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다녀왔는데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았지만 마침 쉬는 날이기도 하고, 비가 와서 나가기 귀찮기도 하고, 까먹기 전에 쓰고 싶은 마음에 글을 씀. 정보가 모자라서 가는 데 꽤나 고생했거든


이탈리아 공군 박물관은 로마 기준 10시 방향에 있는 큰 호수인 Lake Bracciano에 접해 있는 박물관임. 이 호수는 로마로 비행기를 타고 들어올 때 피우미치노 공항으로 들어오게 될 텐데, 피우미치노 공항 착륙을 위한 접근 경로에 포함되어 있어 공중에서 감상할 수 있음



보다시피 로마 시내로부터 거리가 좀 있는 편이다. 심지어 저기는 깡촌이라 접근성 자체는 존나 구리다고 할 수 있음

하지만 저기서만 볼 수 있는 기체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비행기 보는 걸 좋아한다면 꼭 한번 가 볼 가치가 있음


근처에 숙소를 잡고 다녀와 볼 수 있는 보빙턴과 다르게 저긴 주변에 숙소로 잡을 만한 곳도 없어서 로마에서 다녀오는 게 최선이다


가는 데는 크게 몇 가지 방법이 있다.


1. 차 (렌트카)

-> 운전이 가능하다면 최고의 옵션이다. 깡촌이기 때문에 후술할 대중교통이 매우 구려서 직접 움직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 방법은 이용해 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자세히 서술은 불가능함. 로마에서 저기까지 가는 데 차로 가면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박물관 안에 주차시설이 있고, 방문객이 많지 않아 주차에 문제는 없다.


2. 기차

기차가 잘 되어 있어 근처까지 가는 것 자체는 문제없다. 보통 로마에 온다고 하면 숙소를 Roma Termini 내지 그 근처 지하철 1~3정거장 내외로 잡게 되는데, 그러면 기차를 타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로마 지하철 B호선을 타고 Tiburtina까지 간 뒤에 거기서 기차를 타면 Bracciano, 또는 그 직전인 Vigna di Valle역까지 갈 수 있다. 


<기차를 타는 Roma Tiburtina 역 플랫폼>


<기차 경로>


기차는 되게 깔끔하다. 사람이 많이 타는 노선도 아니라 자리도 많고, 경치를 감상하기도 좋다.





기차로 1시간 반 정도 소요되며, Bracciano 역에 내려서부터가 문제다.


1. 버스

2. 택시

3. 도보 (미친짓임 절대 하지 마셈)


어느 선택지를 고르던 간에 주옥같은데, 하나하나 설명하겠다

버스의 경우 타고 가는 거 자체는 별로 안 걸린다. 그런데 치명적인 문제가 있으니 배차 간격이 아주 좆된다. 진짜로.

그리고 버스 이새끼들 정시도착을 안 함. 지도에 표시된 것보다 10분~20분씩 늦는 건 예사니 진짜 개 씨발 좆같음


배차 간격이 보이는가?


그러니 내가 추천하는 바는 버스를 이용할 요량이면 돌아오는 기차 시간을 매우 널널하게 잡아놓으라는 것임

시간에 쫒기게 되면 버스 늦는 것조차 기다리다가 속이 타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2. 택시

분명히 택시가 돌아다니긴 하고, 박물관으로 들어오는 택시도 봤는데 우버로 잡으려니 도통 잡히지를 않더라.

그냥 마을 돌아다니면서 지나다니는 빈차를 잡고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다. 가 줄지도 잘 모르겠음 솔직히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탈리아어 구사가 가능하다면, 기사한테 관람이 끝날 때쯤 다시 와 줄 수 있냐고 딜을 걸어 보는 것도 좋겠다.


