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버파이야기를 기억 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과 비슷한 옛날 옛적엔 어떻게 게임을 했는가.

스팀, PSN, 인터넷쇼핑, 친절한 국전 같은 요즘과 달리 스펙터클 했던 옛 게임의 세계.

정말 게임을 하려면 저랬어야 했어? 라던지.. 저런걸로 게임을 할 수 있었어? 같은 

옛날 게임이야기를 짬날때 마다 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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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청계천쪽 `세운상가`가 게임의 메카였지만 언젠가부터  대세가 기울어 용산 전자상가가 성지가 

되었습니다. 패밀리 부터 시작해서 슈퍼패미콤, 메가드라이브, pc-엔진, pc패키지게임 등등 극 호황기 였죠


지금은 게임을 사려면 인터넷으로 사거나 국전가서 구경도 하고 랄라 거리면서 살 수 있지만

용산은 한번 가려면 비장한 각오를 해야 했습니다

1) 깡패

그당시 게임을 사거나 교환하러 간 친구들이 종종 빈손으로 돌아오면서 이런 말을 했죠


' 깡패 걸렸어 ' 


RPG 게임을 할때 필드에서 몹이 팝업 되듯 깡패는 생각치도 못한 타이밍에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본격 용산 탐험을 하려면 `악마의계곡` 끝쪽이나 터미널로 진입 해야 하는데

그곳은 반드시 `깡패`가 있었습니다. 반드시. 


터미널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구름다리 혹은 악마의계곡에서 로밍하는 깡패들은

최소 2인 1조로 움직였고 두명이 한명씩 맡아 어깨 동무를 하며 접근 합니다.

3~4명씩 파티로 다니는 깡패도 존재 했기에 국민학생~중학생들은 대부분 반항하지 못한채

몸빼고 모든걸 다 뺏기곤 했죠


수상함을 눈치챈 아저씨들이 니들 뭐야? 해도 어깨 동무맨들 외의 놈들이 웃으면서 


" ^^ 친구에요 "  하면


어물쩡 넘어가는 전략적인 고지능의 깡패들이 대다수 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계곡 진입부터 아저씨옆에

붙어서 가족인척 연기하면서 지나가거나 3명이상 우르르 몰려 가야 돈과 게임팩을 지킬 수 있었죠


그렇게 악마의계곡을 지나 용산에 진입하고 나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 됩니다

방금까지 말한 깡패가 게임을 하기 위한 1스테이지 였다면 이젠 2스테이지에 들어선거죠


 

2) 동선

동선을 잘짜야 합니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니는 놈으로 주인에게 찍히면 퉁명스럽게 대하기 일수여서

한번에 싹 선인상가-두꺼비굴-터미널 이런 루트로 갔다가 가장 싼곳으로 이동


그런데 분명 아깐 교환비 5000원이라고 했는데 다시 갔더니 


"언제?" 

"내가?"  ^^


이러면서 10000원으로 올려 칠때가 있습니다. 당황 스럽죠. 그럴때를 대비해서 이동은 신속히 해야 했고

2번째로 싼곳 3번째로 싼곳. 이렇게  차선책을 준비하며 승부를 내야 했습니다

이런게 귀찮은 애들은 그냥 단골집을 정해서 거래를 하곤 했는데 그럼 5000원에 교환할껄 15000원 불러도

순진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죠. 결코 그 아이가 돈이 많아서 비싸게 교환한게 아닌

용팔님들의 저런 변수에 지친 경우가 대부분 이었습니다



3) 상처

저같은 경우는 오랜 방황 끝에 처음으로 정착을 한 곳이 있었는데 

메가드라이브 + 게임보이를 건네주고 대세였던 슈퍼패미콤을 교환한 가게 였죠


첫 게임은 돗지탄평 !! 바로 통키! 화이팅! 피 구 왕 ~ (오락실서 유행했던 MD판 아님 슈패판)

아저씨가 엄청 친절했고 안경 사이로 힐끔 힐끔 보이는 눈웃음. 바로 실눈캐 였습니다

그 친절함에 이젠 방황도 귀찮다 여기서 거래하자 좋은 아저씬거 같아.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숙영웅, 스트리트파이터2, 파이널판타지5 등등 슈퍼패미콤의 한 획을 그은 게임들을 

교환하거나 구매하며 재산을 늘려가던중 란마1/2 2탄 폭열난투편이 나왔습니다



저는 어릴적부터 란마가 첫사랑이기도 했기에 란마가 나오는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렸기에

아저씨의 약속을 굳게 믿고 있었더랬죠. 지난번 철지난 게임팩으로 교환해주면서 

란마가 나오면 신작으로 교환 하는것 처럼 처줄테니 걱정말라고. 그 눈웃음. 실눈캐


그러다 막상 란마 발매일날 미친놈 처럼 뛰어갔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젖더군요.

