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언급이 없는 한 아래 내용들은 7형 유보트 기준임.



1. 기동성




7형 유보트 매뉴얼에 따르면 비상타(32도) 기준 양현 앞으로 전속(AK, Äußerste Kraft, RPM 471) 상태에서 선회경이 270~286m, 양현 앞으로 하나(KF, Kleine Fahrt, RPM 180) 상태에서는 230~253m가 나온다고 기록되어 있음. 잠항 상태에서는 비상타에 양현 앞으로 하나 상태에서 180m, 양현 전속 상태에서 280m를 기록함.



위는 미국이 일본 잠수함들의 성능을 평가한 ONI-220-J에 포함된 도표인데, 짙은 색으로 칠해진 영역이 Ro-100을 제외한 일본 로급/순잠들이 포괄된 선회경이고, 굵은 선이 동일 조건 하(전타(30도), 5노트) 7형 유보트의 선회경을 나타낸 것임. 선 옆에 쓰인 작은 숫자들은 경과 시간. 해당 보고서에서 미국은 일본 잠수함들이 선회나 잠수 시 대체로 독일 잠수함의 2배 가량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언급하였음. 위 도표대로면 7형 유보트는 대충 400피트 정도의 횡거를 지니는데, 이는 위 매뉴얼에 수록된 내용과 유사한 수치인 만큼 얼추 맞다고 볼 수 있겠음.





2. 긴급잠항 시간


이건 딱 몇초다 이렇게 나오는 수치가 아닌 만큼 여러 정보를 종합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음.




나포한 U-570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영국은 7형 유보트(500-tonners)가 잠망경 심도(13m) 까지 잠항하는데 30초가 소요되며, 일단 잠항하고 나면 초당 1~1.5피트 속도로 심도를 변경할 수 있다고 기록하였음.




한편 미국 역시 7형 유보트(517 ton)가 잠망경 심도까지 28초가 소요되며, 1.5~2피트의 침강률을 낸다고 기록하였음. 또한 상술한 보고서에서 일본 순잠들이 초당 2/3피트, 로급이 7/8피트의 침강률을 지닌다고 기록함. 미국이나 영국이나 아마 초당 1.5피트로 13m까지 내려가는데 딱 28초 가량이 소요되는 만큼 그렇게 계산한 것으로 보임.


하강각은 영국은 12~15도, 미국은 15~20도로 기록하였으며, 최대 45도까지 낼 수 있었다고 공통적으로 서술하고 있음. 유보트들은 실제로 하강각이 40도 이상으로 넘어가면 배터리에서 황산 용액이 흘러넘치는 문제가 있었기에 꽤 타당한 수치라고 볼 수 있겠음. 물론 미국측 보고서는 '60º reported' 라는 문구가 있긴 한데 이건 검증이 되는 부분이 아니니까 그냥 그렇구나 보면 될듯.


독일의 매뉴얼에서는 긴급잠항시 프로펠러가 수면 위로 노출되어 과회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함교와 함미가 동시에 수면 아래로 잠기도록 최초 잠항각을 제한하고 있음.  2형과 7형은 7~15도, 9형, 10형, 14형은 7~12도였고, 20m를 넘어간 이후에는 하강각을 크게 늘릴 것을 권장함. 그런데 여기서 권장하는 각도라는게 25~30도임. 매뉴얼 상 권장 각도가 저 정도였으니 실전 긴급상황에서는 그보다 더 큰 각도도 심심찮게 나왔을 것으로 생각됨.


또 동 매뉴얼에서도 역시 7형 유보트의 잠항 속도를 '30초 이하' 로 서술하고 있으며, 여기서 '해상 상태, 훈련도, 기타 특이사항에 따라' 함장의 재량껏 추가적으로 탱크를 충수시켜 잠항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음. 각종 전쟁일지와 회고록, 그리고 연합군측 공격 기록에서도 20초 내외의 언급이 잦은 것을 보면 기본적으로 30초 이하에 승조원들의 숙련도에 따라 20초 언저리까지 단축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음.




