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




지난 이야기

그랑 사이퍼가 어물쩍대는 동안 좋은 장면들은 다른 자들이 다 가져가버리는데...!


상기한 대로 주인공도 빨리 지분을 차지해야 하니 이번엔 바로 시작하도록 하자.



판데모니움으로 향하는 그랑 사이퍼.



하지만 주인공 일행은 엉뚱한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

아니 티타임은 왜 하는 것이지? 영국인인가?



어느새 일행 최고의 상식인이 된 산달폰은 참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랑 지타는 어째서 하늘은 푸른 걸까 3편에서의 뒤끝까지 보이면서 싫다는 산달폰을 억지로 티타임에 권유한다.

"가녀린 손가락이다..."

"그건...! 확실히 바보같은 짓이었지만...큭."



그리고 하루토와 마루토의 때아닌 스킨십까지.

사치와 향락이 넘치는 그랑 사이퍼의 티타임에서 산달폰은 말한다.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일에도 무의식적으로 무감각해진 건지...

뷔, 루리아. 너희들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미 천사보다 나이가 많다.

성정수의 힘을 담아 그것을 해방하는 능력의 본질은 창세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그 태고의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이지..."


그 다음으로 뭔가 더 중요한 말을 할 법한 산달폰이었지만,

소돔과 고모라에 못지 않은 그랑 사이퍼를 벌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일행의 진로에 무언가 검은 안개와 함께 허공에서 나타난다.



모두들 전투태세에 들어가려던 찰나, 하루토와 마루토는 경악한다.

"이...이 기척은! 안돼, 모두들! 그녀와 싸우면 안돼!"


그리고 판데모니움에서 싸우고 있던 라파엘과 우리엘은, 또 하나의 강적을 마주한다.



"크으윽... 하지만 그대는 설마...'사형'의 '사리엘'...하지만...그 힘은 대체 어디서..."

"라파엘! 젠장! 의식을 잃어버렸나. 왜 이 자식까지 '불멸을 멸하는 힘'을 갖고 있고 난리야!"


그리고 그 해답은 여전히 체스를 두고 있던 벨리알과 벨제붑에게 있었다.



"호오, 여전히 센 수로군 '붑' 씨."

"당연하다. 이몸이 원하는 것은 '압도적인 지배'다. 하지만 과거의 이몸은 힘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루시펠에게 당해 '붉은 지평'으로 떨어졌지.

그 뒤 이몸은 그야말로 수 천년을, 셀 수도 없는 적들을 베며 방황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던 것이다. 적들을 베고 벤 내 창날(드릴)에, '유세'의 개념이 쌓였다.

유세의 개념이란 곧 '혼돈'. '섭리'를 멸하는 힘이다."

"들은 적은 있는데...가정뿐인 이론이었지. 그게 실재했을 줄은.

그리고 그 힘을 담은 무기들을 아바타의 코어들로 만든 성정수들에게 나눠줬다는 건가.

후후후...'붑' 씨도 어지간히 괴짜야."



"불만이라도?"

"설마! 오히려 흥분된다고, 난.

'퍼' 씨나 '붑' 씨 같은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걸으려 하는 것을 보다보면 말이야..."


한편, 루시퍼의 연구실을 조사하던 칼리오스트로와 가브리엘도 때마침 '정리되지 않고 남아있던' 루시퍼의 기록을 얻는 데에 성공한다.



기록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하늘 아래의 '붉은 지평'은 세계가 창조되기 이전의 상태. 말하자면 캔버스와 같다.

그곳에서는 다양한 차원의 사건, 시간, 개념이 무질서하게 섞여있다.

한편 '하늘의 세계'는 그 붉은 지평에 물감을 더해 그린 그림과 같다.

창세신의 작위에 의하여 생성된 법칙들이 그 세계에 규칙성을 부여하고 있다.

양측은 서로 반대되지만, 보다 근본적인 붉은 지평은 하늘의 세계를 침식한다.

여기에 창세신을 부정하는 방법이 있다. 붉은 지평의 혼돈을 이용하여 세계를 무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말하자면 캔버스의 '흰색'으로 모든 그림들을 덮어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과 '유세', 곧 붉은 지평은 하나의 경계로 나뉘어 있는데...

