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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슌칸 시스템과 협업 계약 체결


e스포츠에 참가하는 기업이나 팀을 대상으로 컨설팅 사업 면에서 지금 관여하고 있는 곳이 사이슌칸 시스템이 소유한 e스포츠 팀, '사이슌칸 솔 구마모토(Saishunkan Sol 熊本)' 팀 운영입니다. 사이슌칸 시스템은 대전 격투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V 챔피언 에디션'으로 치뤄지는 팀 리그전인 '스트리트 파이터 리그 : 프로-JP 2021'에 참전함에 발맞추어 동명의 팀을 구성했습니다. 저는 그 팀의 선수 중 한 사람으로 참가함과 동시에 협업 계약을 맺고 운영을 서포트하는 직무도 맡고 있죠.


e스포츠 팀과 기업 간의 관계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이미 존재하는 팀에 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하는 케이스. 팀 운영이나 선수 매니지먼트는 노하우가 있는 팀에게 맡기고, 기업은 주로 자금 측면에서 팀을 지원해주는 형태입니다. 사이슌칸 시스템의 경우에는 조금 이질적인 형태로, 기업 자체가 오너가 되어 팀을 밑바닥부터 구성했습니다. 운영은 기업 사원들이 주체적으로 관여하는 형태죠.


사이슌칸 시스템의 계열사인 사이슌칸 제약소는 원래부터 배드민턴 팀을 소유하고 있으며, 단식의 야마구치 아카네 선수, 복식의 시다 치하루 선수, 마츠야마 나미 선수 등의 일본 국가대표도 배출하는 등, 스포츠나 문화 지원에 적극적인 회사입니다. 이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에, 사이슌칸 시스템은 사이슌칸 솔 구마모토를 설립하기 전인 2017년에도 구마모토 연고 e스포츠 팀 '르게임 구마모토(LeGaime 熊本)'를 발족하는 등 e스포츠에도 일찍부터 분투해온 이력이 있죠. 팀 오너이기도 한 사이슌칸 제약소의 니시카와 마사아키 대표, 그와 공동 오너인 큐넷의 니시카와 나오키 대표가 도쿄 게임쇼의 흥행을 보며 e스포츠의 가능성을 직접 체감하는 등, e스포츠 선수 지원이나 팀 운영에도 이해가 깊은 분들입니다.


그렇지만 사이슌칸 솔 구마모토의 운영 방법은 아직 탐색 단계에 있습니다. 르게임 구마모토는 활동 거점이 구마모토에 한정되어있던 데 반해, 사이슌칸 솔 구마모토는 전국구로 활동하고 있죠. 스트리트 파이터 리그는 국내 탑 레벨의 리그입니다. 참전하는 팀이나 선수들도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죠. 그 와중에 새로이 참가하는 사이슌칸 솔 구마모토가 어떻게 존재감을 높일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팬을 얻을 수 있을까. 팀 운영에 관여하는 사원 모두와 함께 고민하며 분투하고 있습니다.


먼저 손을 댄 것은 로드맵 작성입니다. '이 시기에 스트리트 파이터 리그가 시작하니까 그 전에 이런 기획을 진행하죠', '리그가 시작하면 팬 여러분이 응원하기 쉽도록 SNS를 제대로 가동합시다', '리그는 매년 열리니까, 이번 시즌이 끝나는 이 즈음의 시기에 다음 시즌의 멤버를 생각해야 하겠군요'처럼 말이죠. 사이슌칸 시스템이 사이슌칸 솔 구마모토를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e스포츠나 게임으로 구마모토라는 지역 자체까지 홍보하는 것이니만큼, 스트리트 파이터 리그가 열리는 기간 이외에도 팬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나 정보 전달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 팀을 발족할 때부터 사원 모두와 일주일에 한 번 페이스로 정례 회의를 가지고 전략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있습니다.


팀 굿즈 역시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쿠마몬이 들어간 스틱 버튼이 있죠. (역주 : 원문에는 이 사이에 아케이드 스틱 관련한 설명이 있는데 여기선 필요 없을테니 생략함) 트위터에서 팀 캠페인을 벌였을 때 팬 여러분께 가벼운 마음으로 보내드릴 수 있는 판촉 굿즈가 필요했기에, 구마모토라고 바로 알아볼 수 있으면서도 격투게임 팬들이 원할만한 아이템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팀 오리지널 티셔츠도 있습니다. 검은색 티셔츠의 가슴 부분에 헤드셋을 쓰고 스틱을 들고 있는 쿠마몬과 팀 로고를 조합한 디자인입니다. 공식 통판 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평가가 꽤나 좋습니다.


이러한 팀 굿즈는 응원해주시는 팬을 늘리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합을 보고 있지 않을 때에도 팀을 가까운 곳에서 느낄 수 있고, 팬 여러분 중에는 팀이나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는 자세를 굿즈로 드러내고 싶으신 분들도 많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스트리트 파이터 리그가 끝난 뒤에는 팬 여러분들과 교류하는 팬 미팅 같은 방송도 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느끼게 된 점인데, 팬 여러분께서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큰 대회가 끝나면 선수를 향해 '수고하셨습니다'하고 본인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하십니다. 팀 측에서 그러한 장소를 제대로 마련해두는 것이 꾸준한 응원으로 이어지고, 기업과 팀, 팬의 관계성이 깊어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게 되죠.


