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릭터의 원래 성격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임의로 붙인 설정, 스토리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 피폐요소가 있으니, 원치 않으면 패스하세요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어느 집의 방.

 

저녁노을이 지는 듯한 분위기를 가진 이 방의 한쪽 벽면에는 수많은 피규어들이 진열되어 있다.

 

주인의 정성이 느껴지는 듯한 배치와 구성. 방에는 수많은 피규어들이 있지만, 이 벽면에 진열되어 있는 피규어들은 그만큼 ‘특별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주인님...”

 

 

그러한 벽면의 반대편에 위치한 책상에는, 한 피규어가 주저앉아 중얼거리고 있었다.

 

긴 금발과 주홍색 눈동자, 하얀 탑에 푸른 멜빵치마를 입은 그녀는 야구배트와 방패라는 특이한 조합의 아이템을 들고 있었으나 왠지 모르게 어울리는 느낌을 준다.

 

 

“주인님은 언제 오시는걸까...”

 

 

유키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하염없이 방문과 벽을 쳐다보면서 혼잣말을 했다. 벽의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이 차가운 책상 위가 왠지 더 익숙한 느낌이다.

 

 

“......”

 

 

틀림없이 그런 시절이 있었다. 주인님에게 가장 사랑받던 시절, 항상 같이 옆에 있었던 시절, 저 진열장 아래 명예의 전당 5인에 있었던 시절.

 

그랬던 것이 꿈이었던 것만큼 지금은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처음에는 명예의 전당 5인에서 밀리기만 했었다. 그래도 진열장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사랑받았다는 증거이리라.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았다. 이 방에는 어느 순간 새로운 피규어들이 끊임없이 들어왔고, 유키는 진열장에서도 밀리는 신세가 되었다.

 

 

“내가...약해서 그래...”

 

 

주인은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피규어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 그것 하나 때문에 수많은 일에 휘말렸다. 피규어들의 장난은 예사였다. 위원회의 협박, 아자젤의 침공, 천계의 음모 등. 온갖 수많은 어려움들이 있었고, 유키는 그 난관을 주인과 같이 헤쳐 왔었다.

 

 

“내가...어느 순간 너무 약해졌어...”

 

 

처음에 그녀는 에이스였다. 공격을 반사해내는 능력으로 탱딜을 모두 책임지는 만능 전위로 활약했었던 적이 있다. 아자젤과 관련해서는 유키가 중요한 역할도 맡았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어느 순간에 성장이 멈춰버린 것이다. 다른 피규어들이 더욱 강해지는 동안, 자신은 정체가 찾아온 것이다.

 

 

“나뿐만이 아니었지...”

 

 

유키의 옆에 항상 같이 있던 우메, 카즈에, 하나카...그녀들에 비하면 유키는 그래도 사정은 나았다. 자신은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그녀들은 어느순간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더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여러 풍문이 들리기는 했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까지 그녀들을 다시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버림 받는걸까...?”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유키였지만, 그것은 주인에게 사랑 받을 때의 이야기였다. 사랑받지 못한 피규어는 점차 지쳐가고 메말라가고 피폐해졌다.

 

 

“죄송해요 주인님...”

“제가 너무 약해서 죄송해요...”

“주인님의 이름을 잊어버린 적이 있어서 죄송해요...”

“주인님을 새장에 가두겠다고 말한 것도 잘못했어요...”

“제가 주인님을 독점하려고 한 것도 죄송해요...”

“그러니...어서 다시 저를 찾아와 주세요...주인님...”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하염없이 주인을 찾으며 사과하는 유키였지만, 그 말을 듣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끼---익

 

 

그 순간, 문이 열리면서 어느 한 인영이 들어오고 있었다.

 

 

“네가 유키구나?”

 

 

유키가 문이 열린 곳을 쳐다보자, 그 곳에는 처음 보는 피규어가 있었다. 하늘빛의 긴 생머리에, 배꼽이 훤히 드러나는 세일러 교복을 입고 있는 피규어였다.

 

 

‘예...예쁘다...’

“야, 내가 지금 물어봤잖아. 네가 유키냐고.”

“아, 미...미안. 내가 유키가 맞아. 만나서 반가워...”

 

 

유키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을 보니 주인님의 새 피규어인가 보다. 오늘 새벽 6시에 급하게 어디를 나가던데, 아마 저 피규어를 구입하려고 했던 것인가 보다.

 

 

“흥, 반갑기는 무슨. 주인이 시킨 것이 있어 찾아온 것 뿐이야.”

“...주인님이...?”

