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티거."


판터가 앞서가는 티거를 불러세웠다.


"왜 그런가."

"정말로 이 앞에서 그 양키 셔먼이 나온다는 말인가?"

"몇 번을 그렇게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겠는가? 아까 푸마가 말하지 않았는가, 저 앞에서 부릉 소리내면서 나오는걸 봤다고."


티거가 엔진을 푸털털하며 답하였다. 그는 최근에 진창에 빠졌다가 무리를 하는 바람에 변속기가 영 시원치 않았다.


"그 말이 영 믿음직해야 말이지. 이 앞은 무주공산 아닌가. 그녀석 최근에 암페타민 먹기 시작했다고 하건데."

"암페타민이 뭐 어때서 말인가. 괴벨스 장관이 얼마전에 라디오에 나와서 말한 거 못들었나? 피로를 가시게 할 뿐, 큰 영향은 없다 하더군."


그는 열성적인 당원이였다. 판터는 최근에 푸마의 기억이 오록가락한 것을 기억하곤 미심쩍어하였으나 이내 차치하기로 하였다.


"그나저나 실제로 셔먼이 나온다 하더라도 어떻게 잡을 것인가? 하도 급히 오느라 탄을 많이 못 챙겨오지 않았는가."

"걱정말게. 자네의 75미리와 내 88미리면 양키라도 힌발도 견디지 못할걸세."

"하지만 그 셔먼이 그 소문의 점버라고 하는 녀석이면 어찌하나. 그렇게 되면 우리가 가진 양으론 턱도 없을 걸세."

"그러면 그놈의 약점을 노려쏴야지!"

"하지만..."

"그만하시게! 보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걱정해봤자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네! 이래서 코뮤니즘 물을 먹은 놈들은"


티거가 성난 소리를 내며 판터를 나무랐다. 판터는 이내 입을 다물고는 정면을 주시하였다. 티거도 이내 분을 가라앉히곤 정면을 주시하였다.

하염없이 기다리기 시작한지 어언 한시간, 티거는 이미 엔진을 끈채 자고 있었고, 판터는 꾸벅거리며 졸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판터는 공기 중에서 고급 휘발유의 냄새를 맡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 푸마가 말한 장소 앞에 그 양키 셔먼이 있는 것이 아닌가?


"여보게 티거 일어나게! 그 푸마 말이 맞았어! 셔먼이 나왔다고!"

"뭐라고!"


그가 시동을 키면서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도 판터가 보는 장면을 보았다.


"내 그럴줄 알았어! 어서 쏘세!"

"기다려보게! 저게 무슨 셔면인지도 아직 모르지 않은가!"


판터는 신중히 접근하고자 하였으나 티거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무작정 쏘기 시작하였다. 하는 수 없이 판터도 포를 돌려 셔먼을 향해 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셔먼은 그들의 포격에도 유유히 나아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전장 방향으로 사라졌다.


이내 티거와 판터의 포구에서 뿜어져 나온던 화염이 멈추었다.


"제기랄! 방금건 도대체 뭐였지!"


티거가 성을 내기 시작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지금 탄이 완전 떨어졌네, 자네는?"

"마찬가질세. 제기랄, 뭐가 뭔지 모르겠구만."


그들은 혼란스러워 했다. 그들이 자랑하는 포는 그 양키에게 흠집 하나 내지 못하였다.


"그러게 내가 신중하게 하자고 했지 않은가."

"그러다가 놈이 우리를 보고 쏘기라도 하면 어쩔건가!"


셔먼보다 월등히 뛰어난 장갑을 가지고 있음을 망각한채 그가 대꾸했다. 탄이 떨어진 그들은 별 수 없이 거점으로 돌아가 탄을 보급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탄을 반도 보급하기 전에 혁명군이 떨군 5톤에 차고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들은 암페타민을 복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