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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전투기동 *

보병으로 입대를 해서 훈련소에서 전투 훈련을 받게 되면 뛰고, 숨고, 쏘고 하는 기본적인 개인 전투 기술들을 가장 먼저 배운다. 전투기에서 공중전을 배울 때도 적기를 잡기 위해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 하는 기본적인 기동술을 가장 먼저 배우고 그 다음에 편대 전술을 배우게 된다.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개인 전투 기동술을 기본전투기동, 영어로는 Basic Fighter Maneuver라고 한다. 그리고 흔히 이를 줄여서 BFM이라고 부른다.

공군과 항공에서 쓰는 말들이 대부분 영어이기 때문에 영어에 익숙해지자는 말은 지난 회에 강조했었다. 덧붙이자면, 영어를 배운다는 목적 이외에도 가급적이면 공군에서 쓰는 말을 많이 알아두기를 권하는 이유가 또 있다. 어떤 분야에서 쓰는 말을 배우는 것이 그 분야의 직업을 가진 사람의 세계를 이해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BFM은 크게 공격 BFM, 방어 BFM, 정면 BFM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공격 BFM은 적기를 공격하고 있을 때 사용하는 기동술을 말하고, 방어 BFM은 적기에게 쫓기고 있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정면 BFM은 서로 마주 보고 있을 때 사용하는 기동법이다. 이번 회에는 그 중에서 정면 BFM에 대해 알아본다. 정면 BFM은 쉽게 말하면 “적기와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되죠?”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적기와 정면에서 만났을 뿐 아니라 공중전 도중 적기와 순간적으로 정면으로 지나치는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방법들이다.

1. 리드 턴 (Lead Turn)
적기와 정면에서 만나면 곧 서로를 지나치게 된다. 그리고 두 조종사는 적기를 향해 선회를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적기와 만나면서 전투기동을 시작하는 것을 머지(merge)라고 한다.) 공중전이 스포츠 경기라면 공정하게 경기를 하기 위해 두 비행기가 지나치는 순간 준비~ 땅 하고 동시에 선회를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서로 정면에서 만났을 때 누군가 치사하게 먼저 선회를 시작 하면 그만큼 유리해질 것이다. 이렇게 적기보다 먼저 선회를 시작해서 유리한 각도를 차지하는 것을 리드턴이라고 한다. (그림 1)

그림 1. 리드턴


영상 1. 리드 턴

단, 적기보다 먼저 돌면 좋다고 해서 무한정 먼저 돌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적기와 교차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돌아버리면 적기에게 자동으로 꼬리를 내주게 된다.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림 2)

 그림 2. 잘못된 리드턴

그렇다고 너무 늦게 선회를 하면 각도가 불리해진다. 따라서 실제로는 대략 적기의 옆구리를 보고 들어가는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그리고 리드턴에 들어갈 때 선회할 공간도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선회를 시작하면 적기의 꼬리를 물기에 더 좋다. 하지만 적기도 역시 리드턴을 할 수 있고, 내가 만들어놓은 선회공간을 적기도 선회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두 명이 똑같이 리드턴을 한다면 누구도 유리하지 않은 채로 똑같은 각도에서 선회를 하게 된다. (그림 3) 실제로는 이러한 상황이 가장 많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리드턴이라는 개념이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리드턴을 안하면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그림 3. 동시 리드턴으로 인한 중립 상황

2. 2서클 턴 (2 Circle Turn)
적기와 교차할 때 대개의 경우는 적기 쪽으로 선회를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적기가 왼쪽으로 지나쳤다면 적기를 따라가기 위해 왼쪽으로 선회를 할 것이다. 그리고 적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면 내 비행기와 적기가 각자 하나씩의 원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두 비행기가 같은 방향으로 선회를 하는 것을 2서클 턴이라고 한다. 또한 상대의 꼬리를 향해서 선회를 한다고 해서 Nose-to-Tail 선회라고도 한다.

그림 4. 2서클 턴


영상2. 2 서클 턴

이 2서클 턴에서 누구도 유리한 상황을 점하지 못하면 중립 상황에서 서로의 꼬리를 물기 위해 한 쪽 방향으로 끝없이 선회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런 무한 뺑뺑이 상황을 러프베리(Lufbery)라고 한다. 러프베리에서는 대개 먼저 포기하고 도망을 치거나 선회 방향을 바꾸려고 하는 사람이 불리해진다.

그림 5. 러프베리

2서클 턴은 서로의 꼬리를 물려는 것이기 때문에 선회율이 더 높은 비행기가 유리하다. 그런데 보통 에너지(고도+속도)가 높은 비행기가 더 높은 선회율을 얻을 수 있으므로, 에너지가 높은 사람이 2서클 선회에서 유리하다.

3. 1서클 턴 (1 Circle Turn)
위의 2서클 턴과는 반대로, 적기와 교차를 할 때 한 사람은 적기 쪽으로 도는데 다른 사람은 적기의 반대편으로 돈다면 서로 반 바퀴를 돌고 나서 다시 마주보게 된다. 이 때 두 비행기의 비행 궤적이 하나의 원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를 두고 1서클 턴이라고 부른다. 또한 서로의 머리를 마주보고 선회한다고 해서 Nose-to-Nose라고도 한다.

그림 6. 1서클 턴


영상 3. 1 서클 턴

1서클 턴에서는 선회반경이 좁으면 상대방의 선회원 안쪽으로 파고들 수 있어서 더 유리하다. 그런데 더 느린 비행기가 선회반경이 더 좁으므로, 1서클 턴에서는 에너지가 불리한 비행기가 유리하다. 따라서 에너지가 유리한 사람은 2서클 턴 전투를 만드는 것이 유리하고 반대로 하고 에너지가 불리한 사람은 1서클 턴을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4. 수직 기동
에너지가 유리한 사람은 2서클 턴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기 쪽으로 선회를 하면 되지만, 적기가 반대편으로 선회를 하면 1서클 턴이 되기 때문에 1서클 턴을 만드는 것은 상대방 마음이다. 이 때 나도 적기 반대편으로 선회하면 그 때는 적기가 내 쪽으로 돌면 바로 꼬리를 물리기 때문에 어차피 나에게는 1서클 선회를 피할 선택권이 없는 셈이다.

이러한 경우 에너지가 우세한 사람이 1서클 턴을 피하고 싶으면 위로 올라가면 된다. 에너지가 불리한 상대는 위로 올라가는 것이 더 힘들기 때문에 수직 기동을 하면 에너지가 우세한 사람이 유리하다. 수직 기동은 위로 올라가는 방향도 있고 아래로 내려가는 방향도 있지만, 속도가 높은 사람이 수직으로 내려가게 되면 고도를 너무 많이 잃어버리고 속도도 지나치게 커져서 선회가 도리어 잘 안되기 때문에 수직기동이라고 하면 보통 위로 올라가는 방향을 말한다. 수직기동이라고 해서 정확하게 90도 각도로 올라갈 필요는 없고 대각선이나 낮은 각도로 올라가는 것도 모두 수직기동에 속한다.

그림 7. 수직 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