펠은 그 말로, 산달폰의 처벌을 갈음했다.


(내 코어에 잠들어라, 산달폰...)


"루시펠...!"

수많은 입자가 되어 루시펠에게로 빨려들어가는 산달폰의 그 말을 끝으로, 이 소동은 일단락되는 것이었다...


루시펠과 4대 천사가 모두 인사를 고하고 떠나자, 남은 것은 일상이었다.

아루샤, 요한, 리처드, 테레즈, 유리, 파라, 알리자, 스탄. 그리고 셰로카르테.

모두가 사태의 뒷정리를 끝내고 서서히 기공단으로 복귀하기 시작할 무렵,

다시 여행을 준비하는 그랑 사이퍼의 위에서 루리아는 문득 묻는다.



"응?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뷔는 되묻는다.

"아, 아뇨 갑자기. 처음 여행을 떠났던 때가 떠올라서..."

"아하, '초심'인가. 그만큼 큰일이었으니 그럴 만두 하지. 단원들이 돌아오면 그 기분, 다시 확실히 느껴보자구!"

"네!"


하지만, 일행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루리아 "아, 그러고 보니...어째서 하늘은 푸른 걸까요?"

가브리엘 "인간들은 이렇게 불렀었지. 세계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 '창세신화'라고..."

미카엘 "제5천사가 감옥을 나와, 수천 년이 지난 세계를 돌아보고, 이 바보같은 계획을 세운 거겠지."

우리엘 "이번 부활을 계기로 하여 반란을 재개하여, 그놈 입맛대로 세계를 만들 생각이다."

라파엘 "천사의 간극을 메꾸는 것은 천사뿐. 하늘이여! 지금이야말로 바람을!"

산달폰 "그래 너는! 언제나 냉정하게 모든 일을 처리해! 무가치한 자의 고통 따윈 모르고!! 역할이 주어지지 않은 자는...뺏을 수밖에 없잖아!!!!"

뷔 "뭐, 뭐, 뭐하는 거야! 설마 정면으로 받을 생각인가!?"

라캄 "부탁한다, 그랑 사이퍼! 너에게 우리들의 모든 것을 건다!"

루리아 "이번에는 제가, 제가 당신을...!"

뷔 "우리들은 절대로...!"

산달폰 "누구라도...단 한 명이라도 좋았어...누가 날 필요로 해줬다면, 누군가가 나보고 여기에 있으라고 말해줬다면...!"

루시펠 "나도 같은 죄를 지었다. 같이 처벌을 받자...우리 핵심 자지, 산달폰..."

산달폰 "하늘...어디에든 펼쳐진 싫증나는 파랑색...저기 루시펠, 네가 관장하는 '진화'에, 의미는 있었나? 사실은 알고 있는 거지?

그런 건...사실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어째서 하늘은 푸른 걸까

시즌 2

Coming soon


(다음 편에 계속)


4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