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지난 이야기

주인공 일행은 어마어마한 변태와 뜨거운 일전을 치르는데...!


이전 편을 보고 조금 충격을 받은 독자들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정도로 퐞격 캐릭터패스 2 참전이 확정된 이 '벨리알'은 강렬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 강렬함이 많은 이들의 눈을 홀린 것일까? 놀랍게도 벨리알의 인기는 상당하다.

분명히 퐞격에 나온 그의 상호대사를 보며 쥬지가 이상해질 사람들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캐릭터가 퐞격에 나오는 것이 일찌감치 확정된 마당에,

더 건전하고 인기있는 캐릭터들의 참전을 예상하는 행복회로는 충분히 개연성있는 것이 아닐까?

판단은 여러분들에게 맡기기로 한다.

여하튼 이번 편으로 실낙원의 스토리도 마무리된다.

진지한 이야기로는 반환점을 막 돈 천사들의 이야기를 계속 즐겨주기 바란다.



벨리알을 일단 물리친 일행은 그대로 가나안에 상륙하려 했다.

그런데 그랑 사이퍼의 갑판에 갑자기 불이 붙기 시작한다.


(후, 후후후후, 우후후후후...)


벨리알이 어느새 그랑 사이퍼의 갑판에 올라탄 것이었다.

"벨리알! 죽지 않았나..." 하루토가 분한 듯 외친다.

"잊었나, 내 천사로서의 역할을? 다른 사람들을 속이는 게 내 보람이란 말이지."

"'교지(狡智: 영악한 재주와 꾀)...
루시펠님을 일찌감치 배신했던 천사가 이럴 때만 자기 역할을..." 마루토가 어이없다는 듯 말한다.

"'타천사'라고 해주지 않겠어? 루시퍼 씨가 붙여준 이름이야...
루시펠 말이지, 완벽하고, 공명정대하고, 공과 사를 철저히 나누고...
그렇게 지루했던 놈이 없어. 사람도 성정수도 신도 약간 꼬여 있어야 재밌는 법 아니겠어?
그런 측면에서 루시퍼씨는 최고로 재밌었지. 그야말로 마구 가버릴 정도로.

'루시퍼의 유산'도 그래...그걸 실제로 뵐 날이 오다니 상상만으로도 승천할 것 같아...!"


"'루시퍼의 유산'? 당신의 목적은..." 루리아가 말한다.

"그것의 봉인을 푼다...어쨌든 막는 건 실패했으니,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떠나도록 하지...안녕히."


보라색 안개가 되어 벨리알이 떠난 뒤, 그랑 지타와 루리아는 서둘러 그랑 사이퍼의 불을 끄려 한다.

하지만 카타리나가 주인공을 막는다.

"아니, 너희들은 먼저 가나안으로 향해야 한다. 라캄, 그건 이상없지?"

"그래, 준비해놨어!"

카타리나는 그대로 루리아, 그랑 지타, 뷔를 데리고 창고로 향한다.



거기엔 아직 연재되지 않은 조직 시리즈 중 세 번째 이벤트(아주 미약한 관련성이긴 하지만),

'플래티넘 스카이'에 사용되었던 '나이트 사이퍼'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움도 잠시, 카타리나는 말한다. "장애물도 없어졌으니, 천사장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한시라도 빨리 확인해야 해.

우리는 걱정하지 마라. 빠르게 처리하고 합류할게."

이거 왠지 전에도 여러 번 그렇게 말했던 거 같은데요.



노래는 왜 부르세요.

어쨌든 그랑 지타, 뷔, 루리아는 나이트 사이퍼에 탑승해 가나안으로 출발한다.



이 상황에서 웃어?


여튼 무리없이 도착한 가나안의 성전에서 주인공 3인방은 루시펠을 찾지만 성전은 의외로 넓었다.

그때...루시펠이 주고 갔던 깃털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다.

3인방은 그 빛이 강해지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무언가 고치같은 물체가 보이고, 고치는 루리아의 깃털과 공명하여 굉장한 빛을 내기 시작한다.

시야가 온통 하애진 뒤, 어느새 3인방은 처음보는 곳에 있게 되었다.

"여기에 손님이 오다니...특이하군..."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너희들은...!)


바로 산달폰이었다.


