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지난 이야기

싸움은 거의 산달폰에게 맡겨놓은 주인공은 말 몇 마디로 공을 나눠먹으려 하는데...!


어째서 하늘이 푸른 걸까 시리즈의 진지한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끝이다.

원래 작성자는 결말편을 상과 하, 두 편으로 끊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이 많아 연재 편수를 하나 더 늘리게 되었다.

이번 편에도 물론 중요한 이야기들이 이어지지만,

다음 편에서 대단원을 더 현장감 있게, 최후의 진실들을 더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살짝 쉬어가는 편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벨리알과의 결전이 끝나자 세계는 한 층 더 조용해질 수 있었다.


드디어 침묵을 알게 된 벨리알.

4대 천사의 날개를 빛내며 산달폰은 말한다.

"승부는 났다. 네놈은 이제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

말해라. '종말'을 멈추는 방법을."


하지만 벨리알의 태도는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채였다.

"샌디...내가 여기까지 와서 그걸 말하리라고 생각해?

농담이고...사실 가르쳐주어도 좋아. 대신 나와 간음하지 않을래?"

"이 지경까지 와서도 음담패설인가..." 라캄이 질려하는 사이,

"대화는 충분히 했다." 미카엘이 앞으로 나선다. "누군가! 여기에 사리엘의 낫을!"

"이런이런..."


벨리알은 미카엘에게 말한다.

"'미카'...왜 그렇게 급해? 내가 예전처럼 다시 도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미카엘은 씹어내듯 말한다.

"...교지의 천사와 할 이야기는 없다."

"그렇게 노려보지 마...예전엔 참 귀여운 후배였는데...

하지만 참 이해할 수 없네. 왜 종말을 막으려 하지? 종말은 천사들을 구제하는 방법이야?"

"또 무슨 궤변을."

"샌디...특히 너에게는 더 그래. 천사는 불멸. 영원히 살며 자신의 역할만을 다하기를 요구받지.

하물며 천사장은 어떨까? 그 역할의 근거가 어디에 있지? 그냥 별의 민족이 줬던 거 아니야, 그 역할?"


바로 이오가 반박한다.


(그건 옛날 이야기야! 지금은 성정수들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걸!)


하지만 벨리알은 실소를 터트린다.

"푸후후후...'평범하게 살아가'? 인간의 수명으로 성정수의 삶을 논한다고?

그래, '사리'도 '샌디'도 지금은 특이점들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해 보지.

하지만 백 년 후에는? 아니면 천 년 후에는 어떨까? 너희들을 이해할 수 있는 자들이 남아있을까?

뭔가 좋은 일을 해도, 나쁜 일을 해도 아무 것도 남질 않아. 마음 속의 허무함 빼고는...

그 고통스러운 삶을 끝낼 방법이 종말이라는 거야."


이번에는 로제타가 나선다.


(너무 단정이 심하네. 성정수의 일생이 공허함뿐이라니 극단적이야.)


하지만 벨리알은 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천사, 루시펠은 어땠지? 여기 지금 인간 중에 전부터 루시펠을 알던 자가 있나?

그는 수천 년간 천사들을 지휘하면서 하늘 밖에 있는 적들과 싸워왔지.

하지만 무슨 보답이 있었나? 천만에. 오히려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잖아?"


그래서 그의 삶을 위해서 다른 삶들까지 모조리 끝낸다고?

벨리알의 말은 현재 그의 상태만큼이나 뒤틀려 있었다. 하지만 일행은 정말로 그렇게 살아왔던 루시펠을 생각하며 순간 숙연해졌다.


그리고 갑자기 판데모니움이 흔들린다. 일행의 관심이 잠깐 자신들의 발밑으로 향했다.

"후후후...경계의 붕괴가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군..."

그때 벨리알은 어디론가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일행이 다시 벨리알에게 집중하지만, 벨리알은 이미 판데모니움 정상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포기를 모르는 녀석! 이제 단념해!" "그, 그래요! 저희가 푸른 하늘을 다시 되찾을 테니까요!" 뷔와 루리아가 소리친다.


벨리알은 다시 입을 연다.

"푸른 하늘...푸른 하늘이라...왜 너희들은 그거에 집착하지?

왜 이 세계의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 거야?

도리, 법칙, 인과...모두 창세신이 만들어놓은 것에 불과한데도..."

그리고 벨리알은, 그대로 하늘의 바닥으로 몸을 던진다...

"아니...!"


"생각해 봐..."



"그럼, 모두들 좋은 '종말'을..."

"웃기지 마라! 스스로 죽는 일 따위!!!"

산달폰이 달려가지만,


(정말로 '안녕히'...)


그렇게 벨리알은, 이 이야기에서 퇴장하게 되는 것이었다...


한편, 판데모니움의 밑바닥.


"크으..."