3. 도보

도보로 가면 편도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데, 

하 지 마 씨 발


하지 말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래 사진을 보자



낭만있어 보이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이만한 호로새끼가 따로 없다

가는 길에 인도가 전혀 없고, 갓길조차 존나 좆만하거나 없는 구간이 대부분이라 매우 매우 매우 위험하다


시골길이라 치여도 신고해 줄 사람도 없어. 난 기차 시간이 급해서 목숨 걸고 도보로 이동했지만 너네는 절대 하지 마

특히 언덕 쪽 커브길은 존나 위험해서 사고 나기 딱 좋으니 시도하지 말고 기차 시간 널널하게 잡아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기 바람


혼자 갈 거라면 차라리 히치하이킹을 시도해 봐라. 걷지 말고


<도착 이후>


어찌 됐든 도착한다면 표지판이 널 반겨 줄 것이다

군사 시설에 포함되는 박물관이라 철조망이 쳐져 있고, 안쪽 시설은 관람이 불가하며, 드론을 띄우는 등 행위가 금지되어 있으니 참고하자




들어오고 잠시 내려오면 다음과 같이 표시된 안내판이 보인다. 진한 파란색이 관람 가능한 격납고, 안쪽 하얀색은 군 시설 (접근금지임), 노란 사각형이 입구임


매표소를 한참 찾았는데, 저기 7번 적힌 건물로 가면 됨


이렇게 생겼고, 들어가면 좌우로 진열된 기념품 및 서적이 있으며 중앙에 데스크가 하나 있다.

직원에게 티켓 물어보면 구매할 수 있으며, 존나 주먹구구식이다.

말 그대로 그냥 종이쪼가리에 적어서 결제하고 받는데 그게 티켓임

...


성인 7.5 유로, 미성년자 2.5 유로로 학생 할인은 따로 없다(ISIC)

안쪽으로 쭉 걸어 들어가면 야외 전시물들과 격납고들이 쭉 이어져 있다.


안으로 쭉 들어가서 딱 봐도 입구같아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관람을 시작할 수 있다. 입구 앞 데스크에 군인이 있는데 표 검사도 안 하더라. 자리 비우고 카페테리아 가서 노가리 까는 거 보면 애당초 그렇게 진지하게 앉아 있는 건 아닌듯...


식음업장인 카페테리아의 경우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화장실과 같이 있는데, 내가 간 날이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음식류는 일체 없었고 커피와 탄산음료 등 마실 것 몇 종류만 가능했었다. 안에서 식사 해결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 참조하고


제일 처음 들어갈 Hangar Troster는 틀닥 복엽기들과 항공 극초기 관련 전시품들이 있다. 최초로 폭격을 실행할 때 쓴 수류탄 같은 것도 있고... 기관총-프로펠러 동조 장치도 있고...



솔직히 복엽기는 관심 없어서 간단히 보고 다음 행어로 이동함

두 번째 행어로 가는데 이렇게 디자인 해 놓은게 보기 좋았음


두 번째 행어도 복엽기와 수상기, 이상한 옛날 비행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서 솔직히 내 관심사는 아니었음



세 번째부터 본격적으로 내 관심을 끌더라

슈퍼마린 스핏파이어, 머스탱, G.55 등 이름 들어본 기체들과 대형 폭격기 등이 전시되어 있음

행어 중앙에는 붕붕이도 2대 있으니 관심 있으면 둘러보시라





대망의 네 번째 행어. 여기부터 진짜 섹스가 시작된다

복층 구조로 되어있어 위쪽 층도 올라가 봐야 함.


아래층에는 ADV, 지구일, 세이버 등등 이탈리아 공군에서 굴린 다양한 제트전투기와, 각종 제트/프롭 훈련기들이 전시되어 있음

2층에는 여기 말고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사지타리오 2"와 "아리에테" 실물이 있다. 특히 여기 전시된 사지타리오 2 실기는 이탈리아 최초로 음속을 돌파했던 기체니 그 의의가 한층 더 있음



다음 행어인 행어 100도 정말 마음에 드는 행어임



썬더제트, 지구일, F-16A ADF, 유로파이터 타이푼, 토네이도 IDS, 아맥스 등 현재 썬더 이탈리아 공군의 핵심 주축을 이루는 기체들이 전시되어 있음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좁은 행어에 많은 기체를 우겨넣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체를 볼 수 있는 장소가 제한되어 있어서 배기구나 옆부분 등을 더 자세히 관찰하기에는 애로사항이 있었다는 거



간단히 적으려고 했는데 꽤 길어졌네

찍은 사진들은 귀국 이후 정리해서 한 번 더 올릴 예정임



궁금한 점 있으면 댓글로 남겨 주면 최대한 답변해 드림

마지막으로 토네이도의 똥구릉내를 맡는 내 사진 보면서 가라구