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얼마 되지도 않았네
처음 메이크 스틱과 만난날 생생하다

그토록 기다리던 스틱 품에안고
드디어 대각입력이 잘된다는둥
하판 쿠션땜에 더 이상 땀걱정 없다는둥
호들갑 떨면서
괜히 얇디얇은 레버 한손으로 꽉 쥐면서
부들부들한 맨살에 손도 좀 대보고..

근데 어제 동생놈이랑 만나서는
자랑하고픈 마음에 대뜸 꺼내서 보여줬더니
솥뚜껑같은 손으로 앗아가서는(192/110)
내가 바로 앞에서 보고 있는데도
막 이곳저곳 쿡쿡 찔러보는거;

"오..음.."
하더니 아예 의자위에 퍼질러앉아서는
내 스틱을 지 무릎위에 척 놓고는
완전 장난감 다루듯 여기저기 만지는거야

'거긴 박스 벗고 처음 손댄 곳인데'
'거긴 내 저소음버튼 신기해가며 내가 처음 눌러보던 곳인데'
'거긴 항상 내 손바닥을 올려놓는 곳인데'
'거긴...'

근데 진짜 열받는거는
동생놈 손에서도 싫어하는 기색없이
항상 나에게 보여주던 밝은 얼굴
아니 어쩌면 더 해맑은 얼굴로
난 들어본적도 없는 큰 소리도 내고 하는거야

동생새끼 개씨팔새끼 이 씹새끼

말도 못하고 끙끙대고 있으니까 동생놈이
넋나간 내 스틱을 탁자에 딸깍 소리나게
세게 놓더니(놀랍게도 이 부분은 화가 안남)
"니 스틱 죽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