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슬슬 막바지를 향해 달려간다는 것이 명확해지던 시점에, 제국 해군 수뇌부들은 종전 협상에서 조금이나마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자 영국 대함대와 최후의 한타각을 잡아보려 계획함

혹시나 기적이 일어나서 영국 해군 주력함대에 다대한 타격을 가한다면 협상에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테니까


문제는 양측의 전력 차이였음

영국 대함대는 1918년 10월 시점에 드레드노트급 전함 35척과 전투순양함 11척이라는, 괴물같은 규모로 증강된 상태였고 이 중 삼분지 일은 15인치급 전함이나 전투순양함이었음

더 무서운건 46척의 주력함 중 절반 가량이 세계대전 개전 이후에 취역시킨 신예함이라는 것


그 외에도 영국 해군은 방호순양함을 포함 주력함 이외의 순양함을 36척, 대함대 이외 다른 전대에 소속된 구축함만 하더라도 204척, 잠수함으로 유명한 독일 제국보다도 거의 3배 가량 많은 72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었음


상대로 나올 독일 제국의 대양함대의 경우, 전함 18척과 전투순양함 5척, 총 주력함 23척의 규모였지만 이 중 태반 이상이 세계대전 이전에 건조된 구식함이었음

아래 체급 보조함으로 나갈 경우 차이는 더욱 벌어지는데, 독일 측이 동원 가능한 순양함은 14척, 구축함은 60척 뿐인데다 해당 작전의 핵심 전력이 될 잠수함대마저 25척 정도로 물량 차이가 답이 안 나오는 수준이었음


결정적으로 함대 내부의 사기도 차이가 극명했는데, 영국 해군의 경우 젤리코와 비티의 탁월한 리더쉽으로 인해 스페인 독감이 함대를 휩쓸고 지나가는 상황에서도 전투력과 높은 사기가 유지되었던 반면, 독일 제국 해군의 경우 누가 봐도 자살특공이나 다름없는 이 작전에서 안 그래도 항구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 악화될대로 악화된 독일 제국 하급 장교들과 수병 사이의 분위기는 주력함의 경우 공공연한 사보타주가 일어나는 등 반란 직전 상황까지 끓어오름


뭔가 기류가 이상하다는걸 알아차린 수뇌부에서 서둘러 작전을 취소했지만 이미 불씨가 붙은 상황은 겨우 그 정도 조치로 진화될 수준이 아녔고, 이는 마침내 독일 제국 전복과 호엔촐레른 황가의 퇴위까지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