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지난 이야기

주인공 일행은 타천사 하나가 번지점프하는 걸 지켜보기만 하면서 한 화를 때우는데...!






본래의 파란색으로 돌아온 하늘을 배경으로 하여 그랑 사이퍼에 오른 일행.
신의 탑으로 향하는 길에 산달폰은 복잡한 심경이었다.


벨리알의 말은 기본적으로 궤변이었지만, 루시펠이 보내왔던 삶만은 진실이었다.
수천 년간의 고독, 고뇌, 허무함...
산달폰은 루시펠의 그 숭고한 자기희생의 원천이 무엇이었는가를 고심했다.
그러나 답은 나오는 일 없이 그랑 사이퍼는 전진하고, 어느새 일행은 탑의 바로 아래까지 도달했다.


비공정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고도.
“셰로카르테 씨, 그랑 사이퍼를 맡길게!” 라캄의 부탁을 끝으로,
산달폰은 4대 천사의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하여 일행을 그 속으로 옮겼다.



신의 탑에서,
일행은 루시퍼가 걸었던 그 복도와 보았던 그 벽화들을 똑같이 마주하며 걸었다.
그러나 루시퍼만큼의 지식이 없었던 그들은 그로부터 거의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들은 단지 루리아로부터 그녀의 성정수들의 힘들이 요동친다는 걸 들었고,



루시펠이 주고 떠났던 깃털이 은은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것을 알았을 뿐이었다.


콰아아앙!


그리고 신의 탑에 울려퍼지는 폭발음.
루시퍼가 있음을 직감한 일행은 그곳으로 향한다.


복도 끝의 방.
그곳에는 누군가의 옷이 흐트러진 채 피웅덩이에 잠겨 있었고,


(그 공간의 중심에는 타천사들의 왕 루시퍼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누군가 했더니, 예비품인가...그렇군. 벨리알은 졌는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일행은 궁금증이 들었지만 일단 루시퍼를 제압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루시퍼! 타천사들은 모두 토벌되었다. 경계는 4대 천사들이 수복했고, 판데모니움의 떨림도 이미 잦아들었다.
네 계획은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산달폰이 외쳤다.


하지만 루시퍼는 태연했다.
“‘내’ 계획? 그 둘이 이리저리 기운 누더기 계획이다.
내 ‘가동 불능’, 역사의 변화...낡은 정보에 기반한 계획은 버리고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운 계획을 짰어야 했다.”
“뭐야 정말! 잘난 척에 변명만...실패를 인정하라구!” 이오가 새된 목소리를 날린다.


“실패다. ‘그 둘’의 계획은.” 루시퍼는 웃는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수없이 많다. 그야말로 지금이라도 당장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루시퍼의 말과 함께 에테메난키는 떨어지기 시작한다.



(으억! 뭐야 이건...!)


“에테메난키의 원시물질...경계를 붕괴시키는데는 충분한 질량이다.”
“이 녀석...아까 폭발은 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뷔가 말한다.
“빌어먹을, 연합군에 연락을 취해야 해!” 라캄이 소리친다.
“아직 시간은 있다...그 전에...” 그리고 산달폰은,


(그 전에 내가 네놈을 끝낸다!)


4대 천사의 날개를 펼치고 루시퍼에게 치닫는다.
“천사장의 힘을 소진한 끝에 4대 천사의 날개를 가져온 것인가...
실로 불안정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웃고 싶으면 웃어라!”
“차마 웃을 수가 없군. 그 나의 작품들을 이토록 망쳐 놓다니...”
“맘대로 지껄여라...이 한 번으로 과거의 망령을 처단하겠다!”



“‘아인 소프 오르’*!”
산달폰의 필살기를 시작으로 일행은 단기결전을 위해 처음부터 루시퍼에게 자신들의 최대 기술들을 쏟아부었다.
그들은 상당한 타격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루시퍼는 멀쩡한 모습으로 그 초월적인 힘을 비로소 완전히 드러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그토록 잔혹하게 행했다던 연구의 결실인지...마치 악마...”
“악마...”
일행이 무겁게 경악하는 사이, 루시퍼는 조용히 읊조린다.
“호오, 이미 예언자의 힘은 안정됐는가...역시 나의 ‘원본’이라는 말인가.
하지만 출력은 어떨까?”



퍽!


“으아아아악!”
“거짓말?!”
“맙소사, 그 산달폰을 가볍게...!”
이오와 로제타의 일성과 함께, 일격으로 산달폰을 저 멀리 쓰러트린 루시퍼는 다시 산달폰에게 가까워지며 말한다.
“서라. 성능 검증 대상으로 삼는다.”
“크으윽...검증이라고...”
“이 정도의 힘은 나도 체험해 본 바 없다. 그러므로 실험이 필요하다.
훗. 잘됐지 않나. 예전에 루시펠이 보고했었던 게 있지. 네가 도움이 되고 싶어한다는...
그 ‘소원’을, 내가 지금 이뤄주마.”
“...웃기지 마라!!!”

