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대장 생도가 되어 3개의 금줄 수장을 부착하게 된 니미츠는 개인침실과 두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서재를 할당받았다. 얼마 후 몇몇 동기생들은 지붕에서 움푹 들어간 곳을 발견했다. 그곳은 은밀해서 아래쪽 길가는 물론 건물 안팎의 어느 위치에서도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생도들이 모여서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어느 여름날, 그의 일당은 맥주 파티를 열기로 했다. 니미츠는 맥주를 반입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그것은 해군 장교가 되겠다는 그의 희망을 하룻밤에 끝장낼수도 있는 대단한 모험이었다. 당시 4학년 생도들은 제복을 맞추기 위해 시내로 외출할 수 있었는데, 니미츠는 재단사에게 술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트렁크를 들고―마치 제복을 가지러 간 사람처럼―곧바로 양복점의 밀실로 들어간 다음 신속하게 트렁크에 맥주를 담았다. 그는 밀실 안에서 전에 본 적 없는 낯선 사람을 발견했지만 그 사람도 무언가 일이 있어서 찾아온 또 다른 고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니미츠는 힘겹게 트렁크를 끌며 정문을 지나치면서 근무 중인 해병대 위병의 검문을 고위 생도를 의미하는 수장을 방패삼아 무사히 통과했다. 결국 그의 일당은 거나한 맥주 파티를 즐겼다.


월요일 아침, 니미츠는 자신의 분대를 인솔하여 항해술 교실을 향해 행진했다. 교실 앞에 도착했을 때 새로운 교관인 어떤 소령이 제복을 입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양복점에서 본 그 낯선 사람이었다. 그가 소매에 3개의 금줄이 있는 제복 차림의 곱슬곱슬한 금발 머리 사관생도를 알아보지 못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말이다. 훗날 니미츠는 이렇게 기록했다.


"그 무모한 장난을 통해…… 나는 규율을 처음 위반한 사람은 관대하게 봐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징계위원회에서 니미츠는 공정했고 대체로 그의 판결은 정확했다. 하지만 그가 공정성을 넘어서 판결에 오류를 범한 사례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마 그도 어쩔수 없었을 것이다.


배가 칭다오 항에 머물 때 부사관 한 명이 해안순찰근무 중 어느 카바레 걸의 방에서 옷을 벗은 채 발각되어 근무태만과 제복미착용으로 기소되었다. 그가 어떻게 발각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입수한 기록에 나와 있지 않지만, 그가 자기 위치를 벗어나 젊은 여인과 함께 한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을 해안순찰 근무 당직장교가 보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니미츠가 물었다.


"이보게, 자신을 위해 할 말이 있으면 해보게나?"


그러자 젊은 부사관이 대답했다.


"함장님, 사실은 이렇게 된 겁니다. 저는 해안순찰을 돌 때 군복을 제대로 착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해안으로 타고 간 보트에서 내리면서 군복이 찢겼습니다. 저는 그 근처에 살고 있는 그녀를 알고 있었고, 그녀는 자기 집으로 가서 찢어진 곳을 꿰메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퍼를 벗고 그녀의 방에 있었던 겁니다."


니미츠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나중에 그것이 이제까지 그가 들어본 변명 중 최고였다고 말했다. 그 부사관은 실제로 분대장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혐의는 기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