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주둔지에서 이탈한후 계속 진격하라는 사단장님의 명령이다." 


내 말이 끝난 직후, 텐트안의 반응은 다양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1소대장, 한숨을 내쉬며 천장을 올려다보는 3소대장, 그리고 테이블을 내리치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며 2소대장이 말했다. 


"이건 미친짓입니다 중대장님. 여기서 대체 어떻게 더 진격을 합니까? 이거 완전 개소리 아닙니까?" 


그러자 가만히 있던 3소대장이 거들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중대장님, 이건 미친짓입니다. 저희가 어떻게 바르샤바까지 왔는지 중대장님도 잘 아실꺼 아닙니까. 그..... 그....하여간 거 씨발 발음도 좆같은 숲에서 그 개지랄을 떨고 겨우 바르샤바 까지 온건데...! " 


"그....명령은 명령이라지만...아무리 그래도...이 씨발놈의 보급이라도 챙겨줘야 하는거 아닙니까 중대장님.....? 저 M1 자식 처먹을 기름만 던져주고 정작 우리 먹을 MRE도 없어서 민가 털어서 밥을 먹고 앉아있지 않습니까." 


가만히 있던 1소대장도 격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다들 쌓이다 못해 목구녕까지 쌓인게 많았나보다. 그렇게 생각할수밖에 없다. 


나도 그랬으니까. 


사단 작전회의에서도 다들 반응이 똑같았으니까. 


다들 텐트가 터져나가도록 아우성들이었다. 


보급은 대체 언제 오냐. 


당장 우린 탄약이 부족하다. 


그거보다 씨발 포병대 니놈들은 지원을 해주는거냐 쳐 노는거냐. 


그렇게 꼬우면 니들이 선봉을 서라. 


씨발 그러면 보급을 제때제때 해주던가.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 . . . 그렇게 한참 시끄럽던 텐트를 조용하게 만든건 사단장의 한 마디였다. 


"..........본토와 연락이 끊겼다." 


일순간 텐트는 조용해졌다. 그리고 사단장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다행히도 사령부는 멀쩡하지만...본토와는 연락이 끊겼다는 소식을 전했다.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들이 레이더를 뒤덮었다고 하더군." 


일순간 각자의 숨소리 마저도 사라졌고, 그런 침묵을 깬것은 다시 또 사단장이었다. 


"본토와의 연락이 끊겼다는건.....핵전쟁을 의미하겠지. 이미 파리는 불타오르다 못해 소멸했다더군." 


그는 떨리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헛기침을 하고선 말했다. 


"제군들. 이젠 우리들 뿐이다. 이미 동맹군들은 집으로 향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갈곳이 없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거대한 화염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는 격양된 목소리로,그렇지만 나지막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집은 고사하고, 나는 과연 우리들의 돌아갈 조국이 존재할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순간, 내가 아는건. 적은 살아있다. 그리고 조국과 집은 소멸했고 가족들은 죽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가?" 


텐트는 잠시 적막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단장은 다시 입을 열었다. 


"복수다. 빌어처먹을 전쟁에 대한 복수. 이 씨발 일어나선 안되는 난장판에 대한 복수말이다. 이 사단이 왜 일어났는지 나는 잘 안다. 

그 개같은 영화배우 자식. 그리고 그 좆같은 고르비놈. 이 둘이서 서로 짝짜쿵하고 싸움을 붙여놓고서는, 정작 본인들은 지금 뭘하고 있지? 우리네 대통령님은 핵 한방에 좋다고 무책임하게 천국으로 떠나셨는데. 고르비 그놈은 대체 어딨냔 말이냐. 그 개자식의 면상에 대고 왜 이 지랄을 내놨는지 난 물어봐야겠다. 우리네 대통령은 뒤졌으니 그놈이 말해야지. 나는 모스크바로 간다. 나 혼자서라도 차를 끌고서라도 가겠다. 가서 고르비놈의 시체에라도 물어봐야겠지. 

대체 왜 그랬냐고. 왜." 


사단장의 말이 끝난후 텐트는 적막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고요함을 깬것은 한 대대장이었다. 


그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며 외쳤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사단장님을 끝까지 따르겠습니다." 


그의 눈엔 이미 눈물이 맺히다 못해 흐르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뒤이어 모두가 사단장님을 향해 경례를 했다. 


무엇때문일까. 그저 가슴이 시켰다고 말할수 밖에. 


나 조차도 어느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경례를 하고 있었으니까







. . . . . . . . . . . . . . . . . . . 예상대로 텐트는 조용해 졌다. 


사단본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을뿐인데. 


소대장들의 반응은 모두 똑같았다. 


부동이었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그저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리고 곧 이어서 마치 짠듯이라도 한듯이, 다들 텐트를 나섰다. 


어떤 반응이 나오더라도 받아주려고 굳게 각오했기에. 


나는 조용히 그들을 뒤따라 나섰다. 


그들은 병사들이 모여있는 모닥불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용히 그들 곁에 앉았다. 


그리고서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한명이 일어나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멍하니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나를 처다본 그 눈빛이. 


마치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는 무언의 압박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 . . . . . . . . . 얼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루터기에 앉아 줄담배를 뻑뻑 피던중, 갑자기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약간은 역한 가스터빈에서 나오는 매연 냄새. 


주포를 돌리는 모터 소리. 


그리고 시끄럽게 굴러가는 궤도. 


고개를 들어보니 전차들이 움직일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듯이. 


늘상 일어나는 일인것 처럼. 


그들은 다시 또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Fulda Gap에서 처럼, 베를린 근교에서 처럼, 그 좆같은 이름을 가진 숲에서 처럼. 


그들은 또 다시 싸울것이다. 


싸우고 또 싸우며, 어디까지 도달할수 있을까. 


나는 과연 그들을 어디까지 이끌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마지막 담배를 물려고 하던중, 내 단차의 포수가 나에게 다가왔다. 


"......얘기 들었습니다. 중대장님." 


"......그렇군." 


나는 할말이 없었다. 


나도, 그도, 똑같은 처지인데. 무슨 말을 건넨단 말인가. 


그런 잠깐의 침묵을 깬것은 또 다시 포수였다. 


"......어디로 향합니까?" 


그는 나에게 헬멧을 건네며 말했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내 전차로 향하며 말했다.






"모스크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