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 플레이하는 가붕이들이라면 한번쯤은 날탄 관통력 계산하는 공식이라고 알려진 Lanz-Odermatt 식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임. 워썬더에는 2019년부터 이 공식에 따라서 날탄 관통력을 계산하기 시작했으니 이제 어느덧 4년째 이 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임. 이 식은 1992년에 W. Lanz와 W. Odermatt이 만들었는데, 우리로 치면 각각 국방과학연구소와 방위사업청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실 사격 데이터를 여러 개 활용해서 꽤 잘 들어맞는 경험식을 얻은 것으로 보임.


다만 경험식이라고 해서 그냥 실사격 후 관통 데이터에 들어맞는 추세선을 대충 찍 그은 것은 아님. 식 만든 사람들이 쓴 논문을 보면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대충 넘어가긴 했지만, 잘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물리적 지식을 사용해서 기본적인 틀을 만든 뒤에 약간의 보정을 한 것임.

그렇다면 다들 게임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식이 과연 어떻게 나온 건지 뜯어보자.


우선 전체 식은 다음과 같음.

 


여기서 각 기호가 의미하는 것은 다음과 같음.

P : 관통당한 장갑판에 난 구멍의 깊이 (우리가 알고 싶은 것)

Lw : 관통자의 유효 길이 (관통자 일부분은 관통이 끝난 뒤에도 다 소모되지 않고 남으므로 전체 관통자 길이에서 빼준 것임)

D : 관통자의 지름

θ : 입사각 (장갑판의 법선과 이루는 각. 워썬더 인게임 관통력 표에 나오는 각도와 같음)

ρP : 관통자의 밀도

ρT : 장갑판의 밀도

v : 착탄 속도

a, b0, b1 : 관통자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보정 상수

s2 : 장갑판의 브리넬 경도(BHN)에 대한 다항식


존나 복잡해보이지만 항 하나씩 차근차근 뜯어보기로 하자.


1. P/Lw


다들 같은 지름이라면 관통자의 길이가 길수록 관통력이 높다는 것을 어디선가 들어봤을 것임.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장갑재를 더 뚫으려면 일단 관통자의 양도 많아야 할 것은 자명함. 너무 당연한 소리라서 더 논할 가치도 없고, 그렇다면 중요한 건 관통력이 관통자 길이의 '몇 배'로 나올 것이냐임. 등호 오른쪽에 복잡한 식은 이제 그걸 얻기 위한 과정임.



2. cosm θ


sec x를 알려주겠다.

며칠 전에 가챈을 소소하게 불태운 그 삼각함수 cos x임. 1/cos x가 바로 sec x임. HEAT 탄을 쐈을 때 착탄면이 θ만큼 기울어져 있으면 LOS는 sec θ배만큼 커진다는 점을 다들 알고 있을 것임. 이것도 중학교 수준의 수학이니 크게 어려울 것은 없지만, m제곱을 한 게 거슬릴 것임. 워썬더 인게임 날탄 관통력 표 보면서 다들 느끼겠지만 입사각이 60도일 때의 관통력이 0도일 때의 관통력의 절반보다 조금 큼. 이건 날탄이 경사진 장갑판에 착탄하면 공기에서 장갑재로 매질이 바뀌면서 장갑판에 먼저 닿은 면은 느려지고, 닿지 않은 쪽은 잠깐 동안 관성 때문에 속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맨 처음의 착탄각보다 약간 더 파고 들면서 θ를 줄이기 때문임. 이걸 보정하기 위해 m제곱을 해준다고 생각하면 됨.



3. (ρPT)1/2


이 부분은 꽤 어렵지만, 이 항은 모든 관통자의 (이론적) 관통력 한계를 결정하는 값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성분임. 차근차근 이해해보도록 하자.


사실 날탄이 나오기 한참 전인 17세기에 이미 뉴턴이 장갑판에다가 빠른 속도로 포탄(그 때는 통짜 쇳덩어리)을 쐈을 때, 포탄은 뭉개지지 않는다면 장갑판이 얼마나 많이 뚫릴지를 고민해보고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린 적이 있음. 

