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본인이 PG-02를 총 551판 타는 동안 통통배 1,365척을 학살한 죄를 회개하고 구원을 얻고자 작성하였다. PG-02 운용법에 대한 리뷰는 많으므로 여기서는 PG-02를 제외한 나머지 배들이 어떻게 하면 이 개새끼를 조져버릴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다루기로 한다. 모든 스펙은 아케이드 기준이기 때문에 리얼리스틱에서는 다소 맞지 않는 설명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 양해 바란다.


<전과와 트리 진척도>




우선 적을 이기려면 적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PG-02의 장단점을 분석해 보자.


장점

1. 빠른 속도

PG-02는 수중익선이기 때문에 배가 물 위에 떠서 간다는 특성이 있다. 선체가 아예 물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물의 저항이 전혀 생기지 않아 다른 통통배와는 차원이 다른 130km/h(워썬더 배 최고속도값)라는 고속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기 때문에 대다수의 경우 PG-02가 거점에 가장 먼저 도착하게 되며 풀캡을 먹고 시작할 수 있다는 부가적인 장점이 생긴다. 또 다른 소소한 장점이 두 가지가 생기는데, 하나는 선체가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어뢰에는 사실상 면역이 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파공이 생겨서 침수가 시작되도 엔진이 살아있어 일단 물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침수가 멈춘다는 점이다.


2. 강한 화력

JM-61 20mm 발칸포는 PG-02의 알파이자 오메가로, 분당 3000발의 속도로 20밀 탄환을 적 통통배에게 퍼부어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한 채로 용궁으로 보내버릴 수 있는 무기다. PG-02의 화망에 제대로 걸리는 순간 2랭크 이하 통통배는 숨도 못쉬고 쳐맞아야 하며 심지어 얘보다 배수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구축함급도 지속적으로 망가지는 주포와 부포에 골머리를 썩혀야 한다. 탄띠 구성은 고폭/철갑/분철 중 택1이며 일반적으로는 관통력이 가장 높은 분철 탄띠를 사용하게 된다. 참고로 분당 3천발을 내기 위해서는 '기관포' 부품을 다는 게 아니라 때어내야 한다.


3. 높은 체력

PG-02는 주포를 제외한 주요 부품들이 전부 흘수선 밑에 깔려 있어 저구경 기관포와 같은 애매한 화력으로는 PG-02에게 단번에 치명타를 주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게다가 승무원들은 전부 함교 구조물에 옹기종기 모여있기 때문에 적이 만약 선체만 죽어라 때린다면 TTK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며 PG-02의 수리시간이 20초대가 떠도 그 안에 죽지를 않아 수리를 끝마친 PG-02에서 반격을 당하는 일이 굉장히 많다.


4. 레이더

원래는 추적 레이더가 있었는데 Fire and Ice 패치에서 추적 기능이 삭제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딱히 주요 장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리얼리스틱 전투 등에서는 적기의 출현을 빠르게 감지하고 아군에게 경고할 수 있다는 특징은 그대로 가져간다. 추적 기능 삭제 전까지는 대공기능도 대단히 출중한 친구였다.




단점

1. 수중익선

수중익선 구조는 대단히 빠른 속도를 보장해 주지만, 반대급부로 조향성이 일반 통통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괴악하다. 최고 속도로 달리는 PG-02의 선회반경은 적게 잡아도 수백 미터, 즉 구축함급이 나오며 막상 선회를 시작해도 빠릿빠릿하게 도는 것이 아니라 수면 위를 드리프트하듯이 미끄러지기 때문에 경로 회복이 더더욱 어렵다. 특히 파괴된 부위도 충돌 모델이 살아있는 워 썬더 시스템 특성상 드리프트를 잘못하여 해변가에 올라탈 경우 아군이 밀어주지 않는 이상 그냥 J3을 눌러야 한다. 다시 말해 직진밖에 모르는 배이며, 이는 워 썬더의 모든 수중익선이 공유하는 문제점이다. 


2. 주포

PG-02의 주포는 항공기의 그것과는 다르게 발칸포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대단히 빠르게 포신이 달아오른다. 기준 약 3초, 정확히 198발을 연속으로 발사하게 되면 주포가 과열되어 30초짜리 기나긴 재장전이 걸린다. 식는 속도도 생각보다 느리기 때문에 1초가 급한 일대 다수의 상황에서는 탄을 마구 난사하여 탄막을 형성하게 되면 주포가 나가버리므로 침착하게 한명씩 노려서 점사로 잡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또한 PG-02가 수중익선이라는 점도 단점을 하나 더 만드는데, 바로 구조상 순항 중에는 앞이 뒤보다 더 높이 들린다는 점이다. 이것 때문에 PG-02가 최고 속도로 순항중일 때는 대략 1km 내외의 '최소 사거리'가 생겨나고 이 범위 안으로 들어오면 배의 속도를 낮춰 뱃머리의 높이를 낮춰야 한다.


