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기본적으로, 인류가 '총'을 쓴 시대가 의외로 길다는 거고,
그 이후에 '화약'을 대량 생산하는 시기 = 질소고정법이 확립된 시기라는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음. 

그러니까 단적으로 말해서 총기로 500년을 싸웠지만, 1차세계대전 이전의 20세기 초입부까지도 총/화약은 아주 비싼 무기였음.
상비군으로 전환하고 제식병기로 머스킷을 쥐여놓고도 '사격훈련'을 안하는 군대가 부지기수였음. 

물론, 그 효용이 너무나도 뛰어나서 대출혈서비스 감안하면서도 제식병기에 아득바득 집어넣은거고, 

이걸 현대적인 관점에서 대입하면 알보병 하나하나에 제식병기로 재블린...은 너무갔고 스팅어 하나씩은 쥐여준 느낌임.

이러니까 알보병 투닥질 한두판에 재정오링나서  골로가는 상황이 발생했던거기도 하고. 



갑옷 이야기 하는데 왜 총기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냐면, 재료가 있어야 많이 쏘면서 총기 발전을 하고, 
총기 발전이 있어야 그에 걸맞는 갑옷 역시 발전할텐데, 총기 발전이 지지부진하니 갑옷도 아주 긴 시간동안 그대로 유지됨. 



대표적으로 퀴래시어 (퀴라시어, 쿼러시어 등등으로 부름) 가 있겠음. 
프랑스 기병 병과인데, 이새끼들이 말타고 근접해서 권총싸재끼고 튀거나, 권총을 10m짜리 창으로 대응시키고 그 뒤에는 칼꺼내서 근접질하는 전술로 싸운게 15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임. 총기 등장 이후 칼질 창질하는 중기병 - 기사가 멸종했는데도 중갑기병이 4세기나 '현역 병과'로 유지되고 있었다는거. 
-지금도 의장 병과로 프랑스에 남아있음. 실제 전쟁에는 장식품이겠지만.


그런데 이렇게 기동전으로 박살내고 다니는데 무겁게 입을 필요있나? 



그래서 그냥 딴거 다 때려치우고 흉갑만 입고다니면서 아케버스 쏘고 다니는 아케버스라는 경기병과로 진화하기도 했음. 
-병과명이 그대로 총기에 반영되서 동음이의어가 되어서, 지금은 총기가 더 유명함. 

물론 이새기들도 16세기에 등장한게 19세기까지 공존한다. 


시대적 흐름으로 보면, 유럽의 전장에서 저 퀴래시어가 대활약한 위그노전쟁에서 권총기병이 대박을 친 후에, 랜스를 쓰는 기병은 완전히 폐지되고 보병에서도 총병의 비율이 계속해서 올라감. 그래서 20%정도 되던 총병이 17세기 초에 50%가 되고, 17세기 후반이 되면 80% 근처까지 올라감.  18세기가 되면 창병 자체가 폐지되게 됨. 



그래서 갑옷은 어떻게 되었냐고? 


17세기 후반이 되면 공성전에서나 입게 되고, 퀴래시어같은 기병대의 상반신 + 무릎을 보호하는 3쿼터 갑옷이나 메이저하게 됨. 
서두에 언급했듯이 총이 드럽게 비싼 병기이기도 했기에 절약의 측면에서 알보병은 방어구 비착용으로 진화함. 
그래도 지휘관은 뭐라도 입어야 하지 않겠노? 해서 입힌게 가죽갑옷(코트)따리였음. 



그래서 이런 시대상이 성립이 가능한거임.

철판갑옷은 원수급 지휘관이나, 왕족들이나 껴입던 물건이고, 그나마도 18세기 중후반부에 들어서면 왕족들마저도 전쟁터에서 철판갑옷을 껴입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짐. 그래도 갑옷 자체는 의장품으로써 19세기까지도 지급됨. 



그러니까 총기화약시대에 갑옷을 입었는가? 에 대한 답변은 기본적으로는 "병과마다 다름"인데, 
어떤 갑옷을 입었느냐?는 국가별, 지역별, 전쟁별로 다른건 물론이고, 심한경우에는 '인물별'로 싹 다 다름. 중갑기병에서 경기병으로 변화하면서는 천천히 갑옷을 벗기다가,  나폴레옹이 갑자기 풀발기해서 '더 두껍게 입혀!' 해서 기병들이 다시 갑옷 튼실하게 입기 시작하기도 하고, 기관총진지에 닥돌하는 기병이 나올때는 또 거의 갑옷이 없는 애들도 있고, 튼실하게 입은 애들도 있고 그럼. 


알보병의 입장에서 보면 거의 다 벗고 우리나라 면갑처럼 두꺼운 면옷따리로 방탄효과 노리고, 장교진들이야 가죽갑옷 입은데서 끝나는 느낌이지만, 당시의 시대상 제식에 포함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개인의 노력으로 갑옷을 만들어 입어서 딱히 이상한건 아니였기에 챙겨입는 놈들은 또 챙겨입었을꺼임. 


그러니까 저 시대에 어떻게 입었노? 보다는 프리드리히 대왕이 말년에 전쟁터에서 갑옷 입었노? 로 따져야 하는 문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