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블루 판타지 스토리 연재 링크 모음


1편


지난 이야기

주인공 일행은 오래되고 작은 마을에서 촌장의 묵인 아래 어린이를 한 명 데리고 가는데...!


어느새 예고했던 연재일정도 모두 끝나간다.

이번에도 앞으로 연재할 이벤트 선정에 투표를 이용할 계획이니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일행은 머라이어를 찾기 위해 동굴 안팎을 샅샅이 뒤진다.

루리아도 잠깐 그랑 지타에게서 떨어져 머라이어의 이름을 부르고 다니는데,



(...너는 왜 거기에 있어...?)


'접하여선 안될 자'가 만들어낸 환영이 그녀 앞에도 나타난다.



(무, 무슨...말씀이시죠?)


루리아가 당황하며 대답하자, 환영은 곧바로 루리아를 현혹하기 시작한다.

[네가 존재하면서...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망쳤는데...왜...웃을 수 있는 거야?]

"그, 그건...."

타인을 고통스럽게 한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역설적이게도 타인을 생각하는 사람에게일수록.
메인스토리 1부 1편의 일은 루리아에게 아직까지도 가장 큰 고통으로 남아 있었다.

마음 속 깊이 숨겨뒀던 죄책감에 말문이 막힌 루리아를 환영은 몰아붙인다.

[무엇보다...단장의 생명을 빼앗은 건...네 탓인데...너만 없었으면...

넌 다음에도 똑같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거니...?]

"아아...!"

루리아가 크게 휘청이고,



(제...제 탓에...제가 에루스테 제국에서 도망쳤기 때문에...!

진정해! / 오히려 좋았어)


쏜살같이 달려온 그랑 지타가 쓰러지는 루리아의 몸을 지탱한다.

"아...!"

"오히려 좋았어." 그랑 지타는 루라이의 귀에 속삭였으며,

"계기가 어찌됐든 우리는 여행을 떠나려고 했었어!" 옆에 있던 뷔도 팔짱을 끼며 말한다.



(그래서 오히려 루리아와 만나서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된 건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말이야!)


"그러니까 절대 후회할 일은 아니야. 루리아도 그렇고, 그랑 지타도 그렇고. 그렇지?"

"...네!"

루리아는 그렇게 환영을 이겨낸 것이었다.


시간은 많이 지체되었다.

직접 체감까지 한 '접하여선 안될 자'의 힘.

그 힘에 홀로 노출된 머라이어에 대한 모두의 걱정은 커져갈 따름이었다.

동굴 밖에 나갔다 온 아스텔은 따로 합류한 스테라에게 마지막 가능성을 입에 담았다.



(스테라 형님(언니의 높임말), 아직 찾지 않은 곳은 제단이 있는 최심부밖에...)


"설마 제단에...!"

생각하기조차 싫었던 장소. 그러나 스테라와 일행은 그곳으로 향해야만 했다.



(...언니...드디어 때가 왔어. 언니의 복수를 할 때가...!)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허겁지겁 달려온 모두의 눈앞에서, 머라이어는 자신의 창으로 제단의 봉인을 연신 내려치고 있었다.

"머라이어 님! 무슨 짓이십니까! 멈추십시오!"

스테라가 외쳤지만 머라이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없는 비상사태에 스테라는 신속하게 활을 당겼고,

쌔애액

그녀의 흠잡을 데 없는 활솜씨로 화살은 무리없이 머라이어의 발등에 당도한다.

하지만...



팅!

화살은 머라이어의 사바톤(발등을 보호하는 판금갑옷 부위)에 튕겨져나갔다.

음...아니, 훨씬 더 효과적인 곳이 많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그제서야 반응을 보인 머라이어.

스테라는 재차 외친다.

"제단에서 벗어나십시오 머라이어 님! 당신은 지금 '접하여선 안될 자'의 힘에 먹히고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머라이어는 입술을 곱씹으며 말한다.

"아니...스테라...나는 멀쩡해. 나는 처음부터 이 괴물 '마르두크'를 죽이고 누나의 원수를 갚으려고 왔어!"


그녀에게는 무슨 사정이 있는지, 그리고

"마르두크...'접하여선 안될 자'의 이름을 어떻게?"

그녀가 '접하여선 안될 자'의 본명을 어떻게 아는지, 스테라는 잠시 눈이 흔들렸지만,

"머라이어 님, 마지막으로 경고하겠습니다! 혼자서 그것을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더 이상 봉인을 훼손하려 하면 제압하겠습니다!"

"시끄러워! 나는 마르두크를 죽일 거야! 방해하면 스테라 너도 죽이겠어!!!"




"'접하여선 안될 자'의 봉인이 풀리면 막대한 피해가 나올 겁니다! 모두들 절 도와주세요!"

그녀는 지킴이의 책무에 따라 일행과 함께 머라이어의 제압에 들어간다.



(윽...젠장,젠장...! 언니...)


머라이어는 상당한 실력이었지만 수에서 앞선 모두는 그녀를 재빨리 멈출 수 있었다.

