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범한 것을 싫어한다. 그러니까 격투게임 따위를 하고 앉아있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남들이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개성없는 것을 싫어한다. 천이면 천 만이면 만 틈바구니에 끼워놔도 눈에 띌법한 독창적인 것을 선호한다.

레딧이나 트위터 등지를 뒤지다가 저런 형태의 스틱에 끌리게 된 것도 필연일지 모른다.

딱히 정해진 명칭은 없지만 하이브리드 배열이라고 가끔씩 불리는데, 추가 방향키를 버튼 배열 근처에 배치한 일반적인 크로스업 배열과는 다르게 히트박스 배열을 생짜로 때려넣은 상남자스러운 비주얼을 하고 있다.

실용성은 개나 줘버린것 같지만, 나는 조금 더 다른 생각을 했다. 

스파 같은 게임을 할 때 퍼지 가드를 하고 무빙을 치고 있으면 지상 기본기에 신경이 쏠려있다가 대공 대처를 못해서 대가리가 깨지는 경우가 잦았다.

특히 똥손이고 커맨드를 비비거나 너무 급하게 누르는 경우가 많은 나는 중승룡 쓰다가 서중손이나 앉중손이 폭발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남들이 대체 앉중손으로 왜 대공이 되는거냐고 어이없어 할 때 마다 나는 웃어넘겼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이 났다. 나는 623 쳤다고...

그래서, 커맨드가 흐려져서 승룡이 삑사리 난다면 차라리 저 배열을 이용해서 움직이다 승룡 커맨드만 정확히 입력해서 대공을 치자!!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냥 연습해서 레버로 대공을 칠 생각을 하지 않고 이상한 구석으로 돈 쓸 궁리부터 하는건 넘어가자...

저 짤들을 본 이후로 쭉 하이브리스 배열 스틱을 가지겠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는데, 구체적인 방법을 못찾고 있었다.

Etsy 등지에서 파는 케이스는 뭔가 낭만도 없고, 케이스만 팔고 있어서 크로스업 배선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기에 자신이 없었다.

메뉴얼 보고 할 수 있기는 한데... 그냥 귀찮고 하는 김에 비싸고 멋있게 만들고 싶었다.

메이크 스틱에 문의해봐도 될텐데 메이크 프로나 크리스탈 케이스 보다는 좀 더 예쁘장하게 만들고 싶었다.

일본이나 북미에 있는 셀러들한테 의뢰하는 방법도 있지만

우선 공임비가 헉븝 소리나게 비싸고 (커스텀 없는 기성품이 40부터 시작)

언어의 장벽 덕분에 번역기의 힘을 빌어도 내가 100프로 원하는 그림이 나올지 의문이고

무엇보다... 개인 셀러, 그것도 해외에게 의지하기에는 많이 불안했다...

당한게 있어서...

디아블로 재미있냐 시발

그런데, 그렇게 가슴으로만 삭히고 있던 와중 한가지 업체에 컨텍해볼 기회가 생겼다.

아수라스틱.

얘기 자체는 챈에서 계속 나왔으나 직접 경험해본건 이게 처음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관심 없었다. 당시 주력으로 밀고있고 후기글도 많이 올라오던게 아수라 네오라고 커다란 알루미늄 스틱인데,

값도 엄청 비싸면서 무겁고, 상판 오픈이라면서 무식하고 불편하게 옆으로 열리고, 둔탱이같은 디자인에서 은근한 춘장맛이 올라와서 아재들이나 좋아하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플엑 부스에 가서 보니 아수라 네오는 시연하는 사람들이 끌어안고 있었고, 나는 혼자 놀고있는 아수라 라이트를 만져봤는데

꽤...아니 많이 괜찮았다.

아크릴이 매우 두꺼워서 견고하고 다부진 느낌을 줬고, 레버의 안정성도 좋았다. 외장재도 마감이 잘 되어있는것 같았고 금방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그때가 한창 궁극의 파엣을 만들기 위해 돈을 쏟아붓던 시기기도 했고 오프 활발하게 뛰기도 전이어서 사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반년쯤 후에 커스텀 맡길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다른곳도 아니고 아수라에 맡긴 이유가 저 전단지다.

일명 엑스칼리버... ㅋㅋㅋ

저런 케이스를 만들 정도의 실력과 확장성이라면 내 것도 만들 수 있을것이라 생각하고 의뢰를 했다.

1대 1 상담이 진행되니까 내가 원하는 쪽으로 방향이 잘 잡혀갔다.

집에 있는 놀고 있는 기판을 쓰고 싶었는데 은근히 아수라에서 취급하는 운표보드를 츄라이해서 못이기는 척 운표보드를 쓰기로 함.

버튼과 레버는 내가 가지고 있는걸 보내드리니 장착해주셨다.

이런저런 조정을 하니 도면이 나오고, 공장에서 케이스가 나오고 해서

오늘 도착했다.

제작은 좀 걸리긴 했는데 내가 느긋하게 기다려서 별 체감 안되었다. 한달 반 조금 넘게 걸림.

사장님 입으로 어렵기도 하고 너무 오래 기다려줬다고 하니 내꺼가 특이케이스긴 하다

롱버전 케이스라 플엑에서 만져봤던 아수라 라이트보다는 조금 무거웠는데

뭐 압슬형... 그런 느낌은 전혀 아니고 매우 적당하다.

마감은 아주 잘 되어있고 민감한 내 손에도 알러지 반응은 없다.

아크릴이 두꺼워서 울림이 없고 저소음 부품과의 궁합이 아주 좋다.

버튼은 삼덕사 저소음 은축인데, 무게있는 케이스와 조합하니 게이머 핑거 이상으로 조용한듯 하다.

키감도 매우 좋다. 게핑 러버인 내 견해에서 게핑과 동급 또는 그 이상임.

적어도 24mm는 그렇다.

하이브리드 배열 덕에 조작의 정밀성이 높아졌다.

킹황갓 하던 버릇 탓에 돌리기 커맨드 236 214 넣을 때 마다 41236, 63214로 넣는 경우가 많았고

그덕에 캔슬 타이밍 빡빡한 약기본기 콤보는 실전에서 꿈도 못꿨는데 

약손 두번 히트한거 확인한 후 힛박으로 바꿔잡고 214를 짧게 입력하니까 이제 약기본기 콤보 성공률이 확 올라갔다.

야매 승룡 실컷 넣는 모습.

조금만 연습하면 무빙치다가 639 승룡 칼각으로 우겨넣게 될지도 모른다.

배열 특성상 버튼과 레버 간격이 멀어서 걱정했는데

오히려 양팔 간격이 멀어지니까 레버 조작도 좀 더 안정성 있어진거 같다.

위에는 LED on off 스위치와 R3 L3버튼,

옆에는 스타트 셀렉트 ps 버튼이 있다.

어 LED 뽕에 취한다

당연히 LED는 켜고 끌 수 있고 블루투스+어플을 토해서 색변화를 조절할 수 있음

30 들었는데 이정도 퀄리티와 커스텀에 꽤 저렴하게 한거라는 생각이 든다. 메이크도 부품 좋은거 고르면 25가 넘어가는데

앞으로 이거로 성실하게 좆파 연습할 생각이다

사악한 대공의 악마가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