 

 

어딘가 새침해 보이는 피규어, 아야네의 말에 유키는 벌떡 일어났다. 주인님이 자신을 찾는다니. 죽어가던 붉은 눈에 다시 생기가 돌고 있었다.

 

 

“그래. 주인은 앞으로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더 많은 시련이 있을거야.”

“응...그렇지...”

 

 

아자젤의 위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천계의 음모는 아직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는 중이다.

 

 

“너는 거기에 도움이 되기 위해 나에게 줘야 할 것이 있어.”

“줘야할...것...?”

“너의 도색과 부품.”

“뭐...?!”

 

 

유키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내놓으라니?

 

 

“너는 이미 너무 약해졌어. 하지만, 너의 경험과 특별함은 아주 쓸모가 많지.”

“......”

“그걸 나에게 주입 할거야. 그렇게 하면 나는 더 강해지겠지. 앞으로 큰 도움이 될거야.”

“큰...도움...?”

“그래, 너가 나와 주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이지.”

 

 

유키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랬던 거구나...’

 

 

우메, 카즈에, 하나카...그녀들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알게 되었다. 아마 이런 식으로 다른 피규어에게 사용되었을 것이다. 마치 합성되듯이 말이다.

 

 

‘슬프네...하하...’

 

 

오랜만에 찾는 주인의 요구가 설마 자신의 마지막...인간으로 치면 목숨과도 같은 것을 내놓는 것이라니. 운명이라는 것은 얄궂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합성된 그녀들이 과연 강제로 그렇게 되었을까? 순순히 응했을 것이다. 그녀들도 유키 못지 않게 주인님을 위하던 아이들이었으니. 기꺼이 자신을 희생했을 것이다.

 

 

‘내가 주인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으나, 아직까지 해결된 것은 없다. 어쩌면 더 큰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 아자젤의 1차습격은 유키의 기지로 해결했으나, 그 방법이 또 먹힐 거라는 보장이 없다.

 

 

‘내 욕심만 생각할 수 없어...아직 위기가 많아. 내가...희생해서라도...!’

 

 

유키는 마음을 다시 잡았다. 이건 버림받는 것이 아니다. 주인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자신이 주인님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유키였지만, 피규어는 눈물을 흘릴 수 없는 것이 천추의 한이리라.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인간들은 죽으면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피규어도 죽으면 사후세계가 있을까. 유키는 아마 있으리라 생각한다. 거기서 헤어졌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울적하던 기분이 조금 풀리는 유키였다.

 

 

“알겠어. 원하는대로 해.”

“뭐...?!”

 

 

아야네는 깜짝 놀랐다. 반항할 줄 알았는데 순순히 응하다니. 이 멍청한 년은 자기보고 죽으라고 한 것임을 모르는건가?

 

 

“야, 너...지금 내가 한 말 이해가 안 돼?”

“아니...다 이해했어...”

“그런데, 대체 왜...?”

“주인님이 바라는거잖아. 그거면 됐어.”

 

 

아야네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뻔히 죽으라고 하는 것을 순순히 따르다니. 솔직히 말을 안들으면 실력으로 제압해서 끌고가 분해시킬 생각이었다.

 

 

 

‘이게...유대...라는건가? 쳇.’

 

 

주인은 이럴 것을 알고 자신에게 이런 귀찮은 일을 시켰던건가.

 

 

‘짜증나네...왠지 너무 짜증나...’

 

 

자신도 모르게 뭔가 속에서 울컥하는 느낌이었다. 아야네는 눈앞에 있는 저 피규어가 갑자기 질투심이 들어, 따지듯 물었다.

 

 

“야 너, 주인에게 혹시 남길 말 있어?”

“...주인님께...?”

 

 

이러면 이제 살려달라는 말이 나오겠지? 아야네는 그렇게 생각하며 물어본 것이다. 어떻게든 이 유대관계를 부정하고 싶었다.

 

 

‘주인님께 남길 말...유언인가...?’

 

 

자신을 항상 아껴줬던 주인님. 자신을 찾기 위해 위험도 무릅썼던 주인님.

지금은 자신의 마지막조차 지켜봐주지 않고 숨어있는 주인님.

주인님은 과연 자신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어할까.

주인님에게 어떤 말을 남기면 자신을 가끔이라도 기억해줄까.

 

 

유키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활짝 큰 웃음을 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제...”

“?”

 










 

 










 


 


 

 

 

 

“제 눈엔...주인님만...보여요...”

 

 

 













...

...

...

















미안 유키쨩


다음 생엔 SSR로 만나자...







똥글인데 쓴게 아까워서 그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