( 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Impact_depth )


어차피 장갑판은 관통자의 단면 모양과 똑같이 뚫릴 거고, 관통자의 속도 v가 충분히 빠르다면 구멍이 깊어지는 속도 v 역시 관통자의 속도와 똑같을 것임. 또, 관통자는 변형이 되지 않으니 관통자의 운동에너지는 전부 관통자 주변의 장갑재를 주변으로 밀어내는 데 쓰인다고 가정하면, 어차피 둘의 속도는 항상 같으니 운동 에너지 역시 항상 같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옴. 포탄의 질량을 mP, 장갑판의 질량을 mT라고 하면, 운동에너지 공식에 의해

관통자의 밀도를 ρP, 길이를 L, 장갑재의 밀도를 ρT, 장갑재에 난 구멍의 길이를 P, 관통자와 구멍의 단면적을 A라고 하면 mP = ρPAL, mT = ρTAP이므로 위 식은 다음과 같이 바뀜.

양변에서 공통되는 부분을 전부 지워주면

 


이런 과정을 거쳐서 뉴턴은 관통력과 관통자 길이 비율은 ρPT로 나올 거라고 생각했음. 여기서 속도가 빠르든 느리든 상관없이 관통력이 오직 관통자와 장갑재의 밀도 비율에만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하자.


하지만 여기서 뉴턴이 고려하지 않은 게 있음. 뉴턴은 계산편의를 위해서 포탄도 변형되지 않고, 장갑재에 구멍나는 것도 두부딸 칠 때 두부에 구멍나듯이 포탄이 미는 방향대로 쭉쭉 밀려주면서 구멍이 난다고 가정했는데, 이런 종류의 변형은 실제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음. 날탄은 못해도 1200 m/s 이상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착탄하는데, 이럴 때는 뉴턴이 생각한 방식으로 관통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포탄도 장갑판도 유체처럼 행동하기 시작함.

물에 돌멩이 던지면 주변으로 물이 좀 튀기면서 돌멩이가 가라앉고, 돌멩이가 물 속에서는 공기 중에서보다 훨씬 느리게 가라앉는 것은 다들 알 것임. 여기도 똑같음. 단지 속도가 워낙 빠르다보니 장갑재와 관통자가 처음에 잠깐 튀기는 정도로 끝나지 않고 관통 전 과정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구멍 입구 쪽으로 뿜어져 나옴. 장갑재에서의 관통 속도는 공기 중에서의 속도보다 훨씬 느려지는 점은 똑같고.


원래 관통자의 속도를 v, 장갑재에 난 구멍의 끝부분이 이동하는 속도(뚫리는 속도)를 u라 하고, 처음 관통자 속도가 워낙 빨라서 u, v 둘 다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하자. 장갑재에 난 구멍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안쪽으로 들어가지만,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이 구멍의 끝부분을 시간에 따라 이동하는 원점으로 잡으면 여기에 닿기 전 관통자의 상대 속도는 v-u, 구멍이 깊어지는 속도는 0, 장갑판 전체의 상대속도는 -u가 됨.

여기서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나오는 베르누이의 원리에 의해 (  에서 압력 p는 장갑재와 관통자 모두 동일하고 h도 양쪽 모두에서 0), 지금 좌표계에서 관통자가 원점에 가하는 압력과 장갑판이 원점에 가하는 압력은 일정해야 하므로, 아래와 같은 관계가 성립함.

 

 

한편, 관통하는 데 걸린 시간이 t라고 하면, 관통된 길이 P는 장갑재 입장에서 생각하면


관통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시간 t 동안 L만큼의 길이를 이동해서 구멍 끝부분에 도달한 것이므로

두 식을 조합하면


그런데 아까 위에서   라고 했으니


따라서 관통력과 관통자 길이의 비율 P/L은 다음과 같다는 결과가 나옴.


이것이 바로 속도가 굉장히 빠를 때 이론적인 관통 한계임. 여기서도 속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눈여겨 보자.


사실 이건 원래 HEAT 탄의 관통을 설명하려고 나온 모델임. 그런데 고속의 금속 제트가 관통을 일으킨다는 점에선 결국 HEAT 탄이나 날탄이나 동일하기 때문에 둘 모두에 어느 정도 적용이 가능함. 다만 차이점이 분명 있는데, HEAT 탄은 금속 라이너가 기본적으로 6000 m/s 이상의 엄청난 속도로 뿜어져 나오는지라 장갑재나 금속 라이너나 점성이 거의 없는 기체에 가깝기 때문에 여기서 구한 관통 한계에 거의 100% 근접함. 하지만 날탄은 그에 비하면 많이 느린 편이기 때문에 기체보다는 어느 정도 점성이 있는 액체처럼 생각을 해야 함.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점성'은 장갑재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임. 이걸 고려한 것이 바로 다음 문단임.



