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꼬마병정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파이널기어 버전으로 바꾼 스토리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그냥 스토리도 트릭도 완전히 똑같다.


 하지만 한국 퍼블리셔가 21일차로 나눠진 스토리를 14일만 공개한다는 만행을 저질러서 한국 유저는 뒷부분을 볼수없게 되었다. 어차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베낀 스토리 사실 3명만 남았을 때부터가 그아없의 하이라이트인데! 딱 거기부터짤렸어!

 그러므로 15일차 에피소드 영상본에 16~21일차 의역본을 함께 올릴게. 의역본은 원래 시나리오에서 멋대로 트릭설명 파트 등 서술을 더 추가해 각색한거야. 각색 안하면 그아없 안읽은 사람은 이해가 불가능한 내용이더라



코렐리아와 린베르는 페이즐리의 방으로 도망쳤다. 린베르는 숨을 고르며 헬레나에게 빼앗은 과도를 쥐었다.


린베르 "방금 전에 부엌에서 헬레나가 한 말은 뭐지? 너, 저년과 짜고 날 죽이려는거지? 당장 말해!"


코렐리아 "진정하세요! 이제 저 미친 하녀와 우리 둘만 남았어요. 제가 당신을 속일 이유는 없다구요?"


린베르는 과도 끝을 코렐리아에게 겨눈다.


린베르 "웃기지 말고 자백하라고! 아아, 그래... 과학적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한 법이지. 네 피로 희생을 치르면 사실을 말하게 되겠지!"


코렐리아 "그렇게 따지자면 당신도 의심스러워요! 모두 죽고 저와 헬레나, 당신만이 남았어요! 범인은 우리 셋 중에 있어요! 당신도 용의자라구요!"


린베르는 코렐리아를 향해 과도를 연거푸 휘둘렀다. 그러나 일개 과학자인 린베르가 기사인 코렐리아를 이길 수는 없었다. 


린베르 "난 살인자가 아냐! 너와 헬레나 중 범인이 있겠지! 아니면 둘 다 범인이거나! 너희 둘이 사라진다면 범인도 사라지는거야!"


코렐리아는 린베르의 손목을 비틀어 과도를 떨어트린다. 그리고 린베르의 사슴처럼 가는 목을 양손으로 감싸 졸랐다. 


린베르 "허, 크흣, 아크흑...'"


……


죽일 생각까진 없다.

그저 린베르를 멈추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저항이 너무 거셌던 나머지 손을 뗄 수 없었다. 적어도 기절시키지 않으면...


ㅡ사슴처럼 가는 목.

ㅡ사슴. 죄없는 사슴.


마치 과도에 찔린 듯한 죄책감이 코렐리아의 가슴 속을 헤집는다. 그러나 코렐리아의 뇌리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코렐리아 "미친 하녀를 피해서 도망쳐야 해... 만약 린베르씨가 살인자가 아니라면... 저년이 살인자니까..."


 코렐리아가 린베르의 목에서 손을 떼어낸다. 투욱, 하고 린베르의 몸이 바닥에 떨어진 순간 거기 부딪힌 무언가가 굴러간다.


 린베르의 몸에 부딪혀 툉겨나간 물건.

 그건 객실 바닥에 내려둔 사슴 머리 박제였다.

 코렐리아가 보기 불편하다 말하니, 페이즐리가 내려뒀었지. 린베르가 그 위로 쓰러진 것이다.


 린베르의 가슴 한복판에 부러진 사슴뿔이 튀어나온 채 박혀있다. 사슴뿔은 린베르의 피와 살점으로 붉게 물들었다.


 ㅡ즉사했다

 단단한 사슴뿔이 린베르의 심장을 관통했다

 

 코렐리아는 멍한 눈으로  뿔이 부러진 사슴머리를 바라본다.

 

코렐리아 "최소한 페이즐리씨만이라도 살아있었다면... 그가, 죽지 않았으면 이 상황을 정당방위라고 변호해줄텐데...! 제가 법적으로 결백하다는걸 입증해주셨을텐데!"

 

 그때였다.

 ㅡ코렐리아의 귀에 기묘한 환청이 들린 것은.


사슴박제 "코렐리아"

코렐리아 "...말하지마..."

사슴박제 "코렐리아"

코렐리아 "듣고 싶지 않아....!"

사슴박제 "코렐리아"

코렐리아 "일부러 그런게 아니었다고!"

사슴박제 "네가 죽였다"

코렐리아 "내가 죽인게...!"


린베르의 옷이 붉게 물든다.

린베르는 증오에 찬 두 눈을 감지 않은 채 죽어서도 코렐리아를 보고 있다.



ㅡ내가 죽인게 아냐.

그런 변명은 불가능하다.



그때였다.


-파앙


객실 문에서 톱밥이 튀어나오며 구멍이 뚫린다.

밖에서 헬레나가 총을 쏜게 틀림없었다.




 *******


코렐리아 "헬레나, 전 살인자가 아녜요!"

헬레나 "하하하! 아직도 죄를 인정하지 않으세요? 당신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 떠올리세요!"

코렐리아 "전 아무도 죽이지...아무도..."