벨제붑은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살아 있었다.

상처는 깊었지만 일찍히 사리엘에게 베였던 라파엘이 그러했듯 서서히 재생은 되는 상태.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하지만 곧 하나의 그림자가 그의 앞에 드리운다.


"찾았다..."


(이 검은 쌍검의 기운...그 기척...네가 '아즈'네를 조종하고 있었어...)


하루토였다.

"고통과 공포로...그 애들의 성격과 몸을 왜곡시켰어...

어째서! 어째서 그딴 잔인한 일을!"

"...그 쌍검을 넘겨라. 혼돈의 힘은 귀하다..."

"대답해!"

"감히 누구한테 입을 여는 거냐. 상처를 입었더니 날벌레가 꼬이는군...꺼져라..."

"대답해애애애!!!!!!"

"그 힘...하위 천사의 제한을 넘겼군...하지만 도구는 도구.

천사는 원래부터 별의 민족을 위한 도구...그 이용방법에 질문을 받을 이유는 없다.

아니...너 정도의 힘으로는 도구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 쌍검과 함께 썩어 죽어라. 도구보다 못한 날벌레 자식."

"뭐가...도구야..."


(처, 처음 뵙겠습니다...여기는 '아즈'와 '이스'라고 해요!)

(항상 고마워. 아즈는 원래 어두운 성격이었지만...하루토와 마루토 덕분에 지금은 많이 밝아졌어.)


"아즈와 이스를 모욕하는 건 용서 못해!"

피를 토하듯 외치는 하루토에게,

"하루토! 연합의 모두들을 불러왔어!"




마루토와 연합군의 면면들이 합류하여, 벨제붑과의 싸움울 시작했다.

하지만...


(젠장! 이 괴물 자식...정말로 중상인 건가!)


"너무 빤히 보이는군...그 정도로 양동을 했다고 말할 생각인가?"

벨제붑은 별의 민족의 강함을 보여주며 연합을 압도하고 있었다.

'퐞격 벨제붑 역가드 피격 판정 삭제 기원'

하지만, 칼리오스트로는 일찌감치 벨제붑의 그 힘이 단순한 별의 민족의 강함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과거부터 나님이 봐 왔던 다른 별의 민족보다 확연히 강해...그리고 '혼돈'이라는 개념을 다루는 힘...저 녀석..."


(별의 민족과 성정수의 키메라군. 그래서 보통 별의 민족의 힘을 훨씬 초과한 거야.)


"마침 타이밍 좋게 알아둔 것이 있지..."

칼리오스트로는 영창을 시작한다.



그리고 벨제붑이 연합을 완전히 떨쳐내기 직전,

그 마법은 완성되었다.

칼리오스트로는 소리높여 웃는다.

"크하하하하하하! 모두들, 좋은 오프닝이었어...! 이젠 주인공이신 나님의 차례다!"


칼리오스트로가 연구소에서 알아냈던, '성정수를 봉인하는 결계'는 발동되기 시작한다.

벨제붑은 바로 그 결계의 정체를 알아챈다.

"뭣이...! 왜 네녀석이 별의 민족의 마법을...헛!"

당황하는 벨제붑의 뇌리에, 과거의 기억이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



"...베엘리이아알!!!!!!!"


(안녕이다! 네놈은 여기에서 종신형이다!)



"누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이리하여, 외마디 단발마과 함께 벨제붑 또한 이 이야기에서 퇴장하게 된 것이다.


다시 이야기는 주인공 일행으로 돌아와...

벨리알은 사라졌지만, 일행은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경계를 붕괴시키려 떨어지려는 판데모니움을 막고, 경계를 복구하는 일.



그리고 바로 이 모든 것의 흑막, 루시퍼를 처리하는 일이었다.

의외로 판데모니움을 멈추고 경계를 복구하는 일은 4대 천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상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랑 사이퍼가 판데모니움에 끼여 버린 이상 일행은 다른 배를 구해야 했는데...


"여러~분~! 무사하셨군요~!"

뒷정리를 맡으신 셰로카르테님께서 다가오셔서 말씀하신다.




그리하여 일행은, 최후의 싸움에도 역시 그랑 사이퍼를 몰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에테메난키. 창세 신화에 전하여 내려오길 '창세신과 교신하는 제단'.




루시퍼는 이미 그곳에 들어와 있었다.

"꿈에서 보던 대로...이 곳의 모든 물질이 겉보기와 다른 용적을 가진 원시물질인가...참으로 초월적이군. '최고위원회' 놈들이 기를 쓰고 숨겼던 이유가 있어.

그리고 이것은...벽화? 의미는 창세기의 기록과...'예언자'의 존재."



"창세신에 대한 고대 백성들의 반란과 승리..."