스테라는 제단으로 서둘러 뛰어올라가고,



그녀의 귀가, 뾰족 곤두선다.

"스테라 씨! '마르두크'의 힘이 갑자기 커지기 시작해요!!!!"

저 멀리 뒤에서 들려오는 루리아의 다급한 외침.

하지만 그녀는 그 외침이 없었어도 그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제단의 봉인은 이미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 있었다.

이미 현현하기 시작한 '접하여선 안될 자', '마르두크'와 시선이 마주친 그녀는,

"...큿!" 억지로 시선을 돌리며 제단 옆의 '봉인의 마궁'을 재빨리 챙기고 뒤로 탁탁 물러난다.


(아, 아...! 저게...저게, '접하여선 안될 자'...!?)


곧 모두에게도 마르두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의 힘에 온 동굴이 떨리고,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 위용에 움직임이 멈춘 모두를 달려오는 스테라의 외침이 깨운다.

"모두들, 정신 차리세요! 일단 물러서서 마을에 보고하도록 하죠!"

쿵쿵

가까스로 모두와 다시 합류한 스테라와 마르두크 사이에 집채만한 바위들이 거침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칫하면 나가는 통로마저 막힐 상황.

마르두크를 바로 처리하지 못하면 사태가 확대되는 건 기정사실이었지만 워낙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랑 지타는 정신을 잃은 머라이어를 들쳐메고 스테라가 이끄는 대로 마을로 귀환한다.


"스테라, 아스텔! 지금 귀환했습니다!"



마을도 이미 섬의 기운이 이상해졌음을 느끼고 있어서, 촌장은 장로와 함께 있었다.

"'접하여선 안될 자'의 봉인이 풀려버렸습니다."

머라이어를 치료소에 눕히고 와서 촌장의 물음에 답하는 스테라의 보고에 장로는 한탄한다.

"무엇이라! 그것은 사실인가! 스테라 자네가 있으면서 그 일을 빤히 두고만 봤다는 것이야!"



(봉인을 푼 바보천치는 어디 있느냐! 설마 그대는 아니겠지, 아스텔!)


어린아이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는 장로.

하지만 그런 폭언이 무심코 흘러나올만큼 사태는 위중했다.

촌장은 더 험한 말을 듣지 못하게 아스텔을 머라이어에게 보내고,

곧 섬 전체에서 마을로 몰려올 마물들을 막고 마르두크를 재봉인시키기 위하여,



('접하여선 안될 자'를 방치할 수는 없다. 마을 전체가 나서서 재봉인해야 해.)


그것이 아직 완전히 힘을 회복하지 못했을 지금 지킴이들뿐만이 아닌 말 그대로 마을의 전원을 마르두크에게 던져넣을 계획을 세운다.


사실 마르두크의 진정한 힘은 환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 미혹하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생물의 파괴본능을 자극하여 자신과 싸우게끔 유도한 뒤, 싸움에 진 생물들을 통째로 흡수하여 그 힘을 끊임없이 키워나가는,

그 혼자서 세계 멸망을 불러올 수도 있는 무서운 성정수였던 것이다.



(우리 일족은 이날을 위한 버림돌이다. '접하여선 안될 자'를 그 몸으로라도 억제하기 위한...)


일견 꽉 막혀 보였던 장로의 뒤에는 이러한 사정이 있었다.

외부와의 소통을 막은 것은 마르두크가 풀려날 시 끼칠 수 있는 피해가 그만큼 어마어마했기 때문이었고,

아스텔이 지킴이의 시련을 받는 데에 깐깐했던 것은 그만큼 지킴이가 짊어져야 할 사명이 막중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막는다고 물이 새어들어오지 않는 것은 아니니,

마르두크의 봉인을 지키는데 장로와 아스텔의 방법 중 무엇이 더 좋았겠는가는, 지금 와서는 논해봐야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스테라는 반론을 펼쳐보지만...

"그리고 다른 지킴이들은 현재 태반이 은퇴를 앞두고 계십니다...

제가 이 '봉인의 마궁'으로 '접하여선 안될 자'를 재봉인해보이겠습니다!"

촌장은 확 반색하면서도 곧 다시 머뭇거린다.

"...! 스테라, 그 활을 가지고 왔구나! 잘했다. 하지만..."

장로가 그 이유를 의도치 않게 설명한다.

"일찍이 그것을 봉인했던 '봉인의 마궁'은 궁술과 마법에 재능이 두루 있는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신기!

자네와 같이 봉인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미숙한 사람이 그것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나!"


말끝 하나하나마다 듣는 사람의 기분을 건드리는 장로였지만, 말 자체는 맞는 말이었다.

스테라는 마법에는 별로 재능이 없었던 것이다.

스테라는 그에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하고, 촌장의 방법으로 결국 결론이 나려는 가운데...



(크크크크크, 큰일이에요~!)


치료소로 보냈던 아스텔이 어쩔 줄 몰라하면서 뛰어오는 것이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

헥헥 헐떡이던 아스텔은 애써 숨을 고르며 말한다.

