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에 작명 담당자가 기고한걸 번역해봤음

너무 길어서 3부로 나눌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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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이 새로운 함선을 진수할때까지는 설계자, 용접공, 회계사 등 수천명이 넘는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지만 그 중에서도 누군가가 이름을 지어줘야 한다. 이는 전통적으로 해군 인사참모부장(Chief of Naval Personnel)이 담당했고 제2차세계대전 중에 저 이름을 추천하는게 내 업무였다.


고작 이름 짓는게 매우 쉬워보이지만 난 보급함에 (천문학자가 자기 불륜녀 애완푸들 이름으로 지은) 별 이름을 붙일뻔하기도 했고, 잠수함에 존나 없어보이는 바다 민달팽이 이름을 실제로 붙이기도 했다. 내가 이름을 잘못 붙여서 바꾸느라 해군이 들인 비용도 상당했겠지만 자세히는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고)


이 업무를 맡기 전에 순양함엔 도시이름, 전함엔 주 이름을 붙인다는 것 정도는 알았지만 미국엔 정말 수많은 함급이 존재했다.


수송선에는 별, 잠수함에는 물고기, 소해정에는 새, 방잠망 부설선에는 나무, 공작함에는 신화속 인물, 항공모함에는 미국 유명전투, 탄약함에는 폭발물 재료, 구축함에는 해군 영웅, 잠수함 보급함에는 개척자, 군용 요트엔 보석…


…업무를 맡고 난 진짜 온갖 이름을 꺼내와서 지었다. 탄약함에 화산 이름 (위에 추가로), 상륙기함에 산맥, 구축함 보급선에 미국 지역, 공격수송함에 자치구, 유조선에 강, 예인선에는 인디언 부족명 등등.


듣기엔 쉬워보일지 몰라도 항상 내가 준비한 이름보다 해군 배가 더 많았다. 만일 해군이 상륙함에도 이름을 붙이기로 결정했으면 난 지금도 2차대전 중이었을거고.


배 이름을 붙일땐 여러가지 원칙이 있는데 우선 이미 붙은 이름이나 비슷한 이름은 사용 불가능했다. 우리는 미국배 연감 및 영국배 연감을 들고와서 확인했는데, 만일 영국 전함에 Dauntless가 있다면 우리 해군 요트에다Dauntless 붙이는 정돈 되겠지만 같은 해역에 HMS Birmingham과 USS Birmingham이 있으면 곤란하겠지? 이 원칙은 선택지를 확 줄여서 항상 우리를 골치아프게 했다.


이걸 회피하기 위해 USS Brown (DD-S46)이 있으면 다음 배는 USS Walter S. Brown (DE-258)로 지었지만 이 방법에도 한계가 있어서 어느 선을 넘으면 급격히 난잡해졌다.


예를 들면 USS Don O. Wood (APD-118), Wm M. Wood (DD-715), Leonard Wood (APA-12), Belleau Wood (CVL-24) 가 있겠다. Wood만 최소 5개 넘게 들어간 방잠망 부설선은 생략하겠다. 난 종종 한 태스크포스 소속 모든 함선의 이름이 같은 악몽도 꿨다니까?


스펠링과 발음 역시도 충분히 간단해야 했다. 평범한 수병(과 그 여친)도 무난히 발음할 줄 알아야지. 안그러면 걔 여친이 편지를 못보내니까.


이름이 말장난이 되는 경우도 주의해야 했다. 겉보기엔 정상적으로 보이는 수많은 강, 만, 인디언 이름이 안에 든 이중적인 의미 때문에 써먹지를 못했다.


단순한 단어로 짓는 이름도 존나 힘들때가 있었다. 해군 병원선 이름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 단어로 짓는데, ‘평온함’ 뜻을 주는 단어 20개를 넘게 써보면 사전을 들고와도 감당이 안됐다.


심심할때 제인의 세계전함 연감을 종종 보면서 기억을 되새기는데, 충분히 노력했음에도 나나 내 선임이 실수한 이름을 종종 본다. Buoyant(물에 떠있는), Incredible, Peril 등등.


“니 소속이 어디야?” “Incredible!” 

“니 배는 뭔데?” “Buoyant(희망사항)”


건함계획이 점점 커지자 특히 항공모함이 골치아파졌다. 미국 소유의 옛날 범선이나 미국이 승리한 유명한 전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일하던 1942-1943년엔 더더욱. 제일 문제였던건 하루마다 쏟아져나오는 호위항모들이었다 (CVE)


(호위항모 얘긴 https://arca.live/b/gaijin/69158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