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블루 판타지 스토리 연재 링크 모음


11편


지난 이야기

영주의 딸은 한 남자를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 그대로 '보내'버리는데...!


적들도 그렇고 바자라가도 그렇고 갑자기 장르가 변신로봇물이 된 거 같지만 그랑블루 판타지에서 그것을 담당하는 이벤트는 따로 있다.

각 이벤트의 양이 긴만큼 아직도 그들의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으니 천천히 따라와주기 바란다.



이변은 오래지 않아 도망친 3인의 '멍한 자들'을 모두 포박하는 데 성공한 제타, 베아트릭스, 유스테스에게도 감지되었다.

"이 소리는 뭐지...뭔가가 섬에 다가오는 듯한...?"



(...저거야! 멀리 검은 게 보여!)


"이 섬에 떨어지는 것 같군. 궤도로 보면 낙하 지점은...가까워."

3인은 바로 예상되는 낙하 지점으로 향하고,



"뭐? 루리아랑 뷔가 거리에 있다고?! 이런...빨리 찾아야 해!"

도중에 때아닌 전투음에 놀라 선착장을 뛰쳐나온 그랑 지타와도 만나 같이 도착하는데...




그곳에서는 기신 그로우노스와,



자신의 몸에 남은 그로우노스의 '뿌리'로 갑옷을 만든 바자라가가 격렬한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하지만 낌새가 흉했다.

강화된 근력으로 휘둘러지는 바자라가의 '알 사랍'이 몇 번 지나가도 그로우노스의 장갑에는 흠집조차 남지 않았다.



서둘러 바자라가 곁에 도착한 제타도 또한 알베스를 힘껏 찔러 보지만,

"이 녀석...단단해!" 전혀 효과가 없었다.


무려 네 명의 무기 사용자와 그랑 지타로도 결국 그로우노스의 그 불가사의한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


(큿...바보같은...!)


유스테스는 그로우노스의 보랏빛 광선을 얼굴 가까이에서 피하다가 눈에 화상을 입었고,



베아트릭스는 격전 와중 뜨거워진 열기 속에서 숨을 잘못 쉬었다가 성대가 익어버렸다.

"아...으으!!!"

제타의 왼손마저 숯덩이처럼 꺼멓게 탄화되어 오그라들었으니,



제일 오래 싸운 바자라가의 상태는 말할 것도 없이, 마지막으로 역시 이곳저곳에 심한 화상을 입은 그랑 지타가 한쪽 무릎을 꿇는다.

완전한 패배였다.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모두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쫓지도 않았는데 그로우노스가 이쪽으로 덤벼왔나...설마 무기 계약자가 4명이 있었는데도 이렇게 될 줄이야."




(각 대원, 대 성정수 고속 철갑탄을 장전! 목표 가슴을 향해 일제 사격!)


"1발 200만 루피의 특수 포탄을 배불리 먹여 줘라!"



(하!)


"발사!!!"



조직 본부에서 '신부대'를 자신의 휘하에 편입받아온 이루자가 전격적으로 합류하여 화력을 물밀듯이 쏟아부었지만,

"...자가 치유인가! 말도 안되게 빠른 속도야! 포격을 멈추지 마라! 예비탄까지 장전되는 대로 다 쏘란 말이야!"

그럼에도 그로우노스의 방어력을 겨우 해명하는 성과밖에 얻질 못했고,

그로우노스는 그 모든 포격들을 온몸으로 받아가며 어느 곳으로 유유히 향했다.

"...X발! 포격 중지!" 이루자는 그곳을 보고 애꿎은 비공정의 함교만을 거세게 내리칠 수밖에 없었다.



(으극...아파...젠장...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다고...)


바로 옴짝달싹 못하던 루리아와 뷔가 있는 곳으로 그로우노스는 걸어갔던 것이다.

그것은 왠지 모르게 뷔를 거칠게 잡아채고는, 그대로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듯 둥실 하늘로 떠올랐다.

"뷔 씨!"

"놔...! 놓으란 말이야!"

루리아의 비명과 함께 뷔의 애탄 고함이 빠르게 멀어져가고,


"그렇게 둘 순 없다...!"

"바자라가, 지금이야! 던져!"



(우오옷!)


"알베스의 창이여!"



(누...누나!)


"뷔...! 내 손을 잡아...!"

마지막으로 제타와 바자라가가 합작하여 하늘까지 그로우노스를 쫓아가 보았지만,

"--------!"

"흐윽!"

채찍처럼 후려쳐진 그로우노스의 꼬리에 그대로 내팽개쳐진 제타는 두 마디 절규만을 남기고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며칠이 지났다.

참담한 패배였지만 모두는 포기할 수 없었다.

회복 마술로 부상을 치료한 그들은 다시는 그로우노스의 불에 당하지 않도록 장비를 교체하고 소모된 탄을 보충하는 등

뷔와 그로우노스 탈환을 위한 보급에 들어갔다.

희망은 존재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군. 마지막에 '멍멍이'가 자기 감시 장치를 그것에 집어넣었을 줄이야."

그녀의 왼손이 불타서 오그라들었던 덕에 제타는 그것을 자신의 몸에서 떼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조직 상층부의 권력 다툼의 부산물인 만큼 완전히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미 자신들의 화력을 증명한 '신부대'와 함께,



(해석해보니 녀석의 파편은 금속성의 '세포' 같은 물건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세포 그 자체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어. 그렇다면 그것 속 어딘가에 제어를 담당하는 '핵'이 있다는 말이야."