산달폰은 다시 공격을 날려보지만, 루시퍼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너야말로 웃기지 마라. 너무 약하군. 루시펠의 후계자라면...조금은 기대에 응해 봐라.”
“크아아아아악...!”


루시퍼의 다음 일격으로, 주인공 일행의 가장 큰 전력이었던 산달폰은 결국 쓰러졌다.
시간을 벌러 앞으로 나서는 사람 순으로, 주인공의 다음 동료들도 차례차례 쓰러진다.
“내가 맡는다! 어서 뒤로...크헉.” 라캄.
“빨리 상처를 재생시켜!...크윽, 젠장. 방패역도 안되는 건가...” 오이겐.
“조금만 기다려! 빨리 회복 마법을...꺄악?!” 이오.
“이오! 위험해!” 로제타.
“그랑(지타), 루리아를 부탁한다. 순간이지만 내가 시선을 끈다. 산달폰, 너에게 하늘의 세계가 달려있다...”



털썩

카타리나까지.


“연약한 하늘의 민족...개악된 후대의 성정수...이 꼴로는 성능 평가를 제대로 할 수가 없군.
특이점. 너의 말들은 모두 없어지는 중이다. 너는 나를 만족시켜줄 수 있나?”
주인공에게 말을 건네는 루시퍼에게, 산달폰이 겨우 몸을 일으켜 다가간다.
“기, 기다려라...나를 노려라...실험대든 뭐든 되주겠다...”
그러나 루시퍼는 말한다.
“너는 쓸모없다. 루시펠도 판단을 잘못했군. 천사장이라 해도 노화로 성능이 저하되는 건가...”
“네놈이 루시펠님의 뭘 안단 말이야...”
“혹은...너 자체가 루시펠의 결점이었나? 역시 예비품은 시간이 지나도...”
루시퍼가 산달폰을 마무리하려는 그때,



주인공이 루시퍼의 일검을 받아낸다.
“...호오?”
그리고...
“이 나쁜 녀석! 용서 못해!”
돌연 뷔가 루시퍼에게 달려든다.


(확실히 무지하게 나쁜 녀석이지만! 간단히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지만! 찐달폰 아니랄까봐 무지 귀찮게 하지만!)


“뭐가 예비품이야! 요즘 산달폰은 하늘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언제나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들은 산달폰을 응원하기로 했단 말이야!”


너무나도 비합리적인 행동에 잠시 당황했던 루시퍼는, 곧 코웃음을 친다.
“흥...나는 창세신을 과대평가했는가..."

“으아아아악?!”
손짓 한 번으로 뷔를 털어내는 루시퍼. 하지만 뷔는 또다시 달려들고,
뷔의 위기에 자기도 모르게 다시 검이 나간 주인공은 더 물러설 곳 없이 루시퍼와 검을 맞댄다.
루시퍼는 자신의 눈이 틀림없었다는 듯이 말한다.
“...이 기술...확실히 인간의 한계를 넘었군. 일반적인 타천사 정도는 무리 없이 토벌할 정도다.
하지만 그래봐야 인간. 특이점, 너를 정리하고 하늘의 세계를 없애겠다.”

곧 꺼질 불꽃.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눈부시게 타오르는 주인공과 뷔.


“모두들...응원...나는 이리도...”
그것을 보고 나서야 산달폰은, 비로소 루시펠의 심정을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나는 또 주변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나는 또다시 나 자신만을...”
“산달폰 씨...?”
“루리아...나는 너를 지키고 싶다. 그리고 이 하늘을 지키고 싶어.
약속이기 때문에도, 속죄이기 때문에도, 천사장의 역할이기 때문에도 아니야...
나, 나 자신의 바램이야!”

그리고 그 순간, 루리아의 깃털이 한층 더 밝은 빛을 내뿜기 시작한다...



새롭게 날개를 펼친 산달폰.

루리아는 저도 모르게 말한다.
“예뻐요...형형색색의 날개와, 하얀 날개...”


“...루리아, 아마 너의 힘 덕분이야.”
산달폰은 말한다.
“그 깃털...루시펠 님의 코어였던 거 같아.
여기에 가득한 태고의 힘과, 똑같이 태고의 힘을 다루는 너의 능력...
루리아 너는 무의식적으로 그 깃털의 힘을 이 탑의 힘을 빌려 증폭시켜 발현한 거야...
아니, 너는 이미 발현하고 있었지만, 내가 이제야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거지.”
“깃털의 힘...인가요?”
“루시펠님의 힘이라는 거지, 결국은.”
산달폰은 한 번 웃고는, 바로 그랑 지타에게 향한다.


