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블루 판타지 스토리 연재 링크 모음


10편


지난 이야기

이루자는 자신을 '실험동물'로 삼기에 아주 '사정이 좋다'고 이야기하는데...!



전편에서 이루자가 드디어 처음으로 조직 시리즈에 등장했다.

어하푸 시리즈에서 그녀를 먼저 보고 이미 팬이 된 사람도 있었을 것인데, 이루자의 매력은 아직 남아 있다.

단지 그 외모와 당찬 성격에서만 그녀의 매력이 다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조직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간간히 등장하는 다른 일면이 그녀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데, 그녀는 입체적이므로 더욱 매력적이다.

다른 그랑블루 판타지의 캐릭터들 또한 플레이어들을 사로잡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좋은 RPG들에서 그럴 테지만 캐릭터들은 자신들마다 가진 흡입력 있는 스토리 안에서 살아 숨쉬는 듯한 '이야기의 일부'로서 더욱 몰입의 대상으로 화한다.

작성자는 이미 자신들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끝난 나루메아, 메테라, 샤를로테 등의 캐릭터들도 새로운 스토리에서 다시 살아 숨쉼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들만이 아닌 수많은 캐릭터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는 현재 그랑블루 판타지의 상황을 고려하면 그저 존버만이 답인 듯하다.

다른 이벤트들이 하루빨리 나오길 기대하면서 이번 연재를 시작하도록 하겠다.



그랑 지타와 만나기 위해 가는 비공정 위에서, 바자라가는 다시 레스터의 인생을 곱씹어본다.



이루자 산하에서 열심히 훈련을 받던 그,



그와 같이 임무에 배정되어 날아갈 듯이 기뻐하던 그,


'무기가 변해갑니다! 무언가 빛이 모여서...끄아아아아아아악!!!'

마지막을 맞던 순간의 그.

'나는...또다시 반복하고 만 것인가...'

지금은 갑옷을 입고 있진 않았지만, 지금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회한이 그를 갑옷의 무게보다 더 무겁게 짓눌렀다.


"바자라가? 뭘 멍때리고 있어?"

"...아무것도 아니다."

"...무슨 소리야. 네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거, 레스터의 갑옷 조각이잖아."

"...그래. 내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탓에, 녀석은 죽었다."

"...나쁜 건 네가 아니잖아."

어두운 바자라가를 보고 제타가 찾아와 바자라가를 위로했지만,

"...미안하다. 그 발신기도."

바자라가는 어딘가 괴로운 듯 머리를 두어 번 세차게 흔들고 그 자리를 뒤로했다.

"참나...!" 제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낮아진 목소리로 혼잣말한다.



(그쪽이 그러면 여기도 우울해지잖아...!)




베아트릭스와 유스테스도 조금 거리를 두고 그 광경을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었다.

"...바자라가를 걱정했던 건가?" 유스테스가 먼저 말을 꺼낸다.

"...응." 베아트릭스가 대답한다. "그게 저 녀석, 동료가 죽었다고 축 쳐진 게 너무 뻔히 보이잖아."

"확실히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그랑 지타네를 생각한 거군."

"맞아. 걔네들이랑 있었을 때 바자라가는 어딘가 즐거워 보였으니까...

죽은 녀석을 슬퍼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슬퍼하기만 하면 앞의 일이 보이지 않게 되잖아?

베아트릭스는 자신이 그런 지경에 처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아는 듯 말할 수 있었다.

"...내 가족이 모두 죽었을 때 나도 그랬어. 제타가 말을 걸어줬을 때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지금도 잘 기억이 나지 않거든..."


그렇기에 조직에서의 과거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그녀.



그 과거 중에 하나를, 그랑 지타의 기공단과 만나기로 한 도시에 도착하여 유스테스는 알 수 있었다.

제타와 베아트릭스는 훈련생 시절에 이루자에게 교육을 받았고,

"그래서 나도 아직 높임말이 빠지지 않았어."

"벼, 별로 교관이었던 이루자한테 트라우마가 있는 건 아니니까!" 그 과거는 아직까지 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런가...그 녀석도 과거와는 굉장히 달라졌지." 한편 유스테스는 이루자의 과거를 알고 있었다.

"옛날엔 실수로도 욕을 안했는데."

