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12월, 독일 해군의 암호를 해독하여 유보트 17척으로 이루어진 보어쿰(Borkum) 그룹의 매복을 확인한 연합군은 그 쪽으로 향하던 선단 2개를 매복 바깥으로 우회시키고, 대신 호위항모 USS 카드가 이끄는 헌터킬러 그룹 TG 21.14 를 파견해 유보트들을 공격하게끔 하였음.(카드는 이후 USS 보그, 코어 등과 함께 가장 성공적인 헌터킬러 부대가 됨.)




하지만 연합군의 이 의도도 반대로 독일 해군에게 읽히고 있었고, 카드의 움직임을 확인한 독일 해군은 역으로 보어쿰 그룹으로 하여금 카드의 헌터킬러 그룹을 공격하게끔 하였음.


이로써 대서양 해전의 전세가 연합군 쪽으로 급격하게 기운 1943년 5월 이래 굉장히 이례적으로 호위항모가 이끄는 헌터킬러 부대와 유보트들의 울프팩이 상호 의도적으로 교전하는 특이한 사례가 발생하게 됨.




12월 23일 자정 무렵 카드의 호위를 맡은 제27구축함전대 소속 USS 솅크가 U-645를 레이더로 접촉하면서 교전이 시작되었고, 솅크는 다른 구축함인 USS 리어리와 함께 호위 진형을 이탈하여 접촉 방향으로 수색에 나섰음.



24일 0500시 무렵 리어리는 또다른 레이더 접촉을 잡고 조명탄을 쏘아올리며 음향 기만기를 전개했는데, 이 때 U-645를 공격하는 솅크의 폭뢰 소음과 자신의 기만기 소음이 겹쳐 리어리는 일시적으로 수중 음향을 탐지할 수 없게 되었음. 


이 때 레이더 전파 경보기를 통해 솅크와 리어리를 탐지한 U-275는 음향 유도 어뢰 1발을 발사하였고, 이 어뢰는 기만기를 씹고 유도되어 미처 어뢰 소음을 감지하지 못한 리어리의 함미에 명중하였음.


한편 호위항모 카드를 찾아낸 U-305는 솅크와 리어리가 이탈해 호위가 약해진 틈을 타 주변의 유보트를 소집했고, 이에 응해 카드를 접촉한 U-415와 함께 공격에 나섰음. 운좋게도 카드는 피격되지 않았으나, 계속해서 회피기동을 해야 했던 탓에 한창 교전 중인 솅크와 리어리를 제대로 엄호해줄 수 없었음.



비록 솅크가 U-645를 격침시키긴 하였으나 리어리는 어뢰 폭발과 연이은 보일러 폭발로 함미부에 있던 50명 가량이 즉사한 상태였고, 함미부 구조가 완전히 붕괴되어 침수를 막을 수 없는 상태로 빠르게 침몰하고 있었음. 거기에 근처에 있던 솅크 또한 아직 유보트들이 근방에 득실거리는 가운데 섣불리 구조를 진행할 수 없었으므로 구조작업이 크게 지연되었고, 결국 리어리의 총원 156명 중 함장 포함 97명이 전사하게 됨. (리어리의 함장은 자신의 구명조끼를 구명조끼가 찢어진 흑인 조리병에게 양도한 후 이함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실종되었음. 그는 이 행각을 인정받아서 사후 해군 십자상을 수여받았고, 이후 기어링급 구축함 1척의 함명이 되었음.)





상술했듯 헌터킬러 부대와 울프팩이 서로 의도하고 교전한 특이한 경우고, 결과도 잠수함 1척, 구축함 1척으로 무승부에 가까워서 기억에 남는 사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