아저씨가 약속했잖아요 ㅠㅠ . 바꿔 준댔잖아요 ㅠㅠ......

" 내가 언제? " 


그리곤 쌩을 까고 다른 손님을 맞이하는 그 모습에 어린 소년 욘다 바보 멍충이는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 당시 어린 소년에겐 어마어마한 배신 이었던거죠. 


내가 갖고 있던 좋은 슈퍼패미콤 팩을 꼬진걸로 바꿔도 신종 취급 해준데놓고 

이렇게 팽을 때려 버리다니 ㅠㅠ....  


그렇게 정착 생활을 마감 하고 다시 모든 가게를 다 돌며 얼마에요? 얼마에요? 를 하는 신세가 되었죠

결국 용산의 불이 하나씩 꺼져갔고... 좌절 하던중 한번도 안들어가본 건물에 깊숙히 들어가 봤더니

놀랍게도 란마1/2이 쌓여 있었고..

다행히 만원인가 주고 무사히 교환. 상처 후의 해피엔딩


어떻게 손님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냐 생각 할 수도 있지만 단골은 다 기억합니다


단지 쓰고버릴 단골인지 계속 거둘 단골인지 선택할뿐..



4) 깡패..

집에 가는 길에도 깡패는 여전히 있습니다. 

들어갈때와 나가는길은 똑같기 때문이죠. 원하는 게임을 얻고 신나서 방심했다간 

남은 돈과 게임팩을 동시에 뺏기는 불행을 맛보게 되는 것


친구랑 슈퍼패미콤 판 스파2를 교환해서 돌아가던중 소문으로받 듣던 깡패를 걸린적이 있었는데

정말 그를 떠올리면 아직도 철렁합니다. 갑자기 들어오는 어깨동무 1:1 마크


"소리치면 죽는다 친구인척해 "  ..간결한 한마디


그렇게 사람이 적은 주차장으로 끌고 갔고 친구는 가진돈 몇천원과 게임보이팩을 상납

그리고 나는.. 나는 그당시 12만원 하던 초고가의 스트리트파이터2 를.. 귀여운 스누피 백에 넣고 있었는데 으흑

집에가서 승룡권 쓸마음에 가득 차있었는데 


깡패2가 딱 보더니 알더군요 


" 야 시발 스트리트파이터 투 " ,  "이거 존나 비싸 시발"


왜 알고 있냐고 !! 

....그랬습니다 깡패들은 단순히 돈만 뺏는게 아니라 뺏은 팩을 중고로 처분 할 줄 아는 악랄한 놈들 이었습니다

스누피 가방을 꼭쥐고 안놔주자. 화장실로 끌고 가네요. 

친구는 그다지 비싼 팩이 아니어서 그런지 별로 초조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나는 스트리트파이터2 라고 ......... 스트리트 투야..


깡패가 결단을 합니다. 대변을 보는 칸에 저를 밀어 넣더니 문을 닫고. 


" 가방 빨리 안내놔? " 

" 이런 개xx 18 욕욕 죽는다 빨리 내놔 개 야 !!"


화났습니다. 정말 무섭기도 했지만 스트리트 투를 뺏긴다는 이 상황이 너무 속상하고 절망적이었어요


그렇게 스누피 가방을 건네주고 대변칸 문을 열며 깡패가 뒤도는 순간

뒤에서 깡패의 목을 콱 잡았습니다. 