"그, 그게...머라이어 씨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치료소에서 뛰쳐나가셨다고 해요!

어쩌면 홀로 '접하여선 안될 자'와 싸우러 가신 걸지도...!"

"그 못 믿어먹을 외부인 종자...! 그자가 제단의 봉인을 풀었군, 필시 처벌이 두려워서 도망쳤겠지!

스테라! 자네도 이 일이 끝나면 책임을 피할 순 없을 게야!"


그 말을 듣자마자 펄펄 뛰는 장로를 제지시킨 촌장이 손을 내저었고,

모두는 일단 머라이어를 데리러 다시 마을 밖으로 나서는데...

스테라의 예민한 귀가 촌장이 작게 내뱉는 혼잣말을 잡았다.



(...이럴 때...메테라가 있었다면...아니,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지...)


스테라는 제단에서의 실패뿐만이 아닌, 자신이 메테라를 결국 데려오지 못했던 실패에도 사로잡혀야만 했다...




(찾았어...! 마르두크, 너는 내가 이 손으로...!)


한편 아스텔의 예상대로 머라이어는 어찌 혼자서도 마르두크를 찾아 대치하고 있었다.

그녀는 거의 발광하듯 마르두크에게 몇 차레 창을 찔러 넣었지만,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마르두크의 반격에 곧 쓰러져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큿! 죽여라...죽여, 나를! 나는, 계속 이 순간을...)


머라이어가 자포자기하며 마르두크의 포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



(머라이어 님! 정신 차리세요! 지금 도와드릴 테니까요!)


루리아의 힘으로 위치를 찾은 모두가 나타나 마르두크를 일단 물러나게 한다.


아직 모두와 맞붙기엔 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인지 다시 멀어지는 마르두크.

"머라이어 님! 다행이에요...! 자, 상처 치료를...!"

손을 내미는 아스텔에게 머라이어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치료는 필요 없어. 복수를 하겠답시고 마을 전체를 위험에 빠트린 나같은 쓰레기에게..."

마르두크의 힘에서 벗어난 머라이어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홀로 죽기 위하여 내달렸던 것이다.

하지만 아스텔은 머라이어의 말을 무시하고 그녀를 치료한다.

"확실히 머라이어 님께서 하신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만...그렇다고 살 사람을 죽이는 일은 못해요.

머라이어 님의 언니분께서도 여기서 머라이어 님이 죽는 건 원하지 않으실 거에요!"

"..."

자신보다 훨씬 어린 아스텔에게 그런 말을 들은 머라이어는 그대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상처 치료를 하는 사이, 머라이어는 모두에게 마르두크와 자신 자매의 인연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사실 두 자매는 이 섬이 구면이었고, 머라이어의 언니는 역사학자였다.

그녀는 이 섬에 봉인된 성정수의 정체를 스스로의 연구로 밝혀냈는데,

그 연구를 더 진행하기 위하여 머라이어만 이끌고 섬의 지킴이들에게 들키지 않은 채 제단까지 당도한 것이었다.

하지만 제단에 가까워질 수록 마르두크의 힘은 강해져만 갔고, 두 자매는 비극적이게도 서로 싸움을 일으켜,

머라이어는 결국 자신의 손으로 언니를 죽이고야 말았다.


"...나는...무슨 짓을 한 건지..."

그리고 복수에 눈이 멀어 똑같은 짓을 하고 만 머라이어.

다시금 자책하는 머라이어가 왠지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은 스테라였지만,



(이미 동물들이 서로 싸우고 있어요. 곧 사람에게 힘을 미치는 것도 금방입니다...서두르죠!)


그녀는 다시 지킴이의 책무로 시선을 돌려 머라이어의 상처 치료가 끝나자마자 다시 마르두크를 쫓자고 한다.



그리고 다시 마주하게 된 마르두크.

"'접하여선 안될 자'여! 이번에야말로 너를 이 마궁으로 봉인하겠다!"

스테라는 일말의 기대와, 이번에야말로 무언가를 성공해보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새된 기합과 함께 '봉인의 마궁'의 활시위를 당긴다.

"하아앗!!!"

그녀가 마력을 담은 봉인의 마궁에 초록빛이 선명하게 어리어 쏘아졌지만...



(하지만 마궁에 모인 마력은 '접하여선 안될 자'에 닿는 일 없이 흩어져 버렸다.)


역시나 그녀로는 봉인의 마궁을 다루는 데에 부족했던 것이다.

"그런...역시 나로는...!"

또 하나의 실패. 과연 이번에는 스테라의 마음도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스테라 형님! 적 앞에서 멍해지시면 안 돼요!)


아스텔의 경고성도 헛되게, 마르두크의 거대한 검이 그녀에게 쇄도하는데...

"하아!"

멀리서부터 수없이 쏘아진 분홍빛의 화살들이 마르두크의 몸에 수없이 꽂힌다...!



(흥! 방해된다고, 이 뚱보가!)


바로 메테라가 우연히 이 섬에 와 있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3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