"거짓말...?! 욕은 이루자의 트레이드마크인데...!" 놀란 베아트릭스는 묻는다.

"유스테스는 이루자랑 친해?"

"같은 때에 조직에 들어갔을 뿐이다." 그는 이루자와 조직 입단 동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과거에 제일 영향을 받는 사람이 그 넷 중에 있었으니,



(...그러고 보니 바자라가는?)


제타의 물음에 유스테스가 답한다.

"주문했던 새로운 무기를 받는다고. 또 몸을 '개조'하고 온다고 말했다."

"...그렇구나. 꽤 오랜만이지?"

"아마도. 조직에 있으면서 그 녀석은 동료를 안 죽게 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번엔 실패했지.

동료를 잃을 때마다 몸을 개조하는 건 나름의 마음 정리인지도."


과거에 바자라가는, 폐가 썩었다.



어느 기공단의 단장이었던 그의 자만심 때문이었다.

토벌 의뢰를 맡은 성정수의 힘은 아득히 그들의 능력 밖이었고, 서로 희로애락을 같이했던 동료들은 모두 서서히 검게 변색되어 죽어갔다.

"바자라가 단장을 지켜! 빨리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잠깐...! 나는 내버려둬...! 모두...도망쳐...!"



(너만 있으면 기공단은 다시 일어날 수 있어...말했잖아...우리들의 생명, 너한테 맡겼다고오오!!)


"그만둬...안돼...!"

바자라가의 절규에도 기공단의 동료들은 자신들의 몸 또한 썩어가면서도 마지막 한 명까지 성정수의 영향력 밖으로 그를 끌어냈고,

그는 얼굴이 엉망이 될지언정 기적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그의 기공단은 그날 그를 제외하고 모두 죽었다.


그는 동료들을 두 번 다시는 죽게 할 수 없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날의 광경이 악몽처럼 머릿속에 덮쳐왔다.

손과 발은 당장이라도 다시 검은색의 얼룩들로 뒤덮이는 듯하고, 기능을 잃은 폐 때문인지 숨쉬기가 점점 답답해진다.

눈이 풀린 동료들이 썩는 냄새에 코끝이 찡했다.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일에 몸서리치다 보면 곧 온몸의 감각이 사라지고 사지에 힘이 풀리는 것이다...



(일어났나? ...이제 수술이 끝났어. 기분은 어때?)


그렇기에 그는 눈을 떠야 했다. 지금까지 몇 번 받았는지도 모르는 몸의 개조수술이 끝난 참이었다.

바자라가는 침상에서 일어난다.



(문제 없다. 수고스럽게 했군.)


"돈만 주면 됐지 뭘." 바자라가의 말에 단골인 마술의사는 손사래를 치며 진료실 의자에 걸터앉는다. "그러고보니 또 의뢰했던 몸의 분석 말인데,

원리는 모르겠지만 네 몸의 근력이 전체적으로 강해졌어. 겉으로 보기엔 지금까지와 차이가 없었지만...

뭔가가 네 몸속에 뿌리내렸어. 그것이 네 의사에 따라서 전투를 돕고 있는 거지."

최근들어 바자라가를 이따금 괴롭게 하는 신체적 고통 또한 이것이 원인이었다.

"그런가..." 바자라가는 그 '물체'가 무엇인지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얼마 전 싸움에서 내 갑옷의 형태가 변한 적이 있다.

네 말하는 그 '뿌리'가 내 몸의 표면까지 나와 장갑을 만드는 것 또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몸과 일체화되어 있어서 자세하게는 연구할 수 없었지만...자유롭게 모양이 변했다면 충분히 그럴 만하지."

"그런가? 고맙다."

바자라가는 그대로 마술 병원을 나선다.



(어, 어때? 바자라가님. 그 대낫, 손에 맞아...?)


"그래. 좋은 만듦새다. 그 짧은 시간에 만들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서둘렀으니까...그렇게 강한 바자라가님이 그로우노스를 잃게 하다니...분명히 위험한 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확실히 만만치 않은 적이다. 고맙다."

"고마운 쪽은 내 쪽이야. 바자라가님이 나를 몇 번이나 도와줬는데...나! 그거 더 바자라가님에게 맞추고 싶으니까! 꼭 쓰고 난 다음에 돌아와야 해...

