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도 상대도 모든 것을 보고 반응할 수는 없다


2. 격겜은 때려눕히는 게임이 아니라 공간을 제어하는 게임이다



1은 격투게임이 타임업 좆망겜이 되지 않는 이유다. 인간의 반응 한계를 16~17 프레임, 아무리 희망적으로 봐도 15프레임으로 잡으면 그 이하의 공격은 애시당초 "보고" 반응하는 게 불가능한 영역에 있다. 그보다 느린 공격이라고 해서 반응하는 게 가능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우리는 20프레임짜리 중단도 아슬아슬하게 막고, 17프레임짜리 빙주는 그냥 보고 못 일어선다고 생각하고 맞고 마는 삶을 살고 있다. 


점프는 점프 이행으로부터 공격이 몸에 닿기까지 대략 20프레임 후반대에서 30프레임 초반대가 걸리는 수치상으로는 매우 느린 공격수단이지만, 평생을 승룡권 싸질러온 우메하라조차 가끔 대공을 놓치곤 한다. 왜 그런 걸까? 애초에 어떤 행동에 대한 반응은 얼마나 예상하고 있었느냐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예상하지 못한 행동은 대응하기도 어렵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으면 되지 않느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다는 말은 아무 것도 예상하고 있지 않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인간이 예상할 수 있는 큰 흐름은 기껏해야 두세 가지이다. 그것도 원활하게 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한 가지 행동에 대해 디테일한 행동을 챙기고 있으면 나머지 한 가지에 대해서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간단하게 말하면, 지상전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다면 공중에 대한 주의는 약해지기 마련이고, 이러한 것이 대공반응을 느리게 만드는 것이다. 


당신이 느끼기에 상대가 굉장히 대공이 강력한 적이라고 한다면, 그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당신은 "너무나 점프를 많이 뛰어서 대공에 더 집중해야 이길 수 있는 상대"거나, 혹은 참 슬프지만 "지상전이 약해서 대공에 집중하더라도 지상전을 유리하게 이끌고 갈 수 있는 상대"일 것이다. 이런 경우 상대의 대공을 흩뜨리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지상전 플레이를 보여줄 필요가 있고, 반대로 점프 위주로 플레이하다가 별안간 모드전환하듯 지상전 디테일을 올려 지상으로 뚫고 들어가야 할 것이다.


아무튼 지상전에서 승리하기 시작하면, 상대는 당신의 앞점프에 대한 반응이 서서히 느려질 것이고, 대공반응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원거리에서 강력한 캐릭터더라도 큰 대미지를 입히는 심리는 초근접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축하한다. 앞점프 강손을 가드시켰으니, 이제 상대를 요리할 주도권은 당신이 쥐고 있다.




2는 간단하게 자신이 유리한 간격을 찾는 게임이라는 말이다. 간단하게 리치가 더 긴 캐릭터가 유리하다고 일축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조금 더 복잡하다. 애초에 "내가 유리한 간격"이란 무엇인가? 첫 번째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가장 많은 거리이다. 일반적으로 달심이 주로 싸우는 거리는 서중발 등이 닿는 먼 거리고, 실제로 달심은 이 거리에서 가장 강력하다. 그러나 실제로 달심이 유리한 간격은 그것과는 조금 달라서, 긴 리치의 견제기들로 상대를 굳힌 다음 드릴킥 끝가드를 통해 유리 프레임을 챙기고 다양한 셋업을 걸 수 있는 거리가 사실상 가장 유리한 간격이 된다. 이 간격이 다른 캐릭터보다 통상적으로 길기 때문에 달심의 "유리한 간격"이 다른 캐릭터보다 길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대공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대가 점프를 뛰었을 때 역가드가 되는 거리는 대부분 "유리한 간격"이 아니다. 역가드 궤도의 점프를 허용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내가 상대에게 숨쉴 틈을 준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포지션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공으로 격추시킬 수 있는 거리, 그러면서도 강력한 지상전을 통해 "상대방이 뛰고 싶게 만드는 거리"야말로 진짜 유리한 간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할 수 있는 게 가장 많은 거리가 가장 유리한 거리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 그저 "상대보다 할 게 많은 거리"인 것도 중요하다. 위의 대공치기 좋은 거리를 예로 설명해보자. 대공치기가 좋은 거리는 대공 기본기나 필살기 궤도에 딱 맞는 거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실전에 들어가보면 "대공에 의식분배하고 있기 쉬운 거리"가 느껴질 것이다. 왜 대공치기가 쉽게 느껴질까? 그것은 "상대방이 딱히 할 게 없어서" 이다. 1과 연결되는데, 상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를 최대한 줄였기 때문에 나 또한 지상에서 대응할 선택지가 줄어들어 대공에 더 많은 의식을 분배할 수 있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유리한 간격"이란 굳이 내가 리치로, 내 선택지로 유리한 것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이 할 것이 없는" 상황인 것도 중요하다. 종합적으로 공간의 제어란 포지셔닝을 통해 "상대방의 할 것"을 줄여 내가 의식분배할 가짓수를 줄이고, 내가 할 것을 상대보다 많게 유지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1, 2의 이론을 바탕으로 클래식 전술인 파동승룡을 분석해보자.


파동권은 상대에게 장풍대응기가 없다는 전제하에 "전방 무한대의 범위"에 일방적인 우위를 가지는 공간제어 기술이다. 파동권의 목적은 지상에 선 상대방의 접근 및 행동을 막아 파동권이 사라지는 시점까지 완전히 공간을 장악하고, 덤으로 가드대미지라는 체력 어드밴티지를 가져오며, 맞아주면 평범하게 땡큐인 그런 기술이다.


상대가 장풍대응기가 없다면 파동권의 리스크는 오로지 "정확한 타이밍의 앞점프에 취약하다" 뿐이다. 반대로 말하면 다른 모든 지상전의 리스크를 무시할 수 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오직 대공에만 의식분배를 할 수 있게 된다. 파동권을 쏜 순간, 완전히 하늘만 보고 있어도 무방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정리하자면 파동승룡은 "대치상태에서 상대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을 오직 점프로 제한하고, 그 제한을 통해 대공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전술"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분석하면 이렇단 거다.






격투게임을 할 때 "내가 어떻게 잘한다" 만을 생각하는 게 아닌, "상대보다 내가 낼 카드를 더 많이 유지한다"의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도 승리에 있어서는 중요한 사고방식이다. 당연히 이 측면에서 상대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낱낱이 파악하는 것이 선행된다. 이것이 트레이닝과 실전을 병행하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