그 외에도 팀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를 더욱 더 늘리기 위해서 일반인도 참가할 수 있는 팀 주최 대회를 개최하고 소속 선수들이 해설을 하는 등의 기획도 진행 중입니다. 앞에서 기업과 선수가 좀 더 밀접해지고 서로가 할 수 있는 것,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을 이야기하며 협력해 나가는 것이 e스포츠의 과제라고 얘기했는데, 사이슌칸 솔 구마모토에서는 이것을 그대로 시도해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밑바닥부터 팀 결성, 도움이 되었던 SE 경험


이렇게 지금 하는 활동에 대해 쓰고는 있지만, 사실 기업이 밑바닥부터 팀을 구성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팀을 조직한다는 건 먼저 무엇을 위해서 팀을 설립하는가, 팀으로서 무엇을 지망하고 있는가, 팬 여러분에게 어떠한 존재로 있고 싶은가와 같은 근본적인 테마에서부터, 그것을 위해 어떤 멤버가 필요하고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 스폰서 기업에게 어떤 가치를 환원할 수 있는가와 같은 구체적인 사항까지 제대로 논의한 후 실현해 나가야만 합니다. e스포츠 업계 자체가 아직 발전 도중인데다가, 일본에서는 명확한 성공 모델로 참고할 수 있는 사례도 거의 없는 현실 속에서, 자신들끼리 하나씩 생각해가며 결정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제가 사이슌칸 솔 구마모토에 참여함과 동시에 로드맵 작성부터 시작한 건 앞에서 말한 사정 때문이기도 합니다. 로드맵의 중요성은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던 회사원 생활, 특히 스퀘어 에닉스에서 스마트폰 게임을 운영하던 시절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 책을 읽고 계시는 사회인 여러분께서도 흔히 떠올릴 수 있듯, 여럿이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진척도가 보이지 않거나 상정 외의 사건이 발생하는 등, 때때로 '다음에는 무얼 해야 하더라?,'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거지?' 처럼 앞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빠지기 십상이죠.


그럴 때 어느 시기에는 무엇이 있고, 지금까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로드맵이 있다면 '그러면 이 시기에는 이걸 준비해야겠군요', '지금 착수해야 할 일은 이거야', '이 일 담당을 정해두고 가자' 같이 앞으로 할 일이 보이게 됩니다. 그렇게 하면 그 이후에는 우왕좌왕할 일이 없겠죠. 거꾸로 말하면 로드맵이 없을 때에는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이걸 하지',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고 정해두기만 할 뿐, '언제까지 해야 하는거지?'처럼 기한이 애매한 채로 전체 상황이 보이지 않게 되는 일이 흔합니다. 만일의 경우에는 '준비가 아직 안 되었는데요', '사람이 부족해' 같은 변명을 늘어놓는 상황이 오기 쉽죠.


사이슌칸 솔 구마모토에서는 제가 임시 로드맵을 만들고, 거기에 기초해서 사이슌칸 시스템과 의견을 나눈 후 팀으로서의 스케줄이나 목표, 나아가서는 인원 확보에 대한 사항도 검토 받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리그 참가 첫 해, 두 해를 지나 시간이 쌓여갈수록 착실하게 체계가 세워지고 있는 셈이죠.



겸업에서 전업으로, 새로운 챌린지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프로게이머가 된 지도 어언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팀 조직이나 운영에 이렇게나 깊이 관여했던 건, 저로서는 처음 하는 경험입니다. 익숙해지지 않는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제가 해 보고 싶었던 일에 착실히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앞에서 적었듯, 저는 겸업 프로게이머 시대부터 기업과 선수의 관계성이나 e스포츠 선수의 은퇴 후 문제 등 여러 과제를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척이나 한정되어 있었죠. 2016년에 DELL의 게이밍 PC 브랜드인 에일리언웨어와 계약해서 프로게이머가 되고,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팀 리퀴드라는 e스포츠 팀에도 소속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곳에서의 활동은 스폰서 기업의 로고가 들어간 유니폼을 입고 시합을 하거나 도쿄 게임쇼 같은 곳의 이벤트에 출연하는 등의 활동이 중심. 팀이나 그에 협찬하는 기업에 좀 더 도움이 될 일이 분명히 있을거라 생각하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은 거의 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회사 업무와 양립하면서 제게 여유가 없었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죠.


이렇게 말하면 '겸업 프로게이머로서 걸어온 길은 멀리 돌아가는 길이 아니었나', '취직하지 않고 처음부터 전업 프로게이머가 되는 쪽이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았나'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보면 그렇게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실제로 저보다도 훨씬 먼저 프로게이머라는 길을 선택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본다고 해도, 저 스스로에겐 겸업 프로게이머로 지냈던 나날들이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의 경험이나 문제 의식이 지금 활동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이유와 동시에, 기업 사람들과 함께 전략을 세우고 기획을 실현하면서 회사원으로서의 시점을 가진 저야말로 그와 관련한 상담을 하기 수월한 사람이 되지 않았나 하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프로게이머라는 길과 거리를 두고 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저는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진지하게 고찰해보고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좋아하는 게임만으로 생계를 꾸린다'는 선택지에 다다른 것은, 좋아하는 일을 곧바로 직업으로 삼지 않아서라고도 할 수 있겠죠. 회사원과 프로게이머로서의 활동을 양립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해 보았기 때문에, 업무를 하는 법에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방법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죠. 그리고 그 때마다 최선이라고 여겨지는 선택지를 고른 것이 결국에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나날과 이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번 편까지는 읽기 편하게 내 임의로 문단 안에서도 한 문장마다 강제개행을 했는데

그러니까 오히려 모바일에서 읽기 불편해 보여서 그냥 원래 문단 방식으로 붙여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