4.   

상식적으로 관통자의 속도가 빠르면 더 많이 뚫을 거 같은데 지금까지 2,3번 문단 어디서도 속도에 대한 식이 한번도 나오지 않아서 의아했을 것임. 지금까지는 관통자의 속도가 무한히 빨라지더라도 관통력이 같이 무한대로 증가하는 게 아니라, 어떤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보면 됨. 그렇다면 속도가 유한할 때 관통력이 그 이론적 한계의 몇 배 정도인지를 따지는 게 바로 이 문단임.


앞서 3번 문단에서 장갑재가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고려하기로 했는데, 그 값이 바로 s2임. Lanz와 Odermatt이 공개한 s2의 식은 장갑재의 브리넬 경도(BHNT)에 대한 식으로 나타나는데(정확한 형태는 http://longrods.ch/perfeq.php 참고), 금속 장갑판의 경우에는 경도와 인장강도 사이에 비례 관계가 있고, 인장강도와 인성(단위 부피의 물질이 파괴되기 전까지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 사이에 또 모종의 관계가 있음. 아무튼 중요한 건 s2로 나타낸 식이 실은 장갑재가 버틸 수 있는 (단위 부피 당) 에너지를 의미한다는 것임. s2라고 표현하면 에너지라는 게 별로 와닿지 않으니까 Ea라고 고쳐서 써보자.


그렇다면 이제 관통자의 (단위 부피 당) 운동에너지가 Ea보다 얼마나 큰 지에 따라서 관통이 더 잘 되고 안 되고가 결정될 것임. 그런데 이 상황에서 관통자가 가진 운동 에너지는 모든 곳에서 같을 수 없음. 실제로는 관통자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유체처럼 떠다니는 와중에 자기네끼리 또는 장갑판과 무작위로 부딪히는 중이기 때문에 어떤 원자는 운동 에너지를 좀 더 많이 가지고 있고, 어떤 원자는 좀 적게 가지고 있음.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Ea보다 큰 운동 에너지를 가진 원자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이건 볼츠만 분포를 통해 계산할 수 있는데(볼츠만 분포의 유도 과정은 또 복잡하니 생략), 날탄을 구성하는 단위 부피가 가진 평균 운동 에너지를 Ek라고 하면 결과적으로 전체 원자 중 e-Ea/Ek 개만이 Ea보다 큰 운동 에너지를 가짐.

그런데 관통자 단위 부피 당 평균 운동 에너지 이므로 결과적으로 Ea만큼의 저항을 극복하고 장갑에 구멍을 낼 수 있는 원자의 비율은


2s2가 나왔지만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 넘어가자.



5. 그 외

위에서 아무리 식을 잘 만들었어도 실제 사격 데이터와는 약간씩 차이가 있었을 것임. 특히 우리는 여기서 지름 D 값을 고려하지 못했음. 이걸 고려해서 적당히 라는 보정치를 곱했더니 실제 결과와 잘 맞았던 것으로 보임. 다만 어쩌다가 tanh 함수가 튀어나왔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음.




아무튼 이렇게 해서 Lanz-Odermatt 식을 조각내서 뜯어보았음. 이 식은 장약량(=관통자의 운동에너지)이 일정할 때 관통자 길이 L에 대해서 미분을 하면 최적의 관통자 질량(=관통자 속도)을 구할 수도 있고(http://longrods.ch/downloads/LRP%20Optimums.pdf 참고) 최적의 관통자 형상 설계를 어떻게 해야할지를 결정할 때도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음.(http://longrods.ch/givgun.php 참고)





긴 글 읽어줘서 감사하고, 틀린 부분 있으면 지적 환영함.




참고 자료

http://longrods.ch/perfeq.php

http://longrods.ch/govpars.php

Lanz, W., Odermatt, W. (1992). "Perforation Limits of Conventional Large Caliber Anti-Tank Guns/Kinetic Energy Projectiles," Proceedings of the 13th International Symposium on Ballistics, Vol. 3, 225-233.

Birkhoff, G. et al. (1948). "Explosives with Lined Cavities," Journal of Applied Physics, 19, 563-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