코렐리아는 자신이 전쟁터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왔는지 깨달았다. 전쟁터에서는 살인이 정당화된다고? 


 그렇지 않다.

 코렐리아는 전쟁터에서 단 한명도 죽이지 않은 남자를 알고 있다. 가장 위험한 최전선에 돌격하면서도 그 누구도 죽이지 않은 남자. 그런 군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필사적으로 부정한다. 보았으면서도 부정한다.

 

환청이 들렸다.


환청 "사람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건 간단하죠. 그런 간단한 일을 할 뿐인 군인들을 영웅이라 말하는건 모순입니다."

코렐리아 "살인이라. 하지만 살인의 죄책감을 뒤집어쓰고 살기로 각오한 용기가 우리를 영웅으로 만드는게 아닐까요?"

환청 "글쎄요. 살인의 죄책감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그런건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기계적으로 명령에 따라 방아쇠를 당길 뿐. 명령 때문에 죽였어, 내가 나쁜게 아니라 명령이 나쁜거야, 이런 편리한 변명이 있는데 죄책감이 생기겠습니까? 용기가 없어도 살인은 누구나 합니다."

코렐리아 "그럼 당신이 생각하는 용기는 뭐죠?"

 환청 "인정하세요, 코렐리아. 사실 당신에게도 죄책감 같은건 없었잖아요? 민간인은 어디까지나 작전 수행 중에 '실수'로 죽였을 뿐. 그런 변명이 통하니까 죽인거잖아요?"


 코렐리아가 비명을 지르며 품 안에서 총을 꺼내든다.


코렐리아 "실수로 죽인거라고 내가 말했잖아요!"


 ㅡ파앙, 


 그 말과 동시에 총성이 울려퍼졌고 문 건너편에 있던 헬레나의 몸이 거꾸러졌다. 그 모습은 마치 가벼운 깃털이 떨어지는 모습처럼 보였다.

 

 ㅡ가벼운 깃털.

 그것이 코렐리아가 전장에서 느껴왔던,

 사람의 목숨이 지닌 무게였다.


 


 ***


"나는... 나는 살인자가... 아니라 게하의 4기사... 아니, 아니, 이제는 4기사가 아니지... 나는 아리타 공화국의 개국공신이에요..."


 린베르와 헬레나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피는 이미 딱딱한 검붉은 색으로 엉겨붙어있다. 헬레나를 죽일 때 썼던 권총은 바닥에 내팽겨쳐져있다.


 코렐리아는 먼 허공을 바라보며 미소짓는다.

  단 한명도 죽이지 않았던 그 남자. 그 남자가 깃발을 흔들며 미소짓고 있다. 아아, 저곳이 진정한 영웅만이 갈 수 있다는 아발론인가보다. 어쩌면 발할라일지도 모른다. 


환청 "어서와요, 코렐리아!"


 어디든 좋다.

 그가 있는 영웅의 세계로 가야한다.


 그 세계로 가는 입구는 대들보에 매달린 올가미. 머리를 밀어넣을 수 있는 올가미. 그 안에 있다. 이대로 머리를 넣고 딛고 있는 의자를 걷어차면 자신은 영웅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ㅡ살인자로 남는 것이 아니라.


 이 섬에서 모두를 죽인 살인자는 헬레나다. 헬레나가 미쳐서 모두를 죽인것이다. 자신은 간신히 진상을 깨닫고 사악한 헬레나를 처단했다. 자신은 살인자를 잡은 영웅이다.


 여기서 목을 매면 자신이 린베르를 죽인 사실은 발각되지 않을 것이다. 헬레나가 린베르까지 죽였다 모두가 생각하며 코렐리아를 영웅으로 칭송하겠지. 그런 내용의 유서는 미리 준비해뒀다.


코렐리아 "저는 더 이상 속이지 않아요. 더는 자신을 속이지않을거에요. 살인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살 바에야 영웅으로 죽는게 더 나아요.

 ㅡ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코렐리아가 의자를 걷어찬다.


코렐리아 "크흑, 커흑!"


목에 감겨오는 밧줄. 질식되는 고통에 코렐리아의 다리는 허공에서 추하게 버둥거린다. 그러나 코렐리아의 눈 앞에는 먼저떠난 수많은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반겨주는 모습이 보인다.


코렐리아의 눈 앞에 보이는 반가운 환영들이 말했다


환청 "네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말할 자격이 있니?"



 ***

페이즐리 "네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말할 자격이 있니?"

코렐리아 "! ? ! ? !"

페이즐리 "정말로 네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말할 자격이 있니?"


환청이 아니었다.

그 말을 한건 머리 끝까지 피투성이가 된 페이즐리었다. 


 페이즐리는 손에 쥔 손수건으로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감싸 들어올렸다. 그는 코렐리아가 밀어낸 의자를 끌어와, 목을 매고 죽어가는 코렐리아의 맞은편에 놓고 앉는다. 


코렐리아 (어떻게? 죽었을텐데? 헬레나가 쏜 총에 맞아 죽었을텐데? 죽었잖아, 너는!? 너는 내 영웅의 세계에 있을 등장인물도 아니잖아!?)