이를 필요한 질량을 따로 갖춘 판데모니움을 낙하시켜, 그 질량으로 경계를 깨부순다.

이 계획을, '종말'이라 한다.

남은 문제는 '신의 탑'뿐이지만, 이에 관해서는 아직 대응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호오? 그리고, 또 재미있는 것도 있군. '성정수를 봉인하는 방법'이라든지..."

"...이걸 빨리 모두에게 알려줘야겠군요."

곧 가브리엘은 칼리오스트로를 안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판데모니움에 가까이 온 그들은,



정신을 잃은 채로 섬에 떨어졌던 라파엘을 다시 일행에 복귀시키고,



뒤늦게 온 그랑 지타가 최대한 멋있게 잡몹 1을 하나 잡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바로 하루토와 마루토가 그 쌍검을 든 타천사와 이야기하기 위하여 그랑 사이퍼를 먼저 보내고 남았던 것이다.

여전히 '아바타'를 이루었던 경험 때문에 타천사는 파괴충동에 매몰된 상황.

하지만 그녀들은 그 타천사의 과거 모습을 생생히 기억해낼 수 있었다.



일을 얘기하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던, 먹을 걸 좋아하던 순진한 아즈라엘의 모습을...

"아즈라엘! 정신 차려!"

"같이 '전령' 일을 했었잖아!"

아즈라엘의 공격들을 어렵사리 피하던 그녀들.

문득 그녀들은 타천사에게서 나오는 또 하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즈'...'아즈'...내 말을...들어 줘...주변을...둘러 봐...

여긴...하늘이야...검은 괴물 속이 아니야...

무서워하지 말고...여긴 아픈 것도...무서운 것도 없으니까...

저기 봐...계속 만나고 싶었던...하루토와...마루토가...'

"'이스'...?" 하루토와 마루토 둘의 목소리가 겹친다.



아아. 이 무슨 일인지.

아즈라엘과 같은 전령 천사였던 그녀의 동료, '이스라필'이 아바타의 안에서 아즈라엘과 융합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융합은 아바타가 사라진 지금도 유지된 채. 그 둘은 단지 하나의 넝마로 둘의 몸을 가리고 있었다.

그 참담한 모습에 하루토와 마루토가 말을 잃고 있는 사이,

아즈라엘&이스라필은 나타났던 때와 마찬가지로 검은 안개와 함께 불쑥 사라진다.


한편, 판데모니움에 도착한 주인공 일행과 칼리오스트로 일행, 그리고 하늘의 민족 연합군은

계속 날뛰던 '켈브'를 침묵시키고 잠시 소강된 전장에서

선봉대의 전황과 루시퍼의 목적을 서로 공유하는 회의 시간을 가지는데...


(방법도 목적도 상관 없다. 재빨리 판데모니움의 정상으로 가 놈들을 없애면 된다.)


산달폰이 메인스토리의 리로 시작해서 샤로 끝나는 누군가랑 비슷한 조급함을 보인다.

"함대를 모아 일점돌파하자는 건가?" 랜슬롯이 묻는다.

"아니, 나 혼자로도 충분하다. 이 천사장의 힘으로 뚫어 보이지."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군. 너는 판데모니움을 덮고 있는 장벽도 안 보이나?" 미카엘은 그런 산달폰을 책망한다.

"장벽...?"

"역시 몰랐군. 무엇이 그렇게 급한 거지? 이런 큰일에 자신만을 내세워도 된다고 생각하나?"

"...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지금으로선 일단 해보는 것이..."

"그렇기에 지금 회의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자자, 이야기가 조금 엇나가는군요. 어쨌든 상황을 다시 정리해 보죠. 저희에게 시간은 별로 없다지만..."

노이슈가 둘을 가라앉히는 가운데, 회의장 밖에서 폭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일행은 나가보는데...


(발사!)


어째서 하늘은 푸른 걸까 시리즈 다음 이야기의 주요 세력인, '조직'의 '이루자'가 조직의 함대를 이끌고 와 있었다.

조직은 본래 자신들의 목적 이외엔 전부 무관심을 고수하고 있는 세력이지만,

이루자에 따르면 이번 사태만큼은 예외적으로 병력을 파견하기로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새로운 원군에 힘입은 연합군은 회의를 진행시킬 수 있었다.