"그리하여 나눠진 신...그 다음은 하늘의 창세신과 별의 창세신의 대리전이 이 세계의 역사라는 것이다.

하늘의 민족도 별의 민족도...결국 창세신의 '호메오스타시스'(자기 유지 활동)...하찮군. 모두 내가 알던 대로다."


그러나 에테메난키 복도의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나타난다.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어서 오시길. 당신이 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루시펠...?"

자연스레 묻는 루시퍼에, 그는 고개를 젓는다.

"...복도 끝에 '신의 방'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거기서."


자리를 옮겨서 그는 이야기한다.

"먼저 자기소개를 할까요. 저는..."

루시퍼는 그의 말을 끊는다.

"예언자로군. 창세신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존재. 창세신의 하인."

"...약간 어폐가 있지만 대체로 맞습니다."


(그렇다면 이름을. 최근에는 '루시오'라고 자칭하고 있습니다.)


"루시우?"

"...루시오."

"...흥. 이름까지 나와 닮았군. 나랑 비슷하게 나타나면 친근감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나?"

"비슷하다고요, 제가...당신에게? 뭐, 좋습니다. 저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용건을 눈치채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종말' 계획을 그만둬 주셨으면 합니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창세신을 위해서? 그게 너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

"그 몸을 나누었어도, 하늘의 창세신과 별의 창세신은 함께 제 주인입니다.

서로는 통합을 위하여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만, 주인끼리의 대립은 제가 관여할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을 인과에 맡기고, 이례적인 일에만 개입할 뿐..."

"그게 지금이란 말이군."

"예. '유세'의 무리들도, '혼돈'의 침식도, 당신의 계획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불쾌하다. 결국 창세신들의 뜻에 따른다는 말 아닌가.

나는 다름아닌 창세신의 그 독선을 파괴하고자 하고 있는데.

뭔가 했더니 별 볼일 없는 이야기군. 눈앞에서 사라져 맘대로 죽든지 말든지 해라."


루시오는 잠시 침묵한 뒤 말한다.

"...왜 거기까지 창세신을 미워합니까?"

"왜 거기까지 창세신을 섬기지? 애초에 지금 창세신은 무엇이지?

세계를 만들었다는 사실 이외의 활동은 거의 전무. 무대장치나 다름없다.

너의 주인은 지금 너무나도 이질적이다."

"제 주인은...여기와는 다른 차원에서 온, '큰 뜻'을 지닌 존재.

'모든 창조물들에게 사랑을 부어 세계를 완성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풋, '사랑'? 하늘의 민족과 별의 민족으로 대리 전쟁을 치르게 하고 있으면서 말인가?"

"주인이 몸을 나눴던 일 자체가 비정상적인 일...싸우지 않으면 자신의 세계가 먹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삶의 의미는 본래, 세계의 완성을 위하여 노력하는 일.

그 일에 충실했기 때문에 일어난 어쩔 수 없는 사태입니다."

"헛소리하지 마라. 나는 나의 목적을 위해 산다."

"물론 그 선택도 자유입니다. 다만 신 자체에 반하는 일은..."

"조건 따위를 붙이지 마라. 허가를 필요로 하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루시오는 다시 침묵하다가 말한다.


(신기한 일이군요. 제 '분신'일 터인 당신이 이렇게나 제 의사에 반하리라곤.)


"'분신'...?"

"별의 창세신은 떨어져 나와 세계를 새로 만들 때 주로 원래 있던 세계를 모방하였습니다...

사람의 모습, 물질의 기본 구조, 생태계 구조...그리고 '예언자'."

"..."

"당신은 이따금씩 위화감을 느꼈을 겁니다.

경험한 적 없는 정보가 꿈에 나온다던지, 아니면 그것도 없이 어느샌가 그냥 알고 있다던지...

무엇보다 당신은 또한 자신을 닮은 성정수, '루시펠'을 만들었습니다.

완전한 예언자의 모습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던 당신은, 그 결핍감을 해소하고자 했던 것이지요..."

루시퍼는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침묵한다.

"거짓말로 들리십니까? 조금 시간을 주시면 증거를..."


첨언하는 루시오에, 루시퍼는 낮게 입을 열었다.

"아니. 필요없다...단지...이렇게 운이 좋을 줄이야...

마침 '종말'을 피하는, 이 신의 탑을 파괴할 힘을 찾고 있었다...

내가 불완전한 존재라면, 너의 힘을 취하여 완전한 존재가 되면 좋을 뿐인 일이다."


루시오는 한숨을 쉬고,

"...휴. 루시퍼 당신은, 결국 신의 뜻에 반하는군요..."

자신의 힘을 개방한다.



그것을 본 루시퍼도 자신의 힘을 개방한다.

"물론이다. 나는 이 세계에 종말을 가져올 것이다...!"

그렇게 둘의 싸움은 시작된 것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10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