루시퍼는 산달폰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며 말한다.
“...난잡한 날개로군. 예비품다운 꼴사나운 모습이구나.”
“뭐라고든 지껄여라. 꼴사납든 다치든 피와 진흙으로 더러워지든...난 관계없이 하늘을 지켜 보이겠다.”
“맘에 들지 않는군. 마치 나와 대등하다는 듯이...그런 자는 이 세상에 하나면 족하다.
그리고 그자는 죽었지. 그렇기에 세계는 끝난다.”
“아니, 함께라면,”



(주인공은 검을 들고 산달폰의 옆에 나란히 섰다.)


“너는 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쯔아아아아아아악!!!!”
격전 후, 산달폰과 주인공은 루시퍼를 무릎 꿇리는 데에 성공한다.
정신을 차린 동료들도 일행에 합류하고,
일행은 이 추락하는 에테메난키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하지만 산달폰의 힘도 다해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태.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허공에 차원의 틈이 열려 에테메난키가 추락하는 대신 그곳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위치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일행에게 들려온다...

‘용감한 기공사들이여...설명드릴 시간이 없습니다...
그 틈은 제가 연 것이니 여러분은 서둘러 탈출하십시오...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와 축복을...’
“자, 잠깐! 탈출방법을 안 알려주면 무슨 소용이야~!” 이오의 외침이 무색하게 그 목소리는 바로 끊겼다.
이대로 주인공 일행은 다른 차원으로 향하게 되는 것일까...?


하지만 여기서,

넓고 조용한 복도를 자신의 발소리로 채우며,
마지막까지 모든 이들을 속이는데 성공한 자가 등장한다.

터벅...터벅...터벅...


(기다렸지. 도우러 왔어.)


벨리알. 교지(狡智)의 천사.

“네놈...살아 있었나?!”
“샌디...오랜만이야...빠듯했지만 보는 대로야. 힘을 조금이라도 덜 쓰려고 비공정을 타고 왔지.”
“이 자식...그걸 믿을 리가 없잖아!” 단단히 데였던 뷔가 말한다.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마. 나는 정말로 구하러 온 거야.
물론 퍼 씨를 말이지...저기, 여기서 협상하지 않겠어?
나는 너희들에게 내가 타고 온 비공정을 주고, 너희들은 우리를 놓쳐주는 거야.”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산달폰이 말한다.
“기척으로 알 거야. 지금 나는 정말로 난처하다고...
특이점, 너는 결론이 나와 있는 거 같은데.”


그랑 지타는 그 말을 듣고, 동료들을 돌아본 뒤 고개를 끄덕인다.
“...단장이 그렇다면. 다시 언제라도 이겨주겠다.” 산달폰도 이내 수긍한다.
“후후후...좋아. 그럼 좋은 ‘주말’을...”
벨리알의 작별인사를 뒤로 하고, 일행은 벨리알이 알려준 비공정의 위치로 향했다...



(하아...하아...설마 정말로 있을 줄이야. 쓸데없이 좋은 비공정이라는 점이 더 열 받는군.)


“어디에서 훔쳐 온 건지. 엔진도 연료도 일단 문제는 없어.”
라캄과 오이겐은 대강 비공정을 점검하고 에테메난키를 탈출하기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큰일날 뻔했어.” 일단 안도하는 로제타.
“그 차원의 틈을 열었다고 한 자는 대체 누구였는지...” 새로이 생겨난 궁금증을 정리하는 산달폰 등
일행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교지의 천사는 그 역할을 다했다.

펑!

“뭐지, 고장인가?!” 카타리나의 말을 라캄의 고함이 덮는다.
“그 개자식, 끝까지 장난질을 치고 있어! 갑판에 시한폭탄을 묻어놓기는!”
비공정은 서서히 고도가 낮아지기 시작하는데, 오이겐이 귀를 기울인다.
“음? 이 엔진음은...”



(여러부운~빨리 이쪽으로 건너뛰세요~!)


라캄에게 부탁받았던 셰로카르테가 그랑 사이퍼를 몰고 여전히 에테메난키의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셰로카르테 님은 최고야.
라캄은 남은 부력으로 그랑 사이퍼의 옆에 비공정을 대고 같이 탈출하려 한다.
그런데 그때...


(꺄아아아!!!)


그랑 사이퍼로 뛰어 건너가려던 루리아가 급작스러운 기류에 휘말려 차원의 틈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순간적인 일에 모두가 멍하니 있는 사이,
“루리아!!!”
산달폰이 최후의 힘으로 날아올라 루리아를 잡아 아래로 던지고 자신이 대신 휩쓸린다.
“산달폰 씨!!!”