(핵이라면...혹시 바자라가가 쓰던 그 대낫도 핵이 될 수 있을까요?)


"짐작가는 게 있어?"

"네, 잠깐이지만 그 괴물의 가슴에 창을 꽂아넣었을 때 그 낫과 부딪힌 듯한 손맛이 있었어요.

바자라가랑은 많이 붙어보았으니 틀림없습니다."

"과연, 그러면 작전은 이렇게 되겠구나. 일단 녀석의 재생 속도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가슴을 집중적으로 노려서 갑피를 벗긴 다음에..."

"낫을 끌어내어 무력화시킨다 이건가..."

"즉 우리가 죽지 않는 선에서 최대 화력으로 상대가 죽을 때까지 때리면 된다는 이야기야. 각오만 되면 아주 쉬운 일이지."

이루자와 유스테스, 제타를 중심으로 작전을 가다듬은 모두는 신호를 보내는 제타의 발신기를 따라 비공정을 움직였다.


섬의 모습은 곧 보이기 시작했다. 표면에 울퉁불퉁한 구멍들이 가득한 저 섬의 이름을 바자라가는 이미 알고 있었다.




(헤에, 특이한 이름인걸. 그런데 어떻게 잘 알고 있네?)


그것은 그에게도 예상 외였다.

"나도 처음 말해본 이름이다. 저 섬도 처음 보았다. 내가 저걸 안다는 것을 지금 인식했다...

아리아넨사와 싸웠던 이후로 이런 일이 끊이질 않는군..."

"..."

"그로우노스가 폭주할 때마다 뭔가의 영향이 축적되었던 것이, 지금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 낫이 없어진 지금도?"

"그래." 고개를 끄덕인 바자라가는, 곧 그 조용한 눈을 제타에게 돌리고는 당부하기 시작한다.

"...제타, 만약 나와 뷔 중 누군가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망설임 없이 나를 버려라."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제타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문 바자라가를 불안하게 쳐다보았다...


섬엔 어떤 유적이 있었다. 그로우노스의 신호는 유적 안에서 잡혔다.

"...이 유적, 이상한 기색으로 가득해요..." 유적에 들어온 루리아는 성정수가 아닌 다른 기색을 읽었고,

"...우리가 사용하는 무기가 발견된 곳들과 비슷하군..." 이루자는 자신들의 무기가 이 유적과 동일한 원천을 가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역시 시작은, 별의 민족일까?)


베아트릭스는 묻지만 이루자는 확신하지 못했다.

"글쎄. 본부 기술자들이 무기가 발굴되었던 곳들을 분석해왔지만 그것들 모두 최소한 2만 년 전에 지어졌다는 것 빼곤 알아내지 못했어."

"창세기보다 더 이전에 이 유적이 만들어졌다는 건가...?" 상식 밖의 말을 바자라가는 쉬이 믿을 수 없었다.

이에 이루자는 하나의 벽화를 모두에게 가리킨다.



(이제껏 무기가 발굴된 유적들은 어김없이 이 벽화가 남겨져 있어.)


"거대한 둥근 섬과 그 섬 주위를 도는 다른 작은 섬...이 유적을 만든 자들은 세계를 이렇게 파악하고 있었지."

"이건...달인가요? 그리고 달로 향하는 건...비공정...?"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우리 비공정으론 달로 갈 수 없어. 그리고 우리들이 사용하는 무기들...

왜 모습을 감췄는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초월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확실해 보이지."

"아리아넨사나 그로우노스 같은 것들도 있고 말이죠..."

조직의 적의 윤곽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았다.



(...그 상고 시대의 유물이나 후손들이 우리들의 '적'이라는 것인가...?)


바자라가의 추측과 함께 모두는 유적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고,


곧 유스테스가 무언가를 감지한다.



유적의 안쪽에서는 일견 뜬금없는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하고 있어...우부부부붑!"

"네 아내는 이웃들과, 영주와 경비병들과도 놀아나고 있었어. 인정해야 해."

"콜록! 콜록...전부 엉터리잖아!!"

"...흠. 한 10일 정도는 걸릴 것 같군..."


도시에서도 보였던 '멍한 자들'이 한 남자를 묶어놓고는 물고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전에 납치당할 뻔했던 남자도 제타들이 구하지 않았다면 이곳에 끌려왔을지 몰랐다.



가혹한 광경에 베아트릭스가 생각하기 앞서 그들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자...잠깐, 베아!" 제타는 일이 잘못되었다 싶어 당혹스럽게 베아트릭스를 불렀지만,

"뭐하냐니...이 남자를 동료로 만들려고 하고 있어. 그러라는 '계시'가 있었거든." '멍한 자들'은 적대감을 보이는 일도 없이 의외로 쉽사리 대답해 주었다.

"'계시'라는 건 뭐지?" 유스테스가 그 점을 놓치지 않고 묻자,

"그거야 '별의 유해'님의 말씀을 말하는 거지...신성한 계시를 내리시는 별에서 오신 송장, 우리들의 '성체'셔."



멍한 자들은 대답에 그치지 않고 그 '별의 유해'가 있는 곳까지 안내하기를 자청해왔다.

"이 자들도 그런 식으로 세뇌되었군...하는 말에만 따르도록 말이야." 이루자는 점차 이제까지의 '적'의 수법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명령에 따라 묘한 소문을 여기저기 흘려서 새로운 분쟁의 씨앗들을 계속 뿌려왔다는 건가...)


이제는 그 원흉, '별의 유해'를 만나게 될 차례였다.



(다음 편에 계속)


13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