일단 이곳에서의 거처로 그들을 안내한 산달폰. 일행은 루시펠의 신변에 뭔가 이상이 생겼다는 상황을 공유한다.



하지만 그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그는 바깥의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는 이곳에서 몇 십 년동안 커피를 재배하고 추출하는 일만으로 소일거리를 삼고 있었다.

"아니...몇 십 년동안? 머리가 이상하게 되어 버릴 거 같은데..." 뷔는 말한다.

"가해자를 걱정하다니. 너희도 이상하군. 어쨌든 나는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질렀다...얼마나 되든지 그저 받아들여야지."

산달폰은 달관한 듯이 말한다.


하지만 루리아는 말한다.

"그건, 거짓말이에요..."

"뭐라고?"

"산달폰 씨는 루시펠 님의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인데, 그저 여기에서 모든 것을 잊고 틀여박혀있을 뿐이잖아요?

그걸로 정말 괜찮나요?"

"...푸른 소녀. 뭐가 불만이지? 나는 죄를 저질렀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벌을 받고 있잖아?"

"뭐라 말해야될지 모르겠지만..."



"그럼 뭐 어떻게 하란 말이냐? 해결할 수도 없는 일을, 계속 고민하면서 살아가라고?

어찌보면 그게 진정한 의미에서의 처벌은 되겠군...흥."

"루시펠 님은 산달폰 씨와 이야기하고 싶어했어요. 왜 해결이 안된다고 생각하세요?"

"그와 내가 정말로 대등하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는 나를 동정했을 뿐이다. 어디까지나 위에서..."

"그렇지 않아요!"

"네가 루시펠의 뭘 알아!"

"몰라요! 하지만 산달폰 씨에 대해서는 알아요!"

"...!"

"저도 항상 궁금해요...나는 누구일까? 왜 여기 있는 걸까? 나는 누구한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존재의의를 모르는 상태에서도, 저는 동료들과 함께니까 괜찮아요!"

"괜찮다...? 네가 특이점에게 구해졌다고 해서, 나같은 버림말까지 구할 수 있다는 착각은 마라!

그래! 나는 처음부터 버림말이야! 나는 존재의의가 그렇다는 거다!"

"함께 루시펠 님을 도우러 가요! 존재의의가 뭐든, 그런 게 지금 뭐가 중요한가요!"

"뭐...?"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산달폰 씨는 슬픈 상태 그대로에요..."

"그만해...나에게 상관하지 말아라..."

"왜 그렇게 자신을 괴롭히는 건가요!"

"시끄러워...!"

"산달폰 씨!"


"그만둬!!!!!!"



그리고, 산달폰의 고치는 깨지는 것이었다.



다시 가나안의 성전에 나타난 일행. 하지만 산달폰을 제외한 셋은 아직 정신을 잃고 있는 상태였다.

산달폰은 그들을 깨우려다가 멈칫, 아주 미약하게 느껴지는 루시펠의 힘을 느끼기 시작한다.

"...좋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속아주지." 산달폰은 루리아를 힐끗 보고 루시펠의 힘이 느껴지는 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고치에서는 육체가 아닌 사념만으로 몸을 움직였기에, 산달폰은 익숙하지 않은 육체로

황폐한 가나안의 신전에서 이리저리 긁히고 넘어지며 루시펠의 기척 가까이까지 도달했다.

산달폰은 외치며 루시펠이 보이도록 다가간다.

"크크...이 얼마나 꼴불견인가...루시펠, 네가 보고 싶었던 건 내 이런 모습인가? 젠장...!"

루시펠! 내가 왔다! 이 소동을 일으킨 목적이 뭔지 들어주도록...헉."

그러나 거기엔,



루시펠의 잔해만이, 있었다.




루시펠은 산달폰의 고치 옆에서 고치를 지키며 산달폰을 추억하고

자신의 '마지막 일'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었던 와중,

추방되었던 '유세'에서 '불멸을 멸하는 힘'을 얻은 벨제붑에게 기습당하여 그대로 쓰러진 것이었다.


"어째서냐...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망연자실해 있는 산달폰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루시펠의 사념이 들리기 시작한다.

'누군가...있는지...?'



'나는 오감을 잃어...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가나안에 도착한 자여, 그대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

산달폰이라는 자에게 내 말을 전해주었으면 한다...

