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의 앞뒤로 날개가 있는 미사일들은 기동하면서 앞에 있는 날개로부터 후류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후류가 뒤쪽에 있는 날개에 닿으면 회전하는 힘을 만들어내서 미사일이 롤 축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게 됨. 이게 평상시라면 모르겠는데 급기동 중에 발생하면 굉장히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유도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롤을 제어할 방법이 있어야 함



가장 간단한 건 일반적인 항공기들에 쓰이는 에일러론이 작동하는 것마냥 서로 마주보는 방향에 있는 조종날개를 반대방향으로 꺾어서 미사일에 걸리는 롤 모멘트를 상쇄하는 건데, 사이드와인더같은 경우에는 단거리 미사일이라 크기가 작아서 50년대 기술력으로는 4개의 카나드를 독립적으로 작동하게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두 개의 축으로 연결해서 움직이게 하는 게 한계라는 문제가 있었음. 이래서는 도저히 롤 제어가 안 되어서 나온 게 롤러론임




롤러론은 자이로스코프와 같은 원리를 이용하는데, 맞바람에 의해 롤러가 돌아가는 중에는 꼬리날개가 후류의 영향을 받아서 미사일이 한쪽으로 돌아가더라도 롤러 자체가 회전축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 반대쪽으로 꺾이는 롤러론이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힘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롤링을 억제함



롤러론은 굉장히 싸고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괜찮기 때문에 R-3, PL-2같은 복제품 사이드와인더는 물론이고 R-60, 샤프리르 2나 파이썬 3같은 미사일에도 사용되었음


물론 롤러론만이 미사일의 롤을 제어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님. 롤러론은 기본적으로 고정된 꼬리날개가 후류의 영향을 받으면 거기에 연결된 미사일 전체에 회전하려는 힘이 가해진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인 건데, 이걸 거꾸로 생각해보면 후류가 꼬리날개에만 영향을 주도록 만드는 것도 유효하다는 이야기가 됨



이런 발상을 실제로 적용한 미사일의 대표주자가 매직임. 매직은 꼬리날개가 연결되어 있는 원통같은 부분을 베어링 위에 올려서 미사일 탄체와는 별개로 프로펠러마냥 돌아갈 수 있게 해놨는데, 이러면 카나드에서 발생하는 후류가 꼬리날개를 때리더라도 꼬리날개만 돌아가기 때문에 미사일의 나머지 부분에 가해지는 롤 모멘트가 최소화됨. 이 방식은 롤러론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동력이 없더라도 롤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위의 두 방식은 70년대까지만 해도 공간의 제약이 큰 단거리 미사일들의 회전을 제어하는 용도로는 정석이나 다름없었지만, 그 뒤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다 진보된 제어 기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됨



그 방법 중 하나는 롤 제어를 위한 별도의 조종면을 추가하는 건데, 꼬리날개에 가스로 작동하는 에일러론을 달아놓은 R-73이 대표적임



파이썬 4/5같은 경우에는 독특하게도 롤 제어용 조종면과 회전하는 꼬리날개를 모두 사용함. 위 사진에서 삼각형 카나드 뒤쪽에 평행사변형 모양으로 튀어나와 있는 게 회전 제어에 사용되는 패들 베인이라는 조종면임



한편 AIM-9X, IRIS-T, ASRAAM같은 최신 미사일들은 기술 발전 덕분에 각각의 조종날개에 액추에이터를 할당해서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듬. 그 덕분에 이런 미사일들은 조종날개만 가지고도 회전을 제어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