3. 체급

PG-02는 만재배수량 63톤짜리 꼬꼬마 통통배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워썬더의 바다는 의외로 잠잠할 때가 그렇게 많지가 않다는 점이다. 워 썬더 공방에서 완벽하게 잠잠한 바다는 드물게 나오고 일반적으로는 항상 약간의 너울이 있기 때문에, 몹시 가벼운 데다가 스테빌라이저가 없는 PG-02는 파도를 넘을 때마다 주포가 위아래로 대단히 심하게 요동친다. 이 출렁임이 빠른 속도와 결합하게 되면 주포가 그야말로 위아래로 춤을 추듯이 움직이며 이 상황에서 사격을 시도할 경우 화망이 세로로 매우 길게 형성되어 300발 쏴서 30발 맞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험이 많이 없는 플레이어의 경우 당황하여 난사하다가 총열이 나가리되는 경우가 많다.


4. 크기

63톤이 무색하게도 PG-02는 비슷한 체급의 통통배들 중 가장 크다. 커다란 몸체와 네모난 함교, 그리고 선체 전부가 물 위로 나와있는 수중익선 특유의 문제점, 그리고 거지같은 조향 성능이 모두 겹친 무지성으로 달려오는 PG-02는 훌륭한 사격 연습 대상이 된다. 물론 특유의 높은 생존성 때문에 바로 뻗어버리는 일은 드물지만, 상대가 고수일 경우 PG-02의 바이탈 파트인 노출된 주포와 함교만을 집중적으로 사격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빨개진 주포만 계속 수리하다가 결국 승무원 부족으로 죽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보면 알겠지만 쓰기도 쉽고 알기도 쉬운 장점에 비해 단점들은 극복 방법만 알면 크게 문제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이 배는 공수주 밸런스가 완벽한 P2W 머신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이 좆같은 배를 어떻게 하면 무력화하고 극복할 수 있는지 몇 가지의 방법을 생각해 보도록 하자


1. 화력으로 누른다

PG-02의 화력은 분명히 연안해군 최상위권이지만, 얘가 3.3에 쳐박혀 있어서 2.3짜리 허접 나룻배들을 만나니까 악명이 높은 거지, PG-02의 화력을 능가하는 연안해군 함선들은 분명 존재한다. PG-02를 아예 묵사발을 만들고 그 사용자에게 화력역전세계를 가르쳐 주고 싶다면, 다음 배를 연구하여 타면 된다.


Pr. 206 - 소련/독일 

MPK Pr. 12412 - 소련

MPK Pr. 12412P(골) - 소련


다음은 PG-02를 완벽하게 압도하지는 못하지만, 치명상을 입히고 비등하게 싸워볼 수 있는 친구들이다.


재규어 - 독일

Pr. 206-M - 소련

MPK Pr. 201M(골) - 소련

LCS(L)(3) - 미국

USS Cyclone - 미국


다음은 PG-02를 일격사시킬 수 있는 친구들이다.

Saetta P-494 - 이탈리아 

USS Douglas(조건부, 골) - 미국


의외로 많다! 그런데 이 리스트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해당 리스트에 있는 함선들은 죄다 연안해군 트리 끄트머리에 위치하거나 더럽게 비싼 골배라는 점이다. PG-02에게 엿을 먹이고 싶어서 PG-02에게 당하면서 이탈리아 연안해군을 끝까지 올리고 사에타 P-494를 연 다음 골박을 해서 대함미사일까지 모두 열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리고 더 큰 아이러니는, 위 리스트에 나온 소련제 함선들은 등장 빈도가 적어서 욕을 덜 먹을 뿐이지 PG-02를 아득히 뛰어넘는 개새끼들이라는 것이다. 조금 다른 옵션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2. 체급으로 누른다

가장 확실하며, 많이 쓰이고 난이도도 그만큼 낮은 방법이다. PG-02의 주무장이자 유일한 무장은 20mm 발칸포 단 한 문으로, 리치필드나 프룬제같이 호구등신 취급받는 예비 구축함들도 PG-02에게는 전함 그 이상이다. 소해함 이상 체급을 만나면 완벽하게 무력화되는 PG-02의 이상한 특징이 이놈을 3.3이라는 되도 않는 배틀레이팅에 가둬놓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다음은 연안스폰을 하며 PG-02를 체급으로 완벽하게 눌러버리는 친구들이다.

