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https://arca.live/b/gaijin/69163609

2부 : https://arca.live/b/gaijin/69167469



함선 작명 중에는 참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구축함에는 주로 작전 중 용맹하게 전사한 해군 및 해병 이름을 붙였는데 인사국에서 훈장 추천사를 읽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하지만 모든 함선에 이 젊은 영웅들 이름을 붙일 순 없었다. 함선보다 영웅들 수가 더 많았으니까. 중복되는 이름도 물론이고 아예 쓰는게 불가능한 이름도 있었다. 난 업무 상당시간을 과부들이나 어머님들에게 왜 해군 함선에 당신 남편/아들 이름을 붙일 수 없었는지를 해명하면서 보내게 됐다.


자주 중복되는 이름은 해명하기 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비엔나 부인 (USS 비엔나 소시지?), 스위티 부인 (USS 스위티파이?), 존스 부인 (USS 데비 존스?) 등에게 대체 어떻게 해명을 해야했나? 해군이 니 남편/아들 이름을 그냥 좆같아서 못쓰겠다고?


물론 상기한 이름들은 전부 가명들이다. 하지만 난 실무에서 거의 동급이거나 더 심한 이름들을 자주 접했다.


이런 영웅들의 유족에게 해군은 그 이름을 못쓰는 진짜 이유를 전혀 말하지 않았고, 정중하지만 그야말로 외교적/행정적 수사의 극치인 편지만 받게 됐다. 어떻게 아냐고? 그 편지들 다 내가 썼으니까.




군함 작명사는 (실제로 어떻게 쓰였을지를 작명자는 알 수 없으니까) 드라마를 최종화 직전에 종영시켜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셴코프스키 수병은 자기 배 이름을 제대로 발음했을까? 스미스 무전병은 통신중에 비슷한 군함이름을 안헷갈리고 제대로 말했을까? 2,500명의 수병 및 장교들이 자기가 전쟁내내 생활할 배 이름에 만족했을까?


이런 얘기들은 직접 들어볼 수가 없다. 하지만 한번은 내가 직접 작명한 호위항공모함 호거트 베이 (Hoggatt Bay) 에서 근무한 수병과 만난 적이 있었다.


"무슨 배에서 근무했지?"

"CVE-75에서 근무했습니다."

"아, 그거 호거트 베이 맞지?"

"예, 근데 아무도 그 이름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그럼 뭐라 부르는데?"

"음, 아시다시피 우린 그 배로 쪽바리들 섬 근처를 주로 항해했는데, 이 구닥다리 배는 맨날 흔들리고 제 시간에 도착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승선한 인원들은 배를 Hokey Pokey Maru라고 불렀습니다"



음, 그래도 내 작명이 최악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출처 : https://www.usni.org/magazines/proceedings/1958/july/down-sea-ships-names


저자는 William F. Calkins로 1943~1946년 동안 인사참모부에 근무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