"천사장의 자리와 힘을, 그대에게 계승한다."'

"...!"

'"우리들은 하늘의 재액을 막아야 한다...그러므로 나는 시들어 질지라도, 너는 하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천사장의 마지막 책무...'루시퍼의 유산'을 파괴해야만 한다."'

"무슨...무슨 말이야...재액은 애초부터 나 때문에...왜 넌 항상...!

맘대로 결정하고...맘대로 짊어지고...그리고 맘대로...!

맘대로 죽지 마!!!!"

'"모든 것이 끝난 후에는...네 역할은 네가 정하면 된다. 하늘의 세계는 항상 진화하고 있다.

우리 천사 또한 그 책무들을 내려놓고 단지 하나의 생명으로서 사는 것도 좋겠지..."'

"닥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나에게 천사장의 힘을 줘 봐라! 그 힘으로 세계를 엉망진창으로 해주겠어!

그게 싫으면...!"

'시간은...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전언은 이상이다...부탁한다...'

"...큭! 왜 마지막까지, 자신은 온데간데 없이 세계만 걱정하고 있는 건가! 루시펠! 너 자신의 이야기는 없는 거야!"


'"산달폰..."'


(...헛!)


'"아아...어째서...어째서 하늘은 푸른 걸까...인간들은 그 해답이 주어져도, 수천 년동안 묻기를 계속해왔다...

나는...생각한다...질문은 곧 소원이라고...무언가에 목마르고...누군가에 끌리고...이루어지면 기뻐하고, 닿지 않으면 슬퍼한다...

'왜, 어째서, 어떻게 하면...' 소원해나가는 것이야말로 진화의 길...


나는...묻는다...다시 그곳에서...그대와 커피를...


산달폰..."'


"거짓말...거짓말이야...당신은 완벽하고, 모두들 이끌고, 모두에게 사랑받았는데...

그런 당신이 어째서!"


그러나 루시펠은 대답하지 못했다...


한편, 어느덧 정신을 차린 3인방은 가나안의 성전이 무너지려 하는 것을 느끼곤 산달폰의 기색을 쫓아 그를 다시 마주한다.



그리고 그곳엔, 새롭게 천사장의 역할을 맡은 산달폰이 있었다.

"내 등에 붙어있기엔, 당신의 날개는 너무 하얗다...루시펠..."

산달폰은 그 자리에 고정된 듯 움직이지 않았지만,



3인방은 위험을 느끼고 날아온 하루토와 마루토의 힘을 빌려 산달폰을 데리고 성전을 탈출할 수 있었다.

"산달폰이 새로운 천사장으로...? 아니,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야! 지금 밖에 '검은 괴물'이 난리라고!"



거대한 몸집이 '하늘의 문'을 가득 메운 가운데, 다시 그랑 사이퍼에서 합류한 일행.

하루토와 마루토가 말한다.


"아마도...저게 '루시퍼의 유산' 같아. 원시 성정수들의 반란을 진압하고 그 코어들을 모아 만들어낸 성정수..."

"무리하게 코어들과 자아들을 연결해서 그런지, 자아는 없는 것 같지만...단지 무언가를 파괴하려고만 하고 있어."

"악취미로군...저 정도 힘이라면, '천국의 문'을 뚫고 파타 그랑데에 도달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 오이겐은 말한다.

"여기에서 물리쳐야 해요!" 루리아가 말한다.


그리고 그 멀리서, 그것들을 지켜보는 두 사내가 있었다.


(신을 거역하기 위한 존재. '놈'의 영혼의 환영, 파괴 충동의 화신. 그것이야말로 '아바타'.)


"루시펠...예상보다 더 강한 정신력이었다. 설마 저 녀석에게 천사장의 힘을 계승하도록 하다니...

하지만 그 후계자는 무능하다. 제대로 그 힘을 다룰 수 없겠지."

"하하하. 동감이야. 계승 자체가 제대로 된지조차 의심스러워."

"하지만 벨리알...왜 특이점이 여기 있지? 조금의 변수조차 없애라고 말했을텐데."

"아~미안해. 4대 천사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조금 손대중을 했거든.

하지만 어찌됐든 일은 성공했잖아? 하늘의 민족처럼 축배라도 어때?

"흥...루시펠의 장난감들의 관습 따윈...흐억!!!"