페이즐리 "놀랐어?"


페이즐리는 코렐리아를 올려다보며, 총구 끝으로 자신의 피투성이 머리를 가리켰다.


페이즐리 "헬레나에게 공포탄을 쏘라고 하고 빨간 물감봉지를 터트렸지. 이거에 속다니 바보네. 바보바보~!"

코렐리아 "큿, 긋!"

페이즐리 "헬레나는 겁에 질려서 너와 린베르 둘 중 한명이 범인이라 믿었거든. 정의의 변호사인 나만 믿을 수 있겠다고 상담해오더라? 

 정~말 멍청한 하녀였지~! 사슴머리에 스피커를 장치해둔줄도 모르고 참회하라는 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고 믿어버리고!"


 그들이 들은 모든 환청은, 페이즐리가 장치한 스피커에서 나온 녹음된 목소리였던 것이다. 


페이즐리 "그래서 그 멍청한 하녀에게 말했지! 내가 죽은 척하고 숨어서 범인을 잡겠다고! 저 둘 중에 범인이 있을테니까! 그리고 너희 셋이 겁에 질려 서로를 의심하며 죽이고 죽이는 꼴을 구경했지."

코렐리아 "아, 흐흣, 아...!?"


코렐리아는 올가미에 손을 대어 빠져나오려했지만 이미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페이즐리 "왜 이런 짓을 했냐고?"

페이즐리 "열받았거든. 너희는 모두 전쟁터에서 잔뜩 살인을 한 범죄자들이잖아? 전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살인을 한다는게 말이 돼? 하지만 너희는 게하 1차 침략전쟁 이후 열린 전후 재판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지! 게다가 전부 영웅이라 칭송받고 있고! 이걸 보고 안빡치는게 이상하지! 그래서 너희를 법률가인 내가 친히 재판해주려 이 자리를 준비한거야.

 전원 사형, 살인자는 전부 사형입니다!"


 페이즐리는 손수건으로 감싼 총의 방아쇠를 걸어당긴다. 그 총에 페이즐리의 지문은 남지 않을 것이다. 오직 코렐리아의 지문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페이즐리 "네 유서는 벽난로에 태워버렸어. 이제 사람들은 네가 모두를 죽이고 목을 맸다고 생각하겠지. 살인자의 본성을 모두가 알게될거야. 너를 영웅이라 부르는 사람은 세상에 없겠지."

코렐리아 "!!!!!!! 흣, 그흑! 흡!"


페이즐리 "그럼 마지막 재판을 개정하겠습니다."


페이즐리가 총구를 자신의 머리에 가져다댄다.


페이즐리 "피고 페이즐리, 정의를 위해서라고는 했지만 사람을 죽였습니다."

페이즐리 "살인죄. 사형을 선고합니다."


총성이 울려퍼진다.

페이즐리가 고개를 떨군다.

페이즐리가 들고 있던 총도 아래로 떨어졌다.


저 총에는 코렐리아의 지문이 묻어있다.


코렐리아 (저 총을, 치워야... 치워야만... 아아...)



 코렐리아의 몸이 늘어진다.

 더 이상 코렐리아는 숨을 쉬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억압적인 사회 아래에서 인간은, 사회가 명령하는 일 밖에 하지 못하게 된다. 사회의 명령이라면 어떤 악한 일이라도 정당화하는 인간이 되고 만다."

 - 만신 나키아


***



이블린 "쓰레기 만화!"


이블린이 들고 있던 만화원고를 집어던진다. 나키아가 비명을 지르며 흩어진 원고를 주워들었다.


나키아 "뭐하는짓이야! 자기 맘에 안든다고 원고를 훼손하려하다니! 예술탄압! 문화검열! 분서갱유!"


이블린 "스토리 자체가 이해가 안되는데. 아, 알겠다. 이건 일부러 쓰레기 만화를 보여줘서 내 반응을 떠보는 몰카지? 누구랑 짰는지 말해."


나키아 "아니... 단편만화 공모전에 낼 원고인데..."

이블린 "이거 실존인물만 나오는 알페스잖아!? 알페스를 공모전에 내겠다고!? 왜 굳이 현실사람들을 캐릭터로 쓴건데!?"

나키아 "예술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니까!"

이블린 "거울이 왜곡되어있지 않아?"


이블린 "그리고 레베카랑 나는 왜 나오자마자 죽은건데? 우리는 게하 1차 침략전쟁처럼 옛날일과는 관계없다고. 페이즐리가 심판할 죄인 아니잖아"

나키아 "만화 속 캐릭터 주제에 감히 작가님께 이래라저래라 참견하다니. 주제넘네요!"

이블린 "작가면 독자의 의견을 들어야하는거 아냐? 왜 독자가 작가의 의견을 듣고 있는거지?"

나키아 "내가 만신이기 때문이지! 아니! 만화는 자유 그 자체! 나는 자유의 신이다!"

이블린 "자유의 신은 쓰레기 만화를 강제로 독자에게 처먹이는거구나."


 나키아의 프로 데뷔는 아직 먼 미래일듯하다...



[열 꼬마병정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by 만신 나키아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