3. 잠항 심도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임. 위키피디아 같은 곳에 나오는 최대/압궤 심도는 어디까지나 설계상 추정치일 뿐이지 절댓값이 아니거든. 그렇다고 비싼 배와 승조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실험을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고. 실제로 7C형 유보트 매뉴얼조차 설계상 잠항심도를 100m, 시험 심도(압궤 심도의 60%)를 105m로 기록하고 있음. 그러나 실전에서 나타난 수치는 이와는 매우 큰 격차를 보임.


예를 들어 7C형인 U-331은 영국 전함 HMS 바함을 격침한 직후 그 자매함인 HMS 밸리언트에게 충각당할뻔한 위기를 단 45m 거리를 두고 회피했는데, 얼마나 다급했던지 심도계의 수압 밸브를 여는 것도 까먹고 되는대로 깊이 잠수했음. 그러다가 심도계 바늘이 80m 아래로 내려가지를 않아서 살펴보다가 수압 밸브를 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늦게 제대로 된 심도를 확인했는데 이 때 심도가 270m였음. 또 같은 7C형인 U-230도 폭뢰 공격을 회피하던 중 280m 심도까지 잠항하는 등 거의 300m에 근접하는 기록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음. 거기에 7C형 유보트의 압력선체 두께는 최대 18.5mm였는데, 여기서 필사적인 다이어트로 11톤 가량의 여유 중량을 확보하고 내압선체 두께를 21mm로 보강한 7C/41형은 그보다 더 깊이 잠수할 수 있었겠지.



영국 해군성은 여기서 한술 더 떠서 1943년 여름 한 유보트가 '비자발적으로' 340m, 1,115 피트까지 잠수한 적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고, 긴급잠항 시간 파트에 있는 미국 보고서에도 7형 유보트가 최대 1,017 피트까지 잠항하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고 기록하였음. 물론 이는 교차검증이 되는 자료가 아닌 만큼 무턱대고 신뢰할 수는 없지만,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7C~7C/41형은 200m 까지는 사실상 안전 심도로 생각하고 300m에 육박하는 심도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듯.


유보트들의 압력선체에 사용된 St 52 KM 강은 UTS=74,000~86,000psi, 52~61kg/mm^2 인 물건이었고, 상술했듯 선체 두께는 7C형이 18.5mm, 7C/41형이 21mm였음. 동시기 활동한 가토급 잠수함의 압력선체에 사용된 Mild Steel은 UTS=60,000psi에 두께도 14.3mm였던 만큼 실질적인 한계 심도에 있어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됨. 전쟁 말기에 등장한 발라오급이 사용한 High-Tensile Steel은 UTS=85,000psi에 두께도 22.2mm로 증가해 이 시점에 가서야 얼추 유보트들과 비슷한 잠항심도를 지닐 수 있었을 것임.


(여담으로 건조 단계에서 21형 유보트에 밀려 완공되지 못하고 취소된 7C/42형의 경우에는 압력선체 두께가 28mm로 증가함과 동시에 더 견고한 CM 351 강(UTS=78,000~99,000psi, 항복점 64,000psi)을 사용해 예상 압궤 심도 500m로 설계되었음.)




4. 지속 잠항 시간


이 또한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수치인데, 일단 7형 유보트 매뉴얼은 대기 중 산소 농도가 18% 이하, 이산화탄소 농도가 2%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고, 그와 동시에 400m^3의 함내 대기량을 지닌 7형 유보트는 1명이 시간당 30리터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가정할 때 승조원 50명 기준 겨우 5시간 20분 만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위험 수치에 도달한다고 하고 있음. 유보트들은 수산화나트륨 카트리지, 산소 플라스크, 개인 호흡장구 등을 이용해 이 체급상 한계를 커버하고자 했고, 매뉴얼에서는 승조원 37명 기준 최장 72시간 동안 수중에서 버틸 수 있다고 함.


물론 사람은 운동량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배까지도 늘어나는 만큼 긴박한 실전에서는 당연히 저 수치가 그대로 나올 리가 없고, 영국은 7형 유보트의 실질적인 잠항 유지 시간을 하루 24시간 중 22시간 정도로 추정하였음. 물론 올라가면 죽을게 뻔하니 억지로 30시간 이상을 버티는 기록도 적지 않고, 스노클이라는 물건이 나온 이후로는 안 걸리는게 문제지 이론적으로는 연료와 식량이 바닥날 때까지 계속 잠항할 수 있게 됨. 


