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 당시 F-4G에서 발사한 AGM-88 HARM이 B-52G에 명중한 사례는 꽤 유명함. 하지만 "대레이더 미사일이라 후방기총 레이더를 조준할 수 있었다"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언급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보니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여기에서 생겨나는 오해들도 종종 있었음


훗날 관계자들을 통해 밝혀진 이 사건의 전말은 이러함. 사막의 폭풍 작전 당시 B-52G 58-0248번기는 방공망을 회피하기 위해 저공비행 중이었고 그 한참 위에서는 F-4G 편대가 방공망으로부터 스트라이크 패키지를 보호하기 위해 그 진행방향 근처에서 포착되는 레이더 신호원을 HARM으로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음. 이 F-4G 중 한 대는 B-52의 비행 경로 앞쪽에서 대공포의 레이더 신호를 포착했고, 미사일이 스스로의 시커로 표적을 찾게끔 락온하지 않고 발사함



걸프전 시기까지만 해도 B-52G는 후방 기총으로 12.7 mm AN/M3 기관총 4정을 탑재하고 있었고 이 기총들의 사격 통제는 AN/ASG-15 레이더에 의해 이루어졌음. 후방기총 사수들은 이 레이더를 1~2분 정도 켜서 스캔한 뒤에 다시 대기상태로 되돌리곤 했고 당시 58-0248번기의 사수도 해당 절차를 충실하게 수행함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이미 해당 공역에 F-4G가 락온 없이 발사한 HARM이 날아다니고 있었다는 게 문제가 됨. AN/ASG-15는 일반적인 대공포 레이더들과 비슷하게 작동하기도 하고 실제로 주파수 대역도 같아서 대레이더 미사일 입장에서는 구분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것 때문에 그 HARM이 꺼져 있다가 방금 켜진 58-0248번기의 후방기총 레이더를 대공포로 인식해버려서 그 쪽으로 유도되어 버림


예전에 돌았던 B-52G가 F-4G를 이라크군 전투기로 오인해서 후방기총으로 조준을 했기 때문에 F-4G에서 이걸 목표로 HARM을 쏜 게 원인이라는 이야기는 한동안은 정설이었지만 지금은 루머였던 것으로 확인됨. 동시에 이 사건은 의외로 B-52에서 후방기총을 제거하게 된 것과는 별 상관이 없는데, 후방기총의 사격통제체계는 전혀 개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여전히 진공관을 쓰고 있을 정도로 낙후되었던데다가 유지보수하기 까다로웠고 미사일 시대에선 쓸모가 전혀 없는 무장이라서 어차피 떼야 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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