바로 그 다음 순간, 누군가의 칼이 벨제붑의 옆구리를 꿰뚫는다.


(그 입을 열지 마라. 더럽다. 그 분의 이름을 입에 담지 마라.)


"끝내주마. 모든 것을!"

산달폰이 정신을 차리고 벨제붑을 급습했던 것이다.

다시 하늘의 바닥으로 떨어졌는지 보이지 않는 벨제붑을 뒤로 하고, 곧 벨리알과 산달폰의 격전이 펼쳐진다.

"하하...잔뜩 날이 서 있구나. 원수라든지 복수라든지 이런 상황 너무 흥분되는걸?

하지만 어쩌나? 점점 움직임이 둔해지는데. 아직 힘이 익숙하지 않은가 봐?"

"그런가? 그럼 더 둔해지기 전에 끝내 주마."

"좋아좋아. 이런 맛이 있어야지. 천천히 순종적이게 되도록 다듬어 줄게...

참고로 묻고 싶은데 말이야, 너...'버진(virgin)'?"



그 말을 듣고 산달폰은 벨리알에게 달려들었지만, 그 둘 사이에 갑자기 검은 빛이 용솟음쳤다.

아바타가 그 둘을 공격했던 것.

다시 어딘가로 사라졌는지 모를 벨리알을 잠시 기억에서 지우고(지울 수 있다면), 산달폰은 일단 아바타를 처리하기로 한다.


한 번 치명상을 받은 아바타.

하지만 아바타는 다시 재생을 해버리고,

설상가상으로 산달폰의 힘은 다하여 그는 맥없이 떨어지는데...



그랑 사이퍼가 그의 밑으로 와 그를 받아낸다.

"! 너희들..."

"혼자 짊어지려 하지 마세요!" 루리아가 말한다.



"모두가 함께 이루어낸 하늘의 민족의 힘을 보여주마!" 오이겐,

"자, 서두르도록 해요. 재생이 빠른 것 같아." 로제타 등도 그에게 한 마디씩 한다.

"그래...힘을 빌려주었으면 한다. 너희들은 하늘의 세계를, 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루시펠님...

나에게, 우리들에게 힘을!"



그리하여, 일행은 아바타에게 한 번 더 치명상을 입히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아바타는 또 한 번 재생하게 되는데...

"아바타에 박혀있는 코어의 수만큼 파괴를 해야 한단 말인가...!" 산달폰이 막막함을 느끼며 말하자,

하늘에서 대답이 들려온다.



날뛰는 성정수들을 진정시킨 미카엘을 비롯한 4대 천사들이 달려왔던 것.



"시원(始原 : 어떠한 일의 시작)의 용, 어둠의 불꽃의 아이,

그대의 이름은...바하무트!"

일행은 그들의 힘을 빌려 이번에야말로 아바타를 없애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또다시 돌아온 일상.

포트 브리즈에서는 축제가 재개되었다.


동료들이 다시 축제를 즐기러 잠시 그랑 사이퍼를 비운 가운데,

산달폰은 소진한 힘을 회복시킬 겸하여 그랑 지타의 기공단에 합류하여 쉬고 있었다.

"답답하군...빨리 힘이 회복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안달내지 마. 너무 힘을 주고 다닌다니깐." 같이 있던 3인방 중 뷔가 말한다.

"...너희들이 무른 건 아니고?"

"뭐? 얄미운 녀석..."

"자자...산달폰 씨는 어쨌든 세계를 지키면서 속죄하시잖아요?" 루리아가 중재해보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말이지. 루시펠의 뜻에 따른 게 우연히 세계를 지키는 일인 것뿐이다."

"저, 정말...솔직하지 못하시다니까..."



3인방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산달폰은 그대로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어째서 하늘은 푸른 것일까...루시펠...당신은 그 소원이 된 물음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런 비합리성이야말로 우리들 성정수가 하늘의 민족에게 배워야 할 점일까?

우리들의 부모인 별의 민족에게는, 갖춰지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우리들이 자립하기 위하여...

루시펠...그 진화의 길. 지켜내 보이겠습니다.'


일행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호메오스타시스 : 항상성, 전편에서는 창조주의 자기 유지 활동으로 번역함
*에테메난키 : 바벨탑의 다른 이름

(다음 편에 계속)


6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