USS Candid(877톤) - 미국

M-17(874톤) - 독일

M-802(821톤, 골) - 독일

HMS Peacock(712톤) - 영국

LE Orla(712톤, 골) - 영국

RN Gabbiano(740톤) - 이탈리아

Folaga(950톤, 골) - 이탈리아


위 함선들의 특징은 모두 대양함 데미지 모델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뢰가 없는 PG-02가 이 친구들을 죽이려면 함교와 주포, 부포들을 끊임없이 쏴서 승무원 수를 줄이든지, 아예 딱 붙어서 갈기면서 분철로 탄약고 럭키샷을 노리던지 두 가지의 방법밖에는 없다. PG-02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통통배들을 열심히 갈아마실 수 있다는 장점도 덤이다. 하지만 역시 단점이라면 전부 4랭크 이상에 있다는 점인데, 첫 번째 방법보다 접근성은 더 낫지만 연안해군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이상 여기까지 뚫는 사람이 몇 없음을 감안하면 이것도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3. 약점을 이용한다

PG-02는 운용만 잘 하면 장점으로 단점을 모두 가릴 수 있지만, 다행히 공방에서 만나는 PG-02들은 고성능 AI가 조종하지 않는다. 위에 적은 약점 리스트에서 보듯이 PG-02는 주체할 수 없는 속도와 거지같은 조종성이 약점의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일반적인 PG-02 플레이어라면 풀스피드로 거점 안에 쏙 들어간 뒤 바로 B키를 눌러 감속을 시도할 것이다. 우리는 PG-02가 감속 절차에 들어가기 전 너울 때문에 포신이 출렁거리고 선수가 들려서 조준이 쉽지 않은 취약 지점을 노려서 선체가 아닌 주포에 사격을 가해야 한다. 통통배 플레이어들은 상대방의 선체를 사격하여 파공을 내는 사격법에 익숙해서 자꾸 PG-02의 선체를 집중 사격하는데, PG-02는 모듈이 넓찍히 떨어져 있는데다 수중익선이라 파공이 나도 물이 바로 들어가지를 않는다. 따라서 에임을 평소보다 약간 올려서 주포를 맞추고, 상대를 강제로 감속시켜서 후속타로 함교를 노려보는 방법이 가장 잘 먹힌다. 머리가 안 돌아가는 PG-02는 그 상황에서 선회를 시도할텐데, 위에 써놨다시피 얘는 고속에서 선회하면 큰일나는 친구다. 만약 선회를 시도한다면 침착하게 선체 전 부위를 골고루 때려서 엔진이나 함교를 빨간불로 만들어 놓으면 좋다.


함교와 주포가 나간 PG-02는 떠다니는 과녁판이므로 이 시점에 팀원들과 함께 집중 사격을 가해서 엔진 위주로 반병신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이때부터는 파공과 화재를 노리되, 5초에 한번씩 주포와 함교를 조져서 고개도 들지 못하게 만들고, 제발 저놈 승무원이 빨리 다 죽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PG-02는 속도가 빨라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외로 적한테 포위되는 상황이 많이 만들어 지는데, 이때 우리가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여 주포-함교-엔진 순으로 빠르게 조치를 취해준다면 원뎃충이 대다수인 PG-02는 똥 밟았다고 생각하며 그 판을 나가버릴 것이다.



4. 연안해군을 하지 않는다

이건 해결책이라기보단 알렉산더 대왕이 매듭을 자르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우습게도 이것이 가장 대가리가 덜 아픈 방법이다. 연안해군과 대양해군의 매칭이 합쳐져 있기 때문에 연안해군의 배틀레이팅이 무색하게도 1.0부터 4.3까지의 연안해군 함정들이 공방에서 모두 뒤섞인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연안해군의 밸런스를 맞춰 봤자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통통배가 터지면 구축함을 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PG-02는 머리를 쥐어짜서 약점공략이라도 할 수 있지 위에 대응책이랍시고 나온 Pr. 206은 장탄수 빼고 PG-02의 완벽한 상위호환이기 때문에 공략이라고는 체급으로 찍어누르기 밖에 없는 배다. 이 상황에서 새로 연안 트리를 올리는 플레이어들이 대체 어떻게 게임을 즐길 것이며 성취감을 얼마나 느낄 것인지는 참으로 막막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상으로 PG-02를 때려잡는 법을 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