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부까지 오펜하이머의 핵폭탄 개발 성공 과정이랑 인간관계랑 정치 배경 


중반부터 끝까지는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의 청문회를 통해서 전쟁 이후 행보랑 인물상 



요약하자면 오펜하이머의 좌파적 정치 배경에도 나치와의 핵개발 경쟁 때문에 안보 원칙까지 눈감아 줘가면서 미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결과도 성공적이었지만 (여기까지가 전반)

전후 소련과의 냉전 시대에 수폭 개발 경쟁에서는 오펜하이머가 군비 경쟁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는 와중에 AEC 의장이었던 스트로스가 과거 청문회에서 오펜하이머 때문에 물 먹은 일에 대한 보복으로 오펜하이머의 과거사에 대한 서류들을 찔러서 오펜하이머가 청문회를 받게 만들고 소련 간첩이라고 씌워서 영향력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함 

그런데 이게 나중에 AEC 청문회에서 스트로스가 오펜하이머를 개인적인 보복으로 괴롭혔다는 걸 증언하는 과학자들이 나오면서 본인이 쫓겨나게 됨 (여기까지가 후반)


그리고 핵폭탄의 연쇄반응과 냉전 시대 무기 개발 경쟁을 비유하면서 그 발단을 만든 오펜하이머의 삶 역시 연쇄적으로 파멸에 빠져들거라는듯한 아인슈타인과의 대화를 끝으로 종료 




전기 영화라 내용만 놓고 보면 되게 밋밋함 


그런데 그걸 별다른 스토리 전개나 설명 없이 브금이랑 효과음만으로 긴장하게 만들면서 심리적인 의도를 집어 넣는건 대단함 


그리고 하나하나 떼어 놓고 보면 되게 평이한 몇 초밖에 안 되는 일상들을 엄청난 속도로 압축해서 편집으로 이어 붙여서 큰 스토리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대단 

편집을 너무 엄청난 속도로 해서 되게 별 거 아닌 사건들이 휙휙 지나가는데도 집중을 안 하면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 


게다가 그 장면들이 시간 전후 관계랑 무관하게 편집되어 있어서 이게 아까 그 사건의 뒷 이야기인지 잘 따라가면서 봐야 함 


시간 순서는 뒤죽박죽인데 어떠한 결말로 가기 위해 그 뒤죽박죽 편집을 일정한 호흡으로 고조시기도록 편집하는건 묘기같은 수준 


3주 3일 3시간 동안 일어난 3가지 사건을 섞어서 편집하는데도 마치 같은 시간대동안 한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연출했던 덩케르크랑 비슷한데 오펜하이머가 다른 점은 덩케르크는 그냥 그 시간대의 차이를 이해 못 하더라도 긴장감의 고조를 느끼고 감상하면서 즐기는데에는 큰 문제가 없는데 오펜하이머는 그 뒤죽박죽 시간대동안 일어난 일을 종합해서 큰 스토리의 흐름을 관객이 구성을 할 수 있어야 이해가 되게끔 만들었음 


게다가 역사 정치 과학에 대해서 얕더라도 넓은 지식이 없으면 중간중간에 지나가는 말들을 이해할 수 없을만한게 많음 

양자역학이랑 아인슈타인의 관계라던가 유명한 과학자들 이름과 스페인내전 배경이나 메카시선풍 등등 잘 모르면 아마 긴 러닝타임이 고문일듯 


편집 능력이랑 연출과 브금만으로 별다른 설명 없이 심리를 묘사하고 분위기 만드는 거는 진짜 대단함 

그리고 놀란 성격이랑 스타일상 핵폭 실험 장면 왠지 진짜 세트 만들어서 폭탄 터뜨렸을 거 같은데 디테일 묘사가 좋음 

다만 앵글이나 이런거 잡는게 생각보단 폭발 규모가 작아서 좀 편집으로 커버치려는 듯한? 느낌 


근데 불친절한거야 뭐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짧은 시간에 인간 관계랑 사건 전개 흐름이랑 다 넣어야 해서 그런지 대사가 너무 좀 인위적이라고 해야 하나 작위적인 냄새가 남 

실제 인물이 하는 대화가 아니라 연극 대사 같음 


그리고 청문회 장면 너무 길어 

오펜하이머 전후 생각이나 그런걸 보여주려는 의도라 최대한 욕 덜 먹으려고서라도 디테일하게 넣어서 중립적으로 판단하라는 의도인건진 모르겠는데 아무런 액션 없이 서로 캐묻고 답변하고 이걸 중반부터 보는데 이거 진짜 청문회 보는 느낌임 영화가 아니라 


뒤에 앉은 놈 지루해서 그런지 계속 다리 뒤척거리면서 의자 툭툭 치고 몇몇 놈들 계속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데 ㅈ 같았다 진짜 




하여간 감독 이름값이랑 어디서 좀 있어 보이는 영화 봤다고 하려는 목적으로 영화 보러 갈 생각이면 그런 영화라는건 미리 알고 가자 옆사람 방해좀 하지 말고 ㅅㅂ 




최종 평

영화를 잘 만들긴 했는데 엄청 재밌다던가 하진 않았음 

긴장감 조성하고 분위기 잡는건 쩔긴 함 

옛날에 영화의 이해 교양수업 들었을때 과제로 시민케인 봤을때랑 비슷한 감상임 


와 저 시대에 저정도 연출이랑 연기랑 스토리 탤링을 했었다고? 라고 감탄은 하지만 정작 스토리 자체에 대해선 공감 거의 안 돼서 재미는 딱히 없었던 그런 느낌임 



보고 왔더니 그냥 존윅4 복습하고 오늘 랭매 돌려서 마스터나 찍고 싶다 이런 기분이다 





덧.

놀란 감독 영화는 나오던 배우들이 계속 나옴 

단역이나 엑스트라로 나왔던 배우들이 나중에 조금씩 더 길게 나오면서 뭔가 놀란 감독을 따라다니는 배우 집단이 생긴듯한 기분임 

킬리언 머피는 주연은 처음이지만 꾸준히 놀란 감독 영화에 나왔고 이번에 새로 들어간 배우들 보면 이제 진짜 대감독 네임밸류 생겼나봐 

나는 국내에서 관심 거의 못받았던 배트맨 비긴즈 때부터 극장 가서 본 감독이라 좀 묘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