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Shchel-3UM은 냉전시대 HMD의 대명사로, R-73과 함께 소련 최후기의 소련 전투기들에게 상당히 강력한 기축선외 공격능력을 부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음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이건 일단 미사일 조준용 레티클만 띄우는 거라서 본격적인 HMD가 아니기도 하고, 소련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인 것도 아니었음
미 해군은 이미 60년대 말부터 SEAM 기능을 갖춘 사이드와인더로 최대한 뽕을 뽑기 위해 세계 최초로 실용화된 전투기용 HMS인 VTAS를 개발해 70년대부터 팬텀들에 한해서 적용했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역시 70년대 중반에 미라주 F1AZ용 쿠크리 HMS를 배치해서 앙골라와의 공중전에서 사용함
그리고 소련은 이를 계기로 쿠크리를 비밀리에 입수할 수 있었고, 이거에 영향을 받아서 자체적인 HMS를 개발하게 됨
한편 R-73은 동시기 AIM-9M에도 있었던 IRCCM의 부재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추력편향노즐과 HMS와의 연동을 통해 기축선 중심으로 ±45도에 달하는 영역에 대한 기축선외 공격능력을 갖고 있었고, 이는 근접전에서 매우 위협적이었기 때문에 소련 붕괴 후 독일을 통해 이 사실을 깨달은 서방국가들은 큰 충격을 받고 단거리 미사일 개량 또는 신규 개발을 추진하게 됨
그리하여 미국은 2003년에 AIM-9X를,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2005년에 IRIS-T를 배치하게 됨. 이 두 미사일은 기만체 저항성 면에서 보다 효과적인 열영상 탐색기를 사용했고 제트베인 방식의 TVC를 적용함으로서 뛰어난 초기 기동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함
한편 러시아는 1997년에 R-73 RMD-1의 짐벌각을 ±60도로 넓히고 IRCCM을 추가한 R-73M RMD-2를 배치했고, 없는 형편에서도 서방국가들의 단거리 미사일 발전 추세에 맞춰서 꾸준한 개량을
하지 못했음. 기존 R-73 계열을 개량해 시커 짐벌각을 ±75도로 넓힌 Izdeliye 750이 R-74M이라는 이름으로 2016년에 배치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열영상 탐색기가 없어서 10년도 더 전에 배치된 단거리 미사일들에 비해 크게 뒤떨어짐. 심지어 2005년 말~2006년 즈음에 등장한 IRIS-T와 AIM-9X 블록 2에 있는 LOAL 기능도 없어서 목표물이 시커 짐벌 밖에 있으면 공격이 불가능함
그나마 Su-57 내부무장창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든 R-74M2는 열영상 탐색기와 LOAL 기능을 다 갖추고 있지만 정작 Su-57의 생산량이 건담이나 에반게리온만도 못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거라고 딱히 다를거란 생각은 들지 않음
원래는 R-73 계열을 장기적으로 대체할 Izdeliye 300, 일명 R-30도 있었지만 개발이 중단되었고, 작년 초에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Izdeliye 300M이 공개되었지만 지금 꼬라지를 보면 양산되어서 세상 빛을 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