그 결과,








연합군은 재빨리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벨제붑은 판데모니움의 정상에서 그 광경을 보며 말했다.

"놈들의 지휘가 더 세밀해졌군. '특이점'인가...'그것'으로도 발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나."

체스의 말을 옮기던 벨리알은 답한다.

"과연 '진화의 열쇠'답다 라고 해야 할까? 하늘의 민족의 열쇠구멍에 딱 들어맞는 모양이야?

게다가 움직임이 빠른 걸 보니, '종말' 계획을 눈치챈 거 같은데..."

벨제붑의 말이 거칠어졌다.

"연기는 그만둬라. 놈들이 그 계획을 어디서 알았는지는 뻔하지.

네놈은 실험장을 폐기할 생각도 못할 만큼 바보였나?"

"아...사정이 있었어. 사실 4대 천사에게 몸을 숨기려면 힘을 아껴야 했거든..."

"궤변이군. 네놈이 다른 방법을 떠올리지 못할 리가 없다."

"이런...알았어. 사실 말이야. 루시퍼 씨가 숙청된 후, 그 흔적이 남아있는 곳은 그 연구실밖에 없었거든...



잠시 벨리알을 쳐다보던 벨제붑은 곧 고개를 돌린다.

"...그렇군. 역시 네놈은 '교지'의 천사, 그 입에서 진실은 나오지 않는가...

상관없다. 결국 '종말'의 막은 오른다.

경계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한 판 더 하도록 하지."

"후후, 좋아. 그나저나 저기 사리엘...참 잘 싸우는군."

벨리알은 사리엘을 타천사로 영입했을 때를 떠올린다.



'사형'의 천사, 사리엘. 전투력만은 그 4대 천사를 상회하도록 만들어진 천사.

하지만 그는 의도적으로 지성이 제한되어 있었으니,

원시 성정수들의 반란과 루시펠의 초월적인 능력을 목격한 별의 민족의 '최고위원회'가 정한 일이었다.

루시퍼는 그의 그 능력을 살려 여러 적의 격퇴에 그를 써먹고 있었다.



'고대 병기', '달의 민족', '유세의 무리' 등...그가 물리친 적들만 봐도 그는 전장에서는 용맹한 전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사리엘은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일면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가 시간이 주어지면 근처의 땅으로 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개미들을 보는 취미를 갖고 있었던 것.

사리엘은 자신의 그 행동이 '취미'라는 사실에도 깨닫지 못한 채 말한다.

"어중간한 지성 따위...필요 없었는데...나는 개미가 되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싸울 수 있는 개미."

"...흠? 너는 혹시...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고통스러운 건가...?

음음. 조금 놀랍군. 하지만 납득도 된다. '퍼' 씨는 역할과 성격의 괴리도 연구주제로 삼고 있었던 건가."

벨리알은 사리엘에게 말한다.

"저기, '사리'. 혹시 타천사가 될 생각은 없어?

실은 말이야, '싸워도 되지 않는 역할'이 하나 있거든..."

"안 싸워도...되는 역할...?"



그리고 사리엘은 현재, 4대 천사의 일원 우리엘과,

잡몹 에그리고리들을 정리하고 이따금씩 그를 도와주는 란슬롯, 샤를로테, 노이슈, 알베르 등과 끝없이 싸우고 있었다...


또한 어느덧, 시간은 지나,


(이천 년이 넘게 살아온 나, 오백 년 살아온 성정수, 그리고 십몇년 더해서...총 2510년의 힘을 보여 주마!)


칼리오스트로, 로제타, 이오, 가브리엘, 이루자는 결국 장벽을 뚫는데 성공했다.

상술했던 주인공 팀이 판데모니움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특이점이 왔군. 이몸이 맡을 테니, 네놈은 전선으로..."

"잠깐. 하아...결국 끝까지 비밀로 하다니...실망이야. '붑' 씨. 정말로 대실망이야..."

"네놈..."



갑자기 대립하기 시작한 판데모니움 정상의 둘과,

그 위에서 그 모든 것들을 지켜보고 있던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8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