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말을 뜨겁게 달구었던 메시몽 떡밥.


그동안 원화와 달러에 비해 상당히 좋은 조건을 보여주던 대칸의 은혜 몽골몽을 이용하던 가붕이들은 2022년 12월 즈음 비자나 마스터카드를 이용하여 '아르헨티나 페소'로 결제하면 무려 40%라는 말도 안되는 할인율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비자/마스터 없는 급식들을 제외하고 너도나도 아르헨몽 열풍에 탑승하여 신나게 반값에 골드를 질러대던 2023년 초의 어느 날, 이 모든 건 마치 신기루처럼 한 순간에 사라져버리고 만다.


대체 아르헨티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이런 일이 생겼을까?





아르헨티나는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상당히 잘 나가는 경제 대국이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경제 기반은 다른 선진국처럼 공업 및 제조업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아르헨티나는 드넓은 목초지를 활용한 농업과 목축업을 국가의 기반 산업으로 삼으며 성장한 국가였고, 이는 대공황을 거치고 군부정권이 들어선 후에도 변하지 않아 후진국이던 대한민국이 산업화에 시동을 걸던 1960년대까지도 농산물과 가축이 국가 수출의 9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였다.


2017년의 아르헨티나 산업 구조. 아직도 각종 곡물 등 농업 분야가 국가 경제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아르헨티나가 집중 투자해왔던 1차 산업 위주의 경제는 세계화와 산업화의 물결에 맞서기엔 슬슬 부족해지고 있었다. 1960년대 들어 후안 페론이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경제 정책을 성공적으로 밀어붙이며 산업 구조의 변화 없이도 살아남나 싶었지만, 1970년대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고 10년간 군사 독재가 벌어짐으로써 외채가 6배 폭증하는 등 그나마 다져 놓았던 경제는 다시 추락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포클랜드 전쟁으로 인한 과소비와 신자유주의 원툴 IMF의 괴상한 간섭이 겹치고 겹쳐 냉전이 끝난 직후인 1994년의 아르헨티나 경제는 이미 나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빈민이 양산되고 사회 불만이 위험 수위에 다다르자 아르헨티나 민간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한 각종 복지 방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사회에 돈이 돌기 시작하자 물가가 올랐고, 물가가 오르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율을 고정하자 페소의 가치가 폭락했다. 페소가 폭락하면 물가가 올라가고, 다시 복지 정책을 펼치고, 이러면 또 다시 경상수지가 악화된다는 군부가 남기고 간 기가 막힌 사이클은 독재가 끝난 지 40년이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아르헨티나를 빈국의 수렁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이쯤 되면 메시몽이 등장했던 시기를 사이클 상에서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2020년대 초 대봉쇄로 인하여 경상수지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250페소=1달러 고정환율제를 실시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자꾸만 추락하자 국민들은 재빨리 은행으로 달려가 페소를 달러로 바꾸고 있었고, 외화보유고가 동날 것을 우려한 아르헨티나 정부는 한 명당 한 달에 250달러 이상의 환전을 막아버리는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날마다 가치가 폭락하는 페소를 집에다 쌓아 놓을 생각이 없었고, 자연스럽게도 440페소에 1달러를 환전해주는 암시장이 판을 치게 되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정부가 지정한 공식 환율과 암시장에서 통용되는 비공식 환율 두 가지가 공존하게 된 샘이었고, 관광객들도 이를 악용하여 달러를 가져온 은행이 아닌 암시장에 팔아버리고 두 배가 넘는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유럽발 관광객들이 뿌리는 달러가 암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상황은 절대 정부가 바라던 상황이 아니었다.


근시안의 대가답게 아르헨티나 정부는 암시장의 '비공식 환율'을 비자와 마스터카드에 한해 '공식 환율'로 지정한다는 미친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비자와 마스터카드로 페소 결제를 지원하는 세계 각국의 결제망에서 페소의 가치는 40% 이상 급락했다. 사실 이건 엄밀히 말하면 아르헨티나의 특수한 사정을 결제 대행사들한테 제때 통보하지 않은 비자와 마스터카드 측 잘못이긴 하지만, 이 덕분에 해외 온라인 소비자들은 일시적으로나마 엄청난 이득을 보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끔찍한 경제 정책 → 페소 폭락 → 고정환율제 시행 → 암시장 성행 → 암시장 가격을 '외국인에 한해' 공식 가격으로 적용 → 온라인에서 페소 폭락

정도가 되겠다.


아쉽게도 어떤 머저리 국가가 암시장 환율을 특정 카드사에 한해 공식 환율로 적용시키지 않는 이상 메시몽은 돌아오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