무슨 적이라도...꼭 살아 돌아와야 해..."

"...알겠다."

전부터 안면이 있던 드라프 대장장이 '알메이다'에게서 새로운 대낫 '알 사랍'까지 받아든 그는,



(아, 바자라가가 저기 있어!)



(혼자 행동하지 말아 줘, 감시 대상이잖아?!)


제타, 유스테스, 베아트릭스와 다시 합류하여 그랑 지타의 기공단이 섬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림에 들어갔다.


주인공 일행의 도착 예정 시각은 다음날 점심즈음이었다.



(이제 곧 오겠지. 만물상에서 만나기로 했었잖아? 지금 출발하면 되지 않을까?)


함께 있으며 저마다 시간을 보낸 넷은 다시 도시로 나왔는데, 돌연 사건은 일어났다.

"...음." 순간, 스쳐 지나간 여성의 얼굴에 바자라가의 시선이 꽂힌다.




그녀는 길을 물으며 어느 한 남성을 뒷골목으로 데려가고 있었는데,

"...저 여자...그 섬의 영주의 딸이다." 그 얼굴은 조직의 수배서에 그려진 바와 같았다.



삽시간에 넷의 몸에 긴장이 달렸고,

그들은 영문 모를 짓을 하는 영주의 딸을 따라 그 골목길로 들어가는데...



그곳엔 이미 둔기로 머리를 맞아 기절한 도시 사람과,

그 피해자를 옮기려는 몇몇 남자들이 영주의 딸과 함께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한낮에 납치 사건을 일으키면서도 무표정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들은 무표정하다기보다는 오히려 혼백이 없는 듯이 멍한 상태였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넷이 일단 그들을 제압하려 하지만,



저 멀리 하늘에 있던 그 정체모를 원반이 도시까지 내려오더니,



마치 '아리아넨사'나 '그로우노스'처럼, 그 모습을 순간적으로 변화시켜 인간 비슷한 형태가 되었다.



한두 기가 아니었다. 곧 셀 수도 없이 많은 기계 원반들이 그 모습을 취하며 땅에 내려섰다.

정신을 잃은 남자를 들고 뛰기 시작하는 '멍한 자들'에겐 반응하지 않고

제타, 바자라가, 유스테스, 베아트릭스에만 맞서는 그것들은 명백히 서로 연계를 취하고 있었다.

빠른 판단이 필요해진 순간 바자라가가 자신의 대낫을 고쳐쥐었다.

"3명이 쫓아라. 여긴 내가 혼자 맡겠다."

"하아?! 폼 잡고 있을 때야?" 제타가 몸을 수복한지 얼마 되지 않은 바자라가를 걱정했지만,

"...길이 복잡하다. 그 말대로 하도록 하지."

"...읏, 또 귀찮게 다치고 돌아오지 마!" 현재 지휘권자인 유스테스의 말에 따라 셋은 다시 큰길로 나갔다.


얼마나 강한지도 불확실한 다수에게 둘러싸인 바자라가, 하지만 그는 믿고 있는 구석이 하나 있었다.

그도 모르는 사이에 더 정확한 사용법을 알고 있게 된 '뿌리'.

"'원리 모를 근력 강화'인가...시험 삼아 해보도록 하지. '그것들'처럼..."




정상적인 인간의 입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소리를 낸 바자라가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한편,



"음! 그 편이 뿔 갑옷들도 더 잘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만물상 바깥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자!"

그랑 지타의 기공단은 그때 섬에 막 도착하여 그랑 지타가 입항 수속을 밟고 있는 중이었는데,

뷔와 루리아는 먼저 제타들을 만나러 도시로 들어와 셰로카르테의 가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응? 무슨 일일까요?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어요.)


"위에 구름이라도 지나가는 게...에엣?!"

카아아앙!




(뭐, 뭐야!? 검고 커다란 게 도시에 떨어졌어! 사람 모양이긴 한데, 성정수인가?)


딱 봐도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드는 일이 벌어지더니,



난데없이 도심 한가운데서 나타난 그로우노스가 뷔와 루리아를 찾아내고,



그대로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뷔, 루리아!"



"우오오오!"

기계 원반들을 모두 처리한 바자라가가 때마침 그로우노스를 막아섰다지만,

이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1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