예를 들어 7C형 유보트인 U-978은 1944년 10월 9일 베르겐에서 출항해 12월 16일 귀항할 때까지 장장 68일간 단 한 번도 부상하지 않고 수중 항해하는 기록을 세웠고, 같은 7C형인 U-977은 항복 후 아르헨티나로 피신하기 위해 1945년 5월 10일부터 7월 14일까지 66일간 잠항 상태를 유지하였음.




5. 항속거리/장기간 작전 능력


7C형 유보트는 113.5톤의 연료 적재량을 지녔고, 항속거리는 수상에서 10노트로 8,500NM, 디젤 엔진과 전기 모터를 병용할 경우 10노트로 9,700NM에 달함. 17.2노트로는 3,250NM.


단순 배수량으로는 거의 3배쯤 되는 미국의 가토급 잠수함이 같은 10노트 속도로 11,000NM의 항속거리를 지니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준의 지구력이고, 영국 잠수함대의 주력함급이었던 T급 잠수함들은 거의 2배의 체급에도 불구하고 연료 적재량은 131톤에 불과했으며, 항속거리는 8,000NM였음. 7형과 비슷하거나 약간 작은 U, V급 잠수함들은 11노트 속도로 4,500NM밖에 갈 수 없었고.


본격적인 장거리 작전에 특화된 대형 잠수함인 9형만큼은 아니어도 7형 또한 이론상 자력으로 대서양을 왕복할 수 있는 만큼 1942년부터 이어진 유보트들의 미국 동해안 레이드에서 7형 유보트들도 대거 투입되었음.




위에서 66일 연속잠항 기록을 세운 U-977의 경우 출항 시 최대 연료량의 70%에 불과한 80톤의 연료만 적재하고 있었는데도 1945년 5월 10일 출항 ~ 7월 14일까지 수중 항해 ~ 8월 17일 입항으로 장장 101일간 중간 보급 없이 강행군을 하여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달하였음.


(영국은 7형 유보트의 연료 적재량을 128톤, 항속거리를 10노트로 11,000NM이라고 추정했음. 미국의 추정치는 6노트 속도로 10,000NM.)




한편 수중 항속거리의 경우 7A형은 4노트로 94NM, 7B형은 90NM, 7C형은 80NM을 갈 수 있었음.



유보트들이 사용한 배터리는 배터리의 내구성이 다소 취약한 대신 무게/부피 대비 용량이 높았는데, 영국은 대신 무식하게 많은 배터리를 때려박는 식으로 이를 해결했음. 단적으로 영국의 S급 잠수함은 224셀, T급은 336셀이었는데 7형 유보트는 단 124셀에 불과했거든.


그러나 배수량 증가로 인해 초기 7형보다 수중 항속거리가 단축된 7C형조차 수중에서 2노트 속도로 130NM을 갈 수 있었는데, 배터리 총량은 2.6배쯤 되는 T급은 2.5노트로 130NM을 가는 것을 고려하면 이 역시 결코 짧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음. 한편 덩치가 좀 많이 큰 가토급은 252셀의 배터리를 지니고서 2노트 속도로 98NM을 갈 수 있었음.





이외에 어뢰 적재량은 총 14발로 미국이 이건 명백히 과적이라고 평가할 만큼 체급 대비 많은 편이었고, TDC의 성능도 당대 잠수함들 중 미국 다음의 성능을 지닌 물건이었던데다 잠망경 등 기타 장비들의 성능도 우수하며 수중에서의 정숙성도 양호했던 만큼 전반적인 공격 능력에 있어서도 호평을 받았음. 당장 U-570을 살펴본 영국의 최종 평가는 아래와 같음.


"On the whole, it may be said that "Graph"(U-570) was built -and well built- for the sole purpose of offensive action in war."


한편 미국은 7형 유보트의 공격 능력에 대해 아래처럼 평했음.


"In general the submarine has much more equipment to give it stronger offensive characteristics than any submarine of comparable size in either our Navy or the British Navy."


물론 불과 1,000톤도 안 되는 배수량으로 저런 성능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승조원들의 거주성을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들어가는 문제가 있었지만, 순수 장비의 하드스펙만 따진다면 체급 대비 놀라운 수준의 물건이었던 것은 분명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