팔꿈치로 목을 감싸면서 반대쪽 손으론 머리를 잡고 변기에 주저 앉으며 발로 문을 다시 닫았죠

WWF (그땐 WWE아님) 봤던 `밀리언 달러맨 테드 디비아씨`의 기술


저보다 덩치가 크던 깡패였지만 그순간 뒤에서 기법을 당하고 화장실 문이 닫힌터라

깡패2가 도와주지 못했죠. 깡패2는 놀래서 


" 뭐야!!! 문 안열어? 18 색히야 " 문 쾅 쾅


그리고 저는 소리 쳤습니다. 친구가 듣겠거니 


" 빨리 나가서 아저씨 불러!! 아저씨 불러! "


이미 줄걸 다 준 친구를 마크하지 않고 닫흰 대변칸 문쪽에 신경이 쏠린 깡패2가 방심한 틈을타 

화장실 문이 삐걱 쾅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친구가 밖으로 빠져나갔나 봅니다. 그리고 목을 꽉 조이는걸 깡패가 풀기 시작. 


역시 안되나 망했나. 체격 차이는 이래서 안되나

팔이 풀림과 동시에 몸을 휙 비틀어 깡패를 변기 쪽으로 돌리며. 이때 이성을 잃었던거 같네요


좁은 공간이지만 팔을 쭉 뻗을 수 있었던 그 공간

그때 생각나는건 북두신권 하나 뿐이었습니다


" 와다다다다다 " 


무한 정권찌르기. 좁은 화장실 대변칸 변기에 앉은 깡패의 뒷통수를 향해 뻗은 연속펀치


" 퍽 퍽 퍽 퍽 "


후두부를 막 맞던 깡패가 팔로 막 막으며 뒤도는 그 순간에도 무한 정권찌르기 " 와다 " " 와다다 " 퍽 퍽


그러면서 깡패는 저를 밀쳐내며 대변기칸에서 빠져나왔고 치명타가 안터졌는지 금새 정신을 차렸습니다


" 이 개새끼가 "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무슨 권투하든 폼을 잡더니 오른손 잽으로 제 눈을 


" 빡 !!!!! " , " 톡 톡 빡 !!! "



가볍게 치는거 같았는데 정타로 눈을 맞고 머리가 핑 돌더군요. 흥분한 탓에 아프진 않았는데

그 어지러웠던 그 느낌. 


애써 저는 다시 왼팔로 깡패의 오른팔을 잡으며 

오른손만 북두신권 " 와다 " 퍽 퍽 "와다"

팔로 밀치는 깡패. 다시 잽으로 눈만 집중 공격. 개식히


그렇게 30초쯤 복싱 깡패의 오른손 잽을 맞으며. 

그 팔을 붙잡고 오른손 북두신권을 교환 하던중 화장실 문이 열리며 아저씨들이 들어왔습니다

친구를 붙잡으러 갔다가 따라온건지 깡패2도 같이 들어오네요 ;;;


" 뭐야 누가 깡패야 !? " 


아저씨들이 수습 합니다. 눈이 얼얼 하고 분하고 스트리트 투를 지켰다는 안도감과 

아저씨들의 모습.... 안심하며 만감이 교차 하던 순간


그 와중에 깡패2는 옆에서 소리 치더군요


" 친구에요 !! "

" 친구에요 !! "


개색히......... 


결국 파출소로 갔다가 경찰서로 갔습니다. 정말 황당한게 깡패들이 진술을 한게

저랑 제 친구가 깡패랍니다. 자기들보고 " 돈 좀 있냐? " 라며 접근했고 자기들을 화장실로 끌고 간거라고

자기들은 정말 억울하다고 막 울면서


그런데 깡패1의 잽을 정확히 맞은 제 눈은 팅팅 부어있고

후두부를 맞은 깡패는 겉보기엔 상처가 없네요. 경찰이 양쪽을 슥 슥 보더니


" 개시키들아 니들이 깡패 맞구만 어디서 구라를까 18 xx " 


뒷통수를 겁나 때립니다

좀 맞으니까 깡패들이 잘못했다고 막 비네요. 그러면서 깡패들의 부모님이 경찰서에 도착했고 

저랑 제 친구의 부모님도 도착. 깡패들이 이어폰을 사려고 이런짓을 했다 하더군요


그리고 점점 더 부어 오르는 눈. 아팠지만

스트리트 투를 집까지 무사히 모셔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케이스는 무슨 걸레짝마냥 다 찌그러져서 ... 그 상황에도 다음에 교환 어떻게 하지 ?? 이런 걱정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깡패들은 고등학생들이었고 부모님들끼리 이야기 해서 담엔 그러지 말라 하고 대충 봐줬었네요


용산 


그리고


스파2의 추억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