(루리아...내 최후의 힘이다. 너는 돌아가라. 절대 그랑(지타)의 손을 놓지 마.)


떨어지는 루리아를 일행이 받는 모습을 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산달폰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산달폰은, 익숙한 어딘가에서 눈을 떴다.



“나는 또...꿈을 꾸고 있는가...”


“꿈은 아니야.”
그리고, 갑작스레 들려온,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 목소리.
산달폰은 숨을 삼키며 목소리가 들린 곳을 돌아본다.
“루시펠...님...”



(자, 커피를. 내가 너에게 타주는 건 오래간만이구나.)


“커피...”
“그래, 아직도 좋아한다고 믿고 싶다만...”
“아, 좋아해요. 감사합니다...하하.”
“아하하하...”

서로 얼굴을 맞대어 웃은 게 얼마 만일까?
산달폰이 감상에 잠기어 있는 사이, 루시펠은 말한다.
“이곳은 영혼의 출발점이자 종착점.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
네 마음은 지금 몸의 소재와는 별도로, 여기에 헤매 들어온 상태라고 할 수 있다.”
“...? 저는 죽었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 살아 있을 거야. 다만 나도 여기의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이 광경 자체가, 내 마음이 그려낸 환상일 수도 있다...아니면 너의 마음이.”

산달폰은 고개를 젓는다.
“...환상은 아닙니다.”
“어째서?”
“그저,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신은 확실히 루시펠님입니다.”
산달폰에 말에 루시펠은 안도하는 듯 보였다.



“...그런가. 그럼 너도 산달폰이다. 내 전언은, 들을 수 있었나?”
“예. ‘종말’은 멈추었고, ‘루시퍼의 유산’은 파괴. 천사들도 단계적으로 역할을 자연에 환원할 겁니다.”
“그런가. 너에게 맡겨서 다행이다...고맙다. 그리고 너무나도 큰일을 맡겨서 미안하다.”
“...루시펠님. 저야말로 사과드리고 싶습니다...모든 것이 제 탓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생각만 하면서, 당신을 비난하고, 마침내 가나안에서의 그 일을 초래했습니다.
정말로 저는, 무엇으로 사과드려야 할지...”
“내 일은 됐다. 네 열등감에 기대고 있었던 내...”
“안됩니다, 죄는 죄라고 인정하지 않으면. 그게 속죄의 첫걸음이니까요.”
“산달폰...알았다. 하지만 기억해줄 수 있을까?
하늘의 모든 사람들이 널 용서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영겁의 시간이 흐르더라도,
너란 존재는 영원히 내 마음의 안식처다.”
“영원...감사합니다.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겠습니다.”
“부탁한다. 천사장.”
“예! 당신의 존재도 영원히, 제 빛입니다.”
“우후후후...아, 그래서...커피 한 잔 더 하겠나?”
“아, 예! 그럼 이번에는 제 실력을...”


그러나 문득 반가운, 그러나 매정한 소리가 정원에 울려 퍼진다.
“어~이! 깨어나, 산달폰!”
“부탁이에요! 일어나세요! 산달폰 씨!”
“...! 아뇨, 역시, 슬슬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루시펠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가...지금 너는, 현세에 돌아갈 방법은 알고 있을 것이다.
마음대로, 날개를 뻗으면 된다.”
“예...하지만 사실...사실 루시펠님과의 약속을 이룬 후에 어떻게 할지는 정하지 않았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당신의 곁에 있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늘의 세계에서 동료들과 함께 있고 싶다고...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 나도 응원하고 있다.”
“하하하...들켰군요. 그래서 ‘영원히 마음의 안식처’라고 말씀하셨던 거겠죠.”
“음...? 알고 있었군. 후후후...하지만 그건 확고한 내 본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커피 한 잔을 더 권하셨던 것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으셨던 거죠...”
“마음이란, 모순되기 마련이지...”
“하하하하...” “후후후후...”

산달폰은 루시펠과 또 얼마간 함께 웃었다.


그리고...산달폰은 말을 꺼내야 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음, 잘 다녀오세요.”

“...음. 아, 그러니까...그러고 보니 예전과는 반대군요. 그 연구소의 안뜰에 있었을 무렵과.”

“그래, 지금은 네가 천사장이고, 나는 기다리는 몸이구나.”

“도움이 될진 모르겠습니다만...커피 나무를 키워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해 보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큭!”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크윽...!”
새어나오는 슬픔을 억누르며, 산달폰은 날개를 펼쳐 안뜰을 떠난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루시펠.



“‘잘 다녀오세요’...옛날 네가 매일같이 했던 말이다.
그 안뜰에서 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지금 와서야 알 것 같구나...
다시 만나자, 산달폰...”


(다음 글에 계속)


10-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